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22화. 입단 테스트(4)
* * *
"자! 회의를 시작하시죠. 1일 차 훈련이 종료 되었습니다."
단상에선 임대 스카우터가 회의를 진행한다.
"이번에 인상 깊은 선수가 있으시면 한분씩 의견을 말씀 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들 한명씩 제일 마음에 든 선수의 데이터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흐음..."
"다음은 알렉스 감독님. 오늘 4팀만이 경기를 진행했지만,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으셨습니까?"
"흐음.. 몇명 있네만. A팀의 제리, 톰 그리고... 믹 홀리데이."
"음? 이지혜 선수는요?"
"그 선수는 말할 것도 없지 않나. 앞으로의 일정도 별로 의미 없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는군."
"그렇긴 하죠. 첫 경기 부터 평점이 10점이니..."
완벽한 헤트트릭을 완성하고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겠다며 교체를 요청한 선수. 다른 선수였다면 말도 안돼는 소리하지말라며 일갈 했지만. 뭐 어떠한가 아직 18세인 소녀인데 그런 예민 한 부분은 어른이 신경써줘야 겠지.
"하여튼 이 셋은 보완 할 점이 있지만 충분히 2군에서 쓸만 할 것 같네. 가끔 후보로 1군경기에서 뛰는 것도 괜찮을 거라 생각하고 있고."
"특히 골기퍼는 실력이 상당합니다. 이 친구 실력이라면 사실 챔피언십 팀으로 갔어도 금방 주전까지 올라갈 수 있으거라고 생각이 되는데요..."
"뭔가 우리가 모르는 문제가 있거나 본인의 생각이 있는 거겠지. 그딴건 우리한테 별로 중요한게 아니야. 실제로 우리팀에 관심이 있단게 중요한 거겠지."
"...그럼 다음분 의견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
***
아아아 기분이 최악이다. 골을 넣었을 때는 그렇게 기분이 좋았는데... 내 몸이 보여서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내 첫 헤트트릭을...공식경기는 아니엿지만...아무튼 첫 헤트트릭을 이런식으로 망쳐버린 녀석 때문에 기분이 안 좋다.
거지같은 새끼 부랄을 걷어 차버리고 싶지만 심판에게 노란 단무지와 격한 경고를 받았으니 내가 뭐 어쩔 수는 없다.
기분이 꿀꿀한데 이럴땐 마붕이들이지
[얘들아! 나 입단 테스트 경기에서 헤트트릭함!]
마붕이님들 경기에서 스트라이커로 출전해서 해트트릭했어요!
빨리 잘했다고 쓰담쓰담 해주셈!
투게더에 글을 올리고 핸드폰을 침대에 집어던지고 밥을 먹고 돌아와서 댓글을 확인해 봤다.
?
누구신지?
마붕이를 버리고 잠적한 마리는 우리는 모른다.
엄마...어딨어...
근데 해트트릭? 우리가 못 보는데 무슨 상관이냐고! 근데 축하함 눈나.
'이 자식들 여전하네'
오히려 한결 같은 마붕이들 때문에 기분이 좋아진다.
띠리리링!!
[가은 언니]
[오 오랜만이에요 언니.]
[투게더에 글 올렸더라?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언니한테 먼저 연락을 했어야지!]
띠링!
'응?'
문자가 온걸 잠깐 확인해보니 수아한테서 왔다.
[응? 언니 서운하게 자꾸 이럴거야?]
[아니 미안해 언니. 내가 좀 안좋은일이 있었어서... 그냥 기분 좀 풀어볼려고 글 올린 거였어요...]
[응? 누가 우리 지혜 괴롭혔어? 나한테 말해 혼내줄게!]
[아니 아니야 그런거]
나는 마지막 골을 넣고 있었던 일을 말했다.
[꺄하하하하하!! 완전 난리났었겠네! 우리 지혜의 노출을 생방송으로 본거아냐? 부럽다... 나도 아직 지혜랑 목욕도 못해봤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에요. 가은 언니..]
