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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파티의 척후 담당이었다-106화 (106/106)

〈 106화 〉 1부 외전. 피와 돈, 그리고 배신 ­ 3

* * *

“그동안, 도시의 해충들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두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해충들을 모조리 박멸할 때가 왔다! 안 그런가!!!”

“““예 그렇습니다!!!!!!”””

“하다 못해, 이제는 수비대장의 집무실까지 털어먹어!!! 이 씨발 건방진 깡패 새끼들!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그냥 싹 다 잡아 족쳐버려라!!!”

“““와아아아아!!!!!!”””

좆됐다. 개좆됐다.

한 손에는 횃불과 랜턴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창과 검을 든 수비대 병사들이, 눈을 이글거리며 도시 곳곳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만히 놔뒀다간, 수비대 병사들이 도시 곳곳에 그물망처럼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그물망에 나라는 물고기가 걸리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다.

걸리는 순간, 그 자리에서 몽둥이찜질 예약이다.

“씨발…! 씨발…! 씨발…!!!”

역시, 수비대장은 건드는 게 아니었다.

마른 짚단에 불길이 번져나가듯,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었다. 사방이 깜깜했어야 할 새벽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거리는 랜턴을 든 수비대 병사들로 인해 환하게 밝혀지기 시작했다.

이 상황을, 이 개 좆박은 상황을, 도대체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이딴 종이 쪼가리 때문에…!”

품속에 꼭꼭 숨겨져 있는 빌어먹을 문서를 찢어발기고 싶었으나, 간신히 참아 내었다.

침착하자. 침착. 일의 경중을 먼저 판단하자.

이 많은 수비대 병사들이 암흑가까지 닿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곳곳에 터를 잡고 있는 베키의 조직원들과 양아치들이 상대해 주긴 하겠지만, 우선 베키의 사무실로 달려가야 한다.

“훅…! 후욱…!”

가파른 숨을 몰아쉬며, 지붕 위를 훌쩍훌쩍 뛰어넘었다. 골목길 사이로 다녔다간 시간도 지체될뿐더러, 수비대 병사에게 불시에 검문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수비대 병사들보다 훨씬 짧은 거리로, 베키의 도박장 앞에 당도하는 것에 성공했다.

도박장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나는 곧장 문 앞으로 달려 나가,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쿵! 쿵! 쿵!

“베키!!! 베키이이!!! 우리 좆됐어! 문 열어! 빨리!!!”

저 멀리, 수비대 병사들과 뒷골목 건달들이 마찰을 빚는 험악한 고성이 희미하게 들려왔다. 벌써 뒷골목에 발을 들일 줄이야.

“로, 로빈! 야!!! 지금 잠이 오냐!!!”

그렇게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있으니, 곧이어 처음 보는 조직원 하나가 작은 창문을 들어 올리곤 나를 째려보았다.

“스읍…. 거, 누구십니까?”

“그, 그쪽 보스… 너희 보스 데려와! 베키 데려와! 빨리! 아니, 우선 이 문부터 열어!”

“…성공의 열쇠.”

“돈…. 응?”

잠깐. 신념의 열쇠 아니었나?

베키, 이 멍청한 년… 설마…?

“…죄송하지만, 못 열어 주겠습니다. 암구호가 틀리신데요.”

“야이, 썅!”

제발 아니길 빌었지만, 역시나. 베키는 내게 2교대 암구호를 알려 주지 않았다. 낮시간 암구호만 알려 준 것이다!

“신념의 열쇠! 돈! 이거 너희 암구호 맞잖아! 빨리 열어! 지금 이쪽이 싹 다 밀리게 생겼다고!”

“…어디서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저희 낮 시간대 암구호입니다. 낮에 다시 찾아오십시오.”

“자, 잠깐! 야!”

유일한 의사소통 구멍이 닫히기 직전, 손의 고통을 참아가며 손가락을 끼워 넣을 수 있었다.

“이, 이봐! 당신!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자꾸 이렇게 나오면 우리도 가만히 안 있어!”

“베키를 못 만난다면, 이거라도 전해 줘! 중요한 거야! 빨리!”

이렇게 된 이상, 문서만이라도 전달해 주자.

수비대 놈들은 저 문서를 잃었으니, 아마 베키의 사업장을 알아내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동안, 저 문서를 본 베키가 일찌감치 사업장을 지켜내길 비는 수밖에.

“빨리 전해줘! 빨리! 지금 당장!”

“자, 잠깐! 당신, 이름이 뭡니까!”

“오스틴! 오스틴이 전해 줬다고 말해!”

* * * * *

“보스. 손님이 오셨습니다만…. 안내할까요?”

“후우…. 손님? 누군데?”

난데없이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조직원이, 베키를 향해 종이 뭉치 하나를 내밀었다.

“오스틴이라는 남자입니다. 수상하게 낮 시간대 암구호를 말씀 하시길래, 출입을 불허했습니다.”

“흐흥…. 됐어. 물건은? 문서 몇 장을 가져왔을 텐데?”

“여기 있습니다.”

베키는 피식 웃으며, 조직원이 건네어 주는 종이 뭉치를 받아 들었다.

[ 하르만 미 개발 구역 불법 마약 단속 계획서. ]

‘…꽤 쓸만한데?’

