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화 〉 연옥(1)
* * *
은은하면서도 화려한 빛이 눈을 어지럽힌다.
빛의 여신을 숭상하는 종교답게,
대성당에는 빛의 예술이라 불리우는 스테인드 글라스가 휘황찬란했다.
'나름 장관이네.'
대성당의 내부는 예상대로 한적했다.
하기야 오늘이 축제의 밤인데다가, 황궁의 대폭발이라는 지상최대의 불구경을 보러나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니 그럴만도 하다.
'황궁 테러라니… 이건 못 참지.'
아마 나였어도 이런 꿀잼 이벤트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내가 그 테러의 관계자만 아니었다면.
'으슬으슬하구만.'
언젠가 업보가 되어서 돌아올까봐 조금 걱정됐다.
역시 나는 간이 작은가보다.
그러고보니까, 정작 전전긍긍할 테러범은 따로 있었다.
"…흐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옆에서 아장아장 걷고 있는 그녀를 흘깃 본다.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쪼끄만하다.그리고 머리카락이 까맸다.
허나, 이 얘는 우리 동네에 사는 데머시기라는 이름의 꼬꼬마는 아니다.
분명 오늘 처음보는 새로운 꼬맹이였다. 하지만떡잎부터 말도 안되게 예쁘장한 미모의 얼굴은 몹시 낯익었다.
이크….
아, 넘어질 뻔했다.
역시 짧은 다리로 걷는 게 어설퍼 보인다 했다.
'…왼손아 참아라.'
나는 아담한 고사리손을 잡아주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러야 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자꾸만 북받쳐 오른다.
주머니에 있는 사탕을 주고 싶다.
좋아하는 거 뭐든지 사주고 싶다.
"…그대여, 적당히 좀 쳐다보거라."
문득, 얼굴이 붉어진 그녀가 내 허벅지에다가 냥냥펀치를 날리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발을 삐끗하고, 그걸 들킨 게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 같다.
후우우….
'이건 어쩔 수 없구만.'
나는 점잖게 사탕을 꺼내들며 몰래 속삭였다.
"특별히 두 개예요. 딴 애들한텐 비밀."
"오, 고맙…. 아니… 근데, 이게 무슨 의미니?"
SD버전 같은 레베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눈을 깜빡거렸다.
세상에... 가히 두려울 정도로의 재능이다.
레베카는 '데이지 스킨'을 아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이게 정녕 즈믄(?)이란 말인가….'
세상 그 누가 이 꼬맹이가 제국을 물리적으로 들썩이게 만든 범인이라고 의심할 수 있을까?
하물며 얘가 제국을 뿌셔뿌셔 해버렸어도, 이런 앙증맞은 딸랑구라면 그냥 용서해줄 지도….
병신 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 주위를 살피던 시커먼 테오가 말했다.
"아저씨, 저는요?"
"넘마됐어. 저리가."
어딜 중딩 사내자식이 어울리지 않게 사탕이야?
테오, 넌 사탕보다 공기가 어울려.
.
.
대주교가 머무르는 방 앞에 도착했다.
부스럭.
나는 그 안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몸을 꼿꼿이 세웠다.
지금부터는 그 얼음장 같던 수도사가 된 것처럼 행동해야한다.
가면을 쓴 새하얀 수도사.
이단 심판관, 교단의 사냥개.
독자들에게 광신도라고 불린 집착남.
내가 최초로 마주한 서브남주.
'나는 쿼츠다.'
차가워진 머릿속으로 현재의 상황을 복기한다.
현재 제국의 교부를 담당하는 시몬 대주교는 자리를 비운 상태다.
그 또한 황녀의 성년식을 축사하러 갔다가 무너진 황궁에 갇혀있다.
그런 시몬 대주교를 대신해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이 방 안에 있다.
'안토니오 주교.'
그는 시몬 대주교의 업무를 대신하고자 크리스틴 벨 수녀와 함께 성광교국에서 파견을 온 자였다.
즉, 안토니오 주교는 외부인이다.
다만 제국이 교단에 직접 요청한 파견 사제이니만큼.
안토니오 주교 또한 제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허나.
'그래도 시몬만 아니면 속일 수 있지.'
쿼츠의 직속상사이자 양아버지인 시몬 대주교와는 달리,안토니오 주교에게는 쿼츠를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그는 내가 쿼츠의 행세를 하더라도 들킬 가능성이 적은 상대였다.
'운이 좋군.'
더군다나,임무를 수행하러 떠난 수도사는 아직까지도 제국의 교부를 포함한 어떤 지부로도 복귀하지 않았다.
