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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36화 (36/124)

〈 36화 〉 36화. 휴식의 날(3)

* * *

"..."

"재밌었다. 그치?"

이미 나랑 가은 언니는 집으로 돌아 왔고, 수아도 자신의 호텔로 차를 불러 타고 돌아갔다.

"...에휴."

나는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며 스마트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오 친구들 오늘 갓즈니 월드에 이지혜가 왔다고!]

(대충 내가 고양이귀 머리띠를 착용하고 걸어다니는 모습)

여기 웰링 서포터즈가 있나? 주변을 보니 한명도 없는 것 같긴하네, 요새 대세인 선수를 보니까 기분이 좋네!! 오늘 웰링 선수들이 전부 휴가를 받았다고 했지? 다른 선수들은 펍이나 클럽에서 발견 되는데 이 선수는 놀이공원에서 귀엽게 발견되네 LOL.

#갓즈니월드 #이지혜 #고양이귀

­ 하하하 농담하지 말라고 친구

­ 저거 그냥 닮은 사람아니야?

­ 축구할 때 모습은 그렇게 사나워 보이더니 ㅋㅋㅋㅋㅋ

­ 베리 큐트.

"하아..."

나는 눈을 손으로 가리고 말았다.

사진 속의 나는 상당히 귀엽게 보이지만 나라는걸 아니 구역질이 나올려고 한다. 뇌가 거부하는 듯한 기분...

"아직도 그러고 있어? 잘 어울렸다니까~"

"난 별로 어울리고 싶지 않았어..."

사진 속의 나도 나랑 같은 생각인지 눈에 힘을 주고 굳은 얼굴로 걸어다닌다.

"그래도 재미있게 놀았잖아? 지혜 화나있는건 아니지?"

"...아니야. 재미있었어."

처음으로 여자 친구들이랑 놀이 동산에서 놀아봤다.

이것 저것 놀이기구를 찾아다니며 타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하하 그 귀신의 집 같은거 갔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싫어."

가은 언니가 낄낄대며 웃는다.

"...이제 6월까지는 이렇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놀기 힘들지 않을까?"

"그렇지.. 시간이 난다고 하더라도 대부분을 훈련을 할테니까"

나는 가은 언니를 보며 쓴웃음을 짓고는 다시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아... 우리 서포터즈에도 내 사진이 올라왔네."

"진짜?? 역시 트짹이는 소문 퍼트리기에 최고라니깐 히히"

"아이고 언니 좋아요?"

"재밌잖아~!"

***

하루 뒤.

나는 다시 구단으로 출근해서 트레드밀 런닝머신 위에서 열심히 뛰고있었다.

"오오~ 루키 열심히 하는 구나."

다른 선수들이 지나가며 나에게 따봉을 날린다.

'다행이네... 아무도 SNS소식을 듣지는 못했나 보다.'

"다들 오셨어요? 몸 좀 푸시죠. 오늘 감독님 조금 늦게 오신다는데 우리끼리 단련좀 해야할 듯."

체력 코치님이 들어오며 누가 출근을 했는지 확인 하고 있었다.

"으어어어..."

그러자 몇명이 좀비 처럼 들어온다. 아마 휴일동안 주구장창 술을 마셨나보다.

"과음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해도 들어 쳐먹질 않네."

내 옆에 있는 트레드밀 런닝머신에 캡틴이 올라가며 말을 건넸다.

"오... 하루 잘 쉬다 오셨어요?"

"그래.. 너도 잘 쉬다 왔니?"

'응...?'

왠지 웃음을 참으려고 하는 것 같은데... 그걸 봤으면 뭐하러 숨기려고 하는거지?

"..."

내가 지긋이 처다보자 마치 아무것도 아닌 듯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트레드밀의 전원을 켰다. 아무래도 나랑 대화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자자. 이지혜 선수 일로 와서 스트레칭 하고 다음 코스로 이동하시죠."

그래도 다들 잘 쉬고 오긴 했나보다.

