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를 유괴하다!-56화 (56/117)

〈 56화 〉 연옥(4)

* * *

전광석화.

반드시 선제공격한다.

'효과는 굉장했다!'

비록 레베카는 불+드래곤 타입이었으나, 터무니없는 피지컬로 인해 모든 것에 우위를 섰다.

[테오, 저거 싹다 벗겨버려.]

나는 복도에 뻗어있는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

놈은 레베카에게 배빵을 얻어맞고 눈이 뒤집었지만, 아직 방심할 수는 없다.

녀석은 제국의 검이라고 불리는 히텐슈타인 공작 가문의 후계자다.

비록 그 출신에 비해서 검술에는 재능이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제국 굴지의 연금술사였다.

'연금술사는 음흉한 자식들이니까.'

평소에 인체실험부터 생화학무기까지 연구하는 정신이 이상한 놈들이다.

옷 안에다가 뭘 숨겨놨을 지 모르니, 양말은 물론이고 속옷까지 탈탈 털어버려야한다.

"으, 더러운데…."

테오가 굉장히 싫은 표정을 지으며 연금술사를 해체하는 동안.

나와 레베카는 갑자기 시어도어 녀석이 튀어나왔던 곳을 살폈다.

그곳은 평범한 석벽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가지고 있던 사탕을 그 쪽으로 던져봤다.

­툭.

분명 허공이었으나,

마치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처럼 사탕이 튕겨져 나갔다.

[벽 뒤에 공간이 있는데요?]

나는 떨어진 사탕은 테오에게 주기로 하며 레베카에게 말했다.

"허락된 자에게만 보이도록 처리를 해둔 모양이구나."

레베카는 허공을 노크하듯이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빤히 허공을 노려보던 그녀가 살짝 떨리는 목소리 내게 물었다.

"…이 곳일까?"

그녀에게서 기대와 갈망, 그리고 짙은 두려움을 느껴졌다.

다만. 망가진 거미줄처럼 뒤엉켜있는 감정을 전부 집어서 설명할 수 없었다.

한편, 나는 사무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너머에는 그녀가 찾는 것이 없을 거라고 직감했기 때문에.

[여긴 아닐 거 같아요.]

그래서 부정하면서 괜히 레베카에게 미안해졌다.

그녀는 의연하게 표정을 고치고 내 옷자락을 살짝 쥐었다.

"그래."

나는 슬며시 고개를 들고 정면을 바라봤다.

시어도어가 튀어나왔던 저 곳으로 들어가야하나 말아야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다.

귓가에 들려오던 의문의 목소리도 이 공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는 듯이 조용했다.

'마법사의 공방에 맨몸으로 들어가는 건 자살행위라던데.'

하지만, 만약의 경우라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정체 모를 목소리에만 의존하는 것은 너무 맹목적이다.

'그래서 시어도어를 잡은 게 대박이지.'

잠깐 고민하는 와중에,

"…형, 이 정도면 되지 않아요?"

테오의 우울한 목소리가 들렸다.

마침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팬티만 입고 있는 멀끔하게 생긴 변태가 보였다.

'세상은 불합리하군….'

헐벗었음에도 미남은 미남이었다.

심기가 불편해진 나는 시어도어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팬티는?]

"그, 그건 좀…."

테오가 진저리치면서 기겁했다.

하긴… 나도 그건 건드리기 싫다.

**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

유명한 검술 명가의 자제이면서, 정작 검술에는 젬병이었던 남자.

그런 그는 현재 제국에서 제일 가는 연금술사다.

그 특출난 재능 탓에 원작의 용사가 광신도 다음으로 만나게 되는 남주급 조연이었다.

여주인공을 비롯한 용사의 후예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역할. 사실 초반부에는 남주라기보다는 악역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인성도 빻은 자식이고.'

시어도어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비인륜적인 연구도 서슴없이 해온 녀석이다. F4 중에서 죄질만 따지면 1, 2등 안에 든다.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일고할 가치도 없이 검은색이었다.

그런데,

그가 그런 행동을 하는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긴 했다.

면죄부가 될 정도는 아니어도, 어느정도 참착할 여지가 있었다.

가문에서 낙오자라고 멸시받던 유년기, 재능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훗날 깨닫게 되는 출생의 비밀까지.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여러모로 삐뚤어질 수 밖에 없는 인물이었다.

'그걸로 세탁기를 엄청 돌렸지.'

그 덕분인지, 간혹 덧글에 '사연있는 피폐남'이라면서 지지하던 팬층이 제법 있었다.