이건 이미 도플의 정보로 확인했고, 오늘 크리스틴 벨에게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쿼츠는 행방불명이다.'
그 연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미친 이단심판관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호재로 작용한다.
그의 캐릭터성을 적절하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단심판관 쿼츠는 여러모로 두려울만한 존재다.
좀비에 버금가는 집착과 끈질김,
사도 중 말석이지만 전투력 하나는 원탑인 괴물,
자신만의 믿음으로 확립한 극성맞은 종교관….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이단심판관으로써의 자격과 자질까지.
중세 시대에서 이단심판관이라는 직종은 엄연히 혐오 직업이다.
이른바 중세판 3D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고통Distress, 불명예Disgrace, 죽음Death….'
물론, 이러한 애로사항은 이단심판관을 마주한 제 3자 겪게 된다는 점에서 현대판과는 차이가 있다.
그 결과, 이단심판관은 같은 신앙을 섬기다고 할지라도 기피될만한 존재다.
특히나 뒤가 구린 녀석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타락한 종교인에게 있어서 가장 무서운 건 마족이 아닌 이단심판관이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오줌 지리지나 않을까 모르겠네.'
생각을 마친 나는 닫혀있는 대주교의 방문을 억지로 열어제낀다.
덜컥.
잠겨있었다.
하지만 레베카가 보조해주는 강화마법 덕분에 잠겨있는 문은 쉽사리 열린다.
빠직.
기어이 문고리가 부서진다.
헐렁하게 열려버린 문 너머를 들여다보며,
'아이고.'
나는 민망함과 짜증이 섞인 탄식을 애써 참아야했다.
"까아악!"
"누, 누구냐!"
매끈한 나신의 두 남녀가 책상에서 뒹굴고 있었다.
특히, 가장 먼저 내 눈에 밟힌 것은 중년 남자의……
아, 시이발… 여하간 묘사하기에는 너무 엿같은 걸 봐버렸다.
'감히 전연령 소설에서… 이런 부ㄹ, 끄러운 짓을….'
비록 원작은 19금이었지만… 아무튼 기분이 몹시 불쾌했다.
하물며.
'감히 애가 보는 앞에서…!'
내 옆에는 있는 순진한 어린애들(?) 때문에 분노가 더 새록새록 솟아났다.
"엑! 에, 에엑?"
테오는 손바닥으로 눈을 가리면서 은글슬쩍 손가락을 벌렸다.
이건 이해할 수 있다. 남자는 그럴 수 있어. 마침 그럴 나이대니까.
그런데….
"저, 저저저게 무무무슨…!"
얼굴이 홍씨가 된 레베카가 몹시 의외였다.
뭔가 그녀는 마치 그 나잇대의 소녀처럼 반응했다.
천년이라는 짬이 무색할 정도로 당황한 듯 보였다.아니, 진짜로 당황하고 있었다.
'뭐지?'
경험이 많을(?) 거라는 예상에 완전히 빗나가는 반응이었다.
어린아이로 폴리모프했다고 해서, 정신연령까지 바뀔 리는 없는데도….
[당장 집어치워라.]
어쨌든 지켜줘야할 것 같아서 슬며시 눈을 가려주었다.
**
다행히도 우리들의 혼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중대한 목적이 있었기에, 이런 일로 언제까지고 당황할 수 없었다.
나는 의외로(?) 순진한 두 녀석들을 뒤에 감추고,
하반신만 가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
[안토니오.]
내가 듣기에도 서슬퍼런 미성이었다.
안 봤지만 안토니오의 불알이 쪼그라들었을 게 분명했다.
"…예, 예…."
[네 죄를 네가 알렸다. 각오는 되었나.]
나는 그를 내려다보며, 어디서 들어본 그럴싸한 대사를 쳤다.
이제 검까지 뽑아들면 금상첨화로 분위기를 휘어 잡을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어흐으, 흐으흑…."
[…??]
갑작스럽게도, 점잖게 생긴 나신의 중년 남자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건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기에 동정심보다는 역한 감정이 앞서 들었다.
'광신도가 무섭기는 한가보군.'
고작 말 한마디만으로 주교 양반이 제대로 쫄았다는 게 절절히 느껴졌다.
달래줄 마음도, 시간도 없었기에…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며 검을 집어넣었다.
[참회할 기회을 주마.]
"당, 당신이 말이오?!"
안토니오 주교는 눈물과 콧물 범벅인 채로 경악한 얼굴을 만들어냈다.
만약 진짜 쿼츠가 봤으면 너무 섭섭해서 바로 죽여버렸을, 그럴 표정이었다.
