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30화 (30/124)

〈 30화 〉 30화. 데뷔전(7)

* * *

필드로 향하기전 복도에 웰링 선수들과 첼시 선수들이 나란히 서있다.

"..."

나는 슬쩍 옆을 쳐다보니 첼시선수들이 결연한 표정으로 서있는 것을 보았다.

'다들 날 잡아먹으려고 저렇게들 눈에 힘주고 있는건가?'

뭔가 나도 긴장하게 된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클럽인 첼시.

그 거대한 클럽에서 나 한명을 상대하기 위해 칼을 갈고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투데이 매치업. FA 컵 파이브 라운드. 웰링 유나이티드 앤드 첼시 FC.

구장에서 스피커로 경기 안내를 하는게 들려온다.

내 옆에 한 여자 꼬맹이가 걸어와 손을 내민다.

'아 이게 플레이어 에스코튼가 그건가 보네.'

꼬맹이가 나를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언니? 여자가 왜 여기있어요?"

"하하. 잘 지켜봐. 내가 옆에 있는 남자들 보다 뛰어나단 걸 보여줄게."

"진짜요?! 저도 나중에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데..."

"너도 물론 할 수 있지. 쉽진 않겠지만. 이름이 뮈니 꼬맹아?"

"꼬맹이 아니에요. 에밀리"

"그래 에밀리. 이 언니를 위해 응원해줄래?"

"물론이죠! 꼭 골을 넣어야해요!"

"그래 그래"

내가 에밀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들자 양쪽 선수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 걸 보았다.

"안녕하세요."

"...?"

여기서 들을 거라 생각도 못한 한국어가 들려와 뒤를 돌아보니 한 아시안 남성이 나를 보고 미소짓고 있었다.

"...플레이어 에스코트 애들 귀엽죠. 제 옆에 있는 친구도요. 만나서 반가워요 정말로."

"...네"

"자자. 잡담은 그만하고 이제 다들 들어가자고!"

우리팀 주장이 박수를 짝짝 치고는 부심의 안내를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고 우리 모두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좋아!"

와아아아!!!

우우우우!!!

커다란 함성과 야유 소리가 들려온다.

함성은 전 경기에서 활약을 한 주전 선수를 향한 찬사고 야유는 나를 향한 불신의 목소리들이겠지.

'이제 저 야유를 함성으로 바꿔줘야겠지.'

생각 보다 커다란 관중의 목소리에 살짝 위축이 된다.

"어이 아시안! 필드에서 나가!!"

"면상을 보니까 바에서 춤이나 추는게 낫겠군!"

복도를 나가자마자 근처 관중석에서 저급한 말로 날 깎아내리는 말소리가 들려온다.

내 옆의 에밀리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가는걸 보니 이 꼬맹이는 날 걱정하는게 느껴진다.

"미스 이지혜!! 여길 봐주세요!!"

날 부르는 낮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 보니 민머리 남성과 덥수룩한 수염의 남성이 내 번호와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들고 소리치고있었다.

"우리 웰링 펍 서포터즈는 지혜선수를 응원해요!!"

옆의 남성 몇몇이 플랜카드를 들고있었다.

­누구든 도전 하는 자는 응원받아 마땅하다.

"하하 고마워요"

나는 따봉을 높게 들어주며 웃었다.

'...가자'

나는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고 필드로 걸어갔다.

***

"이지혜 선수가 필드로 나왔네요! 선발 출전이 발표된지 1시간이나 지났는데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거든요?"

이기영이 양복을 차려입고 중계석에서 가은과 함께 앉아있었다.

"관중들의 야유소리가 여기 중계석까지 들려옵니다."

"사람들이 성숙해지면 좋을듯 한데요..."

가은이 걱정어린 얼굴로 필드에서 몸을 풀고있는 지혜를 바라보았다.

­와 예상은 했지만 다들 말이 심하네

­?

­무슨 말 하는지 알아들음?

­존나 시끄러워서 뭐라는지 안들리는데

그래도 물건을 집어던지는 사람이 없는게 다행인 듯 하다.

FA컵이라 각종 방송국에서 중계를 하고 있다는걸 안다는 걸까.

"4­4­2의 첼시와 3­3­3­1을 들고온 웰링이 붙는 군요. 기록상 리그전에선 웰링은 4­5­1을 주로 사용했는데 전방압박을 통해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듯 하네요."

"공부많이 하셨나 보군요. 가은씨 네 전방을 압박하고 공을 이지혜 선수에게 몰아주려는 의도가 보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격적인 게겐프레싱이라면 수비에서 허점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지요."

­오~

­가은 눈나 완전 캐스터같다

­ㄹㅇㅋㅋ

"자 이제 경기를 시작할 것 같습니다. 주심이 주장들을 부르고 있고,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로 이동하는 군요."

"FA컵 5라운드경기!! 첼시 대 이지혜 선수의 웰링이 경기합니다!!"

"주심이 휘슬을 불고, 경기 시작합니다!"

콰앙!!

"..?"

상당히 위쪽에 위치한 중계석 까지 소리가 들려온다.

"어....어!!!"

가은이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경기장을 쳐다본다.

"들...들어갔습니다!! 이지혜 선수!! 경기 시작 약 6초만에 첼시의 골문을 뚫어버립니다!!"

와아아아아아!!!!!!

경기장이 흔들릴 정도로 큰 함성이 펼쳐진다.

