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용사를 유괴하다!-94화 (94/117)

〈 94화 〉 불청객(1)

* * *

찬바람조차 창문을 두드리지 않는 밤.

아직까지는 바깥에서 이렇다고 할만한 소란도, 움직임도 없었다.

밤은 여전히 고요하다.

마치 세상에 우리들만 남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온기가 감도는 방 또한 조용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감상은 적막함과는 거리가 멀다.

그저.

데이지와 레일라가 따듯한 우유를 홀짝이고,

레베카는 조금 식어버린 커피를 손에 든 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

데이지가 빈 컵을 아쉬운 눈으로 봤다.

그를 눈치챈 레베카가 선뜻 나서서 정적을 깨뜨린다.

"작은 아가~ 우유 한 잔 더 줄까?"

"나, 아가 아니야. ……더 줘."

그 모습은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파편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내겐 그 풍경이 무엇보다 값지게 느껴졌다.

이따금 별 것 아닌 이야기로 웃고 떠들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주거나 골려주다가…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아침을 맞이하고 싶었다.

나는 의자에 기대어 앉아 나른한 눈으로 그들을 지켜본다.

"따뜻하게 데워서 줄까?"

레베카가 마법으로 우유를 데우려고 했다.

재능 낭비가 따로 없네. 여전히 애들한텐 극성인 눈나다.

하지만, 데이지는 별로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했다.

"이번엔 차게 먹을래."

"밤에 찬 거 먹으면 배가 아야한단다."

…아야한다래.

이 눈나는 가끔 나이에 비해서 단어선정이 좀 아기자기하다.

애 취급 당하는 게 싫은건지,

유달리 용마망에게만 강해지는 우리 꼬꼬마가 입술을 삐죽 내민다.

"흥, 나 아야 안해."

"그거 대단하구나. 허나, 세상에 주의하여 나쁠 것이 없단다."

오늘따라 길냥이마냥 경계하는 꼬꼬마와 그런 아이를 달래주는 그녀.

딸아이를 되찾고도 여전히 데이지를 예뻐하는 레베카의 모습에… 나는 왠지 모르게 시선을 떼기가 어려웠다.

"하아암…."

남몰래 웃던 중, 나도 모르게 하품이 나왔다.

아무래도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어떻게든 잠을 깨우고자 입안에 가득히 산미가 강한 커피를 머금었다.

'으, 여기도 꿀 좀 태울 걸.'

…식어서 미지근하고 더럽게 쓰다.

그래도 느슨해진 머리에 카페인을 들이부으니 어느정도 잠이 깨는 듯했다.

그렇게 내가 커피로 가글을 하고 있을 때ㅡ

배가 부르고 등이 따신 탓일까?

­Zzz….

새하얀 꼬마가 꾸벅꾸벅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나도 예의 바른 모습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흐느적거리는 레일라는 보고 있으면 좀처럼 지루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저대로 냅두기엔 조금 가여워 보였다.

'원래 같으면 한참 잘 시간이니까.'

잠꾸러기에겐 너무 늦은 밤이다.

나는 데이지에게 질척대고 있는 레베카에게 말했다.

"레베카, 얘 머리 떨어지겠어요."

"으응?"

­…우으.

"어떡해~ 울 아가 졸리니이?"

눈을 비비는 아가용을 발견한 그녀가 높은 소리를 냈다.

자꾸만 '어떡해~'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에 비해서 헤벌쭉하게 웃는 낯이었다.

그건 뭐랄까.

솔직히 말해서 조금 못 봐줄 얼굴이었다.

"눕히는 게 어때요?"

"응응, 그러자꾸나. 자, 아가~ 이리온."

그녀는 졸고 있던 레일라를 데려가더니, 자신의 허벅지 위에다가 살포시 아이의 머리를 누였다. 그러고는 아이가 깨지 않을 정도의 조심스러운 손길로 레일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네.'

한 폭의 그림 같은 모녀를 보고 있노라니.

어쩐지 그리운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쓰잘데기 없는 생각 하나가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응애, 나도 다음생엔 아가로 태어날래…!'

아니, 잠깐만.

사람은 누구나 아기로 태어나지 않나?

…아무튼!

­Zzz….

아가용은 금세 새근새근 소리를 냈다.

아주 편안해 보인다. 역시나 베개의 성능이 확실한 모양이다.