[두 번 말하지 않는다. 선택하라. 참회와 참사 중에서.]
"…참, 참회하겠네."
나는 수긍한 안토니오에게 대충 옷을 던져주며 말한다.
[긴급사태다. 황궁이 무너졌다. 마족의 습격일지도 모른다. 계시의 아이를 보호해야한다.]
"…예?"
내가 가리킨 검은머리카락의 소년과 소녀를 알아차린 안토니오는 황망한 눈을 굴렸다.
모르긴 몰라도 아직 정신이 없을 게 분명했다.
[두 번 말해야하는가? 언제까지 주교에게 시간을 낭비하게 만들 셈인가. 부정을 범한 것만으로도 모자란가?]
"아, 아니오."
안토니오는 낑낑거리며 수도복을 추스려 입었다.
.
.
어쩌다보니 주교와 뒹굴던 여자도 동행하게 되었다.
웃기지도 않게, 그녀는 대성당에서 수행하고 있는 하급 수녀였다.
"그, 먼저 황궁에 연락이라도 취하는 것이…."
조금 안정을 되찾은 안토니오가 우물쭈물하며 물었다.
[주교. 나는 긴급사태라고 알렸다. 정 의심스럽거든 창 밖을 보아라.]
내가 단호한 태도로 가리킨 창문을 향해 주교와 수녀가 일제히 고개를 돌린다.
이윽고, 두 남녀는 침음성을 흘렸다.
"…어어."
"여신이여…."
아마 그들의 눈에는 화마에 휩쓸린 도시와, 지옥에서 튀어나온 듯한 괴이들이 인간들을 학살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을 것이다.
'굿잡.'
나는 남몰래 레베카에게 따봉을 날려주었다.
[이제 됐겠지. 어서 길을 안내하라. 시간이 촉박하다.]
그제서야 꾸물거리던 안토니오 주교의 걸음이 빨라졌다.
**
구구구구..
태초의 궁. 천년을 쌓아올린 역사적인 건축물.
하지만 그 천년이라는 세월은 무색하게도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다.
위에서 아래로.
세상에정해진 순리대로.
그러고 난 뒤에는,
압도적인 역사에 의해서, 모든 존재가 매몰되어야 했다.
거대한 석벽에 파묻히고 짓이겨, 생은 싸늘한 주검으로 마감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람이, 사람이, 갇혔어요! 살려주세요!
멈춰! 함부로 건드리지마! 전부 다 죽일 셈이야!? 당장 마법사부터 불러!
…나부터 구해, 이 개새끼들아! 난 헬크스트 공작의 차남이란 말이다!
구조가 있을 때까지 움직이지 마시오. 긴급사태입니다…! 시발, 통제를 따르라고!
천년의 역사가 내려앉은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저마다의 통곡과 고함소리로만 가득 찬 폐허만 남았다.
어쩌면 세상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허나.
그들을 아직도 소리내어 울 수 있고, 허우적거리며 구원을 바랄 수 있었다.
몸은 고통이요, 영혼은 절규할지라도ㅡ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한, 그건 종막을 의미하지 않는다.
인간들은 살아남았다.
불가해한 대격변 속에서, 단 하나의 사망자도 없었다.
그야말로,
"…여신의, 기적…?"
성녀라고 불리우는 자,
크리스틴 벨이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
누구보다도 여신과 가깝다는 여인의 목소리는,
역사적인 현장에서 동일한 기적을 목도한 이들의 가슴 속에 전염병처럼 번져나갔다.
정녕 여신께서 분노하신건가…!
흐흑, 그녀는 우리를 심판하시려는게야….
…그건 아니라오. 여신께선 자비를 베푸셨소. 보시오, 다들 살아남았지 않소? 이건 기적이오.
무언가 전하려고 하셨습니다. …경고, 그러니까 신탁이라고.
고귀함에서 먼지와 땀으로 추레해진 자들은 저마다의 뜻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스스로를 탓하거나 변호하면서…. 공통적으로, 자신들의 안식을 찾고자 현상을 이해하려고 한다.
그 때였다.
"허튼 소리! 그건 마법이오! 마법이었다고…!"
과도한 마력소모로 정신이 흐릿해진 마법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는 평생을 마법에 바친 노인이었다.
제국에서 한 손가락 안에는 드는 위대한 대마법사.
"그것도 나조차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초고등적인, 마치 전설 속의…."
대마법사는 전율하고 있었다.
그가 설명할 수 없는 강대한 존재에 대해 품을 수 있는 감정은 경외가 아닌 공포 뿐이었으므로.
