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1화 〉 31화. 데뷔전(8)
* * *
나는 영국에 도착하기 전부터 항상 생각하던게 있었다.
물론 다른 사람들에겐 조금 부끄러워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내 몸이 여자로 변하고 크게 얻는 건, 여자지만 남자들도 압도할만한 피지컬, 그리고 축구에 대한 재능.
이 두가지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황대표님과 대화를 해볼 생각이다. 그래도 아마 내가 이해 할 수는 없을 테지.
어쨌든 내가 생각 하던건, 축구를 하는 건 좋은데 과연 누구를 내 모토로 삼으며 플레이를 할 것인가다.
세계적인 축구 선수는 너무나 많다.
스트라이커 하면은 떠오르는게 바로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 지리마. 일명 호나우두
외계인. 작은 호나우두라는 뜻인 호나우지뉴
직접 경기를 본 사람은 많이 없겠지만, 명성은 최고인 축구 황제 펠레
볼 트래핑의 전설 베르캄프 등 많은 사람이 있다.
나는 뉴튜브로 여러 선수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고민을 했다.
'내가 원하는 스타일은 뭘까?'
물론 스타일이란건 그때 그때마다 바뀔 수도 있겠지만, 큰 틀을 정해 놓는게 내 명성을 키워 하나의 키워드로 만들어 지는게 좋을 거라 생각을 했다.
결국 내가 고민을 거듭해 고른 선수들은 호나우두, 델피에로, 지네디 지단, 티에리 앙리, 로베르토 바조 이렇게 다섯명의 영상을 집중적으로 찾아 보았다. 물론 나중엔 다른 선수들도 추가해서 보겠지만.
매우 옛날 선수들이고 고전파다.
하지만 이들이 사용하는 기술은 현대 선수들까지 사용할 정도로 파급력이 굉장하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가지다. 강하지만 부드럽다. 화려함 속에 유연함이 스며들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 슈퍼스타들의 경기를 볼때 환호를 하게 만드는 것이다.
***
전반 20분
첼시의 두 공격수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터엉!
"고올!! 첼시의 조슈아! 웰링의 캡틴을 완벽하게 제치고 왼쪽 구석으로 절묘하게 차 넣습니다!"
1:1 상황이 다시 변했다. 내가 넣은 기습 골이 완벽하게 무산으로 돌아가 버렸다.
'...먹히기 전에 한골을 넣었어야 했는데.'
나는 참담한 표정으로 골 셀리브레이션을 하고 있는 첼시 선수들을 보았다.
첼시의 서포터즈는 한쪽 구석에 위치해 있는데 지고 있었음에도 한골을 만회하자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교체로 들어온 조슈아라는 1군 공격수가 무릎 슬라이딩을 하며 포효하는 모습을 보았고, 나는 부럽다고 생각해 버렸다.
'...나는 골 넣으면 어떤 셀리브레이션을 해야하지? 아니 지금은 이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나는 덩치 큰 두 센터백을 바라보았다.
첼시의 캡틴인 제이슨과 교체로 들어온 데브윈 렌치. 이둘에 대한 데이터는 경기전 브리핑에서 살펴보긴 했지만, 실제로 상대하는건 또 다른 이야기다.
'저 두 센터백이 큰 문제긴 하네... 상당히 노련한 것 같아.'
이 둘은 내 재능을 따라올 만큼 뛰어난 실력은 아니지만 챔피언스리그 같은 큰 대회에서 빅 클럽과의 경험이 다수있다보니 실력있는 스트라이커를 상대하는 노련함이 꽤 거슬리게 한다.
"...자 집중해 친구들!"
우리의 캡틴인 폴 조지가 박수를 치며 주의를 끌었다.
"먹힌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보니까 중앙을 뚫기는 상당히 버거워 보이는데 어때?"
