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화 〉 10화. 온리싸커 배 풋살 대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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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싸커 SIDE(중계 시점)
"안녕하세요. 온리싸커의 김싸커입니다. 드디어!! 한달동안 기획을 하고 2주가 넘는 시간 동안 준비해온 대회가 드디어! 여기서 시작됩니다!"
나는 방송을 위해 미리 준비된 공간에서 혼자 앉아 있었다. 의자가 3개가 있었지만, 아직 도착하지 않으신 분들이다. 뭐 시작하려면 한참이나 남았으니 난 먼저 방송을 키고 대회 분위기를 좀 끌어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시선을 옆으로 돌려 풋살장을 쳐다보니 벌써 관중석이 가득 차있었다. 원래 이곳에는 관중석이 없었다. 그런데 단지 이날을 위해 관중석을 준비한 것이다. 이때문에 스폰받은 대부분의 돈을 여기에 사용하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곳을 봐라 가득찬 사람들을 보니 그 큰돈을 사용한게 기분나쁘지만은 않았다.
저들은 누구를 보러온 것일까? 보아하니 스트리머로 이루어진 팀도 있었고 선출로만 이루어진 팀도 있고, 흠 여성팀도 두팀... 아니 한팀이고 다른팀은 한명만 여성이네?
나는 채팅창을 바라보고 분위기를 보았다.
크 이날만을 기다렸다!!!
흠 어떤 선수들이 나올지 기대되네요
날이 조금 춥지만 오늘 진행하는 대회는 실내 경기장에서 진행되죠?
내 방송은 연령대가 조금 높다. 여러 대회도 준비하고 해외 축구리그도 분석하는 방송을 주로하니 자연스래 연령대가 높아져 채팅의 분위기는 조금 올드해진다. 이럴때마다 조금 힘들어진다. 연령대가 높은만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건 조금 힘드니.
그렇게 대회 규칙과 팀을 하나하나 설명을 하고 있는데 채팅창이 조금 시끄러워진다.
마리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가즈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싼드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자~~ 드가자~~~
"예 시청자분들~ 조금만 진정해 주세요. 이번에 소개 드릴팀은 팀 마리마리입니다. 이름이 꽤 귀엽네요? 이 팀은 조금 특이합니다. 팀원은 총 10명인데 그 중에 한명이 여성분이시군요."
마리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ㅣ
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엄마 나 커서 마리눈나가 될래요....!
저기 님들... 도배하지 말아주세요
이분들 왜 이러시는 거죠?
"자자 다른분들도 많이 계시니 도배는 자중해주시길 바랍니다."
시청자 2만 5천명. 굉장히 높은 인원수다 그런데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나는 눈짓으로 매니저를 바라보고 채팅창을 관리해달라는 시선을 보냈다. 그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고 자신의 핸드폰쪽으로 달려갔다.
"예 이 팀의 주장이 바로 이 여성분입니다. 이름은 이지혜 나이는 20세시네요? 딱히 축구 경력은 없다고 나와있습니다. 호오... 자신의 장점을 설명해달라고 했는데 굉장한 미인이라고 적어놨네요?"
풋살장 쪽에서 웃는 소리가 난다. 아마 관중들도 내 방송을 켜놓으면서 해설을 들으며 경기를 직관하려는 거겠지. 그렇게 한팀한팀 설명을 하고 전부 마쳤을때 촬영팀 옆에서 손짓이 보인다. 다른 캐스터와 해설로 섭외하신분들이 오셨단거다.
"예 여러분 드디어 모십니다. 한국 축구의 전설! 이기영 전 축구 국가대표입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세요!"
여기저기서 박수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그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100경기 이상 출전하고 A매치에서도 상당히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 미드필더 출신 전 프리미어리거다. 이미 은퇴를 하신 레전드지만 가끔 여기저기 방송에 얼굴을 비춰주시곤 한다.
자신도 아직 축구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고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후배들을 바라보는게 그렇게 행복하시다고 벌써 50대이시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90도로 인사를 하고 의자를 빼드려 자리에 앉으실 수 있게 해드리고 옆에서 물병의 뚜껑을 따서 드렸다.
크 우리 김싸커 역시 인성 괜찮네
내 인성이 괜찮다? 아니다. 여기서 내 행동이나 말하나 실수 하는순간 여기까지 쌓아온 내 이미지와 커리어는 박살날 것이다. 나는 그것을 알기에 행동을 조심하는 것 뿐이다. 다른말로는 아부한다고 하는거지.
그리고 한명이 더 들어온다. 이기영의 막내아들 이제 고등학생이된 친구다. 뭐... 그냥 귀여운 친구다. 축구를 좋아한다지만 아버지만큼의 재능은 없는 친구라 이렇게 아버지가 방송에 나갈때 가끔 따라다닌다. 그래도 나쁜 친구는 아니니 같이 진행할만 할 듯하다.
***
그렇게 몇팀의 경기가 끝나고 또 다시 찾아 온 휴식시간. 32강에 나온팀을 상대로는 인터뷰를 따로 하지는 않는다. 인터뷰는 8강 진출 팀부터 하기로 했다. 오전에 시작한 대회가 해가 져가기 시작한다.
오늘의 마지막 경기는 팀 마리마리와 팀 스트리퍼아닙니다팀 후자는 스트리머팀인데 뭐.... 이기겠다고 나온게 아니라 예능팀일 것 같은 이름인데 사실 꽤 실력파들이라고 한다. 가끔 내 방송에 영상도네이션을 봤을때도 상당한 실력이 있었으니까.
