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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23화 (23/124)

〈 23화 〉 23화. 입단 테스트(5)

* * *

그레이터 런던 백슬리 웰링 주의 한 펍(PUB)

평일 저녁이지만 주인장은 그리 한가해 보이지 않는다. 시끌시끌한 펍의 벽에는 각종 웰링 선수의 사진과 사인들 그리고 클럽 엠블럼이 박혀 있는 걸 보아하니 상당한 홀리건이 운영 하는 펍인듯 하다.

벽면에 설치되어있는 4개의 TV에서는 각자 다른 축구 방송을 틀어 놓고 있었다.

사람들은 맥주를 먹으며 축구를 시청 하는게 매일 낙인 듯 해 보인다.

"...이런 씨발! 이게 무슨 개소리야?!"

콰앙!

대머리 잭이 또 맥주잔을 테이블에 휘두른다. 대체 또 무엇이 그를 그토록 화나게 만든것인가.

"잭. 또 왜그래. 너 우리 펍에 수백이나 외상이 달려있는건 기억하고 있지? 잔말 말고 조용히 잔을 내려놔."

주인장이 나긋 나긋한 목소리로 잭을 달래는 걸 보아하니 한 두번 일어난 일이 아닌듯 하다.

"케리! 내가 화가 안나게 생겼어?! 이 기사를 보고도?!"

"무슨 기사인데 그래. 또 어떤 선수가 술에 취해서 클럽에 들어간 사진이라도 파파라치가 뿌린거야?"

"아니 아니 그딴건 이제 그리 화나지도 않아! 여자라고!"

"여자? 도통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네."

"...내 말 잘 들어봐 입단 테스트에 여자가 있대. 여기 사진도 올라왔어!"

"...?"

주인장이 닦던 맥주잔을 내려 놓고 잭에게 다가가 그의 스마트폰을 보았다.

[웰링! 스트라이커를 찾을 수 없어서 여성 선수를 모집하다!]

(대충 이지혜가 바이시클킥을 하는 장면)

커다란 제목의 기사와 함께 한 동양인으로 보이는 여성의 사진이 있었다.

"호오..."

"지금 이걸 보고도 그런 반응이야?"

"아니 밑에 기사를 봐. 꽤 잘하나 본데? 연습경기에서 헤트트릭이라 잖아."

"애송이 새끼들 끼리 하는 경기에서 헤트트릭이 뭐 대단한거라고!"

"...친구 진정해"

우당탕탕

펍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벌게진 얼굴의 남자들이 들어왔다.

"이런 씨발! 이제 웰링도 끝이야! 챔피언십은 무슨!"

"내가 이딴 모습을 보려고 수년간 따라다닌줄 알아?!"

"주인장. 여기 맥주좀 가져다 줘."

그들은 자리에 앉으며 맥주를 시켰고 각자 관심있는 축구경기를 하는 TV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잭에서 떨어져 맥주를 가지러 바로 돌아갔고, 그 남자들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마크 주니어 그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군."

"흠... 내 친구 아들이 입단 테스트에 참석 했었는데, 실력이 굉장하다고 하더군. 그렇게 축구를 잘하는 여자를 본건 처음이라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말했지 개소리하지 말라고."

"...내 친구 아들도 그딴 소리를 하긴 하던데, 진짜인가?"

저들은 인생 한 구석에 축구는 당연하게 들어가 있고 욕을 하지만 웰링을 그토록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잠시 손님들이 지나간 테이블을 정리하고 다시 잭 녀석에게 돌아가고 있으니 뭔가 결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당장 내일 구단에 찾아가 시위를 할거야! 내 친구들 모두를 데리고!"

"기다려 잭. 그 구단장이 아무생각이 없을까? 자신의 아버지의 구단을 물려 받을 정도로 구단을 사랑하고 있잖아. 그 사실을 너도 잘 알고 있고."

"그렇긴하지.. 하지만! 이건!"

"자자.. 다들 너처럼 생각하고 있을거야. 저길봐"

잭과 케리는 한 테이블을 쳐다 봤고 그 테이블엔 만취한 남성들이 질질 짜며 웰링을 욕하고 있었다.

"다들 웰링을 너무 사랑하고 있을 뿐이야. 그렇다면 믿어줘야지 않겠어? 그리고 저 여자의 실력을 직접 본것도 아니잖아?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이 공평한 평가를 받아야지 안그래?"

"그렇지... 고마워 친구! 내가 너무 흥분한것같아. 일단 지켜보자고!"

"내 생각엔 아마 너가 아니라도 구단을 찾아 갈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 한두번이 아니잖아? 요새는 경기에서 질때마다 퇴진하라고 플랜카드를 걸고 있으니까."

"맞아... 나까이 굳이 갈 필요는 없겠지..."

언제나 지고있는 팀의 펍은 이런 분위기다. 하지만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 거친 말을 하고도 걱정을 토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다들 술을 마시며 슬픔을 흘려내고 있는 것일 테다.

***

홀리건이란건 과격한 팬을 말하지만 팬은 팬이다. 그들이 구단을 싫어하는건 절대로 아니고 격하게 사랑하지만 그 표현이 격할 뿐이다.

"흐음..."

"좀 위험한 것 아닙니까?

"아니야. 이걸 노리기도 한거였고..."

나와 수석코치는 사무실 창문에서 구장 밖에서 플랜카드를 들고 소리를 치고 있는 홀리건 팬들을 쳐다 보고 있었다.

[마크 골드버그 주니어 구단장은 사퇴하라!]

[니 아버지한테 부끄럽지도 않냐!]

후자는 좀 심하긴 하지만 원래 영국 축구 홀리건 팬들은 원래 이렇다. 절대 과한 것도 아니고 평균 수준인거지. 바나나 껍질을 던지지 않는 것만 해도 나은 편이다.