캡틴이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스루 패스로 뚫어내기는 어려울것 같아요. 제가 드리블로 두 녀석들을 외각으로 끌어내 보겠습니다. 저만 믿어주세요."
나는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캡틴을 쳐다보았다.
"...좋아! 우리는 너만 믿을테니까. 미드필더놈들은 잘 보조해주고!"
"수비진이 많이 불안해."
우리팀 최 장수 선수인 골기퍼. 아틀레이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곧 경기가 다시 시작될 테니 길게 말하지는 않겠지만, 라인을 높힌건 전술이 이러니 어쩔 수 없는데 윙어들 빼고는 바로 바로 내려와야해"
"교체로 들어온 조슈아라는 녀석. 실력이 상당해. 역시 첼시의 주전 공격수라는 건가... 어때 캡틴 막을 자신있어?"
"..오늘 우리의 작전은 골을 먹히면 골을 더 넣는 거다! 다들 잘 알고 있지?"
"그래도 아예 수비를 하지 말라는 소리는 아니야. 조슈아의 위치를 계속 파악하고 소통해!"
아틀레이가 키퍼 장갑을 낀채로 박수를 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래 서로 소통하면서 해보자고! 아직 이길 수 있어!"
""예스 캡틴!""
""오우!""
우리는 동그랗게 모여 한번 소리를 치고 다시 흩어 졌다.
'아무것도 못하고 지는건 쪽팔리지.'
나는 두 센터백 녀석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
"저 계집녀석 우리를 째려보는데?"
"...어이쿠 무서워라."
"하하하 하긴 빠르긴 하더라. 제이슨 니가 힘들어한 이유가 있었네. 너 존나 느리잖아"
"...축구는 스피드로만 하는게 아니야."
"감각도 좋은 것 같은데... 큰일만 나지 않으면 좋겠네."
삐익!
경기가 다시 시작되고 웰링 선수들이 공을 돌리기 시작했다.
'양쪽 윙어는 별거 없어. 신경 쓸건 중앙 공격수인 저 년 뿐이야.'
슬그머니 다가오는 지혜를 두 센터백이 시야 한구석에 두고 경기에 집중을 했다.
미드필더들이 수비수들과 공을 주고받으며 점점 라인을 올렸다.
'...라인을 많이 올리는데. 이러면 다이렉트하게 공이 오기 힘들텐데.'
확실히 3부리그 팀 답지않은 조직력이 눈에 띈다.
패스 루트가 상당히 잘 짜여저 있었다. 수비에서 중앙 미드필더, 윙어까지 왔다가 다시 반대편 사이드로 공이 움직이는 루트.
'우리의 시선을 좀 흔들려고 하는데. 그러기엔 윙어들이 너무 느려'
풀백 녀석들이 콧웃음을 치며 공을 컷트 하려고 다가가는데 윙어가 치고 달리기 시작했다.
느리지만 공간을 잘 확보하고 달리는 킥 앤드 런.
왼쪽 윙어는 자유로운 상태에서 편안하게 드리블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
"크로스! 조심해!"
"7번 빨리 마크 확인!"
"여기..?!"
데브윈이 손을 뒤로 뻗으려다가 뒤를 돌아본다.
"7번 마크!"
"없어!"
'...?'
텅
윙어가 왼쪽에서 중앙의 살짝 뒤로 흐르는 패스를 했다.
"...! 마크 어딨어!"
"제이슨!"
"...나한텐 너무 멀어! 지역 마크 빨리!"
공을 잡는 여성.
여성이 고개를 들고 스퍼트를 시작하는게 보인다.
'허업'
눈 빛이 살벌하다. 등뒤에 소름이 느껴지고 식은땀이 조금씩 나는게 느껴진다.
왠지 저 소녀에게서 아우라가 느껴진다고 하면 팬들이 드디어 미쳤다고 나한테 손가락질을 할까.
풀백이 급히 윙어를 버리고 지혜에게 달려가지만 간결한 플릿플랩 한번으로 제껴버리고 다시 가속을 한다.
