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화 〉 조우(4)
* * *
천년 묵은 용의 노여움, 그리고 굶주린 소아귀(小??)를 달래기 위해서 떠나온 곳.
이백년이라는 세월 속에 파묻혀 잊혀져 버린,
그 폐허만이 남은 풍경 속에서ㅡ
…한 남자가 녹슨 식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리가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인가….'
나는 어쩐지 씁쓸한 마음을 느끼며, 검붉게 물든 식칼을 내려놓았다.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도 먼지가 파아앗하고 날렸다.
이곳은 무덤이다. 주방이라는 이름의….
나는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를 보며 중얼거렸다.
"돔황챠."
"??"
좀 전부터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꼬꼬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갈고리를 띄웠다.
저런... 내가 보낸 경고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나보다.
"히, 에, 에……?"
아니나 다를까. 작고 귀여운 코가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내 이럴 줄 알았지. 그러게 도망가라니까.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파닥거리는 데이지를 보며 피식 웃었다.
어쩐지 걸그룹 노래가 생각나는 몸짓이다.
'데이지가 부릅니다~!'
아(A)~
"츙…!!"
…재채기 뭐야…?
데이지가 코를 훌쩍거리며 연달아 재채기를 했다.
"흐이, 에큐으…! 에츄…!"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입가가 제멋대로 찢어저서 광대가 아플 지경이다.
손녀 재롱잔치를 보는 할부지의 심정이 이러할까 싶다.
"피, 히터, 에, 엣츄으…!"
어느덧 보라색 눈동자가 그렁그렁해졌다.
이 환경이 건강에 좋을 리가 없으니 이만하고 나가는 게 좋겠다.
아무래도 먼지폭탄 맞은 주방은 포기해야겠다.
나는 서둘러 맑은 콧물을 줄줄 흘리는 데이지를 챙겨서 주방을 빠져나왔다.
'계획을 틀어야겠네.'
차선책으로, 집주인에게 협조를 구해서 마당에다가 불을 피우고 아궁이를 만들었다.
오랜만에 야영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뭔가 그립고 반갑다.
쿵.
"히익."
데이지는 어린아이 하나 쯤은 거뜬히 들어갈만한 거대한 솥을 보더니 몸을 살짝 움츠렸다가,
살짝 신이 난 듯이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히터, 이제 모할거야? 꼬기?"
코맹맹이 소리와 똘망똘망한 눈망울….
요 순진해 빠진 꼬꼬마를 보고 있자니 뭔가 입이 근질근질해졌다.
문득, 북부의 댕댕이가 얘를 괜히 골려먹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 또한 그 장난기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건 운명이다.
"고기라면 고기지요. 근데. 뎃지, 그거 알죠? 헨젤과 그레텔에 나오는 마녀 이야기?"
"응. 아는데, 왜에?"
"크크크크…."
"??"
나의 음흉한 웃음소리에, 데이지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데이지… 요즘.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랐네…? 먹을 게 있겠어… 크크크."
"…?!"
내 말의 의미를 파악하려는 모양인지, 동공에 지진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윽고, 판단을 마친 듯이 데이지가 슬그머니 뒷걸음질치며 말했다.
"데, 데이지는 맛 없는데…."
"글쎄? 아닐 거 같은데."
경악에 찬 표정이 밥 한공기 뚝딱인 거 같은데?
"한 입만…!"
내가 성큼 다가가, 녀석을 확 끌어안자ㅡ
"까아아하학~!"
데이지가 삐약거리는 비명을 내지르며 쏜살같이 달아났다.
…다리는 짧은 주제에 발이 빨라서 그런지 쫓아가기가 쉽지 않았다.
돔황챠~!
그렇게 요리가 완성되는 동안.
데이지랑 술래잡기를 하고 놀았다.
내 딴에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놀아줬다고 생각하는데….
"그대여, 보는 내가 다 부끄럽구나. 철이 들어야할 나이가 한참 되었거늘, 언제까지…"
어쩐지 심술궂은 레베카한테 나이값 좀 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다.
**
한국에선 흔히 그런 말이있다.
[나중에 같이 밥 먹자.]
높은 확률로 예의상 하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친근감을 드러낸 표현으로 널리 쓰인다.