첼시의 골키퍼가 자신의 골대를 쳐다보며 허망한 표정으로 무릎꿇고 앉아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죠..? 골인거 맞아요?"

가은이 넋이 나간채로 이기영을 쳐다보았다.

"대단하네요. 자 다시한번 돌려봅시다."

"여러분 보이십니까? 상대 키퍼가 이지혜선수가 궁금했는지 페널티 박스를 벗어나 기웃거리고 있군요."

"아 지혜랑 눈이 마주친것 같네요. 여기보세요."

확실히 지혜가 키퍼가 나오자마자 슈팅을 한게 보인다.

"..대단한 순간 판단을 했군요. 상대 키퍼는 긴장을 풀고 경기를 임한 것을 두고두고 자책할 것입니다."

­머임...?

­와 나 해외 중계도 같이보는데 난리났음

­ㄹㅇ 공이 일자로 쭉 뻗어서 골대 앞에서 뚝 떨어지는데 ㄹㅇ소름돋음

공이 날라가는 장면이 리플레이 되고있다.

지혜가 슈팅을 차기 위해 스텝을 밟는걸 상대 공격수들이 보고 급하게 달려갔지만 이미 공은 발 밑에 존재하지 않았다.

공이 절묘하게 필드를 가로지르며 정확하고 아름답게 일자로 날아간다.

키퍼는 슈팅동작에서 눈치를 채고 다급하게 돌아가는 장면이 나왔지만, 공은 손가락에 살짝 걸리고도 뚫고 지나갈 뿐이였다.

"...첼시가 당황하는게 보이는 군요."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지만 첼시는 공을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돌리고 있고, 감독은 꽥꽥 뭐라고 소리치는게 보인다.

"자! 정확한 기록은 다시 확인해 봐야겠지만 이지혜 선수의 데뷔골이 벌써 터졌습니다!"

그렇게 가은과 이기영은 흥분한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며 다시 경기를 지켜보았다.

***

"...좋아!!!"

나는 골이 들어가는걸 확인 하자 마자 벤치쪽으로 뛰어가 양팔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이게 들어가다니.

"이 정신 나간 꼬맹이 녀석이!!"

"도데체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근처에 있던 팀동료들이 나에게 달려와 거칠게 머리를 쓰다듬는다.

벤치의 감독님을 쳐다보니 양 팔을 흔들며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를 보고 다시 뛰어오셨다.

"아주 좋았어!! 좋은 자신감이였다!! 그렇게만 해!! 아주 상대 골대를 박살 내버리란 말이야!!"

사실 난 조금 어떨떨 하긴 하다.

억지로 넣어버린 골이니까..

확신은 있었다.

상대 기퍼가 날 보며 싱글벙글 쪼개고 있었으니까...

와아아아!!!

아직도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린다.

'...'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붙잡으며 센터 서클로 걸어갔다.

***

"이런 젠장! 내가 라커룸에서 입아프게 떠들어댄걸 귓등으로도 듣지않았군!"

이게 문제다.

아무리 실력있는 선수라도 고집이 강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여전히 멍때리고있는 키퍼녀석을 향해 소리를 치지만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얼른 정신 차리게 만들어야 해! 웰링의 조직력이 심상치가 않아! 또 일이 터질수도 있어. 이번엔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나는 이미 1군녀석들 중 주력과 체력이 좋은 두 놈의 몸을 풀라고 지시를 내렸다.

빠르게 결단 내려야만했다. 전반안에 한 골을 만회하지 않으면 분위기가 완전히 저쪽으로 넘어갈테니까.

***

"어이 아가씨 경기가 끝나면 나랑 한잔 하러 가는게 어때?"

내 옆의 덩치큰 털보녀석이 자꾸 심기를 건든다.

이 새끼를 피하려고 여기저기로 움직여보지만 나만 쫓아다니는걸 보니 확실한 대인마크로 지목당했다는걸 알았다.

"닥쳐 입냄새나니까. 털보새끼."

"...상당히 거친년이네."

"근데 나만 신경써도 될까?"

"당연하지 우릴 뭘로보고.."

상대 센터백이 전부 나한테 신경을 쓰고있고 조금만 움직여도 풀백들이 움찔 움찔 거린다.

'이렇게 나한테만 신경을 쓰는건 이해하겠지만...'

자신들에게 치욕스런 골을 먹인 루키다.

더 이상 쪽팔릴 수는 없단거겠지.

우리 윙어들이 양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거칠게 센터백 녀석을 어깨로 밀면서 앞으로 전진해갔다.

"막아! 크로스 못올리게!"

"공간을 좁혀!"

상대 키퍼가 정신 차리기 전에 한골을 박아버려야 한다.

나는 풀백의 시선을 끌며 대각선으로 페널티 박스에 침투했고 윙어의 발을 거친 스루 패스가 조금 길게 오는걸 보았다.

"나한테 세명이나 오면 어떻게 하나?"

"...!?"

센터백은 급하게 스루패스를 처리하려 했지만 내가 더 빨랐다.

공을 백힐로 차서 컷백패스로 키퍼 정면으로 공을 돌렸다.

텅!

탱!

아아아...

공이 골포스트를 맞고 밖으로 나간다.

관중들이 아쉬워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

"미안! 자세가 불안정 했어! 그래도 나이스 패스였어!"

나이스 패스? 개쩌는 패스였던것 같은데. 공을 못넣고 실실웃으며 따봉을 날리는 모습을 보니까 뚝배기 깨고싶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