"그런데 기자들은 왜 부르셨던 겁니까?"

1군 체력코치가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이지혜 입단 계획은 수석 코치 말고는 설명을 하지 않았었으니 모르는게 당연하겠지.

"흠... 그냥 예방주사를 놓았다고 생각하게."

"예방주사요? 음...아! 그래서 그러셨던 거군요."

"이해가 빠르군. 그래 갑자기 계약을 하고 인터뷰를 나서면 기자들도 당황하고 팬들은 더욱 당황하고 커다란 분노로 돌아오겠지."

"하지만 이래도 분노로 돌아온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기자들이 먼저 이지혜의 실력을 보지 않았나. 그들 중 일부가 우리편만 되어준다면, 큰 아군이 될테지. 긍정적인 기사들은 팬들의 가슴 속 한 구석에 긍정적인 마음을 조금이라도 심어줄 수 있겠지."

나는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입단 테스트에 그렇게 많은 인원을 부른 것도 같은 이유지. 이건 다들 알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그렇죠 말씀은 안하셨지만 코치들 대부분은 눈치 챘을 겁니다. 입단 테스트에 참석한 인원들이 소문을 흘릴테죠."

"그렇지... 흠... 입단은 확정적이고 남은건 계약과 인터뷰인가... 데뷔전도 커다란 고민이군."

"그 데뷔전 말씀입니다만... 알렉스 감독이 말하기를 FA컵을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

""FA컵?!""

나와 수석코치가 놀라 소리를 치고 말았다.

허어... 생각지도 못한 발상인데...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평범한 리그1 경기보다는 이펙트가 있긴 하니.. 근데 이거 큰 도박이 아닌가?

"잠깐 다음 FA컵 5라운드 상대가 아마.."

"첼시입니다."

"내 기억엔 이미 버리는 경기였던 걸로 기억한다만..."

우리 웰링이 FA컵 5라운드 까지 진출한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였다. 그것도 스트라이커의 부재인 상황에서...

팬들의 원성이 강해 본선 1라운드 부터 총력전을 발휘해 챔피언십팀들까지 꾸역승으로 이겼건만. 첼시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사실 5라운드에 진출한 것도 다들 만족해 있는 상황이다. 팬들도 이부분은 칭찬을 하며 건들지 않고 있으니...

"위험한 도박이네. 이길 거라 절대로 생각하지 않지만, 아무 활약도 못한다면 그 감당을 이지혜 선수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하나?"

"알렉스 감독은 이미 버린 FA컵에서 데뷔전을 치르는게 부담이 적을 거라고 말했습니다. 리그1 경기는 현재 경기만 했다하면 홍염이 피어오를 정도니까요..."

홍염... 그 미친 전통이 선수들에게 커다란 부담감을 지게 하긴 한다. 열심히 뛰는데 자신의 팬들이 시뻘건 불을 지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흐음... FA컵이 2주 뒤였던가... 일단 감독을 만나봐야겠군. 아마 리그에 집중하느라 1군의 대부분을 제외하고 선발진을 구성할텐데..."

나는 고민에 잠기며 팬들을 계속 바라보았다. 저들의 인식을 뒤엎을 한방이 필요하다. 몇일간은 다들 바쁘겠군...

***

"지혜야! 테스트는 잘 하고 왔어?"

집에 돌아오니 가은 언니가 반겨준다.

미녀가 반겨주는 집이라니.. 아마 내가 남자 몸이였다면 바로 끌고 들어가 덥쳤을 거다.

"언니 수아랑 잘 놀고 있었어?"

"잘 놀긴~ 수아는 잠깐 박코치님이랑 나갔어."

수아는 박코치님이랑 나중에 유학을 할 대학교로 견학을 갔다고 한다.

"그나저나 지혜야 기사난거 봤어? 지역 기자가 낸 조그만 기사긴 한데 난리가 났어!"

집에 들어가 저지를 벗고 있는데 가은 언니가 내게 스마트폰을 들이 민다.

내 사진과 영어로 된 기사들. 그리고 수백개나 되는 댓글들.

"흠... 사진 잘나왔네? 크... 진짜 멋있지 않아?"

"아하하하!! 넌 그런 것만 눈에 들어오니? 댓글을 봐바~"

"아니 언니 나 영어 못하는 거 알잖아.. 나 놀리는 거야?"

"꺄하하하!! 하지마!!"

나는 가은 언니의 옆구리를 마구 간지럽혔다.

아... 여자의 몸은 부드럽구나...

"흠...크흠... 내가 좀 봐줄게..."

"대부분 욕이라서 대충 말하면 왠 여자를 입단 테스트에 불렀냐고 그러는게 대부분이야. 물론 전부는 아니고. 몇몇 댓글은 여자가 도전을 하다니 대단하다고도 하고 차분히 지켜보자는 사람들도 있어."

"그렇구나... 댓글단 사람들은 웰링팬들이겠지?"

"그렇지? 다른 팬들도 있겠지만..."

이 팬들을 나에게 반하게 만드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건가. 혼자 축구를 즐겨도 별로 재미없잖아? 내가 골을 넣고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장면을 상상한게 수만번이다.

"이제 입단 테스트도 얼마 안남았어. 곧 계약을 할테고, 난 1군으로 들어갈테니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겠지..."

"와... 이제 지혜 프로 축구 선수되는거야?"

"알면서 그래 언니"

"히히 조으다. 내 동생이 점점 성공하는 모습을 보니까!"

"인터뷰를 끝내면 바로 방송 들어가자. 웰링 구장 소개 같은거!"

"그래 지혜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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