첼시랑 경기하기 전 느껴졌던 그 긴장감이 사실 조금 부담스럽긴 했었다.

외국인들이 인상을 쓰며 지나다니는데 적응할만한 한국인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 얼굴들이 조금 펴있는걸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

'...뭐지?'

오늘 선수들의 행동이 수상하다.

확실히 내 그딴 사진을 본 건 확실해 보이는데 다들 숨기려고 하는 듯 하다.

"심슨. 잘 쉬다 왔어?"

"풉! 그래 너도 잘 쉬다 온 것 같네."

빠직

맨날 다른 팀 동료들에게 놀림당하는 심슨 마저 나를 속이려 하는 꼴을 보니 뱃속이 뒤틀릴려고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도대체 뭐야! 다들 뭘 숨기고 있는거지?'

오전에 혼자 체력 단련을 하면서 이곳 저곳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해본 결과, 내 똑똑한 머리로 판단하기로는 숨기고 있다가 다 같이 놀릴려는 속셈인 듯하다.

아무튼 여성 휴계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와 옷을 갈아입고 터벅 터벅 필드로 훈련을 하러 걸어갔다.

"우리 루키 어차피 다음 경기는 안나갈듯 한데, 어때? 내기 한판 찐 하게 해보는건?"

캡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선수들이 한데 모여있다.

"...무슨 내기요?"

나는 츄리닝 져지의 자크를 목 끝까지 끌어올리며 말했다.

"물론 돈 내기지! 일단 오늘 감독님은 늦게 오신다고 하셨으니... 정통있는 골대 맞추기 부터 하자고!"

"오... 어떻게 하는 건데요?"

"간단해. 한명씩 번갈아 가면서 차면 돼. 맞추면 빠지는 거고. 마지막 까지 못맞추면! 내기에서 지는거지~"

나는 힐끗 코치들을 쳐다 보았는데, 그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해도 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연습안하고 농땡이나 핀다는 인상을 주면 안되니까...'

"재밌겠네요! 그럼 여기 있는 사람 다 같이하나요?"

"당연하지! 우리 어르신도 하신다고!"

캡틴이 인상을 팍쓰며 노려보고 있는 아틀레이 골키퍼를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한다.

"그럼 나이순으로 하자고! 제일 어르신인 내가 먼저 찬다."

그렇게 서로 낄낄 대며 재미있게 내기 놀이를 즐겼다.

너무 즐거워서였을까. 사람이 한 곳에 집중하면 많은걸 잊게 된다는걸 알지 못해서일까, 나는 심히 무방비 해져 버렸다.

"자자 꼴찌는 심슨이네!!"

"하하!! 니가 그 모양이니 주전도 못하는 거지!"

"...젠장"

심슨이 침울 해 하지만 다들 농담이란 걸 잘 알기에 크게 화를 내지는 않는다.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다른게 준비 됐는데 어때?"

"네? 또요?"

"이번엔 훈련과 병행 된거야. 자주하는 골대 맞추기도 같이 이 것도 엄청 자주해."

"그래 이번엔 심슨은 봐주기로 하자고! 맨날 쟤만 걸리는 것도 지긋 지긋 하다고."

나는 모든게 빌드업이라는 걸 눈치 챘어야만 했다.

"오... 어떤 훈련인데요?"

"저기 노란색 커다란 튜브가 서있는걸 보이지?"

오... 코치들이 사람보다 커보이는 튜브를 저 멀리다가 하나씩 세우는걸 보았다.

"저기에 제일 가까히 공을 찬 사람이 이기는 거고, 당연히 젤 먼 사람이 지는거지."

"그럼 또 돈 내기에요? 그건 좀 질리는 것 같은데."

"아니 맨날 하는 거긴 한데 꼴찌는... 야! 너 먼저 시작하면 어떻게해!"

캡틴이 말을 하는 도중에 누가 차버려서 내기가 시작 되고 말았다. 뭐 자주 하는 거라고도 하셨고 나는 동료들의 뒤로 돌아가 줄을 섰다.

오호우!!

