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5화 〉 세남자(5)
* * *
까마득한 지하의 미궁.
그곳은 커다란 개미굴처럼 깊숙하고 어두컴컴했다.
그런 어둠 속에서 머물만한 별종은 오로지 침묵 뿐이었다.그러나,
철컥.
고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너무나 적막했기에 작은 소리조차 선명하게 울려퍼졌다.
쿵…. 쿵….
결코 가볍지 않은 발자국 소리.
그 일정한 울림은, 얼핏 듣기에는 한 사람에 의한 것처럼 들렸다.
철크럭.
철컥.
허나, 아무리 잘 훈련되어 있다고 한들.
쇠붙이가 스치는 소리까지 숨길 수 없었다.
'하나? 아니… 세 명이야.'
귀가 밝은 소년.
망을 보고 있던 4호는 달갑지 않은 발자취를 인지하고 신경을 곧우세운다.
불청객은 고작 세 명 밖에 되지 않는 단촐한 숫자였다.
열 두명에 비하면 머릿수가 한참이나 부족하다. 그러나,
'…도망쳐야해!'
4호는 결코 저들과 마주해선 아니된다고 판단했다.
저들의 발자취는 그에게 익숙한 것이었다.
또한, 심장을 조이는 듯한 철붙이의 공명을 모를 수 없었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뇌리에 새겨졌으니까.
'기사들이야…!'
4호는 두려움에 입술을 잘글잘근 깨물었다.
저 기사라는 터무니 없는 존재였다.
그동안 그를 비롯한 친구들이 말도 안되게 강해졌다곤 하나… 저 괴물들을 이길 거란 생각은 지나치게 오만했다.
4호는 지체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한시라도 빨리 흉보를 알려야한다. 한 달음에 그들이 있는 방에 도착한 4호는 소리를 질렀다.
"얘들아 짐 챙겨! 어서 튀어야……?"
그런데ㅡ
"와, 4호 오빠 얼굴 좀 봐. 진짜로 뭐가 왔나 봐."
"그러게. 짐 챙겨두기 잘했다."
이미 11명의 또래들이 각자 짐을 짊어지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떠날 채비를 마친 모양새였다.
"어…?"
생각지도 못한 동료들의 모습에 4호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소년의 왜소한 어깨를 누군가가 살짝 주물렀다.
"고생했어~ 우리도 무슨 상황인지 알아. 너도 이거 받아."
검은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모아 묶고 있는 2호였다.
아, 응. 4호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건네주는 짐을 짊어지고 되묻는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음~ 실비가 무서운 사람들이 오고 있대서."
"실비?"
4호는 무리들 중에서 가장 왜소한 체구의 소녀를 쳐다봤다.
어린아이들 중에서 가장 어린아이.
그새 혈색을 제법 되찾은 12호… 실비는 반쯤 감긴 눈으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4호는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아서 중얼거렸다.
"쟤가 어떻게?"
"그건…."
2호가 입술을 떼려고 하자,
"야, 꼬마 오빠. 자세한 건 나중에 해. 지금 언니랑 노닥거리고 있을 때야!?"
눈을 고양이처럼 치켜올린 11호가 소리를 질렀다.
다소 거칠었으나 이번에는 그녀의 말이 맞았다.
4호는 표정을 진지하게 고치고, 자신이 본 것을 똑바로 전한다.
"세 명이야. 무장한 기사들을 봤어. 아마 여기 있으면 금방 들킬거야."
"……."
기사라는 말에 아이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는다.
기사에게 유독 호되게 당했던 애들은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겁을 집어먹은 그들을 보며 4호가 손톱을 뜯으며 말한다.
"일단, 더 깊숙한 곳으로 내려가는 게…."
"안돼. 이 밑으로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잖아. 차라리 숨어보는 게 나을 거 같아."
2호가 소년의 손을 잡고서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숨는다니?"
4호는 휑한 공터와도 같은 방을 보며 인상을 썼다.
이곳에는 무너진 잔해와… 검은 갑옷을 뒤집어쓴 거인의 시체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여기도, 저 사람도 뭐가 뭔지 모르겠네.'
"으음."
어쨌든 4호의 날 선 반응에, 2호가 난감한다는 듯이 볼을 긁적였다.
