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화 〉 29화. 데뷔전(6)
* * *
똑 똑
빼꼼
"...계세요?"
"그래 이지혜 선수 들어와"
나는 감독님이 불러서 지금 감독실로 불려왔다.
"...무슨일로 절 부르셨어요?"
"호오 영어를 금방 숙달 하는 구나. 아직은 많이 어색하지만 이정도면 괜찮을 것 같네."
"아직 멀었어요. 방금 말도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어요."
"흐흐 문맥만 이해 하면 되니까. 자 자리에 잠시 앉게, 커피? 아니면 차?"
"아뇨 물만 주셔도 됩니다."
알랙스 감독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포트 쪽으로 걸어간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지?
"흠... 자네는 출전 시간 조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아.. 다시 말해주지 축구경기를 많이 하고 싶나?"
아.. 출전 시간에 대해 말을 하고 싶으신가 보구나.
"최대한 많이요!"
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래... 사실 내가 팀 세력 구도에 간섭을 잘 하지는 않지만... 심슨 선수를 알지?"
"심슨 선수요? 알죠. 같은 포지션인 선수 잖아요?"
"그래... 그렇지. 최근까지 선발 공격수로 심슨 선수가 계속 출전 했다네."
"그건 알고 있는데..."
"본론을 말하자면, 심슨선수가 상당히 불안해 하고 있네. 그래서 자네에게 틱틱대며 매일 시비를 걸고있는 거겠지. 나는 자연스럽게 자네가 심슨을 밀어 내는 구도를 만들어 주기를 원해."
분명 감독님은 강제로 심슨 선수를 끌어내리고 나를 주전으로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슨도 분명히 자신의 처지를 이해 하고 있을테고
매일 같이 연습때 내 주변을 어슬렁 거리며 흠집을 찾아내려고 하는데 어림도 없지.
남자새끼가 찌질하게 왜그러는 걸까.
"그럼 제가 뭘하면 심슨을 밀어 낼 수 있을 까요?"
"다른 건 필요 없어. 다음 경기에서 단 한골. 단 한골이면 충분해"
"한 골이요?"
"그래. 지금 구장 밖에서 소리치고 있는 홀리건 서포터즈도, 나를 끌어내리는게 구단을 살리는 길이라고 지껄이는 지역 언론도, 심슨도 너의 데뷔전에서 한 골이면 다 잠잠해 질거야."
"그 정도야 할 수 있습니다."
"그래 좋아. 오늘 브리핑때 다시 보자고."
감독님은 내 등을 팍팍 두들겨 주고는 감독실에서 내보냈다.
***
[드디어 웰링과 첼시가 맞붙다. 웰링은 이지혜를 선발로 출전 시킬 것인가?]
웰링이 여자 축구 선수를 영입한지 단 몇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여파가 그레이터 런던 벡슬리 웰링을 강타하고 다른 지역까지 넘어가고 있다.
그 소식은 런던 해머스미스 앤 풀럼까지 넘어가 첼시를 당황 시키고 있었다.
첼시의 감독인 데이비드 라이트(49세, 영국)는 기자회견에서 이지혜(18세, 대한민국)가 영입된 사실을 접했을 때 매우 당황했다고 말했고,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첼시가 승리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웰링의 구장인 파크 뷰 로드의 밖에는 웰링 서포터즈들이 마크 골드버그 주니어(52세, 영국)을 자진 사퇴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었다.
웰링 지역 기자들 사이에서 알려지기를 이지혜 선수는 상당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고, 여자이면서도 남자들과 경기하는데 겁을 먹지 않는 대담함을 보유있다고 전해졌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부정적이지만 일부의 기자들은 지켜볼만한 유망주라고 그녀를 치켜세웠다.
이는...
(대충 이지혜가 찍은 프로필 사진)
kalli*** : 내가 지금 뭘보고 있는거지?
jim**** : 이게 사실이야? 영국 축구리그에 여성 선수를 영입했다는게? 완전 미쳤군.
lana**** : 이미 3부리그에선 유명한 소식이야. 이미 여기는 난장판이 벌어질 정도로 난리가 났다고!
tom**** : 와 근데 진짜 예쁘지 않아? 모델했어도 성공 했을 것 같은데?
jerry*** : 이쁜데 실력까지 좋다? 뭐하는거야! 얼른 응원하러 가자고!
가은 언니가 보내준 기사를 보는데 왠지 댓글에서 익숙한 냄새가나는 걸...
***
"이야야!! 마붕이님들 안녕하세요!!"
지혜는 지금 FA컵 5라운드를 준비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이동했다.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
오 가은눈나 ㅎㅇ
ㅎㅇ
마리눈나 어디감?
경기하러 갔겠지!
여기 어디임?
"여기는~ 웰링 유나이티드의 구장인! 파크 뷰 로드! 입니다. 와~ 다들 어때요? 정말 멋있지 않아요?"
나는 카메라를 들고 경기장 이곳 저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넓은 경기장에 자리를 채우고 있는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이루어진 관중석들. 멀리서 보면 관중석들에 그림이 그려저 웰링 유나이티드의 구단 마크가 보인다.
우와
크으 넓은거 봐.
아직 사람 한명도 없네?
"아직 경기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한국 시간으론 밤 11시에 시작하네요!"
