소설리스트

용의 화원-27화 (27/62)

〈 27화 〉 리오나 (27)

* * *

“후에…?”

리오나가 눈을 떴다.

보이는 건 가스파르의 옆얼굴과 반짝이는 보석들. 뭐지?

“……?”

아, 어제 우리 여기서 할 거 다 했지.

세상이 형형색색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태양은 벌써 중천에 떠서 강렬한 햇살을 수직으로 내리꽂고 있다.

리오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한낮에 보는 보석의 호수도 어지러울 만큼 아름다웠다.

정말 신비한 공간이다. 덥거나 춥지도 않고, 습하거나 건조하지도 않다. 모든 보물이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 어떤 외부 자극도 무시하며 태연하게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게 보존 마법이라는 것일까. 가스파르가 죽고, 용이 사라져도 이 둥지는 영원히 이 모습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스파르가 처음 마음과 정을 통할 장소로 이곳을 고른 이유가 궁금했다. 이 보석들처럼 나와 이 사랑이 아름답다는 걸까. 이 둥지처럼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싶었던 걸까. 둘 다 였으면 좋겠다.

“가스파르….”

나지막하게 그의 이름을 불러본다. 그것만으로 기쁨이 차오르고 가슴이 따뜻해진다.

밤새 동안 몸을 섞었는데 찌든 냄새와 불쾌감이 없다. 가스파르의 몸도 티 하나 없이 깨끗하다. 가스파르가청결 마법으로 몸을 씻겨준 것일 테지.

리오나가 아직도 얼얼한 하복부를 쓰다듬는다. 허리도 뻐근하고, 샅도 아프다. 그러다 문득 용의 문장이 전과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선이 더 굵고 선명해졌으며, 주위의 비늘 장식도 자라나 중앙의 하트 문양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강조했다. 아일라와 다른 메이드들의 문장과 같다. 용의 문장이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리오나의 문장과 다른 메이드들의 문장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리오나의 하트만이 속이 가득 차 있다. 다른 이들의 문장은 속이 텅 비어있었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아일라의 문장과는 물론이고, 징벌실에서 어렴풋이 본 미나와 마야의 문장과도 달랐다. 리오나의 하트만이 속이 꽉 차있다.

이유는 명백했다. 문장의 아래, 그 자궁 안을 가득 채울 무언가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다. 벌써 첫날밤 만에 리오나와 가스파르의 사랑은 결실을 본 것이다.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반년 전만 해도 그녀는 남자였다. 장군으로서 사람들을 이끌었던 게 어제 같은데 이제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해야 한다니.

불현듯 어머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따스했던 어머님의 품, 자신에게만 다정했던 그 표정과 목소리, 무한한 사랑이 담긴 그 부드러운 손길….

리오나가 다시 하복부를 쓰다듬는다. 마치 정말 어미가 제 아이를 쓰다듬듯 천천히, 부드럽고 따스하게. 이 안에 나의 아이가…. 가스파르와 나의 아이가….

행복으로 사고가 녹아내린다. 안 그래도 아름다운 주위의 정경이 황홀한 분홍빛으로 물든다. 취한 것같이 몽롱한 얼굴로 제 배를 바라본다.

리오나가 잠든 가스파르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아, 나의 사랑. 나의 부군님.

감격과 정애의 눈빛으로 가스파르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눈에 담긴 감정은 점점 뜨겁고 격해진다. 리오나도 주체할 수 없는 검고 어두운 감정들이 폭발한다.

일견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보였던 조금 전 가스파르의 행동은 의외로 리오나의 정신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보석은 리오나에게 남아있던 남성스러운 사고와 습관을 여성스럽고 순종적인 것으로 교정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석은 그녀의 호르몬 분비를 안정시켜 감정을 절제하고, 여성스러운 행동과 가스파르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왔다.

이미 완전히 가스파르의 여자가 된 리오나에게는 부질없고 불편한 것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가스파르도 큰 고민 없이 그 보석을 부숴버린 것이다.

하지만 보석에 담긴 마법은 가스파르의 생각보다도 더 깊고 오묘하게 리오나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었다. 보석은 리오나의 사고를 제한하고 조정하기 위해, 마치 댐이나 압축기처럼 사고의 물줄기를 막고, 감정의 폭을 제한해 왔다.

그녀가 느낄 수 있는 감각과 감정을 통제하고, 그저 가스파르에게 맹목적이고 우호적인 사고만을 허락했다. 사랑이 필연적으로 일으키는 시기와 질투, 폭력성과 의심 같은 어두운 감정들을 제한하고 억제했다.