그러자, 11호가 표독스러운 표정으로 소년을 나무랐다.
"꼬마 오빠, 언니한테 짜증내지마!"
"내가 언제 짜증을 냈어?"
"지금도 짜증 내고 있네. 그리고 괜찮거든? 우리 실비가 알고 있으니까! 그치?"
11호는 몽롱한 듯 보이는 다른 실비의 어깨를 붙잡고 짤짤 흔들어댔다.
"우으, 토하 거 가아요… 마, 마자여."
"봐. 그렇대잖아."
그녀는 제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얘가 천성은 착한데, 작은 것만 보면 괴롭힌단 말이야….
4호는 고생이 많은 막내를 보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어딘대?"
"이쪽."
아이들을 앞장을 선 막내의 뒤를 따라간다.
어제 그녀에 의해서 철창 밖으로 나왔을 때처럼.
4호는 그 때의 기이한 경험을 상기했다.
"…이번에도 그 꿈인 건가."
"응. 그런 거 같아."
2호가 살포시 웃으며 긍정했다.
꿈에서 하얀 애가 알려 줬다는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 걸까? 4호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여기에여."
앳된 목소리가 소년의 상념에서 깨웠다.
일단…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이곳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니까.
4호는 모든 것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감각을 일깨웠다.
이윽고….
그 선택을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이, 이…."
오감이 너무나 예민해진 4호가 맞이한 것은ㅡ
콧 속에 묻어날 것처럼 짙은 피비린내와,
눈알이 녹아내릴 것처럼 선명한 선홍빛의 꿈틀거리는 벽이었다.
그리고.
그의 고막에 새겨넣듯이 들려오는 아득한 소음이었다.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지독할 정도의 빠르게 맥동하고 있는,
…마치 살아 있는 생물의 고동 소리처럼 들렸다. 아니, 이건 정말로…….
뚝.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과도한 것을 봐버린 소년은 실이 끊어진 마리오네트처럼 그대로 축 늘어졌다.
"……!"
"히에엑, 꼬, 꼬마 오빠아아…!"
깜짝 놀란 11호가 허겁지겁 4호를 챙기고.
나머지 아이들도 난생 처음 목격한 혐오스러운 것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이, 이게 뭐니?"
그나마 태연함을 유지한 2호가 새파란 얼굴로 실비에게 물었다.
실비 또한 눈을 크게 뜨고, 파리해진 입술을 달싹였다.
"얘, 얘네가 우리를 숨겨 준 대여…."
"…뭐?"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갑자기 시선이 제게로 집중되자,
실비가 잔뜩 당황해서 더듬더듬 말한다.
"하얀 애가, 얘들이… 차, 착하대여…."
"??"
…뭐가, 착하다고?
꾸르륵.
모든 이가 충격에 빠진 때ㅡ
꿈틀거리는 선홍빛 살점의 벽에 오소소 빈 공간이 생겨났다.
마치 실비의 말에 호응하는 것처럼.
…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말하는 것처럼….
"절대절대절대로안들어갈거야!"
그 기괴한 광경을 본 11호가 4호를 끌어안으며 발광했다.
2호도 이번만큼은 저 철없는 소녀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러나.
딸랑.
입구 쪽에 설치해 둔 방울이 울렸다.
누군가가 그들이 있는 방 안으로 침입했다는 의미였다.
"으으으."
이곳은 막다른 길이었다.
이제 고민할 시간도,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괜찮아, 우린 괜찮을 거야. …가자."
그들은 서로의 손을 마주 잡는다.
이윽고, 발을 내디뎠다.
**
"히잉…."
못볼꼴을 본 데이지가 나를 끌어안고 오돌오돌 떨었다.
많이 놀랐는지 얘가 진동벨이 되어 버렸다.
뭔가 나비탕의 실체를 알아버린 고양이 같다.
"피, 피피터어…."
데이지가 글썽거리며 나를 찾는 모습이 좀 짠하면서도 반가웠다.
"괜찮아. 나 여깄어."
나는 쓴웃음을 유아퇴행해 버린 데이지를 달랬다.
대체 어떤 괘씸한 녀석이 불쌍한 우리 꼬꼬마를 괴롭힌 거야?
??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범인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얼굴로 갸우뚱하고 있었다.
…애가 하얗고 앙증맞게 생겨서 그런가?