허나,
"거, 아무리 마법이 대단하다지만 올려치기가 너무 심하구려."
"그 말이 맞소. 내가 아는 마법사들은 하늘을 나는 것조차 버거워 하더이다."
그 누구도 마법사의 공포에 공감해주지 않는다.
"하여간 마법사들이란."
"그네들이 대단하면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런 상황에서도 유세를 부리는지."
"잠깐, 지금 여신 님의 계시를 부정하려는 거 아니오?"
"그럴 수도 있겠구려."
오히려 자신의 믿음을 부정하려는 자에 대한 반감만 가졌다.
한편, 그런 그들 가운데서ㅡ
'마법이라…? 그럴 지도.'
크리스틴 벨은 미치기 직전의 마법사의 말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겉멋으로 여신의 눈과 귀라는 성녀라고 불리는게 아니었다.
세상에 크리스틴 벨만큼 여신의 은총을 또렷이 느낄 수 있는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여신의 추종자는 알고 있다.
제국의 황녀가 벌인 현상은… 신성력과는 그 궤가 다른 것이었다.
즉, 세상은 속고 있다.
그러나.
'어쩌라고?'
성녀는 진실을 입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여신이여, 부디 가련한 양을 구원하소서!"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나이다…."
여신에 대한 두려움과 믿음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설령 모든 것이 기만일지라도… 거기에 이득만 있다면 취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이것은 선이다.
그 때였다.
[전부 정숙하라. 이는 황명이다.]
지치고 병들었으나, 여전히 위엄이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흥. 일찍도 납시는군.'
크리스틴 벨은 코웃음을 치며 그 쪽을 바라봤다.
아직도 자신들이 최고인 줄 착각하고 있는 늙은 제국이 있었다.
[지금부터 소란을 야기하는 자는 제국의 법도로 다스릴 것이다.]
황제는 여전히 고개를 뻣뻣하게 든 채로 엄숙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건 지나치게 오만했다.
"……웃기지마!"
그건 분노와 의문이라는 불씨에 바람을 부는 행위였다.
"대체 신탁이 대체 무엇이오?!"
"뭘 숨기고 있소!"
"여신께서 보고 계신다! 참회하라!"
지금 이 자리에 위대한 제국의 명령에 따를 자는 없었다.
**
멀기만 했던 지옥의 문은 이제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간 연옥을 드나드는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법 많이 치웠다.
우선 걸림돌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황제와 황태자.
이제 그들은 상황을 수습하느라 피똥을 싸는 중일 것이다.
이 때다, 하고 달려 들었을 개빡친 타국의 귀빈들을 달래는 일은 쉽지만은 않으리라.
또 수습하더라도... 2차적으로 제국의 전역에 떨어진 폭탄과도 같은 폭로(??)를 막아야해서 정신이 없을 것이고.
'니들 업보니까 고생은 좀 해야할 거다.'
그 다음은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는 지하감옥을 지키던 간수들이다.
소드마스터 혹은 그에 준하는 실력자, 그리고 궁정 마법사들.
다행스럽게도, 그들 대부분이 황녀의 트롤짓에 의해서 지상으로 차출되었다.
아마 그 자들도 그네들의 주인님과 함께 황궁에서 머리털이 빠질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리라.
그 결과, 연옥을 지키고 있는 경비는 평소보다는 현저히 적다.
이제 지하감옥에 도사리고 있는 남은 건, 지독하게 많은 함정과 마법진 뿐이다.
'어휴.'
그나마 다행히도 성가신 마법진을 해체할 존재는 여기 있다.
마법을 먹는 특별한 존재들.
'용사.'
용사의 혈족은 특별한 힘이 있다.
비록 그들의 후예는 각자의 재능이 다르나, 공통적으로 한 가지만은 타고났다.
항마력(??力).
용사란 마법으로 도배된 곳을 하이패스로 지나갈 수 있는 존재였다.
용사가 괜히 마족들의 천적이었던 게 아니다.
그들은 마법과 마력에 있어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한다.
'테오가 없었으면… 데이지를 데려왔어야 했을거야.'
이제 남은 건 지옥을 안내해줄 길잡이.
그것만은 찾으면 된다.
"이, 이곳이라오."
지옥으로 통하는 문.
허나, 그 이름값에 비해서 음산하지도 거창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검고 붉은 쇠로 이루어진 발판처럼 보였다.
그건 지옥의 문이라기에는 너무나도 초라한 모습이었으나….
'...여기다!'
나는 강렬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 쪽이라며 이끌어 주는 듯한 감각이었다.
'조금만 기다려.'
[개방하라.]
드디어 지옥의 문이 열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