예상외의 성과였다. 설마 하니, 수비대장이 이런 중요한 물건을 버젓이 집무실에 두고 다닐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안 그래도 야근으로 머리가 아팠는데 말이다. 그래도 가장 골치 아팠던 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도착했다는 사실이, 베키의 마음속의 짐을 덜어주었다.

조직원이 건네어 준 종이 뭉치를 한 장씩 넘겨보던 베키가, 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직원을 올려다보았다.

“…영입을 해야 하나? 걔는 지금 어디에 있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셔 올까요?”

턱을 괴고 잠시 고민하던 베키가, 이윽고 고개를 들어 올리며 조직원에게 말했다.

“…아니. 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내일 다시 만나자고 해.”

“예. 알겠습니다.”

“아! 잠깐!”

사무실을 나가려는 조직원을 불러 세운 베키는, 품을 뒤적여 작은 쪽지 크기의 종이 한 장을 꺼내어 조직원에게 건네어 주며 말을 이었다.

“이거, 오스틴에게 전해 줘. 비질 상단의 통행증인데, 아마 비질 상단의 마차에 얻어 탈 수 있을 거라는 말도 빼먹지 말고.”

“알겠습니다.”

“바로 떠나지 말고, 내일 아침에 한 번 보자고 전해. 그 통행증은 신뢰의 표시로 가지고만 있으라고 꼭 전해주고.”

수비대장과 결탁한 것이 반티크 비질, 그 늙은이다. 비질 상단의 마차를 꼼꼼히 수색하지는 않을 터.

아마 그 늙은이는, 자신이 상단에 프락치를 심어 놓았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르고 있을 것이다.

통행증을 받아 든 조직원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사무실을 나가고, 잠시 뒤.

쾅!

“보, 보스…! 큰일 났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절망적인 표정으로 베키를 바라보는 또 다른 조직원의 모습에, 베키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야, 약방에… 약방에 수비대가 들이닥쳤습니다!”

“…뭐?”

마약 제조장. 속칭, 약방.

베키의 사업장들이 내는 수익 구조 중 큰 비율을 차지하는, 베키에게 있어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그만큼 잘 숨겨져 있으며, 수많은 조직원들이 지키고 있는 만큼 어느 정도 방어력도 갖추고 있다.

그런 약방을 습격하려면 수비대 병사들이 엄청나게 많이 필요한지라, 수비대장이 대충 위치를 안다고 쳐도 되도록이면 건들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했다.

그런데, 그곳이 털렸다고?

…왜?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기도 전에, 또 다른 조직원이 사무실 안에 뛰어 들어왔다.

“헉… 헉…. 보, 보스! 큰일입니다! 수비대 놈들이 지금, 뒷골목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자, 잠깐.”

휘청이며 의자에서 일어난 베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보스! 수비대가 쳐들어왔습니다!!!”

“이 씹….”

이렇게 된 원인은, 단 하나로밖에 귀결되지 않는다.

지금 이 상황이, 하필 지금이라는 타이밍이,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베키는 생각했다.

“오스티이인!!! 그 새끼 당장 잡아와!!!!!!”

내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겼구나.

* * * * *

“그래서…. 나는 베키에게 받은 통행증으로 무사히 하르만에서 빠져나왔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얼핏 들은 이야기들 뿐이라, 나도 자세히는 몰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이야기를 하느라 건조해진 입 안을, 씁쓸한 술을 들이켜 적셨다.

“선배님… 진짜 쓰레기셨네요….”

“…오스틴. 사과는 했나?”

“오스틴… 진짜 저질….”

로빈과 루나, 심지어 마야까지 나를 벌레 보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얘들아. 당연히 사과는 했지. 내가 그렇게 쓰레기로 보여?”

“네.”

“조금 쓰레기 같긴 해. 오스틴.”

“…단 1초의 고민도 없이 말하네. 너희들.”

에이, 시팔. 베키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달라길래, 오랜만에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줬건만. 괜히 얘기해 줬다.

“그래서, 오스틴. 베키는? 베키는 어떻게 됐어?”

용사가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어왔다. 조금 허탈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래도 내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니. 다행이었다.

“방금 말했듯이, 그 이후의 이야기는 나도 잘 몰라.”

“모른다니… 전혀 몰라?”

“보자…. 내가 대충 전해 듣기로는, 조직의 사업장들 중 절반이 사라졌다고 하더라고. 뭐…. 수비대에 한 번 끌려갔다는데, 지금 저렇게 잘 살고 있잖아? 수비대장을 잘 구슬린 모양이지.”

“…화해해서 다행이네.”

용사가 사색이 된 표정으로 말했다. 진심으로 그리 말하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다행이지. 그래.”

만약, 내가 그 문서도 전해주지 못했더라면, 나는 베키를 만나자마자 죽었을지도 모른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그나마 내가 전해 준 문서 덕분에, 나머지 사업장들을 가까스로 온존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 옛날 일이지.”

그래. 옛날 일이지.

“으차차차…!”

나는 힘 빠지는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곤, 비척거리며 계단을 올랐다.

“끄윽…. 슬슬 파 하자. 오늘 너무 마셨네.”

그날 밤은, 꿈속에서 칼을 든 베키에게 밤새도록 쫓기는 꿈을 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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