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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27화 (27/124)

〈 27화 〉 27화. 데뷔전(4)

* * *

"캬아! 사진 진짜 잘나왔다! 잠깐만 이거 사진찍어서 투게더에 올리자!"

가은 언니가 구장 메인 홀에 걸린 내 프로필 사진을 보며 감탄 했다.

"이렇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는 거봐. 심장떨리게... 진짜 여왕님 같다..."

"여왕님은 무슨..."

커다란 사진 밑에 7번이라고 적힌 내 넘버와 이름. 왠지 내 사진이 걸린 위치가 제일 좋은 위치인 것 같은데 내 착각인가?

"사진찍을 때 이정도로 잘 나올 줄은 몰랐는데.. 사진사 아저씨가 왠지 호들갑떠는 것 같아서 말이야..."

"모르긴 카메라를 향해서 온갖 아양을 떨더만~"

"아니거든!"

그렇게 프로필 사진을 처다보고 있으니 지나가던 구단 직원들이 나를 보고 따봉을 날리다 프로필 사진을 보고 다들 발걸음을 멈춘다.

찰칵 찰칵

'아니 왜 다들 프로필 사진을 사진찍는거야?'

"와... 우리 구단 지혜 선수 때문에 유명 해 지는 거 아니야?"

"지혜 선수 외모보고 반해서 오는 팬들도 생길거 같은데?"

"사진 진짜 잘나왔다... 마치... 그래! 여왕님 처럼?"

여자 직원 셋이 한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수다를 떤다. 저기 저 여기 있는데...

"아! 저기 저랑 같이 사진 찍어 주실 수 있나요?"

여자들이 내게 다가와 사진을 요청한다.

"...물론이죠!"

***

콰앙!

"..."

넋을 놓고 쳐다 볼 수 밖에 없다.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저런 슈팅은 본 적이 없다.

공에서 강한 파열음이 들리고 눈에 겨우 보이는 속도로 프리킥 더미 위를 스쳐 지나가 골대 왼쪽 상단으로 휘어 들어간다.

"워후!"

"대단하다고는 들었긴 했는데... 이 정도라고는 한 적이 없잖아?"

"우리 팀 프리킥 담당은 루키가 담당 해야 겠는걸..."

"무슨 소리야! 프리킥 담당은 나라고!"

"개소리 집어쳐 심슨. 저길 봐 루키가 너 보다 다리도 길어서 더 잘차는게 아닐까?"

"이 개새끼!"

옆에서 팀원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부터 팀훈련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나왔는데... 다짜고짜 세트피스 훈련이라니... 뭐 하라는데로 해야지.

"음... 다음!"

나는 영어 공부를 시작했다. 언제까지나 통역사 언니를 끌고 다닐 수는 없겠지만...

언니가 나에게 말해주길 내가 영어 구사가 완벽해 진다면, 비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비서라니.. 축구 선수가 그런게 필요한가?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언니는 씨익 웃기만 했다.

간단한 영어는 쉽지! 나는 적극적으로 선수들에게 말을 건네고 대화를 시도했다.

"나는. 했어요. 다음."

으... 대화를 어느 정도 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거라는데..

"오케이 오케이. 알겠다고 키티"

"!!!"

키티? 그딴 별명을 어떻게 알게 된거지...? 아! 녀석들 중 누가 U­23팀에 들어가게 된거구나! 거기서 이것저것 다 분거겠지....

"아하하하하!! 이 친구 얼굴 빨개지는거봐! 이 새끼들아! 우리 루키의 닉네임은 이제 부터 키티야! 봐 귀여운 길고양이 처럼 생겼지 않나?"

"풉!! 귀여운데~"

"아직 18살 애송이에겐 멋진 닉네임은 필요없지! 프리킥 잘 차는 구나 키티!"

선수들이 배를 잡고 웃는다. 얼굴이 시뻘개지고 두 손이 벌벌 떨리는게 느껴지지만 이 사람들에게 화가 나는게 아니다.