'웃기지도 않지.'

반면에, 나는 시어도어를 조금도 동정하지 하지 않는다.

어떠한 과거의 아픔을 가졌든 간에. 그가 벌인 짓은 용서받을 만한 게 아니었으므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를, 남주들 중에서 제일 싫어한다.

**

­촤아악!

나는 찬물을 부어서 기절한 피폐남을 깨웠다.

눈을 부릅 뜬 백발의 남자는 몸을 반쯤 일으킨 채로 멀뚱히 상황을 살폈다.

이윽고.

"…흠. 당신들은 침입자입니까?"

팬티만 입은 시어도어가 물을 뚝뚝 흘리며 말했다.

상당히 침착한 태도에 살짝 놀랐으나, 그 모습이 어쩐지 우스광스럽게 느껴졌다.

일단 나는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데,

"제게 무엇을 원하십니까. 협조하겠습니다."

그가 무덤덤해 보이는 파란색 눈으로 나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뭐지, 이 새끼?'

오히려 내가 다 당황스러웠다.

조금은 따지거나 당황할 줄 알았는데….

기괴하게도. 시어도어는 당황한 기미를 없이, 지가 알아서 쓸개까지 내어줄 태도를 보였다.

과연... 잘 돌아가는 머리로 먹고 사는 놈이라서 그런가?

어설픈 감정에 휘둘리거나 호소하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때때로 그런 것도 필요한데 말이지.

'그래도 이해가 빠른 거 하나는 마음에 드네.'

그가 순순히 협조해준다면 이쪽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어쨌거나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제국과 황태자에 대한 충성심이 티끌도 없으니까. 오히려 떡밥이 있으면 반기를 들 녀석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신뢰할만한 녀석도 아니다.

놈은 어디까지나 음흉한 연금술사니까.

그래도 나는 협조적인 시어도어의 태도가 갸륵해서 신사답게 행동하기로 했다.

[씹새끼야. 애 어딨어.]

**

수작을 부리면 바로 죽이겠다는 전제 하에,

우리는 시어도어를 데리고 그의 공방으로 들어섰다.

'평범한데?'

연금술사의 공방이라길래, 눈알 표본이나 인체연성진 같은 게 즐비할 것 같았는데….

의외로 공방의 내부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악취미적인 것은 없었다. 오히려 깔끔해서 현대의 연구시설을 보는 듯했다.

'조금 어두운 게 흠이지만.'

레베카가 공방을 살피는 동안에, 나와 테오는 시어도어를 감시했다.

이미 마력까지 제압한 반나체의 연금술사지만, 혹시라도 비장의 수가 있을 지 모르니까.

그러던 중.

"그들 중에서 당신의 친인척이 있습니까?"

기다리는 동안 심심한 모양인지, 갑자기 시어도어가 입을 열었다.

그다지 말을 섞고 싶은 녀석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억울하게 잡힌 녀석에게 최소한의 상호작용은 해줄 수 있다.

[아니.]

엄연히 따지면 레베카의 딸은 내게 남이었다.

연옥에 억류된 12명의 아이들은 더욱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았습니까?"

[아니.]

굳이 따지자면, 내가 오히려 레베카를 사주했다.

"타국에서 오셨습니까?"

[아니.]

뭐, 대한민국에서 오긴 했다만.

그런 걸 묻는 건 아니겠지.

그렇게 놈은 부질없는 것을 묻고, 나는 성의없이 대답해주기를 반복했다.

"제국에 원한이 있습니까?"

[아니.]

"혹시 위험을 즐기십니까?"

[…전혀.]

"그들 중에서 연인이 있습니까?"

[미쳤냐?]

이 새끼가 아까부터 뭐하자는 거야?

내가 가면 속에서 눈을 부라리자,

내 가면을 빤히 들여다보던 놈이 묘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전부 진실이군요."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 새끼한테 내가 모르는 재주라도 있는 걸까? 왠지 말을 아껴야할 것 같았다.

그런데.

"그럼 어째서 이런 곳으로 온 겁니까? 당신에겐 그럴 혈연도, 사명감도, 감정도, 정도 없지 않습니까."

시어도어가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대사에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나는 어디서 이것과 비슷한 말을 본 적이 있다.

­당신은 어째서 자살하지 않는 겁니까? 당신에게 남은 것은 없지 않습니까?

놈은 하루하루를 재앙 속에 살아가는 소녀에게 그딴 대사를 쳤다.

작중에서도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탐구하려고 했다.