상당히 빠르다. 데브윈이 깜짝놀라 달려들고 말았다.
'저 멍청이가! 속도 빠른 공격수를 상대하는 법은 지긋지긋하게 해왔잖아!'
그렇다. 세계에는 빠른 공격수는 지천에 널렸다. 하지만...
"....젠장! 백업 부탁해!"
지혜가 데브윈까지 오버스텝으로 지나쳐간다.
빠른데 드리블까지 완벽하다? 완벽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지혜의 드리블은 더럽다고 해야할테다. 격한 상체의 흔들림과 빠르게 움직이는 다리들. 상체를 보지 않고 다리를 한순간이라도 봤다가는 귀신에 홀린듯 속을 수 밖에 없다.
내가 데브윈녀석의 백업을 하러 갔지만 앞으로 오지 않고 페널티라인을 따라 달려간다.
'크윽... 너무 빠른데!'
지혜가 빠르게 중앙으로 치고 달려간다.
백업을 확인하러 봤지만 풀백과 미드필더 녀석들은 다른 선수들을 마크하는 위치에 서있었다.
'안돼! 이녀석 혼자 만들 생각이야!'
지혜가 나를 지나쳐 더욱 치고 달려간다.
"...!"
'거긴.. 수비가...'
"빨리 돌아와!!!"
골키퍼 녀석이 소리치는게 들리지만 내 다리는 지혜를 따라가지 못했다.
퍼엉!!
철썩
"..."
우와아아아아아아!!!!
나는 넋이 나가버리고 말았다. 스피드. 드리블. 슈팅 세박자가 완벽하게 들어 맞고 있었다. 그 때 난 머릿속에 누군가 한명이 떠오르는게 느껴졌다.
'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이 두선수의 장점이 섞인 것 같아.'
말도 안되지만 그 위대한 선수가 떠오르는 이유가 대체 왜일까.
고개를 돌려 우리 골대 뒤를 쳐다보니 저 굉장한 골을 선사한 소녀는 자신의 팬들을 향해 점프를 하며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어떻게 막아야하는거지?'
나는 정신을 차리고 감독의 지시를 확인하려고 벤치를 쳐다보았지만 감독이 넋이 나간채로 지혜를 쳐다 보고있었다.
***
이야아아아아아!!!
첼시의 골대 뒤에 위치한 서포터즈들이 나를 향해 환호성을 지르는게 보여 나는 골을 넣지마자 그쪽을 향해 달려갔다.
"최고야!!! 이쥐해? 넌 최고야!!!"
"일로와 뽀뽀해줄테니까!!!"
"사랑해 이쥐해~!!!"
나는 양 팔을 들고 관중석을 향해 점프해 올라갔다.
내 뒤에서도 소리를 질러대는 팀원들을 쳐다보니 위험하다며 얼른 내려오란다.
"하핫!"
너무나도 재밌다. 그래 이 장면을 꿈꾸며 축구를 시작한 것이 아니던가. 사람들의 야유가 환호로 바뀌고 말았다.
이제 사람들은 내게 암울한 미래가 아니라 또다시 꾸역 꾸역 올라가는 아름다운 미래를 볼수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뭐야!!! 너가 공간을 만들어 준다며!!"
우리의 오른쪽 윙어인 디에고 달럿이 아니신가.
"하하 너가 너무 느려서 말이야. 내가 넣을 수 밖에 없던걸?"
"이 자식!! 그래도 너무 잘했어!! 진짜 잘하네 너."
디에고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나를 보며 따봉을 날리고 있었다. 벤치의 감독님은 이미 미쳐가고 계신지 벤치 앞에서 헤드벵잉을 하고 계셨다.
"하하! 나만 믿으라고 했잖아!"
나는 나를 껴안으려고 달려오는 캡틴을 가볍게 제쳐 버리고 센터서클로 달려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