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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 1화. 잠에서 깨어날 시간,그리고 새로운 시작(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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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헉 허억!"
가슴에서 통증이 느껴진다. 어둠 속에서 끌어 올려지듯이 깨어나며 숨을 쉬려 하는 데 중간에 누가 벽을 쳐 놓았는지 숨이 쉬어지질 않고 답답해진다.
"끄으응.."
통증이 점점 사라지고 눈앞이 조금씩 보인다. 어둠 속 동굴에서 만난 반딧불을 따라가듯이 의식이 불빛만을 쫓는다.
웅성 웅성
주변에 누군가 있는 건가? 인기척을 느낄 새도 없이 잘 들리지 않는 사람의 소음만이 느껴진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온 느낌이다.
아마 난 침대에 누워있는 듯 하다. 폭신폭신한 느낌이 머리와 등에서 아주 잘 느껴진다. 편안 하고 따뜻한 느낌에 무서웠던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 보니 익숙한 모습의 의사와 간호사 두 명이 보인다.
"바이탈 문제 없고 심박수도 정상입니다. 정신이 드십니까?"
아마 나는 사고를 당한 듯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걸...
"네...여기는 병원....응?"
병원이냐고 물어보려 하는데 내 목에서 나는 목소리가 익숙지 않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목에 문제가 생긴 건지 조금 얇게 느껴지는데? 근데도 살짝 낮은느낌이였다.
"음...으흠! 아! 아아아아!"
확실하다 내 목소리와 완전 달라. 조금 허스키한 느낌이 나지만 이건 여자목소리 같은 데? 내 목소리라서 정확한 목소리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으음...?"
누워있는 데도 가슴 쪽에 중량감이 느껴진다. 설마...
시선을 많이 내리지 않아도 커다란 언덕이 보인다. 설마...
물컹~
손으로 언덕을 만져보니 믿을 수 없는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여자 가슴을 만져본 적이 없는 쌉동정인 나지만 이건 여자 가슴이란 걸 확실히 알겠다.
"뭐지...? 뭐야? 이거 뭐에요?"
손을 내려 배를 만져본다. 단단한 근육이 느껴진다. 자랑은 아니지만 난 쌉아싸모쏠새끼답게 복부비만도 심했다. 내 익숙한 푹신푹신 말랑말랑 똥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대신 평생 가져보지 못했던 복근이라는 환상속의 존재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멍하니 의사를 쳐다 보지만 의사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고 주변의 간호사들은 멍하니 날 쳐다 보고만 있었다.
"와...."
"진짜 이쁘시다. 그치?"
한 간호사가 옆의 동료의 옆구리를 콕콕 찌른다.
"험 험"
의사가 헛기침을하며 간호사들을 째려본다. 조용히 하란 거겠지. 의사는 다시 나를 쳐다본다.
"자세한 이야기는 황대표님이 오시면 직접 설명 해 주실겁니다. 금방 도착하실 겁니다. 마음을 편안 하게 하시고 조금만 쉬시지요."
"그....황대표가 누구에요?"
의사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간호사를 툭치고 방을 나갔다.
나는 다시 천장을 쳐다 보며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기억이... 희미해 분명 사고가 난 건 기억이 나는데 자세한 건 전혀 기억이 안 나. 난...남잔데...?'
생각을 하기 시작하니 온갖 나쁜 생각이 머리를 채우기 시작한다. 나는 누굳이? 납치를 당한 건가. 나쁜 과학자에게 몹쓸 실험을 당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데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똑똑
"들어 가겠습니다."
방에 한 남성이 들어 온다. 생김새는 한 40대 처럼 보이는데? 인상이 꽤 날카롭다. 분위기가 지배하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난 주눅 들기 시작한다. 저런 사람은 좀 무서운 데.
"이지훈씨?"
남자가 날 부른다. 내가 쳐다 보자 남자는 침대 밑쪽으로 걸어가서 앉더니 무언가를 하는 듯 했다.
틱 위이이잉~
누워있던 침대의 상체부분이 세워진다. 나는 시야가 높아지는 걸 느끼며 남자를 쳐다 보았다.
"그....제가 이지훈은 맞는데...이게 맞는 건지 아닌지..."
나는 당황스런 기분을 남자가 알아채주길 바라며 횡설 수설 댔다.
"아 걱정 마세요 당신은 당연히 이지훈씨입니다. 단지 원래 육체에서 뇌를 이식해 정신만이 새로운 육체에 들어 가 혼란을 느끼는 것입니다."
"새...새로운 육체요?? 그게 무슨..."
"지훈씨의 원래 몸은 사고로 크게 훼손이 되어 복구가 불가능해 불가피하게 새로운 신체가 필요했습니다."
나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남자를 쳐다 보았다.
"잠시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지요. 저는 황성태라고 합니다. 가우스그룹의 회장이구요. 그냥 황대표라고 불러주세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그룹의 후계자로서 가혹한 교육을 받고 있었습니다."