대충 무슨 의미냐면… 서로 친해지는 데는 같이 밥을 먹는 것만한 게 없다는 거다.
'댕댕이들아 밥먹자.'
그런 의미에서 나는 닭을 20마리나 삶았다.
삼계탕이라는 이름의 경계심을 푸는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비록 성과는 미미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거동이 가능한 수인족들은 내게 감사하기는커녕 노골적인 경계심을 드러냈다.
아직 시간이 필요한 문제라서 그들의 태도를 이해한다.
나는 삼삼오오 무리지어 다니는 수인들에게서 눈을 뗀다.
내가 관심을 기울일 사람은 그들이 아니었으니까.
'어디있지?'
애시당초 내가 두드리 스펜서라는 노예상을 찾았던 목적은 따로 있었다.
감옥 [연옥]이 숨겨진 장소와……
그리고, 그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 혹은 열쇠.
'찾았다.'
그는 한쪽 구석에 있었다.
마치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이는 열댓살 쯤 되었을까.
우울하고 공허해 보이는 인상의 소년이었다.
아무도 곁에 다가오지 않고, 그리고 그 또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로 소외되어 있었다.
그런 소년의 공허한 호박색 눈이 어딘가를 향해 있다.
나는 그 시선을 쫓아서 따라갔다가, 이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소년은 동족들 사이에서 웃고 울고 있는 또래의 소녀를 부러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어쩐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모습에 한숨이 나왔다.
그처럼 외로움을 타는 아이가 생각나서 그랬다.
나는 무리에서 도태된 어린늑대의 결말을 떠올린다.
검은 늑대는 상냥한 꿈을 꾸기를 원했다.
결국 그의 바람은 영원히 잠에 듦으로써 이루어진다.
'A14.'
저 소년이다.
그토록 찾았던 '열쇠'이자,
…'희생양'이다.
그러므로, 내겐 저 아이의 존재가 필요하다.
나는 빈그릇에 한가득 닭고기와 국물을 퍼담고 걸음을 옮겼다.
**
"에효."
경계심이 많은 까망이는 내가 다가오는 걸 눈치채자마자 도망쳤다.
어째 친해지는 게 쉽지 않을 것 같다.
생긴 건 댕댕이 같은 주제에… 하나같이 길고양이마냥 까탈스러운 종족이다.
'대뜸 도와달라고 할 수도 없고.'
나는 A14를 어떻게 꼬드겨야할 지 고민이 들었다.
앞으로 벌일 사건이 사건인지라 적당한 말로 설득할 수 없었다.
한참 고민 중일 때ㅡ
"…저기."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나는 퉁퉁 부은 파란눈을 못본 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왜?"
"저녁… 맛있었대. 언니들이랑 아줌마들이…. 그, 나도."
바람꽃은 우물쭈물거리며 말했다. 그 모습이 어쩐지 부끄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안 보이나 했더니만….'
아마도 오전에 있었던 그 일 때문이겠지.
그동안 숨어 다니느라 노력했을 그녀를 생각하니 웃음이 새어나왔다.
역시 어른스러워도 애는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알던 그 얄미운 댕댕이 맞나?'
어쨌든 얘가 하는 짓이 너무 기특하다.
이게 갱모에인지 뭔지 하는건가 싶다. 오늘부로 새침떼기 댕댕이 파로 전향해야겠다.
바람꽃에겐 여러모로 고마운 것이 많았다.
"잘 먹었다니 다행이다. 알려줘서 고마워."
"응! 글구~ 내가 도와줄거 있음 말해. 북부의 푸른 늑대는 은혜를 잊지 않거든!"
자칭 북부의 푸른 늑대께선 환하게 웃으면서 가슴을 쭉 폈다.
평소에 틱틱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는데….
얘가 착하게 구니까, 두려울 정도로 세상 깜찍했다.
'힘을 숨기고 있었나…!'
나는 재롱을 떠는 바람꽃을 지켜보다가ㅡ
문득, 이쪽을 향한 적나라한 시선을 느꼈다. 시선의 출처를 확인한다.
아까 달아났던 그림자 녀석이 기둥 뒤에 숨어서 이쪽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지?'
비록 악의는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였다.