빌어먹을 톰과 제리. 아마 내 생각엔 톰 이 새끼일 것 같다. 다음에 보면 불알을 걷어 차고 말 것이다.

"자! 이제 FA컵은 일주일 남았다 루키!"

멀리서 소리치시는 감독님이 보인다.

"하지만 너희들은 당장 내일이 리그 경기지. 그것도 무려 홈경기야. 우리 루키가 곧 데뷔전을 치르는데 선배란 놈들이 나가서 개망신을 당하면 되겠나?!"

상당히 군기를 넣는 타입의 감독이시네... 다른 타입의 감독을 만나 본적은 없지만... 폴 주장이 감독님은 헤어드라이어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그거 그거지? 머리앞에서 소리를 쳐서 머리를 휘날리게 만든다는...

나는 다시 프리킥을 차는 쪽으로 다가가 줄을 섰다.

"헤이 키티. 프리킥은 앞으로도 내가 찰거야."

매일 놀림당하는 심슨이 내게 말을 걸었다. 말을 알아 듣진 못하지만 심슨은 다른 선수들에게 놀림당한 다는건 대충 눈치 챌 수 있었다. 맨날 얼굴이 시뻘개지고 그러는데 뭘. 모르는게 이상하지.

"헤이 토마토."

"?!"

"아하하하하하하!!!!!"

"크카학아학!! 씨발 배아파!!"

"...이런 씨발. 도대체 나한테 왜그래."

"미안... 하지만 토마토 재밌어."

"그만해!!"

심슨이 양손을 휘적이다가 프리킥을 차러 다시 돌아갔다. 뒤를 돌아보니 다른 선수들은 바닥을 구르며 웃고있다.

...심슨이 어떤 포지션인지 잘 알겠네.

***

런던 해머스미스 앤드 풀럼에 위치한 클럽

위대한 첼시.

그 유명한 서북런던 더비(토튼햄 핫스퍼,아스날 FC,첼시 FC)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적인 클럽.

이 대단한 클럽의 브리핑 룸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에..."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느 한적한 오후. 감독이 브리핑을 할게 있다며 1군 선수 몇몇과 U­23팀의 선수들을 소집했다.

"그러니까.. 다름 FA컵 5라운드인 상대 웰링에서 여자선수를 내보낼 듯 하다... 이 말씀이신겁니까?"

말도안됀다. 여자선수라니.

첼시에도 여자리그에 소속된 팀이 따로 있다. 꽤 유명하다.

"...내 생각일 뿐이지만 아마 선발로 보낼 거다. 현재 리그1에서의 웰링 상황이 좋지 않으니 새로운 선수의 데뷔전으로는 FA컵이 제격이겠지."

"말이 안됩니다. 진짜 여자가 리그1팀에서 데뷔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찾아보니 지역 신문들은 이미 난리가 났더군. 우리가 소식을 늦게 접한거였어."

선수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하..아니 그럼 대체 왜 이 브리핑을...?"

"흐음... 난 웰링이 이번 FA컵을 버렸다고 판단했었네.

당연하다. 상대가 무려 첼시인니까. 가망이 별로 없는게 당연하다. 스포츠계에선 벽이란게 생각보다 절망적인 상징이니까. 프리미어 리그와 하위리그는 거대한 벽으로 막혀있는 셈이다. 물론 가끔 하위리그 팀이 이기기도 한다. 공은 둥글다고 했던가? 아무튼 격차가 상당히 큰 두팀이니까...

"일단 브리핑을 시작해보지.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이름은 이지혜 한국인이고... 18세. 포지션은 스트라이커"

"...한국인?"

"18살이라고?"

"애송이잖아..."

선수들이 중얼거리기 시작한다.

"일단 웰링 유나이티드의 입단 테스트를 관전한 기자들 중에 우리 코치진의 끄나풀이 있었네 그리고 영상도 확보해 놨지."

