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리오나 (29)
* * *
덜컥.
“리오나, 오늘은….”
달도 모습을 감춘 어두운 밤. 가스파르가 조용히 리오나의 방문을 연다. 그녀와 함께 서로의 몸을 탐하고 흥을 돋우기 위해 그는 오늘도 그녀의 방을 찾았다.
그녀가 그저 메이드일 때와는 다르게 아름답고 고풍스럽게 꾸며진 그곳에는, 언제나처럼 수줍은 표정을 짓고서 그를 기다리는 한 송이의 꽃이….
“야, 야아옹~.”
아니, 한 마리의 발정 난 암고양이가 거기에 있었다. 그것도 얇은 천 옷 한 장 걸치지 않고 발가벗은 채로.
어?
“야아옹. 주인님 기다렸다냥.”
“…….”
아니, 이게 대체 무슨.
한 쌍의 검은 고양이 귀와 살랑대는 고양이 꼬리. 오렌지색 촛불에 일렁거리는 리오나의 나체와 진짜 고양이처럼 옅은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크고 둥근 눈동자.
그런 발정 난 암고양이 한 마리가 침대 위에서 요염한 자세를 취하며 가스파르를 유혹하고 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맞나?
리오나가 간드러진 야옹 소리를 내며 고양이처럼 오므린 손으로 가스파르에게 손짓한다.
가스파르는 그저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다.
“왜, 왜 그러고 있는 거냥. 혹시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냥…?”
가스파르의 반응이 없자 리오나가 점점 초조한 기색을 드러낸다. 자세히 보니 리오나의 얼굴이 불에 댄 것처럼 새빨갛다. 수줍은 듯 목소리도 떤다. 아니, 그럴 거면 그 부끄러운 짓을 왜 한 거야.
아.
이제야 생각이 났다. 한 이 삼백 년 전, 미나에게는 강아지 귀와 꼬리를, 마야에게는 고양이 귀와 꼬리를 달게 하고 셋이서 즐겼던 기억이 난다.
둘은 엘프와 드워프인 만큼 체형과 기질은 물론이고, 맛과 향기까지 다르다. 그 차이가 신선하고 특별해서 서로 상극인 두 동물로 분장 시켜 밤새 동안 서로 즐겼는데. 그 장난감이 왜 지금 리오나에게….
마야다. 그 아이 말고는 없다. 요새 둘이 묘하게 친하게 지내더니, 분명 마야가 리오나에게 되지도 않는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다. 하아…. 이것 참….
저 고양이 귀와 꼬리는 보통 장난감이 아니다. 리오나는 그걸 알기나 하는 걸까. 마야도 참 성질이 짓궂다.
“가, 가스파르? 이상해? 미안,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봐. 지금 당장 뗄 테니까…. 까악!”
가스파르가 누운 리오나를 덮쳤다. 그 가는 손목을 부여잡고, 팔과 다리로 그 여린 몸을 누른다.
걸쳤던 옷은 다 어디로 갔는지, 리오나와 같은 알몸으로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리오나의 귓가에 맴돈다.
“가스파르?! 아니, 잠깐, 흐읍! 으응, 응!”
가스파르가 거칠게 암고양이의 입술을 훔친다. 벌써 단단히 발기한 남근이 리오나의 배에 닿았다. 이래서야 누가 발정 난 짐승인지 알 수가 없다.
“하읍! 읍, 으으응! 푸핫! 하아…. 하아…. 가스파르….”
“하아…. 하아…. 리오나….”
뜨거운 한숨과 한숨이 서로 섞인다. 발가벗은 채 꽤 오래 기다렸는지 리오나의 체온은 조금 낮았다. 그녀의 이곳저곳을 더듬으며 그 몸에 기쁨과 열을 더한다.
이렇게 잘 준비된 성찬을 마다할 수컷이 있을까. 무엇보다 가스파르를 즐겁게 해주려고 애써 준비한 그 마음씨가 기특했다.
졸래졸래 선배 메이드들을 따라다니며 가스파르의 취향을 캐묻고 다녔을 리오나를 생각하니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내 성 안에 있다니.
지금도 리오나는 가스파르의 손끝이 몸의 꼭지와 만날 때마다 얕은 신음을 흘리며 몸을 비틀고 있다. 그 작은 몸놀림 하나하나가 가스파르를 더욱더 깊은 흥분과 도취로 이끈다. 이 소동물은 이미 가스파르의 손아귀 위에 있다.
어떻게 다루고 즐기던지 모두 가스파르의 마음대로다. 오늘도 리오나는 나에게 푹 빠져 밤새 기쁨의 교성을 지르겠지. 또 즐거운 밤의 시작이다.
