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화 〉 18화. 막간(3)
* * *
"헤엑!!! 겁나 매워!! 하악!!!"
"..."
혀가 얼얼하고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너무 더워서 손부채질을 해보지만 택도없다.
ㅜㅑ 신음소리ㄷㄷ
귀르가즘 장난아니네
나는 같이 배달온 쿨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하아아앙 이거 너무 매운거 아니에요?!"
옆을 쳐다보니 둘은 잘만 먹고있다.
"야 연두야 이거 19금 걸어야 하는거 아니야? 지혜 너무 야하다 지금"
지혜 언니는 날보며 깔깔 웃고있다. 너무하네...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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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님 지금 모습 한번 보셔야 할텐데ㅋㅋㅋㅋ]
와 땀에 젖은 얼굴 넘나 섹시하네
나 이렇게 이쁜 여자 첨봄 연예인보다 나은데?
눈나ㅏㅏㅏㅏㅏㅏ
마리님 정말 예쁘시네요...
나는 방송 송출화면을 한번 쳐다보았다. 앞머리가 땀으로 뺨까지 달라 붙어있고 볼과 눈동자가 살짝 빨개져서 진짜 어디서 한판 하고온 여자같아 보인다.
방송 인원을 보니 만오천명이 넘어가고있다. 어머나 세상에 내 이딴 꼴을 만오천명이나 보고있다니.
처음 느껴보는 강한 수치감에 얼굴이 더 빨개지는게 느껴진다.
채팅창을 보니 터지기 직전이다. 도배로 가득 차고
있고 거의 혼돈의 도가니다.
"아.. 안되겠다. 언니 나 세수좀 하고올게."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세수를 하는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야해보인다.
내 모습을 보고 생각해보니 떡볶이 하나먹고 신음을 내던 내 모습이 머리어 번뜩하고 떠오른다.
'씨발 한동안 짤로 돌아다니겠네'
어쩔 수 없지. 그냥 더이상 먹지 말아야겠다... 아 쪽팔려...
그렇게 언니들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을 보며 이런저런 근황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벌써 한시간이나 지나갔다.
"자 그럼 이제 먹은건 치우고~"
가은 언니가 구석에 있던 VR기기를 들고 다가온다. 음... 여기서 멋진 모습을 보여줘서 이미지를 회복하는거야!
"자 오늘은~ 요새 유행하고있는 VR게임을 해볼건데요~"
옆에서 가은 언니가 뒤에 뭔갈 더 숨기고 심상치 않은 미소를 짓는다. 뭐지...불길한데...
"바로바로 저댄 VR 버전!!!"
가은 언니가 뒤에 숨기고 있던 무엇가를 양손에 들고 흔든다.
뭔가에 붙이는 것 마냥 스티커가 달려있는 동그란 물건들을 가지고 나에게 다가와 허벅지랑 종아리같은 부위에 부착한다.
"어 어 이거 뭐에요 언니?"
"자~ 지혜야 이 게임은 눈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하는 게임이야~"
"네?"
그냥 따라하는거라고? 그게 무슨 재민데?"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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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을 기다렸습니다. 시작은 이 노래로 해주세요. Phxx 2 Phxx xxxx]
크 배운친구구나
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
오늘 잠 못자는 날인가?
"그게 뭔데 씹덕들아"
"캬 역시 내 시청자들이야 뭔가 아는구나 자자 지혜야 빨리 이거 써봐"
나는 마땅치 않은 얼굴로 기기를 착용하니 눈앞에 게임이 실행되는게 보이고 오른쪽 구석에 내 방송모습이 보인다.
"스틱 줘바바 내가 골라줄게"
뭔가 휙휙 지나간다... 근데 이거 보니 춤추는 겜인가본데?! 난 그딴거 자신없다고!? 내 멋진모습 어떻게 할거야?
"잠깐만 언니 이거..."
Ready~
내 동의도 없이 시작한다. 스틱을 나에게 다시 건내주고 내 어깨를 살짝 밀쳐서 넓은 공간으로 이동시킨다.
눈 앞의 캐릭터가 살짝살짝 흐느적댄다.
뭐 별거 없네.
대충 따라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런데 옆에서 풋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착각이지?
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큰거온다
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자~ 드가자~
노래가 조금씩 고조되며 무언가 오는게갑자기 눈앞의 캐릭터가 양손을 머리뒤로 올리고 골반을 좌우로 흔들어 대기 시작한다.
"!!!"
"어...언니! 나 이거 못하겠어!"
"괜찮아! 빨리 해봐!"
뭐가 괜찮다는거지.. 어쩔 수 없이 따래 해보는데 너무 수치스러운 동작이다. 슬쩍 내 모습을 보니 티셔츠가 올라가 내 복근이 선명하게 보이는 모습으로 흔들고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와... 장난아니다 지혜야..."
옆에서 난리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난 이러한 춤을 감당할 수 없어!
"으아아악!!"
난 소리를 지르며 VR기기를 벗어던졌다.
"...더 이상 못하겠어요. 혼자 있고 싶어요.."
