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 파티의 척후 담당이었다-63화 (63/106)

〈 63화 〉 62. 저마다의 사정

* * *

헌틀리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이후, 주군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별의 기사를 보낸 뒤, 하르만에 들어와 적당한 숙소를 잡은 용사 파티는 줄곧 무기력한 상태가 이어졌다.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방에 축 늘어져 있는 그레이시의 허리에 손을 가져다 대고 치유의 빛을 쬐어주던 이사벨은, 뻐근한 어깨를 주무르며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정말이지...”

“미안하다, 이사벨. 힘들면 그만해도...”

“...아뇨. 딱히 그런 의미는 아니었어요.”

군단장씩이나 되는 거물과 싸우면, 항상 이 모양이었다. 맷집 하나는 최강이라는 왕실 근위대의 근위대장인 그레이시 라도, 어떠한 공격에도 멀쩡한 강철의 육체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이런 힘든 싸움이 뒤에는, 항상 오스틴이 우리를 걱정해 줬는데.

이사벨은 마음이 착잡해졌다.

“자, 다 됐어요.”

“으긋... 항상 고맙다. 이사벨.”

이사벨에게 치료를 받은 그레이시는, 곧바로 푹신한 침대 위로 몸을 날렸다.

“아드리엔.”

“......”

침대에 기대어 활을 잡아당겨 보며, 금이 가진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보는 아드리엔은 여전히 묵묵부답이었다.

헌틀리의 의미심장한 말을 들은 뒤로, 특히나 마나 코어를 좀먹던 벌레를 내뱉은 뒤로, 모두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용사님...”

“...괜찮아, 이사벨. 난 괜찮아.”

파들파들 떨리는 손, 멍하니 풀린 눈, 바보같이 벌어진 입, 조금 전 목욕을 하고 나왔음에도 금세 헝클어진 머리카락.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은데.’

그런 용사를 바라보며, 마야는 벌써 몇 번째 인지 모를 한숨을 내뱉었다.

용사의 정신은 조금 위태로웠다. 헌틀리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것은, 분명 칭송받아 마땅할 일이었다. 하지만, 헌틀리가 남긴 마지막 말과, 갈란이 그녀들의 마나 코어에 심어 놓았던 정체불명의 벌레가 없어짐과 동시에 물밀듯이 밀려오는 오스틴에 대한 죄책감. 오스틴에게 보였던 모습이 자신의 본모습 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본래 오스틴에게 미안한 감정이 있긴 했으나, 그것은 단순히 꾹꾹 억누른, 필사적으로 압축된 마음에 불과했다. 불신을 꽃피우고 마음을 좀먹던 벌레가 사라지니, 오스틴을 향한 감정에 거리낌이 없어졌다.

감정을 조절할 수 없게 만드는 벌레가 사라지니, 아이러니하게도 더욱더 감정적으로 변해 버렸다.

갈란은 대체 언제부터 이런 짓을 저질렀던 것일까. 2년 전 갈란과 싸웠을 때는, 군단장 치고 유별나게 강하지는 않았다. 다만, 사람이 조금 맛이 가 있었다고 해야 할까.

아마 헌틀리에 의해 부활한 이후, 힘으론 상대하기 힘드니 이런 방법을 쓴 것일 터.

“끙...”

불신의 어쩌고에 대한 것은 이미 지나간 일이다. 갈란은 오스틴이 상대했다고 하니, 아마 오스틴은 아직 이 도시에 있을 것이다.

갈란을 상대로 어떻게 승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마야는 오스틴의 상태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마야는 손으로 입술을 살짝 꼬집으며 끙끙거리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챙겨 들었다.

결심했다.

“마야...?”

“마야. 어디 가시나요?”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지금의 그녀들은 정신상태가 위태롭다. 이 상태로 오스틴을 만나게 할 수는 없다.

마야는 모자를 고쳐 쓰며, 종이와 펜을 꺼내어 약도를 대충 휘갈겼다.

“...여기. 우리 스승님 지인분이, 운영하시는 식당이야.”

얼떨결에 약도를 받아 들고 멀뚱멀뚱 자신을 바라보는 용사를 보며, 마야는 자신의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슬슬 점심시간이니까. 먼저 가서 먹고 있어. 금방 갈게.”

“...마야. 지금은 별로 밥 생각이 없...”