한편, 나 또한 그의 의문을 무심코 생각하게 된다.

그러게.

나는 왜 사서 고생하고 있는 걸까?

그건 상자를 열었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연 상자 속에서 그 아이를 보았을 때로.

그 때.

얼마든지 상자를 닫을 수 있었다.

함께 도망치지 않아도 되었다.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둘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지 않았다.

'왜 그랬더라.'

솔직히 말하자면….

그리 거창한 이유가 아니었다.

포장할 것도 없는, 별 거 아닌 충동과 동정심이었다.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데이지도, 레베카도, 바람꽃도, 그 여타의 인연조차도.

그럴싸한 이유나 사명감은 없었다.

[화마에 갇힌 사람을 구하러 불길로 향하는 사람에겐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 같냐.]

정녕 소방관은 돈 때문에, 또는 직분 때문에 그랬다면.

그들은 그전에 다른 직업을 고를 수도 있었다.

[범람한 강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러 들어간 사람은 그 위험을 모르고 그러던가.]

[달려드는 마차에 치일 뻔한 아이를 구하러 뛰어드는 사람은 어떻고.]

누군가는 그런 사람들이 어리석다고 말하곤 한다.

그리고, 본인들은 절대로 그러지 않으리라 떠든다.

'이러한 상황에는 반드시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

'그게 합리적인 행동이니까. 그게 아니면 개연성에 어긋나니까.'

허나,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실은 극장이 아니다.

누군가의 삶과 행동이 원칙이나 클리셰로 따로 정해질 수 없다.

사람은 비합리적인 생물체다.

그래서 때때로 이성보다 몸이 먼저 움직이는 거다.

그러니까, 초등학생을 구하다가 이세계 트럭에 치이는 주인공들은, 의외로 현실에 근간을 두고 있는 학계의 점심.

[그럴싸한 이유 같은 건 없어. 네가 이기적인 쓰레기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기분 더러우니까.]

"……."

어휴. 난 왜 이딴 새끼한테 충고나 하고 있냐….

주제 넘게 말이 너무 많았다. 나도 어느새 꼰대가 되어버릴걸까.

들쑥날쑥해진 감정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도 아니었는데.

[…….]

어쩌면.

나는 시어도어의 말에 흔들렸던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이런 위험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을까봐,

그걸 받아들일까봐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격하게 반응한 걸지도 모른다.

"그대여."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베카가 나를 불렀다.

그녀는 의태한 작은 몸으로 등에 누군가를 업고 있었다.

데이지와 테오처럼 새까만 머리를 지닌 어린 아이였다.

허나, 그 아이는 데이지보다도 훨씬 작았다.

**

어느덧 4계층을 지나 탐욕을 의미하는 5계층이었다.

참회와 정화의 의미가 번질된 연옥은.

수상할 정도로 길을 잘 아는 나와 반나체의 길잡이에 의해서 독파당했다.

뭐, 사실 시어도어를 잡은 직후로는 길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그를 앞장 세워서 목적지까지 가면 됐으니까.

그래도 감옥은 감옥인지라 그 과정에서 못볼 것도 많이 봤다.

"어, 어째서 같은 인간인데…."

특히나 그것들을 본 테오의 안색이 영 좋지 않았다.

그도 이곳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으니 더욱 생생한 충격으로 다가온 듯했다.

'원래 테오 너도….'

그러면서 내심 데이지를 데려오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그런 복잡한 마음 때문에 입맛이 썼다.

특히나, 내 등에 업은 가냘픈 무게감 때문에 더 그랬다.

앞서 가는 시어도어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걸었다.

그러던 중, 그가 의사소통의 자국이 남아있는 턱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저기입니다."

그 끝에 회색빛이 도는 철제문이 있었다.

시어도어의 안내는 함정이나 거짓이 아니었다.

나 또한 그 곳에 대한 강렬한 기시감을 느끼고 있었으므로.

저 안에 레베카와 내가 그토록 찾아헤맨 존재가 있다.

줄곧 기다려 왔을 그 아이가 저기 있다.

'드디어 만난다.'

나는 형언할 수 없는 희열을 담긴 눈으로 레베카를 보았다.

허나, 그녀는 그 너머를 노려보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어쩐지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로 역겨운 곳이다. 자연의 섭리를 빗겨내다니. 연금술사, 나를 기만하려거든 여기서 죽이겠다."

레베카가 시어도어를 향해 심상치 않은 살기를 드러냈다.

저기에 내가 모를 함정이라도 있는 건가.