전/후반 20분씩 총 40분 휴식시간 10분 작전타임 1회씩 하면 거의 1시간가량 진행이 된다. 오늘의 마지막 8번째 팀이니 거의 8시간이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오늘 중계를 도와주시는 두분께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허허 아니에요. 저도 이렇게 젊은 친구들이 뛰는 모습을 보아하니 너무 기분이 좋군요."
"저도 재밌게 보고 있어요! 형들 축구 진짜 잘하네요..."
이기훈(이기영의 막내아들)이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말한다. 사실. 꽤 수준이 높았다. 하긴 수백팀이나 신청한 대회인데 거기서 추리고 추렸으니 못할리가 없겠지.
"이번 마지막 팀은 상당히 흥미로운 팀끼리 경기합니다. 팀 마리마리. 무려 서울 축구센터에 소속된 선수 9명과 여성선수 1명이랑 축구 스트리머 6명이 구성되있는 팀 스트리퍼아닙니다가 경기를 하게 되는 거죠."
"흠...스트리머 팀은 교체선수가 한명 뿐이네요? 반면에 팀 마리마리는 무려 교체선수가 5명이나 되구요."
"예 규정상 교체선수가 7명까지 가능하다지만 사실 그렇게 많이 등록하는 경우는 별로 없거든요?"
"그렇다면 팀 마리마리가 전술적으로 구상한게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주전 포지션을 한번 봅시다. 오..."
"예 저도 보고 놀랐습니다. 이 팀의 유일한 여성선수가 원톱으로 위치해 있습니다. 풋살 특성상 212 포지션이 많은데 이 팀은 221로 구성이 되어있죠?"
"흥미롭네요. 이 여성선수 아니 이지혜선수의 능력이 뛰어나가는 이야기인데... 곧 경기가 시작하겠군요. 한번 지켜봅시다."
이기영씨의 얼굴에 화사하게 웃음꽃이 핀다. 상당한 흥미를 느낀 듯 하다. 벌써 수 시간을 경기를 중계 했는데 피곤한 모습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삐익!
와아아아아아!!!
마리누나!!!!
멀리서 관중들의 함성 소리가 들린다.
"자! 여러분 팀 마리마리, 그리고 팀 스트리퍼아닙니다의 경기가 지금 막 시작 됬습니다. 선축은 팀 마리마리가 가져갔군요. 이지혜선수 공을 뒤로 돌립니다."
깜짝 놀랐다. 이런 대회 중계 특성상 선수 한명한명을 소개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지금 이 경기의 다크호스라고 말할 수 있는 또한 가장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지혜선수인데. 프로필에 여성이라는 것만 신경을 써서 남성보다 작은 체격을 생각 했는데...
주변의 남성들과 별 다를게 없다. 덩치만 조금 작아보이나? 키는 180이 넘어보인다. 다리 길이가 엄청난데? 그 몸매 자체는 모델이 나온듯 하다 하지만 하체만큼은 누가 보아도 축구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카메라로 지켜보는데도 탄탄해 보이는 허벅지를 지켜보다가 내가 중계를 하는 중이라는 것을 늦게 알아채고 깜작 놀라 다시 중계를 시작했다.
"아 저분이 이지혜선수군요. 체격만큼은 여자라고 무시 할 수준이 아닌 듯 합니다. 안그렇습니까 이기영 해설위원님?"
"그렇군요 대단한 몸입니다. 누가봐도 스트라이커 체형이네요."
팀 마리마리의 수비수들이 공을 주고 받다가 상대방이 압박을 가하기 시작할 때 키퍼에게 백패스를 건낸다.
"흠 당기기가 조금 과한거아닌가요? 이렇게 되면 패스경로가..?"
팀 마리마리의 키퍼가 롱패스를 상대 미드필더의 머리를 살짝 넘길만큼의 높이로 차올린다. 공은 왼쪽으로 휘어 들어가는데 뒤에서 한명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공이 떨어질때 왼쪽 발 안쪽으로 트래핑 해 떨어트린다. 완벽한 트래핑을 보고 놀란 순간 바로 가속하기 시작한다.
빠른속도로 달리는데 얼마나 빠른지 상대 수비가 살짝 뒤쪽에 자리 해 있었음에도 따라붙질 못한다. 키퍼가 당황해 나오는데 이 공을 가진 대담한 선수는 그냥 때려넣으려는지 오른 다리를 휘두르려한다.
"어...! 어! 찹니다 빨...!"
나는 도저히 생각이 따라가질 못해 슈팅이 너무 빠르다고 말하려는데 이 선수의 다리는 공의 왼쪽을 지나가 앞쪽을 쓸고 돌아오고 왼발이 공의 왼쪽을 쳐 완벽하게 키퍼를 제치고 말았다. 그리고 툭 가볍게 차넣는 골.
"..."
정신이 나갈 뻔 했다. 그 선수는 가만히 서있었는데 뒤에서 아우라가 보이는 듯했다. 내 볼에 식은땀이 흐르고 가슴이 두근두근댄다.
"대단하군요!! 이지혜 선수!!"
힐끔 옆을 보니 오늘 하루중에 가장 흥분한 것 같아 보이는 이기영이 보인다.
"대단합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움직임 하나 하나가 완벽했어요 이지혜선수!"
'이지혜' 내가 중계를 하고 있다는 것도 잊게만든 선수가 바로 저 단 한명의 여성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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