“이사벨. 나는 잠시 ‘중요한 일’ 좀. 보고 올 테니까. 이사벨이 식당까지 데려다줘.”

눈치가 빠른 이사벨은, 마야의 눈짓을 보고 무언가를 깨닫곤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럼, 다녀올게.”

* * * * *

“으음...”

마야는 손가락으로 코를 쓱 훔치곤, 다시금 코를 킁킁거렸다.

“하아...”

하지만, 이내 오스틴의 냄새를 추적하는 것을 포기하고 근처의 벤치에 풀썩 앉는 것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냄새를 맡기 힘들다.

“오스틴... 어디에 있는 거야...”

숙소를 나온 뒤로 줄곧 오스틴을 찾아다녔지만, 목격자도 없을뿐더러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오스틴을 본 사람을 찾는 것은 무리였다. 애초에, 오스틴의 생김새가 흔하기도 하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보던 마야는, 이윽고 한 사람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저 사람은...”

어깨보다 조금 더 내려오는 주황색의 중단발을 꽁지 머리로 묶은, 어디선가 많이 본 여자가 품에 먹거리를 안고 광장을 가로질러 걸어가고 있었다.

분명, 지난번 데팔과의 전투에서 오스틴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오스틴의 옆에 있던 여자.

‘이름이... 로빈이었던가?’

마야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자신의 눈이 착각하지 않았길 빌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가는 로빈(진)을 뒤쫓았다.

“킁킁...”

착각이 아니었다. 저 여자에게서,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오스틴의 냄새가 미약하게 풍겨왔다. 로빈이 확실하다.

참으로 오래간만에 오스틴을 만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품고, 마야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느끼며 조용히 그녀의 뒤를 밟았다.

뭐가 그리 신이 나는 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빵을 입에 물고 걸어가던 로빈은, 광장을 가로질러 여관이 빽빽이 들어선 길목의 좁은 골목길로 꺾어 들어갔다.

“...?”

여기가 여관이 많기는 한데, 저런 좁은 골목길에 입구가 있나?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잠시 멈칫했지만, 이대로 로빈을 놓칠 수는 없었다. 마야는 다시금 발을 놀려, 그녀를 따라 좁은 골목길로 발걸음을 옮겼다.

로빈이 모습을 감춘 코너를 돌자, 마야의 눈앞에 벽돌로 지어진 벽이 나타났다.

“...어?”

막다른 길. 하지만, 어째서?

‘...설마, 따라가는 걸 눈치채고...’

퍼뜩 정신을 차린 마야가 두 손으로 지팡이를 움켜쥐자, 그녀의 목에 서늘한 감각이 느껴졌다.

“뒤돌아 보지 마시고, 제가 묻는 말에 대답하세요.”

살갗에 살짝 닿은 예리한 단도의 날에, 마야는 침을 꿀꺽 삼키며 지팡이를 든 손을 조용히 내렸다.

“누구신데 제 뒤를 밟으시죠?”

“...나, 모르겠어?”

“아니, 그러니까 누구신데...”

“오스틴.”

마야의 입에서 오스틴의 이름이 나오자 로빈의 단도가 흠칫 떨리는 것을, 마야는 놓치지 않았다.

“오스틴과... 할 말이 있어.”

“...당신, 누구야.”

존댓말을 버린 로빈의 목소리가 한층 더 싸늘해졌다. 마야는 모자를 슬쩍 들추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로빈은 그런 마야를 구태여 막지 않고, 언제든 숨통을 끊을 수 있는 위치로 단도를 겨눌 뿐이었다.

“당신은...”

이윽고 마야의 얼굴이 완전히 드러나자, 로빈은 주춤거리며 단도를 품에 집어넣었다.

“용사 파티의, 마법사... 맞죠? 이름이...”

“...마야.”

“그래요, 마야 씨.”

단도를 완전히 품에 숨긴 로빈이 한 걸음 떨어지자, 마야는 긴장감으로 차올랐던 숨을 토해내듯 한숨을 내뱉으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런 마야를 뒤로하고, 바닥에 내려놓았던 식료품 봉투를 주섬주섬 품에 안은 로빈이 고개를 휙 돌려 앞장서서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따라오세요.”

“...어?”

“선배님이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서요? 따라오시라구요.”

“어... 데려다주는 거야?”