감독은 선수들에게 잠시 영상을 보자며 TV를 틀었다.

"..."

"허 참."

공을 치고 나가는 센스가 대단하다. 그리고 감각적인 슈팅들. 첫 골을 넣은 아크로바틱한 슛을 보니 온몸에 소름이 돋는게 느껴진다.

"자... 일단 입단 테스트이기 때문에 상대의 수준이 매우 낮은 걸 감안 하더라도 실력은 상당하다는게 보인다."

"...허어"

다들 말을 잃은 듯 하다. 하긴 그렇긴 하지. 어느 여자가 남자들과 축구를 하는데 기술 뿐만이 아니라 피지컬을 들이밀어대며 압도를 한단말인가?

"대단하긴 하네요. 하지만 아직 우리가 긴장해야 할 정도인지는 잘 모르겠군요 감독님."

1군의 수비를 지탱하고 있는 최강의 벽. 센터백의 제이슨 무려 34세의 나이지만 아직도 활발하게 필드를 뛰어 다닐 정도로 건강하다. 그가 손을 번쩍 들고 감독에게 말한다.

"저 선수는 제가 마크하는 위치겠군요. 걱정 하지 마십시오. 제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돌아가며 질질짜게 말들겠습니다."

"자신감 좋군 제이슨. 하지만 자만하면 안돼. 우리는 아직 이 선수를 겪어보지 못했어. 축구에서 정보가 없다는건 상당히 위험하다는 소리야."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 경험으로 저 애송이를 눌러 뭉개겠습니다."

"그래 일단 이 선수는 기본기는 탄탄한듯 보이지만 필드 장악력이 부족해 보이는 듯해. 겨우 한경기 영상일 뿐이지만, 많은 경기를 뛰어 보지 않았다는게 한눈에 보여."

"그렇다면 더욱 걱정할게 없겠군요. 압박 수비를 지시 해주십시오."

"...한국인이라니. 내 고향에서..."

구석에서 누군가 중얼거리지만 그 소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전해지지 못했다.

김현우. 현 U­23 소속 중앙 미드필더. 한국나이 23세. 한국에선 이미 대단한 유망주로 유명해지고 있었다.

'한국에서? 그것도 여자가? 난 그런 소문 들어본 적도 없는데?'

아마 소문에 민감한 나라인 우리나라에서 소문이 났었다면 내가 모를리가 없다. 당장 SNS에 아는사이냐고 폭격이 날아 왔을 테니까...

영상을 보니 확실하게 동양인이다. 이름마저 이지혜라고 했으니 한국인이 확실하다.

현우는 스마트폰을 들고 검색을 시작했다.

'이지혜.. 이지혜... 스트리머? 마리? 음? 모습을 보니까 이 사람이 맞는 것 같은데? 음.... 아! 여기있다! 진짜네... 와...'

"헤이 현우! 브리핑 끝났어! 뭐해?"

현우의 동료가 그를 불렀다.

"그런데 현우 너도 한국인 아니야? 지해? 쥐해? 아무튼 그 사람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나도 오늘 처음 듣는 소리야."

"허어... 같은 고향 선수도 모르고... 실망인데..."

"아마 얼마 있으면 이 사람이 한국에서는 나보다 유명해 질거야."

"엉?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넌 첼시의 유망주고 그 여자는 고작 3부리그에 소속된 선수라고!"

"그딴건 그다지 중요하지않아. 무려 여자가 남자들이 득실거리는 영국리그에서 잘나가기 시작한다? 그것도 이정도인 미인이? ...아무래도 경기가 끝나면 찾아가봐야겠어."

"...뭐야 너 영상만 보고 반한거야?"

"헛소리 그만 하시고, 단지 얼굴을 터놔야 겠다고. 유명해질 선수는 미리 친해져야지."

"..."

현우는 머릿속에 기대감이 채워지는 걸 느끼며 라커룸을 향해 걸어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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