ㄷㄷ
아직 5시간 넘게 남음
거기서 뭐함?
"저는 방송 중계를 도와드리고.. 미리 잘 나오는 지 확인 해봐야지요~"
나는 카메라를 필드 쪽으로 고정 시키고 잘 나오는지 확인했다.
"우리는 중계 카메라 감독이 없기 때문에~ 고정된 중계 방송을 봐야 한답니다~"
않이 이렇게 멀면 사람 개미만해 보일텐데..
그런데 볼 곳이 없잖아?
영국 방송 못 끌고 오나?
"님들 그래도 우리가 직접 방송해서 마리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건 그래.
근데 왜 후원이 막혀있음?
"후원은 이 방송의 주인인 마리가 없기 때문에 막아 놨어요. 그래도 경기에 집중 하는게 낫잖아요?"
나는 카메라를 쳐다보며 지혜의 근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래도 마리는 잘 적응 하고 있는 듯 해요. 영어 공부도 밤새 열심히 한다니까요?"
마리 머리에 영어 공부를 한다고?
그게 가능한가 ㅋㅋㄹㅃㅃ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꽤 잘하던데요? 마리가 실전파라서 그런가 단어를 외우는거 보다는 직접 대화를 나누는게 빨리 습득하는 거 같아요. 벌써 일상 회화를 어느정도 하더라구요."
와ㅏㅏㅏㅏ
나는 영어 토익 100점 맞혔는데도 잘 못하겠던데.
100점이라 못하는게 아닐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님들 제가 소개해 드릴 분이 있어요!"
나는 이기영 전 국가대표님을 방송 중계석으로 모셨다.
"여러분 기억나시요? 이기영 전 국가대표님!"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와ㅏㅏㅏㅏㅏㅏ
"안녕하십니까. 이기영입니다."
머리숱이 하얘지고 있는 멋진 중년 신사가 카메라를 향해 꾸벅 인사한다.
"오늘 중계에서 해설을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무려 우리 방송 중계에 계속 나와 주실거라고 하셨고요!"
"허허. 저는 이지혜 선수가 관심이 많아서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습니다. 무려 영국에서 남성리그에 도전하고 있는 여성 축구 선수 아닙니까."
"그렇죠... 그리고 혼자 중계하시면 힘드실 테니, 제가 옆에서 같이 중계 할 거에요. 축구에 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열심히 공부 하고 있으니 봐주세요~"
"그럼 잠시 방송을 껐다가 다시 킬게요~ 지금은 잠시 테스트 삼아서 킨거라서요~"
눈나 가지마 ㅜㅜㅜㅜㅜㅜㅜㅜㅜ
"자 빠이~"
시청자들에게 일일히 반응을 해줘 봤자 피곤할 뿐이다. 나는 방송인이 아니니까 이런건 칼같이 지켜줘야지. 내 방송도 아니잖아.
"그럼 잠시 지혜 만나러 가실래요? 아까 물어보니까 경기전에 잠깐 만나서 인사해도 괞찬대요."
"오... 그럼 인사만 잠시 하고 싶군요."
***
"지혜야!"
"아.. 가은언니"
가은언니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폭신하구 좋네.
"안녕하십니까, 이지혜 선수."
"..."
왠 중년 남성이 나에게 인사를 하니 나는 지긋이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아! 이기영님 아니신가요?"
"이거 알아봐주시니 너무 영광인데요."
이기영이 허허 하고 웃는다. 하긴 못알아 보는 사람이 이상한 거지.
이기영 전 국가대표.
A 매치도 상당히 많이 출전하고 분투한 공격수.
역사적으로 공격수가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대한민국에서 한 줄기 역사를 쓴 사람이기도 하다.
선수시절은 프리미어리그 하위팀과 말년엔 세리에 A에서 저니맨으로 활동했다.
내가 남자였을 시절에 본 선수가 아니니까 나에게 너무나 새로운 느낌은 주는 사람이다.
"만나서 너무나 반갑습니다. 이지혜선수. 풋살 대회때 너무 감명깊게 봐서 저도 모르게 영국으로 따라 오게 되었군요."
"하하하 그 풋살 대회때 중계를 하셨다는건 들었어요. 너무 영광이네요. 우리나라의 레전드가 저한테 관심을 가져 주신다니..."
"어깨를 피세요. 당당하게. 프로는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럼 전 더이상 방해 하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 이만 가겠습니다. 가은씨는 조금 더 이야기 하다 오셔도 되요."
이기영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는 자리를 벗어 났다. 나랑 오래 이야기하는게 부담을 주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나보다.
"...그래서 중계석은 어때? 난 거기에 가보진 못했어."
"어? 진짜? 나랑 지금 잠깐 가볼래? 마붕이들도 너 기다리고 있을 걸?"
"아니... 지금은 별로 방송에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아."
"그래... 결국 이 날이 왔구나?"
"그치 한 1년이 지나간 느낌이야."
이제 여자 몸으로 변한게 한달이 조금 지났나? 뭔가 시간이 빠른 것 같으면서 느린 것 같다. 오묘한 이기분... 뭔가에 집중을 하면서 살아서 그런가.
그런데 어떤 생각이 문득 머릿속을 강타한다.
'한달? ...그럼 생리는?'
마법의 날.
여성의 그날.
나는 지금까지 생리를 경험 하지 않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