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화 〉 17화. 막간(2)
* * *
띵동
한 오피스텔 단지에 들어왔다. 여자집에 찾아가는건 내 인성 처음이다. 아아... 감동이 몰려온다... 얼마나 한심한 인생이였던가. 하지만 광명 있으리!! 내 앞과 옆을 보아라. 내 옆에 미녀가 있느니 앞으로 나아가길 두렵지 않고, 이 벽넘어에도 아리따운 공주가 왕자님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네에.. 누구세요?"
헛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약간 가늘고 하늘하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 목소리 이쁘다.
"나 가은이야 연두야."
"아! 벌써 왔구나! 조금만 기다려~ 금방 열어줄게~"
띠로리로링~
문이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열리길래 자세히 보아하니 문 뒤쪽에서 아름다운 여성이 걸어나온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연두라고 불린 이 아름다운 생명체는 나를 바라보고 놀란 눈을 하고 있다. 거의 나 만큼 짧은머리인데 살짝 웨이브가 져있다. 눈은 강아지같은 눈인데 살짝 쳐져있어서 꽉 안아주고 싶은 느낌이 들게 한다. 키는 한 160대 초 중반정도가 될듯하고 가슴이 많이 작아보인다. 하지만 어떠한가 이리도 귀여운 생명체인데.
"안녕하세요. 이지혜입니다."
나는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내 첫 인상을 망칠 수는 없지. 마드모아젤.
"와...전 이연두라고 해요. 정말 예쁘시네요."
당신만 하겠습니까. 마드모아젤
장난은 이만하면 됐다. 나는 가은언니랑 쇼핑을 하면서 사온 선물을 거실에 옮겨 주었다.
"가은아 뭘 이렇게 많이 사왔어!"
"너 밖에 잘 안 나가잖아. 나라도 널 챙겨줘야지."
"가은아..."
이연두가 눈물을 글썽이는 척을 한다. 정말 요물이네 방송이 본업인 사람이라 그런가? 표정이 정말 살아있다.
"...혹시 실례가 안된다면 연두 언니라고 불러도 될까요?"
"물론이져~ 저도 편하게 지혜라고 해도 될까요?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네 언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제 내 입에는 언니가 짝짝 달라붙는다. 오빠는 죽어도 못할것같지만 만약 누가 오빠라고 불러달라고 한다면 자신있다. 무엇을? 상대를 반 접어버리는 것을.
"점심들은 다 먹고 왔지?"
연두 언니가 짐을 옷방같아 보이는 방에 대충 던져놓고 거실로 나왔다.
"그렇지 지혜랑 찐하게 데이트 하다 왔어."
"뭐어?? 왜 난 빼고!?"
"훗 아직 넌 지혜랑 데이트할 짬은 아니지"
"너무해!"
"됐고 이거 봐바 내가 지혜 데리고 고양이 카페가서 찍은 사진인데..."
가은 언니랑 연두 언니는 서로 엄청 친한가 보다. 이렇게 보니 내가 새삼 여자가 됬다는 걸 느낀다. 난 뭐 걸즈토큰가 뭔가 할 자신은 없지만.
***
"오늘 합방하기로 했잖아?"
연두 언니가 머리를 빗질하며 나에게 말했다.
"그렇죠 VR인가 그거 하실 거라면서요. 전 한번도 해본적이 없으니까 재밌겠네요."
사실 별로 흥미는 없지만 이 이쁜 눈나들이랑 놀거라고 생각하지 뭐든 재밌을 것 같다.
가은 언니가 하얗고 네모난 기계와 두개의 막대기를 가져왔다.
"한번 테스트도 해봐야지."
"오 신기하다."
고글 같이 보이는 네모난 기계를 머리에 씌우니 꽤 좋은 화질의 화면이 내 눈앞에 펼쳐진다. 이 걸로 여러 가지 게임을 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진째 재밌을 것 같다.
누구든 처음 경험하는데는 약간 거부감이 들이 않던가? 그 거부감을 이겨내고 경험을 하게 된다면 대부분 자신의 생각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나도 마찬가지다. VR이 뭐 별거 있겠냐며 생각 했지만 꽤 신기하다.
"푸후후훗"
"아!하하하하하! 지혜 너무 귀여워!!"
띠링
응? 방금 무슨 소리지?
나는 VR을 살짝 벗고 가은 언니를 쳐다보니 자신의 핸드폰으로 날 찍고 있었나보다.
"아~ 언니 또 뭘찍고 있던거야~"
"아냐 지혜야 진짜 귀여웠다? 이거 봐바"
"와...생긴거랑 진짜 다르네 지혜는"
연두 언니가 날 멍하게 쳐다 보고 있었다. 확실히 내 외모는 애들 몇 명 패버릴듯이 쌔보이긴 하지.
슬쩍 가은 언니 폰을 어깨 넘어로 쳐다보니 내가 VR기기를 쓰고 막대기를 이리저리 휘적휘적거리는데 기럭지가 길다보니 뭔 신장개업한 가게 앞 공기인형을 보는 듯하다.
"하아.. 언니 이게 뭐가 귀여워. 이거 투게더에 올리면 안돼?"
"응? 이미 올렸는데?"
"뭐? 벌써? 와 진짜 빠르네... 어쩔 수 없지.. 우리 마붕이들은 내가 망가지는걸 젤 좋아하니까."
"그렇지?"
아니다 마붕이새끼들은 내가 벗는 걸 젤 좋아할거다. 확신한다.
"아 연두 언니 방송 준비 도와 줄거 없어요?"