겉으로 보기에는 마냥 순수하고 착해 보였다.
'골려주려던 건 아닌 거 같은데….'
외모만 가지고 판단하는 건 옳지 않지만.
도저히 이 귀여운 얼굴로 못된 생각을 품었을 것 같진 않았다.
아빠…?
레일라도 조금 불안해진 얼굴로 입술을 달싹였다.
내게 안겨서 울먹이는 데이지를 보며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달은 낌새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 그림은, 나중에 엄마한테도 보여주자."
일단 레베카의 핑계를 대며 레일라에게서 그림을 압수했다.
…애들이 보기에는 트라우마가 생길 만한 종류였으니까.
"으음."
나는 지옥에서나 나올법한 묘사를 슬쩍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아무래도 아가용이 예술에 재능이 있나 보다.
그런데…
너무 생동감 넘치게 잘 그린 게 문제다.
…여러 명의 데이지가 잡아먹히는 듯한 광경은 충격과 공포였다.
'나라도 심장마비 걸리겠다.'
만약 내가 이 그림의 모델이었어 기겁했을 것이다.
그런만큼 데이지에겐 봉변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얘는 왜 이런 걸 그린 거야?'
어쩌다가 이런 지옥도가 탄생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중에 레일라와 제대로 면담을 해 봐야겠다.
"조, 족제비… 쟤 이상해."
바람꽃이 낑낑거리면서 소곤거렸다.
격의 없는 댕댕이가 경계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상황이 제법 글러 먹은 모양이다.
나는 난감함에 입맛을 다셨다.
'쩝, 망했네.'
기껏 세 꼬마들이 친해지나 싶었더니….
아가용의 기상천외한 예술 감각이 도리어 너무 강렬한 인상을 심어 버렸다.
……??
레일라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옹기종기 붙어 있는 우리를 보았다.
깜빡거리는 루비색 눈동자가 왠지 모르게 의미심장해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나, 나 맛없는데…."
"나도 아무 말 안 했어."
붉은눈과 마주친 두 꼬마가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어째 우리 아가용은 반에서 건드리면 안 될 위험한 친구로 등급한 모양이었다.
이게 잘된 건지, 아닌 건지….
**
자유 주제는 처음부터 없었던 걸로 하기로 했다.
악몽처럼 충격적인 시간이었기에 빨리 묻어 버리는 게 나았다.
나는 애들에게 처음에 그린 그림에 대해 물었다.
"처음 꺼 다 그렸어?"
도리도리!
…너네들 왜 합이 잘 맞냐?
세 꼬맹이들이 짠 것처럼 고개를 절레 젓는 모습이 좀 웃겼다.
나머지 두 녀석이 말을 할 수 없는 레일라를 배려하는 걸까?
거기까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애들에게 그림을 마저 그릴 시간을 줬다.
"뎃지야, 이 자세 어때?"
"웅?"
나는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포즈를 취하며 데이지에게 물었다.
…우리 꼬꼬마가 뭘 그리고 있는지 알고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이상해! 잘난 척하는 거 같아. 안 어울려."
…너한테 안 물었어, 댕댕아.
내가 샐쭉한 눈으로 흘겨보자,
바람꽃이 크레파스가 묻은 얼굴로 혀를 삐죽 내밀었다.
건강한 지 보기 좋은 분홍색이었다.
그리고 조금 얄미웠다.
나중에 타이밍이 좋으면 한 번 잡아당겨 봐야겠다.
자신을 향한 극악무도한 계획을 아는지 모르는지,
바람꽃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글구 나 다 그렸어!"
"오?"
녀석은 1등 해서 뿌듯한 건지 가슴을 쭉 폈다.
빨리 그리기 대회가 아닌데… 쓸데없는 곳에서 승부욕을 발휘한다.
짝짝. 그래도 일단 박수는 쳐준다.
신난 애한테 괜히 핀잔을 줄 필요는 없었다.
"대단하네, 좀 봐도 돼?"
"으…."
내 물음에, 바람꽃이 움찔했다.
그 부분까진 예상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봐."
이윽고, 바람꽃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했다.
그녀답지 않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다. …뭘 봐도 놀리지 말아야겠다.
'흠, 이게 뭘까?'
바람꽃의 그림을 마주하고서….
