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화 〉 14화. 온리싸커 배 풋살 대회(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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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전화를 받고 한 변호사 사무실로 황대표님의 차를 다고 이동했다. 내 인생 이런 비싼차를 탄적이 몇번 없는데 사실 별 감흥은 없다. 단순히 앉는 느낌이 좋고 차 내부 분위기가 좀 비싼느낌이랄까... 아마 내가 차에 별로 관심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아. 지혜씨 대회는 잘 보고 있습니다."
황대표님은 허허 웃으며 내게 말했다. 아마 이 분은 평생 내 발자국을 지켜 보실게 분명하다.
"저 좀 하죠?"
내가 실없는 소리를 하니 아주 배를 잡고 웃는다.
"방송을 하신 선택도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별로 좋은 효과가 없었어도 말리지는 않았을 테지만, 순조롭게 지혜씨의 위상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황대표님은 나에게 태블릿을 건네어주었다. 화면엔 인터넷 기사가 보였다.
[굉장한 실력을 뽐내는 이 '소녀'는 누구?]
[풋살대회에 강림한 '여신'!!]
[엄청난 포스를 뽐내는 '여제'가 풋살 경기장에 강림했다!!]
호들갑을 떠는 기사를 구경하니 헛웃음만 나온다. 기자도 왔었던건가? 하긴 그런 대회에 기자가 안오는게 더 이상하긴 하겠지.
"이런 식으로 언론에 조금씩 노출 되다 보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올 겁니다. 예를 들면 국가대표 같은 것들 말이죠."
"국가대표라... 만약 미래에 제가 국가대표로 뛰게 된다면, 남자들이랑 뛸까요?"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미 남성리그에서 뛰는 선수를 여성리그에서 뛰는 선수들과 같은 취급을 받는 것도 이상하겠죠."
아마 여성팀에서 뛰라는 이야기가 나와도 이분이 뒤에서 손을 쓰지 않으실까? 아마 내가 생각해도 그러실 것 같다.
"웰링 유나이티드가 조금 애가 타는듯 합니다. 최대한 빨리 입단 테스트를 치루고 싶다는 뜻을 보내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굳이 아시아에 파견을 보낸 스카우터를 한명 보내는 것이 겠죠."
그렇다. 오늘 만날 사람은 웰링 유나이티드의 아시아 담당 스카우터. 보통은 내가 영국을 방문 할때까지 기다릴 텐데 상당히 급하긴 한 모양이다.
"웰링의 눈 앞에 강등권이 보이기 시작한거겠죠. 아마 지옥과 천국을 반복해서 왔다갔다거리는 심정일 겁니다. 아마 당장 내일이 오지않았으면~ 하며 잠을 청하고 있을 수도 있구요."
그정도 인가? 그렇담 내가 가서 뒷덜미를 콱 잡고 구원해준다면 영웅대접을 받게 되는건가? 뭔가... 재밌을 것 같다!
"영상을 보낸지 반나절도 안되어서 연락이 온겁니다. 우리가 저자세로 나갈 필요없겠죠. 지혜씨는 현재 에이전트가 없으니 당분간 제가 담당하다가 믿을 만한 에이전트를 한명 파견할테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될겁니다."
"도착했습니다. 대표님"
***
띠링
"안녕하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한 남성이 황대표님을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박변 오랜만이네, 준비는 되었나? 아 참 여기는 지혜씨고 어제 설명했으니 잘알겠지?"
"물론입니다. 대표님 준비는 전부 되어있습니다.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잠시 앉아서 쉬고 계시죠. 이대리! 여기 커피 한잔씩 드려."
"네."
나는 기다리는 동안 투게더에 들어가 우리 마붕이들의 민심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오늘 마리 얘 안오면 쳐 들어갈 레이드 공팟 모집(1/30)]
ㅈㄱ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진심이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진심이지 당연한걸 물어
ㄴ진심인게 더 무서운게 레전드
야야 공대 하나만으로 가능하냐? 가도 우리가 질 것 같은데?
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니가 더 나빠 이새끼야
흐음... 시간을 보니 조금만 빨리 끝나서 이리저리 빨리빨리 움직이면 시작 전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야 근데 마리 안올수도 있다고 했는데 센터에 대기타는 새끼들 왜 이렇게 많냐?]
(대충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 모여있는 사진.jpg)
와 아침부터 진짜 많이도 갔네
다들 할 일 없냐?
무조건 가야겠다. 저 사람들을 보니 시간안되면 안가야지라는 생각이 사라진다. 이 사람 언제오는 거야 도대체가 말이야 쯧.
띠링
그렇게 조금 기다리다보니 문을 열고 한 백인 남성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제이크입니다."
한국말을 유창하게 한다. 아시아 담당이라고 했지? 그래서 그런가? 예전에 DTS인지 먼지 아이돌이 그렇게 유명했으니 우리나라 언어를 습득할 만큼 탑클래스가 된거아니야?
황대표가 내 어캐를 살며시 툭 치신다.