'부럽, 아니 계획대로야.'

나는 껌뻑 잠든 레일라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무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깜찍한 아이라도 밤에는 코 자는 모습이 제일 사랑스러운 법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모든 것이 순탄하게만 흘러가지는 않았다.

우리 꼬꼬마는 데운 우유를 석잔이나 비워내고도 잠이 들 낌새를 보이지 않았으니까.

"피터, 쟤 완전 아가다 그치?"

'누가 누구보고 아가래….'

입가에 우유 거품이 묻은 데이지를 보고 있으니, 여러 의미로 쓴웃음이 나왔다.

얘를 해가 뜨기 전에 재울 수 있을까?

…데이지의 똘망똘망한 눈망울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이건 글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야, 내 주제에 데이트는 무슨.

나는 김칫국 대신에 맛 없는 커피나 연거푸 들이켰다.

그런데,

"피터, 그거 맛있어?"

호기심과 동경이 담긴 보라빛 눈동자가 있었다.

내가 든 커피잔을 지그시 보는 데이지의 모습은, 어쩐지 어린 시절의 누군가와 겹쳐 보였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어서 졸라대던 그 녀석과….

'뭔가 좀 그리운 기분이네.'

아이는 어른들의 흉내를 내곤 한다.

그리고 부쩍 커버린 어른은 지난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한다.

나는 감상에 젖어서 예전에 여동생에게 그랬던 것처럼 말했다.

"음, 인생의 맛이지."

"인생…? 나도 마셔봐도 돼?"

아, 그냥 더럽게 맛없다고 말할 걸.

괜히 폼 잡으려다가 어린애의 호기심을 자극해 버린 모양이었다.

조금 위기감이 들었다.

안 그래도 눈이 말똥말똥한 데이지가 카페인까지 섭치하면… 에너자이저마냥 뽈뽈 돌아다니면서 날밤 샐 게 눈에 훤했다.

"근데, 뎃지야. 이거 마시면 잠 안 와."

나는 꼬꼬마의 부담스러운 눈빛을 외면하며 말했다.

그런데, 데이지는 오히려 잘 됐다는 것처럼 두손을 활짝 내밀었다.

"갠찬아!"

애가 안 자려고 기쓰는 것 같네.

기분 탓이겠지? 어쨌든 간에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건 어른들만 마시는 거야."

십대 초반의 성장기에 카페인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내가 단호박을 시전하자,

데이지가 내 옷자락을 붙잡으며 장화 신은 고양이 같은 구도로 올려다본다.

"맛만 보는 것두 안대?"

오늘 무슨 날인가.

얘가 평소에도 안하던 애교를 다 부리네.

그러나,

"안돼."

나는 레베카처럼 말랑한 사람이 아니다.

쪼오금 귀여운 꼬마가 애교를 부린다고 해서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아이, 피터어."

"음, 안되는데…."

…사실 커피 정도는 경험이 아닐까?

까짓거 술담배도 아니잖아. 안된다고만 하는 것도 애들의 정서교육에 좋지 않다는 연구도 있고.

게다가,

"딱~ 한 입마안. 나, 소원이야."

"……."

우리 애가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이걸 거절하면 사람도 아니다.

"에휴. 딱 한 모금만이야."

나는 못 이기는 척하며 잔을 내밀었다.

그러자, 데이지가 작은 꽃이 피어나는 듯한 미소로 화답했다.

"응! 역시 피터 밖에 없어. 고마워!"

후후, 이런이런, 나 밖에 없다니~

이거 어깨가 아주 조금 으쓱해진다.

"쯧쯧, 쉬운 사내 같으니."

…뭐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이 할 소리는 아니잖아.

나는 핀잔을 놓는 레베카를 가늘게 뜬 눈으로 쳐다봤다.

한편, 우리 꼬꼬마는 내가 건넨 시커먼 액체를 들여다보며 침을 꼴깍하고 삼킨다.

"까매…!"

이미 식어서 뜨겁지 않은 커피.

데이지는 양손에 컵을 꼭 쥐고서 그대로 입쪽으로 옮긴다.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후우."

…대체 이게 뭐라고.

괜히 나까지 긴장되고 난리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호롭.

컵 가장자리에 입술이 닿는다.

과연, 데이지의 인생 첫 커피에 대한 소감은…….