노우!!!!!

푸하하하하!!!

심슨이 공을 차다 오전에 비가 살짝와서 미끄러웠는지 자빠지고 말았다.

"야!! 그래도 공은 날라갔어! 누가 자빠지면 니가 꼴찌는 아니겠네!"

"크큭 심슨. 니가 그래서 안돼는거야. 잘보라고!"

마지막 차례인 내가 공을 차려고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캡틴이 내 앞에 공을 놔주는 걸 보고 튜브를 다시한번 쳐다본 다음에 공을 찼다.

펑!

"?"

툭... 데구르르르...

"어?"

"..."

공이 차자 마자 터졌는지 힘없이 왼쪽으로 굴러갔다.

"푸하하하하하하!!!!"

"...이건 무효! 공 다시 주세요. 캡틴!"

"놉! 운도 실력이지."

"네?"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란 말인가. 이건 연습겸 내기라며!

"저기요 모두들! 잠깐! 시발!"

다들 배를 잡고 웃으며 수다를 떨며 흩어지고 있었다.

'당했네 시발!'

"이건 사기야!"

"워. 사기라니 우리 루키. 캡틴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저거 터진거 봐요! 길게 찢어져서 내피가 튀어나왔는데! 누가 칼로 찢은거 아니에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비약이 너무 심하지 루키."

'크윽'

씨알도 안먹힌다. 도대체 나한테 원하는게 뭔데 다들 이러는 건지...

"...그럼 그 내기가 뭐였는데요?"

나는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만들어 내 옆을 지키고 있던 캡틴에게 물어 보았다. 느낌이 싸한데...

"하하! 소용없지. 바로 이걸 끼고 다음 인터뷰에 나가는 거지!"

"...씨발!"

나는 캡틴에 손에 들려있는 고양이 귀를 필드 위에 거칠게 내던졌다.

"아이고 이 귀한걸..."

캡틴이 다시 집어 들어 손으로 툭툭 턴다.

"겨우 이딴걸 나한테 쓸려고 이런거에요?"

"U­23팀에 있는 네 친구들이 널 키티라고 부르던가? 너한테 잘어울리는 코스프레가 아닌가 싶은데?"

"개같은소리 하지마요!"

"...욕 실력이 엄청 늘고 있는 것 같은데?"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자! 다들 잘 훈련 하고 있었나?"

""예!!""

멀리서 키퍼 훈련 하러 잠시 떠난 아틀레이도 다시 우리쪽으로 걸어왔다.

"흠... 첼시전 반성부터 하자고. 물론 다같이 말이야."

감독님이 슬며시 웃으며 손짓을 하니 다들 자리에 앉는다.

'아.. 매번 경기를 하고 난 다음엔 이런식으로 반성회 같은걸 하나 보구나.'

감독님은 경기에서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는지 필드에서 직접 뛴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물어본다.

"그래 우리 루키 이지혜는 경기를 뛰어본 소감이 어땠나?"

감독님이 낚시 의자 같이 생긴 의자에 앉아 나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어... 사실 눈에 보이는 것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하하!! 괴물 같은 루키도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구만!!"

감독님이 자신의 무릎을 팍팍 치며 웃는다.

"그래 확실히 대단한 활약이긴 했는데, 부족한 부분도 물론 많았어, 아마 티비로 지켜본 감독들은 눈치를 다 챘을 거야. 우리 루키가 경기를 그다지 많이 뛰어본 선수가 아니라는 걸. 뭐 18살이 많이 뛰어봐야 얼마나 뛰어봤겠냐만은..."

"음..."

"그래서 앞으로 상대들은 우리 루키 스트라이커를 많이 공략하려고들 할거라는 거지! 리그 1은 상당히 거친 리그야. 우린 더욱 영리해져야하지."

주위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상당히 지저분하긴 한가보다.

난 영국리그는 밑으로 내려 갈수록 거칠고 지저분하다고 소문만 들었지, 직접 보고 경험해본게 아니라 뭐라고 말 할 수는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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