그는 그녀가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마야가 해준 조언과 장난감의 효과는 확실했다. 가스파르는 어제나 그저께보다 더 불타오르는 눈으로 리오나의 몸과 마야가 준 고양이 장신구를 바라보고 있다.
가스파르는 이런 거 좋아하는구나…. 꽤 순수하고 유치한 취향이다. 그 의외의 일면이 또 귀엽고 색다르다.
“흐윽…! 하앙!”
그 귀여운 일면과는 상반된 능숙한 손놀림이 리오나의 몸 구석구석에 닿았다. 여자를 수없이 만져보고 절정에 이르게 한 손. 그 손이 리오나의 몸속에서 일어난 작은 물보라를 부추겨 더 크고 거센 파도로 이끈다.
어깨선과 목선, 허벅지와 옆구리에 가스파르의 손이 닿을 때마다 몸이 떨리고 신음이 터져 나온다. 리오나의 몸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흥분과 기대가 강제로 끌어올려 진다.
“냐아앙~. 주인니임~. 그렇게 애만 태우면 리오나, 미쳐버릴 거 같다냥….”
리오나가 허리를 비비 꼬고 허벅지와 허벅지를 비빈다. 벌써 스며 나온 애액이 서로의 하반신을 적신다.
“그 말투는 계속하는 건가…. 뭐, 좋지만.”
리오나가 시선을 내리니, 이미 단단히 충혈된 가스파르의 자지가 살짝 부푼 그녀의 배를 누르는 게 보였다. 오늘도 저 크고 듬직한 자지가 내 몸에….
살며시 가랑이를 벌리고 가스파르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기대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어? 뭔가 이상하다. 이 꼬리는 그냥 장난감일 뿐인데 나는 지금….
“그래, 짐승이 짐승답게 굴어야 짐승이지. 그렇다면 서로 짐승 같은 자세로 교미를 해야 더 어울리지 않겠나?”
가스파르가 리오나의 허리를 잡는다. 그의 의도를 알아챈 리오나가 몸을 돌려 후배위 자세를 취한다.
꼬리의 뿌리가 드러난다. 그저 털 달린 애널 비즈. 리오나는 애처롭게 그 뿌리를 물고 꼬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주인니임~. 빨리냥~.”
리오나가 엉덩이를 이리저리 흔든다. 마치 진짜 고양이가 흥분한 것처럼 꼬리를 천장을 향해 곧게 세우고 부르르 떤다.
가스파르가 그 검은 고리를 움켜잡았다.
“@$%*##!!!”
리오나가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기성을 내지른다. 장난감인 꼬리를 붙잡혔을 뿐인데 진짜 신경이 통한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 가스파르. 자, 잠깐….”
“뭐? 주인님이라 불러야지. 냥은 또 어디 갔나?”
가스파르는 멈추지 않고 이번에는 꼬리 뿌리의 바로 위, 리오나의 꼬리뼈 윗부분을 손바닥으로 살살 쓰다듬는다.
“흐윽! 하앙! 헤으윽! 이거, 이상…. 하아아아앙!”
리오나가 명백한 쾌락이 담긴 물기 띤 신음을 내지른다. 원래 그곳이 민감한 부위이기는 해도 이건 정말 이상했다.
리오나가 착용한 장난감은 그저 평범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꼬리를 고정하는 애널 비즈와 귀를 지지하는 띠 모두 순도 높은 마법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마법석이 내재한 마법은 착용자의 감정과 상태를 읽어내 단순한 털 뭉치를 정말 고양이의 귀와 꼬리와 같이 움직인다. 착용자의 신경에도 작용해 원래 없던 성감대를 만들고 짐승의 욕구에 대한 저항력을 없앤다.
나아가 말과 행동, 생각과 태도까지 발정 난 고양이와 다름없게 만든다. 그 효과는 일시적이지만, 탁월하다.
리오나는 그것도 모르고 마야가 건넨 그 무시무시한 장난감을 옳다구나 하고 몸에 걸친 것이었다. 마야는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가스파르를 흥분시키는 애초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아무래도 좋은 걸까. 그래도 이건….
팡. 팡.
“하앙!”
가스파르가 손바닥으로 가볍게 리오나의 엉덩이를 때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쾌감이 진동을 따라 엉덩이에서 척추를 타고 뇌까지 오른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쾌감이었다. 대, 대체 이거 뭐야.
엉덩이가 원래보다 민감해져서 아프고 쓰라린데, 그 감각이 오히려 기쁘고 즐겁다. 분명 맞고 있는데 보호받고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 손바닥과 닿은 부분부터 행복이 퍼져간다. 말과는 다르게 스스로 엉덩이 쳐들고그 따가운 행복을 조른다.