[아 참 나 조금 일이 일찍 정리되서 금방 런던으로 갈거야. 그거 말하려고 전화 하려고 했는데 투게더에 먼저 글올린걸 봐서 눈이 돌아가 버렸네.]
[하하하. 그럼 언니 언제 오는데요?]
[이틀 뒤에! 가서 리뷰 영상이랑 근황 같은거도 찍고~ 할게 많다 히히]
***
철컥!
"지혜야!! 내가 왔드아!!!"
"왔어요 언니? 어? 수아랑 박코치님?"
"히히 나도 같이 왔드아!!!"
"으음...나도 왔드아?"
"아씨 아빠는 빠져있어!!"
수아랑 가은언니가 나에게 달려와서 덥썩 안긴다.
"셋이서 같이 오셨어요? 말씀하시지! 그럼 공항까지 마중 나갔을 텐데..."
"우쭈쭈 우리 지혜 놀랐어요? 물론 서프라이즈 였찌!"
"근데 수아는? 학교는 안가?"
"잠깐 놀러온거야! 일주일 뒤에 다시 돌아가야해..."
"나랑 수아는 근처 호텔에 묵고 있으니 자주와서 같이 놀다가려무나. 그래도 빨리 영국으로 유학을 하고 싶다면 열심히 공부해야지?"
"아씨 아빠!!"
아재요.. 초치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딸래미가 싫어하는거 아니요. 물론 수아는 귀여우니 죄가 없다.
"그럼 오늘도 입단 테스트 하러 가야해?"
"응 오늘로 4일 째이긴한데.. 코치들이 나한테는 별 신경 안쓰는것 같아."
"음? 설마 인종차별...?!"
"아니야 수아야. 통역사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이미 합격점에 들어오고도 남아서 다른 선수들에게 집중할 뿐이라고 했어."
"오~~ 우리 지혜 축구 진짜 잘하나 부다. 내가 다 기쁘네."
"일단 집으로 들어가자. 비행기 오래타서 힘들었지? 언니도 짐 이리 주고."
"괜찮아~ 이래뵈도 해외 여행 여기저기 다녀봐서~ 적응이 됬다고 해야 할까? 가은 언니는 여기서 지혜랑 지낼거지? 부럽드아..."
"응? 수아 너 가은 언니랑 친했어?"
"으응 오면서 친해졌지.. 우리가 지혜를 너무~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히히"
...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파온다. 얼른 들어가야지.
"저저 지혜 부끄러워 하는거 봐라. 박코치님 수아가 지혜네서 몇일 지내는 건 어때요? 저리 좋아하는데?"
"오 나도 그게 좋을 것 같은데? 테스트 하러 가기 전에 놀러다니기도 해야지!"
"그래 그러려무나.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연락하는거 잊지말고."
""네에""
우리는 집으로 들어가 서로의 짐을 정리하는걸 도와 주었다. 방은 몇개 남아있으니 각자 방을 쓸 수 있을 거 같고... 먹을 걸 좀 장봐야하나? 이런일까지 가정부 아줌마께 시키는건 너무 죄송하니 우리끼리 장보러가는게 좋을 것 같은데... 영어 할 수 있나? 이 둘은?
"저기 이따 장보러 가고 싶은데, 둘 영어 할 수 있어?"
"그러엄~ 언니가 누군데."
"기본적인 회화는 할 수 있지. 그렇게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왠지 조금 자존심 상하네... 입단하기만 해봐라 바로 영어 배워서 놀래켜줘야지.
***
그렇게 우리는 몇일간 먹을 장을 봐오고 간식을 먹으며 근황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그럼 지혜가 첫 경기를 나가서 바로 헤트트릭을 해버렸다는 거네? 멋지다 우리 지혜~"
수아가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얘가 친구도 별로 없다는 아싸라면서 나한테는 잘도 다가오네. 뭐 기분은 좋지만.