나는 감평이라는 게 생각보다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말을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
"어… 음, 람람이 멋진데?"
"…헤헤, 그치이~."
왠지 파란색으로만 그렸길래, 혹시나 했더니 때려 맞춘 모양이었다.
자기애가 투철한 댕댕이다.
그런데, 그림 실력은 솔직히 나랑 비슷했다.
…그래도 처음인데 나랑 실력이 비슷하면 잘 그리는 편이 아닐까?
'아님 말고.'
어쨌든 바람꽃의 그림은 중앙을 떡하니 차지한 파란색 자신과,
그리고 양 옆에 2개의 흐물거리는 형상이 놓여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사람 같았다.
"옆에는 누구야?"
"울 아빠."
"…아아."
하긴, 아직 가족의 품이 그리울 나이였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좀 더 낮아진 목소리로 말했다.
"다른 한 쪽은 엄마네. 예쁘시다."
"…아, 아닌데, 우리 엄마 아니야…."
얼굴이 새빨개진 바람꽃이 웅얼거렸다.
'망했다…!'
이번엔 틀렸나보다.
지금까지 잘 찍어놓고서… 마지막에 와서 헛다리를 짚어 버렸다.
"내가 미안해! 내 눈이 삐었나 봐! 누군지 알려줄 수 있어?"
나는 애써 당황하지 않고 되물었다.
그러자, 바람꽃이 우물쭈물하며 입술을 달싹이려 했다.
"……나, 안 말할래."
그런데 어쩐지 말하기 싫은 모양인지, 그대로 입을 앙다물어 버렸다.
어째 삐친 느낌이라서 아차 싶었다.
'내 주둥이가 원수지.'
괜히 아는 척해서, 가뜩이나 심란한 꼬마의 심기를 건드린 듯했다.
그냥 처음부터 모르겠다고 할걸….
'결국 뭘 그린 거지?"
나중에 댕댕이의 기분이 풀리면 다시 물어볼까.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으니까
"피터, 피터. 다 그려써!"
그 때 데이지가 나를 찾았다.
드디어 그림을 완성한 모양이었다.
나는 반가운 마음에 그녀가 있는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고 마주한 그림을 보며 살짝 미소가 깨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 나 그린거지?""응!"
역시나 잘 그렸다고 말할 수 없는 솜씨였다.
…얘가 나를 보면서 그리는 걸 못 봤으면 절대로 못 맞췄다.
'데이지. 은근히 손재주 없음.'
뭐 그래도 날 그려 줘서 기쁘긴 했다.
다만… 내가 이렇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좀 그랬지만.
"진짜 잘 그렸네."
나는 데이지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이 꼬마에게 뭔가 해 주고 싶은 기분이 무럭무럭 들었다.
"나도 데이지 그려볼까?"
"……헹?"
데이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나를 쳐다봤다.
뭔가 깜짝 놀란 토끼처럼 굳어 버렸다.
'얘가 왜 이래?"
내 그림이 그렇게 별로였나…?
솔직히 내가 얘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는데….
조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기분이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는 데이지를 보는 게 재밌어서 뭐라고 하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ㅡ
…요주의 인물 뿐이다.
흐흥~♪
레일라는 아직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즐거운 표정으로, 소리 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짧은 다리를 리드미컬하게 흔들었다.
'재밌나보네.'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깜찍했다.
그러나, 그런만큼 그녀가 그리고 있는 그림이 더 충격적일 것 같아서 불안했다.
나는 조금 두려운 마음으로 아가용이 그리는 그림을 염탐했다.
궁금한 건 나뿐만이 아닌지… 두 꼬마도 나를 따라 시선을 향했다.
""…와.""
나도, 애들도 보자마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정말로 예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그림이었다.
"진짜 잘 그렸다."
"응, 응."
"이거 그 분이랑……."
?!
갑작스러운 극찬에,
번뜩 정신을 차린 레일라는 어리둥절해 보였다.
왜, 왜여.
칭찬이 어색한 걸까? 허둥지둥하며 어쩔 줄 몰라했다.
헤실헤실 웃기만 하던 녀석의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뭔가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타인에게 무관심해 보였던 레일라에게서 희망을 봤다.
"애들아, 레일라한테 그림 배워 보자."
나는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