나와 바람꽃을 쳐다보는 a14의 눈빛은 단순히 부러움으로 정의 내릴 게 아닌 것 같았다.
나는 저 소년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쟤 알아? 저기 있는 남자애."
바람꽃은 그쪽을 흘깃 보더니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면이었나. 어떻게 아는 사이일까?
"우리 마을에 풀뿌리를 팔러 가끔씩 왔어."
바람꽃은 그리 말하며 기둥 뒤에 있는 소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녀석이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뭔가 좀 별난 녀석이다.
나는 오히려 바람꽃의 스스럼 없는 반응에 의문이 생겼다.
저 부끄럼 많은 소년을 대하는 소녀의 태도에서 호의가 느껴졌다. 그게 의외였다.
"넌 괜찮아?"
"왜? 검은머리?"
바람꽃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아빠가 말했어. 애들한테 죄는 없다고. 그러니까 미신 따윌 믿고 미워하면 안된댔어."
"……."
순간 할말을 잃었다.
줄곧 어른스러운 애라고는 생각했다만… 어린애에게서 이런 깊은 말을 듣게 될 줄이야.
'바람꽃 아버님, 알고보니 훌륭한 분이셨군요.'
평소 가정교육이 의심스러웠던 학부모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나중에 만나뵙게 된다면, 따님을 바르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절을 하고 싶을 정도다.
'……아니, 절은 에반가?'
아무튼 대단히 감명 깊었다.
문득, 바람꽃이라면 데이지의 비밀을 밝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본연의 모습을 숨기고 다녀야 하는 데이지가 안쓰러웠다.
그나마 제 곁에 이해해주는 또래 친구가 있다면…….
"데이지는…."
"알거든~."
바람꽃은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입술에 검지를 붙이면서.
"땅콩이한테 들을래."
사실 얘는 늑대가 아니라 여우가 아닐까?
보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외톨이 소년을 챙겨달라고 부탁했다. 바람꽃은 꺼리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이틀이 지났다.
정장을 차려입고서.
이른 아침부터 정문 앞에 마차와 함께 그녀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부쩍 차가워진 아침 공기에 마시며, 이틀 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레베카, 그냥 나갈 때 같이 가면 안되나요? 왜 굳이 밖에서 기다리라는…….
에스코트 전에 레이디를 기다리는 게 남자의 기본소양이란다. 이 또한 매너라고 할 수 있지.
흐, 슬슬 겨울이라서 추울텐뎅.
…얼어죽어도 밖에서 기다리렴.
'쩝.'
그 때, 레베카가 단호한 태도로 귀족의 문화가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내게 잔소리를 했다.
같은 지붕에 사는데 이게 웬 쓸데없는 고생인지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런 자질구레한 과정들이 중요하다고 했으니 잠자코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는 그녀에게 예법과 교양을 배우고 있는 처지라서 그런 쪽으로 아는 게 없었으니까.
'뭐, 까라면 까야지.'
일견 허례허식 같아 보여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레베카가 허튼소리를 할 리 없다고 믿는다.
멍하니 서서, 시간을 보내자ㅡ
"많이 기다렸니?"
희미한 장미향과 맑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불어왔다.
"안……."
무심코 시선을 향한 그곳에.
언제나처럼의 선명한 붉은색이 있었다.
분명 아직 멀리 있음에도, 그녀는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때문에 나는 잠깐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린다.
그리고는, 망막에 그녀를 담아내는 것만이 내 삶의 전부라는 것처럼 바라본다.
가녀린 어깨 위를 감싼 숄, 흘러내리는 듯한 유려한 곡선, 마치 물고기의 지느러미처럼 퍼지는 끝자락….
석양처럼 붉으면서도. 눈부시게 새하얀 여인이 나풀거리며 다가온다.
평소와 같은 화려함과 당당함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수줍고 여려보이, 설원에 피어난 매화꽃처럼 보였다.
"…그대여. 괜찮니?"
"……아."
멍해진 머릿속에선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아니, 그건 경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위험했다….
나는 왼가슴을 짓누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깜짝이야. 죽을 뻔 했네…."
"??"
내 머저리 같은 혼잣말을 들은 레베카가 루비 같은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
뭔가 분위기가 어색하고, 눈앞의 레베카가 낯설었다.