가스파르는 지금껏 노예에게 연정을 품은 적이 없었다. 이미 진행한 조교의 단계를 역행하는 일도 없었다. 그가 만 년 전에 아일라에게 처치한 시술과 마법은 아직도 아일라의 마음을 강하게 묶고 있다.

그도 그의 행위가 불러올 여파를 알지 못했다.

그의 아주 작은 미련과 공허함 때문에 리오나의 족쇄가 풀린 것이다. 그것도, 그와 그녀의 사랑의 결실이 맺어진 직후에.

새로 생긴 사고의 여백에 검고 짙은 욕망이 스며든다.

레온하르트는 아이들과 전쟁놀이를 할 때도 항상 선두에 섰다. 아이들은 언제나 그의 등을 쫓았다. 집안에서는 부모님과 하녀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다.

바라는 것이 있으면 모두 부모님이 주었고, 사관학교에서도 톱을 놓치지 않았다. 모든 귀족 영애들이 그의 외모와 지위를 칭송했으며, 왕과 공주는 핀 다음 가는 그의 친우였다.

레온하르트에게 선두는 언제나 자신의 자리였으며, 행복은 약속된 미래였다. 용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타락할 대로 타락한 리오나의 마음이 억제되어왔던 레온하르트의 독점욕과 자만심과 맞닿는다. 거기에 새로 태어난 아이에 대한 모성과 더 깊어진 가스파르에 대한 연정까지 섞여 뒤죽박죽된다.

그 진창에서 피어오른 감정은 어마 무시무시한 독점욕, 네가 나를 네 것으로 만든 것처럼 너도 나의 것이 되어야만 한다는 뒤틀린 승부욕.

리오나가 일그러진 미소를 짓는다. 온몸에 열이 오르고 숨이 차오른다. 어제보다도 더 뜨겁고 열렬한 눈동자로 가스파르를 바라본다.

만 년 동안 가스파르의 메이드들이 감히 하지 못했던 생각과 행동을 자신이 실행에 옮기리라 다짐한다.

아직 비어있는 가스파르의 옆자리. 하녀들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본부인의 자리.

배 속 아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놓쳐서는 안 된다. 가스파르는 나의 것이다.

아무리 지위가 미천해도, 생명으로서의 격이 달라도 상관없다. 자신이 지금껏 바래서 손에 넣지 못한 건 없다. 가스파르의 마음조차 그랬다. 자신이 그의 것이 된 것처럼 가스파르도 응당 자신의 것이 되어야 한다.

리오나가 가스파르의 몸을 기어오른다. 가슴으로 가스파르의 몸을 자극하며 다리에서부터 천천히, 천천히 오른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축 늘어진 가스파르의 육봉이 길을 막았다.

가스파르도 지칠 대로 지쳤는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리오나가 육봉을 만지작거려도 이리저리 귀두의 방향만 바뀔 뿐 딱딱해질 기미가 없다.

처음 가스파르의 자지를 보았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가스파르는 한계까지 발기한 욕망을 해소하기 위해 리오나의 입을 마치 도구처럼 사용했다. 그 그리운 피학적 감각이 리오나를 더욱더 흥분시킨다.

오늘의 리오나는 구강성교도 하지 못해 귀두에 키스만 하던 그 날의 리오나가 아니다. 이미 이 자지에 대한 내적 친밀감은 극한을 넘었다. 좋아, 뭔가 보여주겠어.

“…으윽, 윽.”

손으로 육봉을 훑으며 조금씩 발기시킨다. 가스파르가 얕은 신음을 내뱉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아앙~. 하읍.”

입을 크게 벌려 가스파르의 양 불알을 입안에 넣는다. 마치 어린아이가 욕심을 부려 사탕 두 알을 입안에 넣은 것처럼 혀와 입술로 음낭을 이리저리 굴리며 열심히 핥고 빤다.

손도 계속 열심히 육봉을 훑는다. 완전히 발기하지 않아도 여전히 크고 두꺼운 육봉을 뿌리부터 귀두 아래까지 크게 훑는다. 남은 한 손은 귀두 끝을 집요하게 괴롭힌다.

“하악, 읏!”

할짝할짝. 가스파르의 자지가 점점 단단해지며 올곧게 우뚝 선다. 귀두 끝이 조금씩 젖어 오르고, 가스파르의 신음도 점차 뜨거워진다.