“당신들이, 선배님께 어떤 대접을 했는지는 저도 알아요.”

주춤거리는 마야를 돌아보는 로빈의 눈빛은, 빈 말이라도 보기 좋은 눈빛은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절대로 선배님과 만나게 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잠시 말 끝을 흐리며 마야를 위아래로 흘겨보던 로빈은, 품속에 숨겨둔 단도의 서슬 퍼런 날을 슬쩍 보이며 말을 이었다.

“도대체 당신들이 왜 그랬는지... 또, 이제 와서 무슨 낯짝으로 자꾸 선배님을 만나려고 하는 건지... 좀 알고 싶거든.”

“...오스틴과 만나면, 전부 말해줄게.”

“당신... 내가 지켜볼 거야.”

또다시 오스틴에게 상처를 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무언의 압박.

마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로빈의 뒤를 따라나섰다.

동쪽으로 조금 기울어져 있던 해는, 어느새 머리 꼭대기에 멈춰 있었다.

* * * * *

“서, 선배... 님...?”

“지금, 뭐 하는 거야.”

“아, 아니. 잠깐만. 일단 내 말 좀 들어봐.”

이런 씨부랄. 로빈과 마야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나는 아직까지 내 위에 엎어져 있는 루나를 조심스럽게 옆으로 밀치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얘들아. 그, 오해야.”

“선배님. 성욕을 참기 힘드셨나요...?”

“아니, 로빈. 그게 아니라.”

“그럼, 지금 뭘 하고 있던 건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으면, 나는 대낮에 일어나자마자 파티원과 함께 야스를 한 판 때리려 한 변태 새끼가 되어 버린다.

내가 입을 뻐끔거리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멍하니 로빈과 마야를 바라보던 루나가 침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입을 열었다.

“...오스틴. 애석하게도, 방해꾼들이 있군. 이 다음은 밤에 이어서 하지. 기대하고 있겠다.”

“...허.”

이 미친년이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어서 너털웃음이 흘러나왔다.

“허허허...”

주섬주섬 옷을 고쳐 입은 루나는, 조금 전에는 힘이 안 들어가네 어쩌네 하던 태도와 달리 멀쩡하게 일어나서 문밖으로 걸어 나가는 것이었다.

“...로빈. 내가 루나를 꽃뱀으로 키운 적은 없는데 말이야.”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네요. 나중에 루나랑 얘기해 볼게요.”

역시 로빈은 눈치가 빠르구나. 나 오스틴, 감복했다.

나는 주섬주섬 바지를 올려 입으며,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온 마야를 흘깃거렸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여기 이 암ㅋ... 로빈이 안내해 줬어.”

그래. 로빈이 안내해 줬구나. 내 사정을 알면서도, 마야의 얼굴을 알면서도 순순히 안내를 해 줬다... 이 말이구만.

“휘... 휘휘~”

내가 로빈을 째려보자, 로빈은 내 시선을 피하며 입술을 오므리곤 나오지도 않는 휘파람을 불려고 애를 썼다.

“갈란과... 싸웠다면서?”

“...맞아. 그게 뭐.”

“무사해 보여서, 다행이야... 정말로...”

뭐라는 거야.

“후우... 그래서, 용건이 뭔데?”

“...여기서 말 하기는 조금 그런데...”

“그래? 그럼 그냥 가던가.”

나는 너희들 얘기는 듣고 싶지도 않거든.

내가 차갑게 대하며 마야를 등지고 허리춤에 벨트를 매고 있자, 뒤쪽에서 마야가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스틴. 제발... 딱 한 번만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면... 안 될까...?”

“저는 그쪽이랑 할 얘기 없습니다~. 여기서 얘기할 거 아니면 그냥 가세요~.”

“흐윽... 오, 오스티인...”

아니, 이게 뭔 소리야.

마야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눈물을 글썽이며 입을 꾹 다문 마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얼씨구. 네가 눈물도 흘리냐? 파티에 있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줄 알았는데.”

“흐끅... 내, 내 말 좀... 한 번만 들어줘어...”

“...나 장난치는 거 아니야. 너희들이랑 할 얘기는 진작에 바닥났으니까, 빨리 나가.”

“미안해... 우리가 미안하니까... 우리 사정도 좀 들어...”

에이, 시팔 진짜. 사람 뚜껑 열리게 하네. 말귀를 못 알아먹나?