나는 뭐라도 말해야한다는 압박감에 들어서 진땀을 흘려가며 말했다.
"자잘, 잘 어울려요, 네, 무척."
"크큭…."
레베카가 고개를 푹 숙이더니 숨죽여서 웃었다.
파르르 떨리는 어깨와 전해지는 감정이, 이건 진심 폭소라고 알려주었다.
'시바….'
어쩐지 굉장히 쪽팔려서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
마차는 '로즈베리'라는 이름의 드레스샵에 도착했다.
나는 레베카의 시종역할을 맡으며 그녀를 뒤따른다.
촌뜨기처럼 두리번 거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했다.
아침 일찍이라서 그런 지 가게에 손님은 우리 뿐이었다.
'이런 게 부티크인가.'
가게 안에는 화려하고 값비싸 보이는 드레스가 한가득이었다.
어쩐지 형형색색의 드레스로 이루어진 숲에 온 느낌이다.
"거추장스럽구나."
그러나, 레베카는 그런 드레스를 보고도 별다른 감흥 없이 심드렁해 보였다.
'하긴, 드레스같은 건 널렸겠지….'
더군다나 옷걸이가 남다르니 거적떼기만 주워입어도 그림일 것이다.
드레스나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기에, 종을 울려서 샵의 주인을 불렀다.
잠시후, 안경 쓴 여자가 안쪽에서 나왔다. 정갈하게 올림머리를 한 금발이었다.
그녀는 두꺼운 안경 너머로 나와 레베카를 훑어보더니, 이내 우리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아아, 어서오십… 세, 세상에나! 아, 아가씨 너무 아름다우신데. 혹여 실례가 안된다면, 어디 가문의 고귀한 영애이신지 여쭈어 볼 수 있겠사옵니까. 그리고 부디 제 옷을 입어주시는 영광을…."
말이 상당히 빠르고, 무척 부담스러운 적극성을 가진 여자였다.
보이기는 이 가게의 디자이너로 보였다.
그녀는 여신을 영접하는 것처럼 레베카에게 짙은 관심과 호감을 드러냈다.
슬쩍 쳐다보니 레베카는 오히려 불쾌하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주인님께서 원치 않으시답니다."
"아아니, 그러지 마시고 한번 치수라도 재보시는게…."
"됐다니까요."
"제발요. 3분이면 끝나는데에…."
나는 곧 약속이 있다며, 샵 안에 있는 살롱으로 안내해달라고 했다.
금발의 여자는 마치 세뇌라도 시킬 것처럼 옆에서 쫑알거렸다.
"그거 아시나요? 제가 이래봬도 실력으로는 제국에서 둘째가 서러울 정도로…."
이 인간… 엄청 질척거린다. 이걸 꺼지라거나 닥치라고 할 수도 없고….
"…성가시구나."
레베카도 약간 짜증나기 시작한 기색이었다.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귀가 나갈 것 같기도 하니 이 쓸모없는 촌극은 끝내야겠다.
"저기요. 혼자예요?"
"…네?"
두꺼운 안경 너머로 살짝 벙찐 황금색 눈동자가 보였다.
나는 그 안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호위가 없어 보여서요. 그나저나 안경 안 어울리시네요."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안경을 주섬주섬 접어넣고서 말했다.
"……밖에 있어요. 확실하게 제 사람이 아니라서요."
그러면 호위가 없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 사실에 내가 놀랄 차례였다.
그녀 씩이나 되는 지위의 사람이, 제 곁을 지키는 호위조차 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니 조금 짠하게 느껴졌다.
'몰릴 때로 몰린 건가.'
이번 만남은 그녀에게 지푸라기나 다름 없었던 모양이다.
내가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보자, 얼굴이 살짝 붉어진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당신들은 누구죠? 제게, 그런 걸… 보낸 목적이 뭐죠?"
상황을 관망하고 있는 레베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주변에 감시는 없는 듯했다.
나는 불안하게 흔들리는 황금색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제 이름은 피터 킴."
안심하라는 느낌으로 친절한 미소를 꾸며봤다.
"특기는 밥상 차리기입니다."
"네??"
로자리아 폰 임페리얼은 '이게 뭔 개소리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사를 쳤다.
"황녀님을 호객 담당으로 스카우트하러 왔습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