난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주저 앉았다.
"지혜야 진짜 이뻤어"
위로가 되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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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나진짜여신이다]
크윽 이럴려고 방송했나 자괴감들어...
"뭐 그래도 예쁘게 봐주셨다니 다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금융치료 확실하네
ㄹㅇ 내 인생은 마리를 만나기 전후로 나뉜다
***
드디어 출발한다!
나는 지금 인천국제공항에 나와있다. 오늘 여기서 저번에 만난 그 스카우터분을 만나기로 했는데.. 이름이 뭐더라...
"아 황대표님! 코치님이랑 같이 오셨네요?"
"허허 오는길 차 하나로 움직이는게 나을듯 해서 모시고 왔죠."
"어디보자 비행기 시간이 6시간이나 남았는데..."
"어이쿠 지혜씨가 해외로 나가보시는게 처음이시라 그런것 같은데 우리 딱 맞게 온겁니다. 자자 일단 가시죠."
그렇구나 내가 어디 갈일이 있어야 말이지..
황대표의 뒤를 졸졸 따라가니 커다란 라운지로 보이는 장소가 나온다. 뷔페에 안마의자까지... 원래 공항에 이런곳이 있나?
"여기는 퍼스트클래스만이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입니다. 반갑습니다 지혜씨"
저번에 만났던 스카우터분이 나에게 다가오며 악수를 건넸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 쪽이 피지컬 코치이신 미스터 박이십니까? 저는 웰링 유나이티드 아시아 지부 소속 스카우터인 제이크입니다."
아 이분 이름이 제이크였었지 이번엔 잊지 말아야겠다. 상대방한테 실례를 저지를뻔 했네...
"그런데 퍼스트클래스라니 이렇게 비싼 항공까지 준비해 주실 필요가 있어요?"
나는 부담감을 살짝 느껴 제이크에게 물어보았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지금 급한 상황이니 귀빈이신 미스 지혜를 정중하게 모셔야 좋은 이미지를 드릴 수 있겠죠 하하"
"...그 일단 감사합니다."
"괜찮습니다. 아직 보딩체크 시간이 남아있으니 잠시 라운지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이야기 해보죠."
우리는 라운지 한가운데 존재하는 커다란 테이블로 이동했고 제이크는 서류가방에서 몇가지 서류를 꺼냈다.
"일단 숙소는 구단이랑 제일 가까운 곳을 구해놓았습니다. 미스터 황이 그럴필요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그럴 수는 없죠. 저희의 성의를 보여드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제이크는 씨익 웃으며 내게 사진 한장을 건네 주었다. 꽤 멋진 개인 주택이다. 넓은 정원과 두세명이 지낼만한 작은 저택. 내가 살고있는 지금 집과 비슷하다.
"환경이 너무 바뀌면 적응하는데 고생하실 것 같아서 최대한 비슷한 집을 구해 놓았습니다. 가정부와 운전기사도 한국인으로 편하게 지내실 수 있을겁니다."
"운전기사요?"
"그게 영국이 한국만큼 안전한 동네는 아니라서요. 저희의 중요한 선수에게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보디가드도 구단에서 고용할겁니다"
하나하나 날 위하고 있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장 시급한 문제도 해결하려 노력중인데 아마 구단에 도착하면 바로 준비되어있을겁니다."
"시급한 문제가 뭐죠?"
"언어입니다. 지혜씨는 영어를 구사하시지 못하시는걸로 파악하고 있는데 맞죠?"
"...네"
왠지 쪽팔리다. 영어정도는 공부를 해놓을걸...
"구단에서 영어 강의를 하던 여성으로 준비를 해 놓는다고 연락이 왔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당분간은 구단에서 통역사를 고용해드릴거구요."
"...감사합니다 정말로."
내가 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는게 느껴진다.
"감사는 풋살 대회에서 보여주신 모습으로 경기장에서 답해주시면 충분합니다. 하하 운영진 모두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
비행기에 탑승을 하려고 다 같이 이동하는데 박코치님과 제이크는 비즈니스 클래스라며 통로 밑쪽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렇게 황대표님과 같이 탑승을 하는데 아리따운 스튜어디스 아가씨 한분이 내 담당이라고 인사하고 자리를 안내해 주었다.
오 퍼스트 클래스가 이런 곳이구나... 비싼 이유가 있었네.
혼자 편하게 탑승해서 갈 수 있도록 칸막이들이 쳐저있었고 작은 냉장고와 티비까지. 자리에 앉아보니 다리를 쭉 뻗고 누워도 공간이 남는다.
"지혜씨 저는 계약 문제로 같이 이동하는거지만 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겁니다. 혹시나 생활하시는데 문제나 어려움이 있으시다면 제가 바로 영국으로 날아올테니 편하게 연락해주세요."
황대표님이 내 자리에 기대서 이야기 하고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 이제 진짜 시작이야. 풋살 대회? 애들 장난은 이제 끝이야. 마인드를 다르게 바꿔야해'
나는 앞으로의 미래를 생각하며 안대를 쓰고 오지않는 잠을 청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