“너희 사정은 내 알 바 아니니까, 좀 꺼지라고!!!”

“...히끅.”

내가 사자후를 내지르자, 마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코를 훌쩍였다.

내가 너희들에게 이렇게 까지 화를 내는 건 처음이겠지.

“왜 그러는데! 왜! 내가 파티에 있을 때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던 년들이, 왜 이제 와서 이 지랄을 하냔 말이야!”

“그, 그게 아니라... 갈란이...”

“내가 뭘 더 해줘야 해! 어! 이 씨팔, 내가 다시 용사 파티에 돌아가서 잡일을 도맡아야 되겠어?! 2년 동안 너희들 빤쓰도 빨아주고 밥도 해줬으면, 할 만큼 해 줬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

“흐윽... 미, 미안해... 미안해애...”

내가 버럭버럭 성을 내고 있음에도, 마야는 한결같이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후우...”

3년 간의 파티 생활 중 개 좆박았던 2년 동안, 마야가 그나마 나에게 가장 잘 대해 줬기 때문일까. 저렇게 서럽게 울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쩐지 마음이 쿡쿡 쑤셨다.

“...하고 싶은 얘기가 대체 뭔데. 지금 딱 말해. 마지막 기회야.”

“응... 훌쩍!... 말할게...”

“그전에, 코 좀 닦아라. 드러워서 못 봐주겠네.”

“으, 응... 미안... 킁!... 보기 싫었지...”

내가 손수건을 대충 휙 집어던지자, 마야가 허겁지겁 바닥에 떨어진 손수건을 주워 팽—! 하고 코를 풀었다.

...마야가 이렇게 순종적이었던가?

한 번 성질을 내고 나니, 머리가 조금 차가워졌다. 파티에 있을 때의 마야는, 이렇게 고분고분 내 말을 듣는 성격은 아니었는데.

마야의 성격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많이 바뀌었다.

“에이, 썅...”

그냥 예전처럼 쌀쌀맞게 대 하면 모를까, 갑자기 이렇게 달라진 태도로 나오니 머리가 아팠다.

“오, 오스틴... 훌쩍... 혹시 점심 먹었어...?”

“먹었...”

꼬르르륵—!

애미. 되는 게 없네.

“...먹으려 했어.”

“그, 그럼... 같이 점심이라도 먹... 먹지 않을래...? 내가 살 테니까... 조, 좋은 식당이야...”

“마야. 그냥 본론만 말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마야가 산다는 말은 조금 끌렸지만, 솔직히 얼굴을 맞대고 밥을 먹을 만큼 가까운 사이는 아니잖아.

내가 마야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자, 마야가 또다시 눈물을 글썽이며 내 옷깃을 부여잡았다.

“아, 안 되는데... 같이, 그... 식당에서...”

마야는 생각보다 끈질겼다. 어떻게든 같이 밥을 한 끼 먹고 싶은 모양인지, 발을 동동거리며 불안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 안 돼...? 내가 살 테니깐...”

이쯤 되면 오히려 내쪽에서 궁금하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까지 필사적인 건지.

“...중요한 얘기냐? 내가 꼭 들어야 하는 얘기야?”

“으, 응...! 중요한... 어엄청 중요한 얘기야! 갈란이랑, 그... 별의 기사랑 관련된, 이야기인데...”

갈란... 게다가 별의 기사까지 관련된 이야기라. 얘가 별의 기사랑 무슨 연관이 있는 거지? 이쯤 되니, 내가 굳이 듣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앞장서.”

“어, 응...! 고마워... 정말 고마워...! 훌쩍!...”

“됐으니까, 빨리 가기나 하자. 나 배고프다.”

“응! 얼른 가자...!”

“선배님.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

로빈이 중간에 끼어들자, 마야가 잠시 로빈을 째려보았다.

그런 마야를 향해, 로빈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왜요? 안 되나요?”

“...그래. 로빈도 따라와...”

“헤헤... 빨리 공짜 점심 먹으러 가요!”

갈란이랑 별의 기사만 아니었다면, 절대 안 따라갔을 텐데. 솔직히 우리와 많이 연관되어 있는 양반들이라, 얘기를 한 번 들어 봐야 될 것 같다.

밥 한 끼 정도는 괜찮겠지.

...괜찮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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