"브에…!"

유감! 인생은 쓴맛이었다.

나는 기겁하고 혀를 쏙 내민 데이지를 보며, 낄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게 아직 이르다니까.

뭐 덕분에 데이지는 쓴 교훈을 얻었다.

**

나는 내 허벅지를 베고 누워 있는 꼬꼬마에게 말했다.

"뎃지, 피곤하면 눈 붙여도 돼."

"아니~ 갠차나~"

데이지는 그대로 누운 채로 고개를 저었다.

긴 머리카락이 스르륵 움직여서 조금 간지러웠다.

나는 나른한 고양이처럼 늘어진 데이지를 보며 쓴웃음을 흘렸다.

'이걸 버티네.'

레일라는 머리를 갖다대자마자 잠들던데.

어쩌면 내 무릎베개는 레베카의 것에 비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꾸만 꼼지락대는 머리통을 붙잡고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어허, 간지러워."

"히히."

…얘가 오늘따라 신났네?

아무래도 밤을 새는 게 제딴에는 재미난 모양이다.

실없이 배시시 웃는 데이지를 보고 있으려니, 덩달아서 나까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아주 깨가 쏟아지는구나."

레베카는 완전히 관전 모드였다.

헌데 그녀의 눈빛이 뭔가 묘했다. 왠지 낯간지러워진 나는 뒤통수나 긁적였다.

어느덧 자정을 한참 넘긴 시각.

결국 새벽까지 살아남은 자는 나와 레베카, 그리고 데이지였다.

우리 셋은 애써 뭔가를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다 마셨네.'

어느덧 맛 없는 커피도 모두 비워냈다.

텅 빈 잔을 들여다보고 있으니, 조금 아쉬워졌다. 이 시간을 작은 상자 속에 담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투툭.

미련한 상념을 깨운 것은,

창가를 스치듯이 두드리는 거센 바람 소리였다. 지금껏 조용하다가 갑자기 요란하게 불어오니 부쩍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다.

"갑자기 바람이 거세졌네요. 내일 춥겠다."

나는 흔들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태평한 감상을 토하는 나와 달리, 레베카는 조금 굳은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그대로 옷을 여밀었다.

어쩐지 나갈 채비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래요?"

"누군가 결계를 뚫었구나."

지금까지 잠잠하다고 했더니.

이제야 불청객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똑! 똑!

그러던 중, 아래층에서 노크소리가 울렸다.

푹 잠든 사람도 깨워 버릴 정도의 요란한 데시벨이었다.

'이 야밤에 노크라니….'

예의가 바른건지 없는건지 모르겠다.

아마 몰지각하게 문을 두들겨 대는 것을 보아하니, 개념이 똑바로 박힌 새끼는 아닐 것 같았다.

나는 난데없는 소음에 깜짝 놀란 데이지를 토닥이며 레베카에게 물었다.

"대체 뭐하는 놈일까요?"

"경험상 이럴 땐 대체로 두 가지 경우더구나. 하나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위급한 자들. 그런 자들은 비교적 구구절절한 애원을 동반하는 편이지."

죽고 사는 문제라면 한밤 중에 문짝을 두들겨도 너그럽게 이해해줄 수 있다.

그러나,

­쾅! 쾅!

[여봐라. 이리 오너라.]

…지금 대문을 갈기고 있는 저 미친 놈은?

본인이 상전이나 되는양 존나게 거만한 목소리였다. 저 새끼에겐 위급하다는 낌새가 조금도 없었다.

"그건 아닌 거 같고. 나머지 하나는요?"

"초대받지 않으면 영역을 침범할 수 없는 자."

레베카는 드물게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이 세상에 그런 멍청한 존재는 하나 밖에 없다면서 비아냥거렸다.

**

[시어도어 폰 히텐슈타인은 북쪽에 있다.]

차가운 미성은 겨울과 잘 어울린다.

평상복 차림의 시오네 카밀라는 그리 생각하며 가면을 쓴 수도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듣던대로 심문관의 기적은 대단하군요. 덕분에 살았습니다."

그녀는 은색 머리카락을 회수하며,

어둑어둑하게 먹구름이 낀 지평선을 노려보았다.

"북부라, 시기가 영 좋지 않군요."

겨울인 북부는 여러모로 매섭다.