퐁. 물소리를 내며 고환에서 입을 뗀다. 하늘을 향해 우뚝 선 자지가 리오나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헤헤, 정말 다루기 쉽다니까.

이제는 그 자지 위에 올라탄다. 어제의 기승위는 주도권을 빼앗기고 실패했지만, 오늘은 다르다. 잠든 사이 확실한 쾌락을 몸에 새겨서 내 밑에서 앙앙 울게 해주겠어.

보지를 자지 입구에 천천히 가져다 댄다. 볼 때마다 두려울 정도로 크고 두꺼운 자지다. 이게 보지에 들어가기나 할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이 육봉이 가져다주는 쾌락은 이미 몸속 깊은 곳에 새겨져 있다. 그래,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면 괜찮을 거야.

“으윽, 읍! 으읍!”

귀두가 조금씩 리오나를 침범한다. 아주 느리게 허리를 내리고 있는데도 절로 신음이 샌다. 가스파르를 깨우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깨물고 최대한 목소리를 삼킨다.

“하아, 하아악….”

한 번 왕복하기도 힘들다. 귀두가 질벽을 긁고 자궁구에 닿을 때마다, 허리가 튀어 오르고 어깨가 떨린다. 엄청난 쾌락에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진다. 가, 가스파르는 아직 자고 있는 거 맞지?

“호오옥. 하악, 하아아앙!

다리가 후들거린다. 느릿한 움직임에 오히려 애가 타고 미칠 것만 같다. 안돼, 이대로 라면….

“리오나.”

“히익!”

낮은 가스파르의 목소리가 리오나를 깨웠다.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몸을 움츠린다.

“정말 질리지도 않고….”

“헤헤, 가스파르, 깼…. 흐갹?!”

그대로 허리와 허벅지를 붙잡혀 아래에서 꿰뚫린다. 가스파르는 육봉을 뿌리까지 단숨에 리오나에게 박아넣었다.

“오오, 오오오옥….”

“아무것도 모르면서 또 제멋대로 굴고. 리오나!”

그대로 리오나를 붙잡고 흔들며 몇 번이고 자지를 훑는다. 이건 섹스조차도 아니다.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보지로 자위를 하는 거나 다름없다.

리오나의 애액이 분수처럼 튄다. 또 환희에 미친 교성을 내지른다.

“꺄악! 하앙! 가스파르, 좋아! 아앙!”

“하아, 하아….”

가스파르는 먹이를 앞에 둔 수컷 짐승의 눈으로 리오나를 노려보고 있다. 순수한 정애와 남자의 욕망이 뒤섞인 눈. 리오나의 몸, 표정, 가슴과 보지 말고는 그 눈에 비치지 않는다.

그래, 그런 눈으로 날 바라봐줘. 그런 눈으로 계속 나만을 바라봐줘.

내가 너에게 미친 만큼 너도 나에게 미쳐 줘. 아아…. 나만의 가스파르….

그 전부터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던 가스파르의 자지가 폭발한다. 이미 안에 든 것이 있는데도 거리낌 없이 리오나의 안을 가득 채운다. 리오나도 깊고 깊은 절정에 오르며 기쁨에 가득 찬 신음을 내뱉는다.

“하아아아앙! 하앙! 흐응!”

“후, 하아…. 하아….”

털썩. 리오나가 균형을 잃고, 가스파르의 너른 가슴팍에 몸을 기댄다. 어깨를 들썩이며 얕은 숨을 내뱉는다. 그러면서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가스파르의 얼굴을 바라본다.

“헤헤헤…. 가스파르…. 아앙!”

가스파르가 그런 리오나의 엉덩이를 세게 움켜잡는다. 그는 여전히 욕망에 불타오르는 눈으로 리오나의 몸을 노려보고 있다.

“각오는 하고서 그런 식으로 날 깨운 거겠지.”

“으응~? 글쎄~? 에헤헤….”

리오나가 몸을 기댄 채 살살 허리를 돌린다. 귀두 끝을 자극하면서 가슴을 내밀고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가스파르를 도발한다.

한번 정을 쏟아낸 가스파르의 자지가 리오나의 몸속에서 다시 부푼다. 가스파르의 손이 다시 리오나의 허리를 향한다.

가스파르의 굳은 표정은 떼쓰는 어린아이의 표정보다도 솔직하고 읽기 쉬웠다.

아아, 가스파르는 얼마나 또 자신의 욕망을 내 안에 쏟아 낼까….

어쩜 이렇게 쉽고 단순할까. 가스파르를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일도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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