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16화. 막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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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의 여유가 생겼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남는시간에 빈둥빈둥 대다가 영국으로 넘어가는건 재미없잖아?
잠시 컴퓨터를 키고 인터넷을 켜본다. 그래도 궁금하잖아. 내가 싸지른 똥에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고 질색하고 있는지는...
['여왕' 프리미어리그에 도전장을 내밀다!]
워 시작부터 자극적인거보소 이러면 안 읽어 볼 수가 없잖아....
2040년 1월 xx일 서울 모 축구센터에서 유명 스트리머 온리싸커의 후원으로 풋살 대회가 열렸었다.
이 대회는 32개 가량의 팀이 서로의 재능을 뽐내며 겨뤗고...
'이 기자분은 사족이 너무기네 뒤쪽만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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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의 MVP를 수상한 스트리머 '마리' 본명 이지혜(만 18세)는 어마어마한 잠재력의 실력을 뽐내며 대회를 거의 초전박살을 내버렸다. 그 누가 알았을까 이 '여왕'이라고 불리는 한 소녀는 이제 겨우 20살이라는 것을!
본 기자가 더 자세하게 알아보니 더욱 놀라운 사실을 알아내었다. 바로 몇 주 전만해도 이 소녀는 축구를 전혀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전혀 해본적이 없다고 한적은 없는데. 이게 기자들이 기사를 부풀려 쓴다는 뭐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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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시상식이 진행이 되고 마지막 순서에 '여왕'이 MVP를 수상하는 장면이다(사진)
정말 자랑스럽고 멋진 모습이다.
'뭐야 이 사람 진찌'
수상 소감 발표를 하는 중 놀라운 소식을 발표했다. 바로 프리미어리그에 도전하는 것과. 리그1에 소속되어 있는 팀과의 계약!
그것도 여성리그가 아닌 남성리그에 도전한다는 것! 누구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그 도전을 이 소녀는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발표한 것이다.
어쩌구 저쩌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자 ㄹㅇ 팬됬나보네
나 기레기들 존나 싫어 했는데 얘는 좀 정간다. 우리 마리여왕님을 알아 본거잖아?
아 여기에 마붕이들이.. 마퀴벌레같은 놈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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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을 조금 세워야 할까나.. 수아에게 전화를 해보니 유학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한다. 너무하네 조금 서운해지는데? 그렇다면 가은언니 밖에 안남잖아. 나 친구 너무 없는거 아닌가?
[여보세요. 가은언니!]
[와~~ 지혜야 일때문에 말고 사적으로 전화하는건 첨인데?]
[아니 언니 그게 글쎄 영국 가기전에는 훈련을 안하기로 했잖아요? 전에는 맨날 봤으니 전화 할 필요가 없었죠!]
[이야~ 여왕님이라고 내가 필요할때만 연락하고 그래도 돼?]
[언니! 제발 여왕님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호오....]
진짜로 제발 여왕님은 살짝 멘탈에 기스를 내버린다. 하지만 나는 괜찮아. 이제 관종이 되야하는데 이 정도 멘탈 공격은 아무렇지 않게 흘러 넘지는 유연함도 있어야겠지. 남들이 듣기 싫은 소리한다고 해서 기분 나빠할 필요가 없는거야!
[어쨌든 언니 시간 있으시면 저랑 따로 방송하러 가실래요?]
[오. 그거 언니한테 데이트 신청이야?]
[아닌데요.]
[그래 언니랑 데이트 하러 가즈아!]
[아니라니까요.]
말이 통하질 않는다. 이 언니 조금 달라붙는 점이 무섭지만, 방송을 킬테니 별일 없겠지. 그나저나 무슨 방송을 해야하나? 일상적인 컨텐츠를 찍어보질 않았으니 아는게 있어야지...
[음 저기 지혜야.]
[네 언니 듣고 있어요.]
[그 내가 잘 아는 스트리머분이 있는데 같이 합방으로 하는건 어떨까...? 이분은 VR 게임 방송을 주로 하시는 분인데 너 같이 피지컬이 좋은 친구가 오면 좋아할 것 같아.]
[음... 그래요! 저도 흥미가 생기네요 언니!]
재밌겠다. 이걸로 또 한명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걸까?
[근데 그 방송하시는 분 누구에요? 대기업이시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야 미래의 월드 클뤠스께서 지금 뭐라고 하는거니? 부담? 하하 얘 요새는 왠만한 방송인들보다 너가 더 유명할 거다? 그러니까 티비도 좀 보고 살아~]
음.. 아마 대회의 여파가 꽤 큰가보다... 하긴 그렇겠지... 내 몸으로 카메라에 비추기만 해도 유명해질텐데 축구마저 잘한다? 남자들이 미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럼 그 합방 하실분 성함이 혹시 어떻게 되시죠?]
[방송 닉은 연두부라고 하고 나랑 동갑에 방송 경력이 4년 정도 된 친구야.]
어우야 대선배시네. 가자마자 고개 조아리고 조용히 있어야 겠다.
[네 할게요. 하고 싶어요.]
[그래! 잘 선택했어 지혜야. 그럼 내가 얘기 해놓을테니 내일 저녁에 합방 하기루 하고 내일 오전에 우리 만나서 데이트하고~ 방송에서 입을 옷도 좀 사자!]