이맘때의 그곳은 자연을 포함한 모든 것이 인간의 편이 아니었다. 맨몸으로 들이밀었다간 험한 꼴을 보기 십상이다.

시오네는 채비를 단단히 갖추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두 남녀를 쳐다봤다.

"기, 기사님. 너무 껴입어서 숨을 못 쉬겠어요…."

[참아라. 날이 춥다.]

가장 낮은 곳에서 여신의 뜻을 집행하는 대행자와 딱히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는 평범한 소녀.

시오네의 눈엔 '그' 이단심문관이 칭얼거리는 소녀를 챙겨주는 것처럼 보였다.

실로 말도 안되는 감상이었으나,

정말로 그렇게만 보이니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군.'

무뚝뚝한 여기사에게조차 두 남녀의 관계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것이었다. 허나, 시오네는 굳이 쿼츠와 엘리의 사이를 파헤쳐볼 생각이 없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다른 곳에 있었으므로.

"……."

여기사가 손바닥에 쥔 동화 두 닢을 바라보고 있을 때ㅡ

"시오네 경, 시오네 경. 혹시 뭐 좀 여쭤봐도 되나요?"

문득 엘리가 그녀에게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시오네는 자신에게 달라붙는 여자애를 보며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작은 동물 같아.'

엘리는 넉살이 상당히 좋은 여자애였다.

무려 황실 부기사단장에게도 스르럼 없이 다가왔으니까.

애초에 시오네가 풍기는 분위기에 겁을 먹지 않는 여자애가 무척 드문 편이었다.

'기침약을 준 탓인가? 토실이 생각나네.'

자신을 잘 따르는 엘리의 모습은,

기사단 부지에서 먹이를 챙겨주던 길고양이를 떠올리게 했다.

"어, 으, 안되나요?"

엘리는 물끄러미 바라보는 여기사가 조금 무서웠다.

'…귀여워.'

한편, 기사단의 칙칙한 남자들에게 질려있던 시오네는, 오랜만에 대하는 풋풋한 여자아이가 기꺼웠다.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아! 혹시 북부는 어떤 곳인가요? 기사님은 자꾸 춥다고만 말해서요."

북부라?

여기사는 기억을 되새기듯이 눈을 감는다. 이윽고, 말한다.

"북부는, 눈이 많습니다."

"아…."

여기사의 말에 소녀는 탄식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민망해진 시오네는 좀 더 노력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거의 한 평생을 기사단에 몸 받친 여기사가 북부에 대해서 논할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북부는 마물과 마족이 출몰하곤 합니다."

"마족!? 마족이 정말로 있는 거였어요?"

"예. 제가 한창 현장에서 뛸 나이에도 종종 토벌 임무가 내려왔습니다."

결국 시오네는 일전에 북부로 원정을 간 경험을 토대로 말해줄 수 밖에 없었다.

"한창…?"

이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는 겉보기와 다르게 나이가 아득하게 많았다.

"그럼 마족은 진짜로 악마처럼 뿔이 달려 있나요?"

어쨌거나 엘리가 검지손가락으로 뿔을 만들며 말했다.

천진난만한 모습에 여기사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네?"

"종류에 따라서 조금씩 다릅니다. 기본적으론 인간과 유사한 외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엑, 인간이랑요? 으음~ 뭔가 상상이 잘 안돼요."

소녀는 상상해보려는 것처럼 미간을 찌푸렸다.

비로소 시오네의 미소는 조금 더 짙어졌으나… 소녀가 그 다음으로 내비치는 의문에 의해서 안개처럼 흩어져 버렸다.

"그나저나 인간이랑 닮았다면 대화도 통할까요?"

"…그건."

[그만.]

멀찍이서 애마를 돌보고 있던 수도사가 그들을 향해 냉랭한 목소리를 냈다.

[부정한 존재다. 더이상 언급하려 들지 말라.]

"…넹."

한소리를 들은 엘리가 풀 죽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안쓰러워진 시오네는 그녀에게 작게 귓속말을 전했다.

"…의사소통할 정도의 지능은 갖추고 있습니다. 허나 그들과 마주치더라도 대화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안 그러면 심문관이 걱정할 겁니다."

"어째서요?"

여기사는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표정을 비추며 입술을 달싹인다.

"말이 통하는 식인귀라도, 결국에는 식인귀입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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