"안녕하세요. 이지혜입니다."
제이크의 눈이 살짝 빛나는게 느껴졌다가 사라졌다. 그 이후의 일은 별거 없었다. 스카우터가 계약을 맺을 수는 없으니. 적당하게 구두계약식으로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계약이 진행이 되는지와 주급같은걸 이야기 해줬는데 사실 돈 같은건 별로 걱정이 없어서 관심이 없었다.
왜냐면 난 가족도 따로 없고 필요한게 있으면 황대표님이 다 구해주시니깐 그렇지 뭐....
"저기 궁금한게 있어요. 제가 가면 바로 스트라이커로 주전 뛸 수 있어요?"
"바로는 아닐 겁니다. 아마 구단주님이 생각하시는게 있는 것 같은데 현지 서포터즈들이 받을 충격을 완화 시킬 방법을 구상하는 듯 합니다."
"아... 서포터즈들이 조금 강한편인가요?"
"예 안그래도 촌구석에서 성공해서 올라온 팀이라 서포터즈의 자존심이 조금 강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으셔도 운영진과 코치진은 전부 지혜씨의 편입니다. 문제없을 겁니다."
"실력을 보여준다면 괜찮지 않을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요. 영국이란 동네가 조금 보수적이다보니... 뭐든 도전해봐야 할 듯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이야기를 더 떠들어 댔을까 제이크가 서류를 툭툭 모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렇게 직접보니 외모도 상당히 뛰어나서 아마 서포터즈도 금방 빠져들듯합니다. 사람들은 미인을 좋아하니까요."
제이크는 그렇게 능글맞게 웃고는 다음에 영국으로 이동할때 뵙겠다며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
센터에 도착을 하니 엄청난 양의 차들이 보인다. 주차장을 넘어서 길가에도 일자정렬하게 서있는걸 보니 살짝 좆됐음을 느낀다.
'아 이거 들어가기도 힘들 것 같은데...'
아니나 다들까 입구부터 사람들이 가득차 있는데 뭐야 이거 아이돌 콘서트라도 온건가? 아니면 아이돌 초대공연이라도 있나? 들은건 없는데. 블락핑크가 온건가?! 그렇담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잠시...잠시만요~~~"
"아이씨 밀지말아... 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급해서요오!!"
"뭐야 왜이렇게 미는거야!"
"어 저 사람 이지혜아님?"
"맞는듯 여왕님이 저 사람말곤 없잖아?"
여왕님? 뭔 소리들을 하는거지? 나는 급하게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며 내 부스를 찾아가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나만보면 여왕님 여왕님거리고 있었다.
"아! 지혜야 왔구나! 일찍왔네?"
"헥 헤엑 일찍온건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늦을줄 알았어! 어제 한 두배는 온 것같은데?"
"맞아 거의 시장통이야. 정말 화장실 가기도 어렵다니까?"
"근데 언니 사람들이 나보고 여왕님 거리는데 혹시 아는 거 있어?"
"..."
가은 언니가 내 눈을 피하고 얼굴을 돌리더니 얼굴이 조금 빨개진다. 아... 웃음 참고 있잖아!
"뭐 알고 있지! 말좀 해줘어!"
내가 가은 언니를 잡고 흔들고 있자 언니가 살려달라고 외친다.
"일단 방송부터 키자 지혜야! 마붕이들한테 인사는 하고 경기 뛰어야지!"
"그래 알았어.. 이따 보자..."
나는 살짝 눈을 흘기고 방송을 준비 했다.
옆에 팀원들이 나를 보고 웃음을 참듯이 얼굴이 빨개지고 입가가 일그러지며 지나갔다.
" 아씨 뭔데!! 나가지고 놀리지 말라구우!!!"
열받아서 소리를 치자 주변에 대기를 하던 마붕이들이 내가 온것을 눈치 챘는지 몰려온다. 그런데 이 사람들도 여왕님!! 이라고 소리치고 아주 난리가 났다.
이거 내 캐릭터가 여왕님으로 잡힌건가? 도대체 뭐지? 뭐임?
띠링
여왕님 ㅎㅇ
마리여왕님이 오셨다 누가 고개를 들고있냐? 미쳤어?
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여왕님 사랑해요!!!
여왕님!!!!!!!!!!!!!!!!!!!!!
뭐야 마붕이들도 왜 전염이 됬지? 인터넷 기사라도 난건가?
"잠만 잠만 여러분 제가 약속 지키러 왔잖아요!! 반가운건 알겠는데 도대체 여왕님은 뭐야?"
여왕님이 반가우시단다 뭐하냐 배깔고 눕지않고.
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여왕폐하 만세!!!
골대를 열어라 여왕님이 오셨으니까!!
마붕이들은 말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띠링
마리눈나화이팅님이 200,000원을 후원!
[여왕님 아침뉴스에서 이기영 해설위원님이 필드위의 여왕이라고 했어여]
머릿속을 망치로 한대 맞은 듯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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