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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32화 (32/124)

〈 32화 〉 32화. 데뷔전(9)

* * *

하프타임이 되었는데도 웰링 서포터즈는 아직도 흥분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봤어? 봤냐고!!!"

웰링의 한 펍의 주인인 케리가 잭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었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이것 좀 놔바."

"...첼시를 상대로 이기고 있다니."

"2대1이야! 말도안돼!"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대기 시작했다.

[오늘 우리팀에 새로운 선수가 첼시를 박살 내 버리고 있다고!]

(대충 구장과 사람들이 보이는 사진)

웰링에 온 이지혜 라는 젊은 루키가 첼시를 상대로 두골이나 때려박았다고! 첫번째 골은 휘슬이 울리자마자 넣었고, 무려 세명의 수비를 병신으로 만들었다고! 그 중 한명은 영국 국가대표인 제이슨이지!

#웰링 #이지혜 #2:1 #최고의루키 #성공적

­ 오 구라치지마

­ 진짠데? 나도 존나 놀라서 하이라이트만 몇 번을 다시 봤다고.

­ 여자한테 개박살이 나는 첼시라니.. 이거 너무 흥분되잖아!

물론 이런글만 올라오는건 아니였다.

첼시팬들은 당황을 금치못했고 첼시팬들의 입장에서는 FA컵 정도는 우승해야 마땅한 일이다.

무려 프리미어 리그 우승팀이니까.

그런데 이게 무슨일인가 전반에만 이제 막 데뷔한 애송이 루키에게 두 골을 얻어 맞으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것이다.

"..."

당황해서 말도 못하는 첼시 서포터즈 약 5천명

북런던에서 멀지않은 동런던 웰링까지 찾아와서 웰링이 박살나는 모습을 기대하며 찾아왔건만.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대체 누구야 저 여자?"

"아는 사람있어?"

"...검색해보니까 이제 막 데뷔한 이쥐해? 한국인 공격수야. 웰링 홈페이지 메인 사진으로 걸려있어."

"...젠장! 닭집이랑 개집새끼들이 놀릴 장면이 눈에 훤하군!"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어!! 골을 먹혔다면 골을 더 많이 넣으면돼!!"

"그래!! 씨발 해보자고 조슈아!!!"

약 5만명이 모여있는 로드 뷰 파크 구장에서 단 5천여명만이 모여있는 원정 서포터즈 관중석에서 첼시 응원가가 울려퍼진다.

***

하프타임. 웰링 유나이티드의 라커룸.

"아주 좋았어 꼬맹이!!"

감독님이 날보며 매우 흥분한 표정으로 소리치신다.

"후우"

전반만 뛰었는데도 체력이 상당히 빠지고 있다는게 느껴졌다.

축구가 생각보다 많이 뛰는 스포츠라는걸 알긴 했는데 이 대단한 몸뚱이가 지쳐갈 정도로 경기 템포가 빠르다.

"후반에 한골만 더 넣어줘 가능하겠나?"

"...네 근데 아마 힘들거에요. 공을 아예 잡지 못하게 위치를 잡더라구요. 윙어들이 마크를 두명만 끌어주면 가능할텐데..."

"무리한 부탁은 하지말라고 키티."

윙어 선수들이 쓴웃음을 짓는다.

이들도 알고있는것이다.

지금도 상당히 위태롭다는 것을... 한명을 감당하기도 벅찬 것이다.

"흐음... 수비가 문제이긴 한데... 오늘 컨셉이 더 많은 골이라..."

감독님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자! 캡틴이 조슈아를 마크하고 백업을 한명이 유지하는 걸로 가도록 하지. 아마 저 놈들은 조슈아가 만들기를 노릴거야. 남은 공격수는 그냥 방치시켜서 오히려 그놈이 슈팅을 하게끔 만들어!"

상당히 위험한 지시지만 조슈아가 슈팅을 하는 것 보다는 나은 선택일 것이다.

"키퍼는 자리를 최대한 벗어나지말게 아틀레이! 펀칭은 최소로 하도록해! 첼시의 세컨볼 컨택 능력이 우리보다 몇수위니까!"

"예 감독님"

"그래 다들 경기에 집중하도록 해! 이기고 있다는 생각은 버리고!"

우리는 다시 필드를 향해 라커룸을 나가는데 감독님이 선수의 등을 한번씩 때렸다.

퍽!

"윽! ...왠지 저만 더 쌔게 때리신것 같은데요?"

나는 눈을 흘기며 감독님을 째려보았다.

"하하 내 사랑이 듬뿍 담겨있어서 그래"

"아~ 눼에~"

***

"전반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이기영 해설님."

가은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자신이 이뻐하는 동생이 축구를 잘한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이정도일 줄이야...

솔직히 첼시라는 팀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웰링 유나이티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팀이라고 들었다.

지혜랑 일을 하기 시작하며 축구를 공부하면서 모르는게 있을때 남자사람 친구들에게 물어보는데 전세계 사람들이 웰링은 몰라도 첼시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라고 했다.

'정말 멋지다 지혜야.'

사실 걱정도 많았다.

아무리 축구를 잘한다고 해도 여자가 덩치큰 남자들과 축구를 한다는게 어디 쉬운일인가?

예를 들면 몸싸움은 직접 몸을 부딫히며 해야할텐데 그게 평범한 여자들에게 가당키나 한가.

물론 저기 필드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이나 다른 클럽에 있는 선수들은 모두 프로다.

프로는 애송이를 상대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여자라고? 어쩌란 말인가 이기지 못하면 팬들이 실망한다.