[네네... 알겠어요...]
이 몸으로 살때 가장 힘든건 여자들 텐션 맞춰주는게 아닌가 싶다. 내 속에 시커먼스 아저씨가 숨어있다고 말 할 수도없고 한다고 믿을리도 없고 참 웃긴 세상이다.
***
"지혜야~"
저 멀리 지하철역 입구에서 베이지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귀여운 가은언니가 있었다. 진짜 콱 깨물어죽여버리고싶네 진짜. 어머 나도 너무 과격 해졌나 본데? 후후훗?
실없는 생각을 하며 가은언니에게 다가가 안부를 물어보았다. 우리의 키는 거의 20센치 가까이 차가 나기 때문에 만약 내 젖탱이가 크지 않았더라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남자친구하고 생각했으리라.
"언니 근데 오전이 이렇게 일찍 만나서 뭐하려고 그래?"
지금은 오전 9시. 예전의 나였다면 맨날 자빠져서 자고 있을 시간이지만, 지금의 나는 매일 같이 새벽에 일어나 런닝을 하니 적당한 오전 시간이라는 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겠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가게들도 많이 보인다.
"뭐가 됬든... 곧 한국을 뜨고 영국으로 가는데 향수병 걸리지 않게 많이 즐겨 놓고 가야 하지 않겠니?"
"아니 평생 거기서만 살것도 아닌데 왜 그래.."
"그래두... 난 한국을 떠나서 사는 건 첨이라 좀 긴장되서 그런가부다 히히"
가은언니는 내 팔짱을 끼고 나를 이끌듯이 지하철역사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지하철도 되게 오랜만에 타는데 크게 변한게 없네?"
"그게 무슨 소리야? 지하철이 바뀔게 뭐가 있다고 바뀌어?"
"아니야 그냥 한 얘기야..."
큰일 날뻔 했네. 다시한번 아가리 단속을 잘 유지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뭐 내가 사실을 말한다고 믿을 사람도 별로 없겠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면 조금 그렇잖아?
"어... 저기 저 사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음? 어 그...뉴스에 나온 사람이잖아? 이름이 뭐더라..."
"이..이지혜 선수잖아!"
구석에 옹기종기 모여 서있던 남자 고딩들이 나를 보고 한번에 알아 보았다. 대단한데? 근데 왜 내 뉴튜브 구독자는 아직 10만이야? 이거 가은언니 잘못아니야?
나는 고딩들을 한번 쳐다보고 씩 웃고 입에 검지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여기는 공공장소. 괜히 소란을 피워 혼란을 야기하지 말자는 뜻이다.
이 번역은 ㅇㅇ. ㅇㅇ.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지혜야 가자 여기야."
"음... 뭐하러 가는지 부터 알고 싶은데..."
"일단 가보자! 나도 한번도 안가봤는데 정말 가보고 싶었어!"
***
냐옹
냐아아아옹~~~
나는 누구인가 여긴 또 어디인가.
찰칵! 찰칵!
"꺄아아아아!! 지혜야 너무 귀엽다아!!!"
아마 다른 사람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고 재밌게 노는 절친이라고 생각하겠지. 마치 저기서 흐뭇하게 바라보고있는 종업원 언니처럼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미리 여기에 올거라고 말하지 그랬어.
나 고양이 무서워한다고...
뭐? 들어가기 전에 미리 말하지 그랬냐고? 남자새끼가 가오가 있지 냥이가 무섭다고 빼고 그럴 수 있겠어? 난 지금 여자라고? 그렇긴 한데 이상하네 하여튼 지금 내 머리와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다리에 한마리씩 고양이들이 올라가서 자고 있다.
얘들은 처음 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렇게 가까이 다가와서 이럴수있는거지? 나는 알 수 가 없다.
내 모습을 본 가은언니는 말 그대로 혼절직전인 사람마냥 사진을 찍더니 핸드폰을 보며 뭔가를 한다.
"뭐해? 언니"
나는 날 두고 혼자 즐거워 하는 언니에게 살짝 투정을 부리는 말투로 물어봤다.
"잠깐만. 잠깐만."
"자자 이거봐바"
가은언니가 내게 자신의 핸드폰을 가져와 보여준다.
[님들 님들 마붕이님들 어서와서 이거보셈 '여왕님이 집사가 되었다.' 어떰?]
(내 사진)
크으으으으~~ 님들 넘나 귀여운거 아님?
오....
쫌 치는데 가은눈나
어디임? 고양이카페?
졸귀다 마리눈나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
근데 방송은 언제 켜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ㅓ
허어 가은언니가 게시글 올린지 몇 초나 됬다고 댓글이 막 달리네... 얘들 매일 대기만 타고있는거 아니야? 좀 소름돋는 마붕이들인걸?
"근데 조금 덥다 애들이 붙어있어서 그런가?"
"걱정마 지혜야 여긴 겨우 첫 코스라 금방 나갈거야~ 목적은 바로 이 사진이였구~"
"..."
그 뒤로 나는 6시간동안 카페, 방탈출, 디저트 맛집을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히며 괴롭힘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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