"꺄하하하하 팀 애들 이름이 톰과 제리라고? 미친 그럴 수가 있나? 이거 완벽한 썰인데?"
"아니 언니 진짜라니까... 게다가 서로 죽이 잘맞는지 머라머라 잘 놀더라. 근데 톰이 제리한테 잘 얻어 맞더라구 덩치는 훨씬 크면서."
"꺄하하 그게 더 웃기네 진짜 톰과 제리 같잖아~ 재밌겠다. 나중에 걔네들도 입단하면 볼 기회가 있겠지?"
"아마도? 내 생각에는 걔들 만큼 하는 애들이 없었던것 같아. 확실하게 입단은 될 거야."
"근데 그게 더 신기하네. 미키? 그 골기퍼라는 녀석이 김병지 머리를 하고 있다고?"
"브릿지까지."
""꺄하하하하하!!""
"거짓말하지마!"
"아니 수아야 내가 거짓말을 해서 남는게 뭐야..."
"진짜 어메이징 하구나 너희 팀. 여자에 톰과 제리에 김병지까지.. 드림팀이네?"
"게다가 실력들도 좋아.. 대충 얘길 들어보니까 제리는 슬럼프가 왔었나 보고 톰은 큰 부상을 입었었나봐..."
"미키는?"
"걘 좀 또라이라는가봐 원래 여기있을만한 선수가 아니라는데?"
"뭔가 있나? 웰링에?"
"그런가 보지~ 그나저나 뉴튜브에 영상을 조금이라도 올려줘야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마붕이들 폭도로 변하기 일보 직전인 것 같아."
3일 전에 쓴글에 댓글이 아직도 달리고 있다.
외롭다고 버리지 말아달라고... 나도 보고싶단다 마붕이들아...
"일단 황대표님이 얘기를 해봤는데 국내에는 리그1에 관심이 있는 방송사가 없어서 우리가 촬영하는 개인방송에 중계권을 판매해서 하기로 했어. 확정이 된건 아니지만."
"중계권? 그거 엄청 비싸지 않아? 감당 되겠어?"
"뭐 지혜 너는 돈때문에 방송하는게 아니잖아?"
그렇다 나는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방송을 시작 하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돌아와서 무서웠고,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는 겁이 났기 때문에 동반자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거다. 나를 언제나 지켜봐주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물론 주변의 가은언니나 수아나 황대표님, 박코치님 처럼 도와주는 사람이 있지만, 이건 또 다른 느낌이랄까. 내가 언제나 실패하지 않을 까 걱정 할때 마붕이들을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편해진다.
"그렇지 뭐... 어쨌든 내가 입단 하면 다시 방송 시작하는걸로? 가은 언니는 여기에 나랑 같이 정착하려고 마음먹은거고?"
"당연한걸 왜 또 묻고 그러 실까~ 우리 키티 공주님~"
"아씨 언니 그거 하지 말라니까!"
진짜 소름이 돋는다. 몸은 여자지만 대가리는 남자라는게 이럴때 슬프다. 여자라면 공주님 대우에 부담이 덜하겠지만 난 완전히 소름이 돋는다. 특히 남자새끼한테 그런 소리를 듣는다면 난 죽빵을 갈길 자신이 있다고 말할수 있다.
"하하 근데 걔들 별명도 잘 짓는다. 우리 지혜가 이쁘장한 고양이 처럼 생기긴 했지. 조금 사납게 생기기도 했지만..."
"...됐어. 일단 나 입단 테스트하러 가봐야 해. 언니는 집에 있을 꺼야?"
"응 나도 준비 할게 있어서."
"그럼 수아는 어떻게? 철만 아저씨한테 부탁해서 관광이라도 할래?"
"아니 난 가은 언니랑 좀 놀고 있을게~ 지혜가 없는데 밖에 나가봤자 재미 없어~"
정말이지 귀여운 구석 밖에 없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