누군가 말했지. 이딴 공놀이로 돈을 벌 수있는건 팬들이 있기 때문이라고.

"전반전은 이지혜 선수가 첼시 진형을 압도해 버렸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이기영이 슬며시 웃으며 말한다.

"보시면 알겠지만 첼시 수비수들이 두차례 골을 먹힌 후에 이지혜 선수로 갈만한 패스 루트를 전부 차단하기 시작 했습니다."

"맞아요. 골을 넣고 난 뒤에 공을 거의 건드리지도 못했네요."

"이건 첼시 선수들이 잘하는거기도 하지만 웰링의 중원의 실력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보시죠"

이미 시작된 후반전.

웰링은 다시 공을 돌리며 라인을 끌어올리지만,

공이 윙어까지 밖에 이동을 못하고 있다. 최종 공격수이며 골게터인 이지혜에게 패스를 전해줄 선수를 미리 압박하고 차단해서 패스 루트를 만들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경기 템포가 빨라지고 있어요. 첼시도 다급한 모양입니다. 윙어에게서 공을 뺐자마자 조슈아에게로 얼리 크로스!!"

"아..."

우우우우우~~~

관중의 커다란 야유소리와 조그마한 함성소리가 들린다.

조슈아가 결국 빠른 길게 차기에 헤딩으로 한번의 역습을 골로 만들어 버렸다.

­ 조슈아도 진짜잘하네

­ 그래도 월클 선수에 들어갈 선수야.

­ 첼시가 첫 골만 안먹혔어도 전반에 더 넣었을듯.

­ 수비차이가 심하네.

"...역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라는 것일까요. 골 냄새는 기가막히게 맡는군요."

"왜 웰링의 키퍼는 페널티 박스에서 벗어나 있던거죠?"

가은이 자신의 궁금증을 물어보았다.

"아마 전방 압박 전술 때문에 스위퍼형 키퍼를 하고 있을겁니다. 수비수 대신 수비라인을 지키다가 다시 골대로 돌아가는 거죠. 지금은 첼시의 템포가 너무 빨랐다 보니 키퍼가 반응을 못한거죠."

"아..."

"그나저나 경기가 많이 거칠어 지고 있군요."

삐빅!

삐빅!

심판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휘슬을 불기 바쁘다.

다음 라운드 진출의 희망이 걸린 웰링.

절대 져서는 안돼는 첼시.

경기는 과격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웰링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어거지로 찬 중거리 슛이 운좋게 좋은 각도로 날라갔지만 키퍼의 손을 맞고 밖으로 나간다.

"아... 아쉽네요."

"웰링의 코너킥 찬스입니다."

텅!

웰링의 캡틴 폴 조지가 헤딩을 하지만 키퍼의 손에 맞아 공이 튀어나와 세컨볼이 페널티 박스 밖까지 튀어나간다.

지혜가 공을 쫓아 달려가는데 첼시의 데브윈이 급했던걸까 깊은 태클을 걸고만다.

삐비비빅!!!

야아아아아!!!!

심판이 달려가 노란 단무지를 하늘 높게 든다.

"아 프리킥이군요 거리는 25m 이상 되어보입니다."

전광판에 데브윈이 태클을 거는 장면이 다시 나온다.

­ ㅁㅊ 거의 백태클인데

­ 이건 퇴장감 아니냐?

"..."

가은이 걱정어린 표정으로 지혜를 바라보았다.

아무렇지않듯 일어났지만 조금만 누워서 쉬었으면 좋을텐데...

"프리킥은 누가 찰까요? 어? 이지혜 선수가 찰 준비를 합니다!!!"

"...!"

"이지혜 선수의 프리킥 데이터가 하나도 없는게 안타깝군요. 킥력이 좋은건 알고있지만 프리킥은 또 다른데... 지켜보죠"

경기장이 순간 조용해진다.

"...조용하군요. 다들 알고 있는 겁니다. 여기서 이지혜 선수가 넣으면 헤트트릭이라는 것을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공기가 상당히 무거워 진듯 하고 수비벽을 세운 첼시 선수들이 식은 땀을 흘리는게 보인다.

경기는 벌써 후반 30분.

여기서 먹힌다면 후반전 내에 뒤집기 까다롭다는 것을 알고있는것이다.

지혜가 프리킥을 차기 전에 심호흡을 하는게 보인다.

"..."

"..."

가은은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잡고 기도하는 자세로 지켜보았다.

"...! 찹니다!"

콰아아앙!!!

첫 골이 터졌을 때보다 더 큰 파열음이 들려온다.

"...!"

철썩!!!

"무...무회전 슛이 첼시의 골망을 찢어버립니다!!!"

"꺄아아아아악!!!"

이야아아아아아!!!!!

쿵쿵쿵쿵

뚝떨어져 버리는 순식간에 골문 까지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공.

첼시의 키퍼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쳐다만 볼 수 밖에 없었다.

웰링서포터즈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발을 구르니 진짜로 구장이 흔들린다.

필드에는 이미 벤치의 선수와 코치, 감독이 양팔을 번쩍 들고 뛰어들어왔고.

몇몇 격한 서포터즈들도 관중석에서 필드로 뛰쳐들어오다 보안팀에게 잡히고있었다.

지혜는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둘러 쌓여 웃고있었다.

첼시 선수들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망연하게 하늘을 쳐다보고있었다.

이지혜는 첼시와의 데뷔전에서 헤트트릭을 달성하고 말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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