"아! 그럼 잠시만 일루 와바~"
의자에 앉아 있는 연두언니에게 다가가니 갑자기 내 어깨에 팔짱을 두르고 찰칵하는 소리가 들려 앞을 보니 핸드폰 하나가 앞에 있었다. 다시 '찰칵'
"음... 언니 이게 무슨 준비 도와주는거에요?"
"아~ 합방한다고 공지 미리올려야 시청자들이 좀 몰리지~"
아 그렇네 우리는 공지 했으려나?
나도 땅바닥에 대충 털썩 앉고 핸드폰으로 내 투게더에 들어가 봤다.
'오 공지 올라와 있네? 가은 언니가 올려 준건가?'
[오늘 연두님과 합방합니다! 19:00 부터! 우리 방송 안키구 연두님 방송에서!]
(대충 내가 VR 기기를 쓰고 흐느적거리며 조이스틱을 휘두르는 모습)
ㅈㄱㄴ
?
머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연두네 스튜디오네. 벌써 집에가있는 듯.
벌써 친해진건가? 마리눈나 멍청미 개귀엽네.
아니 여왕님 거기서 뭐하시냐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내가 한숨을 거하게 쉬고 있자 연두 언니가 나한테 왜그러냐고 물어본다. 나는 아무말 없이 핸드폰을 들어 연두 언니에게 보여주었다.
"꺄하하하하하하!!!"
얼씨구 맘에 드시나보네. 연두 언니가 맘에 드니까 나도 마음에드네. 됐다 이젠. 가은 언니는 자기한테 화낼까봐 벌써 어디 도망가있나보네. 대단해 참.
"그럼 이따 저녁 먹고 방송 시작하시나요?"
"아니 시작은 먹방 하면서 시작하는건 어떨까?"
"오 뭐먹을 건데요"
"여기 매운떡볶이집 유명한데 있는데 매운거 좋아해?"
"음...그냥저냥 먹는데 너무 매운건 잘 못먹어요."
"나랑 가은이는 매운거 진짜 잘먹거든~ 오는 제일 매운 맵기로 먼저 저녁 먹방부터 가즈아!"
도대체 왜 물어본 걸까? 둘다 성격이 정말 맵구만.
***
"안뇽 얘두라~ 오늘은 마리님이랑 합방을 할꺼야~"
!?
나는 갑자기 목소리가 변한 연두 언니가 당황스러워 쳐다보고 말았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리눈나 연두 애교부리는거 첨보누
매운맛 ON
"자. 마리님 저희 방송에 자기소개 한번 해주세요~"
나는 대충 인사를 하고 반갑다고 했다.
"오늘은 매운떡볶이 먹방을 먼저 할거에요. 아직 음식이 도착 하지 않았으니까~ 우리 마리님한테 궁금한거 다 물어봅시다."
띠링!
연두바라기님이 1,000원을 후원!
[마리눈나 엄청 이쁘신데 남친있음?]
오우쉣 시작부터... 오늘은 꽤 험난 할 듯 하다.
"아니요 만들고 싶은 마음도 전혀 없습니다."
크으 역시 여왕님
남자는 자신의 발 밑에만 있음 된단거지~
크~ 눈나 날 밟아줘
"마붕이들아 내 방송 아니니까 좀 자제하자 오늘은 순한맛 정도로 오키?"
"근데 우리 방송 애들도 꽤 매운애들인데..."
"아 그래여?"
띠링!
마리바라기님이 1,000원을 후원!
[오우쉣 연두눈나 마리눈나 가슴한번 만져보고 싶지 않았음?]
"마이깟..."
"오... 선좀 제대로 넘으셨네 가시는길 인사는 안할게요."
연두 언니는 바로 밴때려버리고 선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 했다.
띠링!
연연연한연두님이 2,000원을 후원!
[마리님 영국으로 가신다고 하셨는데 언제가시나요?]
오 좀 질문다운 질문이 나왔네. 이런 분위기로 쭉 갔으면 한다.
"이제 일주일도 안남았어요."
????
아니 눈나 우리한테 말도 안하고?
"아."
?????????
이 눈나 진짜 너무하네
자~ 드가자~
락
나
나
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눈나... 여기 깜깜해... 어디 갔어?... 나 추워...
이건 내 실수다. 아 저번에 공지 한다는 걸 왜 까먹었지...
"미안 미안해 얘들아 그래도 내 방송 아니니까 도배는 하지 말아주라.."
ㅋㅋㅋ 어림도없고
띵동!!
터벅터벅 덜컹
밖에서 가은 언니가 주문한 음식을 받는 소리가 들린다.
"얘들아 곧 가은 언니가 음식 가지고 올거야. 이제 정신 차려바."
ㅇㅇ ㅇㅋ
근데 마리눈나 매운거 잘먹음? 뭐 먹는걸 본적이 있어야지..
"아.. 사실 잘 못먹어 여기 연두 언니랑 가은 언니는 매운음식 마니아라는데... 나만 맵찔이인듯?"
"하하하 그 정도는 아닐 거야 걱정하지마 지혜야."
가은 언니가 음식 세팅을 해준다. 일회용 접시에 담겨온 시뻘건 떡볶이를 바라보니 벌써 속이 쓰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다.
"잠깐 언니 이거 먹어도 괜찮긴 하지? 막 쓰러지고 그런거 아니야?"
"꺄하하하하 지혜는 덩치는 이렇게 크면서 왜이리 겁이많아? 그냥 한 젓가락만 먹어 보고 못 먹겠으면 안 먹어도 돼~"
"그..그렇지?"
나는 떡볶이 하나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지고 들어 갔다.
이 떡볶이가 전설의 짤을 만들 줄은 꿈에도 모른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