한편, 시어도어가 작게 한숨을 내뱉으며 여유로운 얼굴로 말한다.

"실은 저 곳에는 마나를 흐트러뜨리는 마물을 사육하고 있습니다. 단, 위협이 되지 않도록 잘 가공해놨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걸 믿으라는 게냐?"

"믿고 말고 그게 사실입니다."

시어도어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 새끼가 모라는 거지?

웬일로 순순히 협조하는 줄 알았더니 뒤에서 은글슬쩍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음흉한 시어도어의 말이 모두 사실일 것 같지는 않았다.

구린내가 진동하는 것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여기까지와서 귀찮은 수작질에 놀아나고 싶지 않았다.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

"주먹이라면 사양하고 싶습니다."

[그동안 제국이 은닉한 신탁이 드러났다. 전 대륙에서 모인 인사들이 그걸 들었다. 이제 곧 이 실험장의 존재도 만천하에 드러날 거다.]

"…그게 무슨 헛소리입니까."

지금껏 태연하던 놈이 드물게 미간을 찌푸렸다.

[뭐긴 곧 네 놈의 연구도 여기서 쫑이란 거다. 내가 바깥에서 한 일이 제법 있거든.]

"지금 그걸 믿으라는 겁니까?

[나도 너처럼 사실만을 말했다. 그리고, 그건 네가 잘 알지 않나?]

"……."

시어도어는 나를 노려보며 침묵했다.

나는 그게 동의라고 느꼈다. 놈에겐 내가 알지 못했던 기이한 재주가 있었다.

[시어도어. 그냥 적당하게 생각해보지. 제국은 신탁을 숨기고 제 잇속을 챙기려고 했다. 그리고, 전 대륙은 그 사실을 알아버렸다. 이건 불쾌하다 정도로 끝날 문제는 아닐거다.]

세상에 마왕이 부활했다. 대륙 전체에서 마족들이 점점 준동하고 있었다.

게다가, 분노한 여신의 대리자까지 손수 나타나 경고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약발이 죽여줄 거다.

[제 아무리 제국이라도 전대륙의 비난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은 생각하겠지. 책임을 회피할 방법을. 쉽게 가자면, 꼬리를 자를 거다. 적당히 던져줄만한 희생양을 고르겠지. 이를테면… 이 지하감옥에서 무도하게 계시의 아이를 납치해 실험해온 연금술사를.]

역사적으로 높으신 분들은 줄곧 그래왔다.

위에서 잘못되면, 그 아래가 피를 보게 되어있다. 그 누구도 제 대가리를 쉽게 내주지 않는 법이니.

[그렇게 재수없는 연금술사는 그동안 이룩한 과거와 계획한 미래를 송두리째 잃고, 광장의 저잣거리에서 화형이나 당하면 적당하겠지.]

공작가의 자제에, 현자라고 추앙받던 인재다.

그럭저럭 잘 타는 장작거리겠지. 분명 26년 전의 황제부부 다음으로 핫토픽이 되리라.

[그래도. 쓸모를 증명한다면, 누군가가 목숨정도는 붙여주지 않겠어?]

"……."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들여다봤다.

역시 호응이 없으니 좀 뻘쭘하다.

[아님 말고.]

나는 그를 따라서 어깨를 으쓱했다.

"……."

자, 이제 어디 한번 말해봐라.

정말로 네가 진실을 볼 수 있는 지를.

나는 그를 기다린다.

이윽고.

"……저 곳을 지키고 있는 빅토르 경은 특이체질입니다."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입을 열었다.

"그는 마나를 다루지 못하지만, 그 대신에 근력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습니다. 그 힘은 오우거와도 비견될 정도입니다. 그 덕분에 그는 마나 없이도 황실 근위대의 일원을 차지하던 검사였습니다."

뭐야, 그 괴물은?

오우거랑 맞먹는 인간이라니.

[…그거 인간 맞나?]

"그는 순수한 인족입니다. 이미 검사까지 해봤습니다."

그게 순수 인간이면 안될 것 같은데….

"검사라."

그 때, 레베카가 입술을 살짝 핥으며 중얼거렸다.

곧 그녀는 여느 때처럼 여인의 모습으로 몸을 바꾼다.

이윽고, 아공간에서 황금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진 검을 한 자루 꺼내들었다.

검의 폼멜 부분에 이전에 보았던 황금패의 문양이 얼핏 보였다.

"다시는 뽑지 않기로 했거늘."

레베카는 기도하듯이 눈을 감으며 말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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