팡팡팡팡.
“가스파르, 이, 이거 진짜 이상해. 하윽! 이, 이제 정말 그만! 흐아앙!”
해소되지 않는 쾌감이 꼬리를 중심으로 하반신에 쌓여만 간다. 안 돼. 이대로 가면 나 정말….
“이대로 그 색다른 경험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야. 어차피 오늘 밤은 기니까.”
짝!
“흐아아아앙!”
가스파르가 크게 한 번 손을 휘두르자, 리오나는 성대하게 분수를 쏟으며 절정했다.
딱히 성기나 다른 성감대를 만져진 것도 아니다. 꼬리나 엉덩이를 괴롭혀진 것만으로 리오나는 절정에 달했다. 침대가 벌써 흥건하게 젖었다.
온몸에 찌릿찌릿 전류가 달린다. 손끝, 발끝이 부들부들 떨린다. 이런 쾌락은 모른다. 여자의 쾌락과도 전혀 다르다.
아니, 진짜 이거 이상해엣….
“흐으응!”
가스파르는 그런 그녀를 가만둘 생각 따위 없었다.
“가스파르, 나, 나 아직 가고 있는데. 지금 아, 하아아앙!”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리오나의 질내로 가스파르가 침입한다. 그의 침입을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
리오나는 저항 하나 하지 못하고 그렇게 뒤에서부터 꿰뚫렸다.
결코 욕망에 가득 찬 성급한 움직임이 아니다. 리오나를 애태우기 위한 느긋하고 끈질긴 속도. 그 쾌락을 쥐어짜는 움직임에 리오나는 그저 침대보를 부여잡고 애원할 뿐이다.
“가, 가스파르…. 잠깐만. 나, 나. 흐아아앙….”
다시 꼬리뼈 부분을 애무 당한다. 저절로 엉덩이가 들리고, 꼼짝도 못 하게 된다.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저릿한 쾌감에 몸이 흐물흐물 녹아내린다.
가스파르의 허리와 리오나의 엉덩이가 닿을 때마다 아까 그 묘한 쾌락이 다시금 올라온다. 그 충격으로 꼬리의 구슬이 부정한 성감대를 자극한다.
가스파르와 닿은 곳은 모조리 성감대가 된 것 같다. 그도애태우기만 하던 움직임은 그만두고 점차 제 속도를 찾아간다.평소보다 깊고 질척거리는 쾌락이 리오나의 몸을 관통한다.
가스파르의 몸이 기운다. 정말 짐승이 짐승과 교미하는 것처럼 가스파르의 무게가 리오나에게 실린다. 피스톤도 점점 더 빨라진다.
리오나는 계속 쏟아지는 쾌락에 아직도 절정에서 내려오지 못했는데, 가스파르는 모질게 그녀를 더 높은 곳으로 이끈다.
고양이 귀는 쫑긋 서고, 꼬리는 방해된다고 부여잡혔다. 그 장난감들이 주는 쾌감도 엄청났다. 리오나는 완전히 풀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본다.
가스파르의 욕망이 점점 커진다. 온다. 이 일주일 동안 몇 번이고 맛보았던 그 감각.
가스파르가 한층 더 깊게 리오나를 침범한다. 이미 부른 배를 또 그 욕망으로 가득 채운다.
“아앙! 흐냥! 흐냐아아아앙!”
가스파르가 완전히 리오나의 위에 눕는다. 그의 무게, 그의 촉감, 그의 냄새. 체구 차이부터 엄청나다. 리오나의 세상이 가스파르로 가득 찬다.
그런 그의 손에 이끌려 더 높은 절정에 이른다. 그를 느끼면 느낄수록 쾌감은 끝도 없이 올라간다. 임신한 그녀의 몸은 더 탐욕스럽게 그의 마나와 사랑을 갈구한다.
좋아, 가스파르, 사랑해….
“흐앗…. 하악…. 하아….”
또 리오나는 절정에서 내려오지 못했는데, 아직도 딱딱한 가스파르의 육봉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말 이 고양이 귀와 꼬리에 발정이라도 한 걸까. 그는 평소보다 빠르고 거침없었다.
“흐윽! 윽!”
리오나는 침대보에 얼굴까지 처박고 신음을 참는다. 오늘은 가스파르를 좀 골려주려고 했는데, 또 하나가 부족해서 이 꼴이다. 그래도 가스파르가 이렇게 좋아해 주니 그걸로 좋았다.
밤은 길다. 단 한 번이라도 내가 주도권을….
“흐아앙! 꺄앙! 가스파르, 조금만, 조금만 쉬게 해줘. 하아아앙!”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