"20여년 전에 저는 매우 철이 없었죠... 그까짓 교육이 뭐가 힘들다고 술을 진탕마시고 돌아다녔을까요?"
"그 때였습니다. 지훈씨가 저를 밀치고 대신 트럭에 치인 게"
황대표는 얼굴에 그늘이 생기고 처량한 표정으로 바닥을 쳐다 보고 있었다.
"저 대신 누가 죽는다는 게 너무 무서웠습니다. 저는 지훈씨의 몸을 붙잡고 죄송하다고 울고만 있었는데 그룹의 경호팀이 늦게 나마 알아채고 온겁니다. 경호팀이 교대하기 위해 잠시 인수인계 하는 사이 사고가 난 것이죠."
"저와 경호팀은 지훈씨를 데리고 그룹의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였습니다. 몸이 괴멸적으로 훼손되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다행히도 뇌가 멀쩡했습니다. 머리가 다치지 않은 것이 천운이였던 겁니다."
황대표는 잠시 내 옆에 있던 냉장고에서 물을 거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룹에 제가 모르던 연구팀이 있었습니다. 그룹의 후계자들이 크게 다쳤을 때 몸을 재구성 하기 위한 생체연구팀이."
"자세한 건 저도 어려워 설명이 힘들지만 세포를 가지고 새로운 육체를 만들어 뇌를 이식한겁니다."
물론 나는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나는 죽은 건가? 다시 태어난 건가? 알 수 없다.
"결론만 말씀드리면 저때문에 발생한 사고로 지훈씨가 크게 다쳐버리신 거고 저는 지훈씨를 책임지기로 결심한 겁니다. 당신의 인생...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하고 싶으신 것 무엇이든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황대표는 결의에 찬 얼굴로 나를 보았다. 주름이 있지만 그 속의 눈동자는 확실하게 나를 담고 있었다.
"제 젊었을 때의 과오. 되돌릴 순 없지만 지훈씨가 행복해질 수 있게 돕고 싶습니다."
황대표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쿵하고 바닥에 찧었다.
"정말 죄송 했습니다. 지훈씨. 저에게 한번만 기회를 주시지요. 당신이 원하는 모든 걸 돕겠습니다."
"...제가 원하는 거 말이죠."
나는 눈앞의 남성이 매우 당황스럽지만 대충 이야기는 이해했다.
나는 이 황대표라는 남자가 사고를 당할 때 도왔고 내가 대신 트럭에 치이고 말았다.
황대표는 자신의 실수에 크게 반성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내 목숨을 살리려고 했다는 거지...
그때 어떤 기억이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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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지훈 이새끼 얼굴보기도 존나 힘드네"
"허... 도대체 뭔 깡으로 우리 얼굴 보러 기어나온겨냐?"
"...미안해. 단지 너희를 다시 볼 면목이 없었어."
22살. 군대도 안다녀온 젊은 나이건만. 무엇이 문제라 알바만 주구장창 일하며 주위를 소홀히 한걸까.
"저번에 이야기 했잖아. 너가 문제가 아니라고. 그 년들이 말한걸 굳이 신경쓰지마."
평범한 어느 날. 평범하게 친구들과 술집에서 술자리를 가졌고. 젊은 남자끼리 모였으니 당연히 헌팅까지 가는 게 맞는 수순이 아닐까.
근데 일은 여기서 벌어졌다.
"...그래도 급이있지."
"!!"
친구들이 당황해하며 나들 데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친구들이 옆에서 뭐라고 떠들어 대지만 내 귀에 잘 들리지 않는다.
급히 자리를 뜨려고 일어났으나 친구들은 나를 말리고 억지로 술을 멕였다.
"신경쓰지마 한잔 하고 우리끼리 즐겁게 놀자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좋은 애들이였다. 이젠 볼 수 없으려나.
그렇게 한잔 한잔 마시다 보니 남자들끼리 수다를 떠는 것도 주제가 정해 져있다. 당연히 여자얘기는 나때문에 피하고들 있고, 군대 얘기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하다 축구로 주제가 넘어왔다.
"크으~ 너희 오늘 프리미어리그 경기 봤어? 역시 슈퍼 쏘니~ 존나 잘한다니까~"
"...나도 봤지."
한국 20대 남성중 그 경기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야 너희들 만약에 어렸을 때로 돌아간다면 뭘 할거냐? 난 바로 축구 연습해서 영국으로 뜬다!"
"하하하 야 씨발 축구 연습한다고 그게 다 되냐? 존나 잘해야 받아 줄까 말까겠지."
"흐흐 그런가. 어쨌든 존나 멋있어 축구 선수들 뛰는 거 보면~ 여자들 한테도 인기 많겠지?"
"..."
그러고 보니 나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다.
내가 이렇게 한심하게 살지 않고 축구 같은 것들을 열심히 했다면 내 인생은 달라졌을까? 저런 여자들 한테도 무시를 받지 않을 수 있었을 까?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내 자신도 한심 하지만...
그래요. 이제 기억이 났네요. 제가 자주 해보고 싶었던 건
남자로써 축구선수가 한번 되어 보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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