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화 〉 38화. MK던스 전(2)
* * *
삐빅!
삐비비빅!!
심판이 발에 불이나도록 뛰어다니며 휘슬을 부는게 여기 벤치까지 보인다.
"오오...."
주변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이 신음을 흘린다.
우우우우우!!!!
웰링의 홈에서 이루어지는 MK던스와의 경기.
나는 전광판을 참담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01
지고있다... 단 22위를 하고 있는 MK던스에게 지고있는것이다. 전반이 거의 끝나가고 있음에도.
삐빅!!
퍽
쿠당탕
내 앞 쪽에서 태클 당해 구르는 동료들을 보니 가슴속에서 뭔가 끓어 올라오는게 느껴진다.
'시발 새끼들 우리 동료들 한테 원한이라도 있나. 공만 잡으면 슬라이딩 태클이네.'
우리 팀의 캡틴. 폴 조지가 심판에게 달려들어 뭐라고 소리를 치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경기가 너무 거칠어 누군가 크게 다칠 것 같긴 하다.
"야아!! 적당히해 이 새끼들아!!"
"시발 그렇게 하려면 럭비를 하지 왜 축구를 해!!!"
"미개한 새끼들!!"
벤치 뒤의 서포터즈들이 소리치는 소리가 뚜렸하게 들려온다.
"야!! 심슨!! 엄살피지 말고 일어나!!"
심슨이 이리저치 치이고 있었다.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인데 저렇게 구르면 얼마나 더 못생겨 질려나... 나는 턱을 괴고 무심하게 심슨을 보고 있었다.
"확실히 공격이 힘이 너무 없네. 후반엔 투입 이지혜 선수를 투입합니까?"
"...아니 아직"
수석 코치님이 감독님 옆에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후반 시작하면 더 거칠어 질거야. 카드가 좀 나오면 진정이 될 거 같은데..."
심판이 단무지를 집에 두고왔는지 오늘 카드를 별로 꺼내지를 않는다.
삐비비빅!!!
우우우우우우!!!
경기가 시도때도 없이 멈춘다. 오.. 드디어 단무지를 꺼내드네. 확실히 오늘은 꽤 답답하네.
"하아... 일단 라커룸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지."
관중석에서 홍염이 피기 시작했다.
***
쾅!!
"시발 새끼들! 존나게 밀어대네!"
라커룸에 들어가니 심슨이 라커를 거칠게 때리며 신경질을 부리고 있었다.
"하하 심슨. 그렇게 화만 낸다고 달라질건 없다고. 골을 넣어 그러면 돼."
아틀레이가 심슨의 어깨를 두드리며 지나갔다.
"...씨발"
확실히 심슨은 조급할 것이다. 내가 FA컵에서 그런 활약을 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가 위협이 된다고 느끼고 있겠지.
"야 심...?"
나는 심슨의 긴장을 풀어줄려고 농담을 하려고 했는데, 캡틴이 내 어깨를 잡고 고개를 젓고 있었다.
"내비둬 프로는 혼자 해결할 줄도 알아야지. 심슨은 이겨 낼거야."
심슨은 고작 21살의 젊은 선수다. 실력이 부족하면 떠나야 하는 이 비정한 축구판에 정이 어디있겠냐만은 안쓰러운건 어쩔 수 없지않나.
"자자. 다들 들어왔지? 여기 저기 굴러다니느라 고생했다. 피똥 쌀것 같은 사람은 빨리 화장실 다녀오고!"
""하하하""
실없는 농담을 하는 감독님을 보니 살짝 긴장감이 풀어진다는게 느껴진다.
"우린 운이 별로 없었던거야. 분명히 골을 만들어 낼만한 상황이 있긴 한데 태클이 너무 거칠어 경기가 자꾸 중단되는군, 게다가 심판은 뭘 잘못처먹었는지 카드를 꺼낼 생각도 별로 없는것 같고."
"감독님 우린 어떻게 대응할까요? 경기전 지시사항대로 거친 태클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만..."
캡틴이 진지한 얼굴로 감독님에게 물어보았다.
"자... 일단 10분간 판을 짜보자고 그 다음 우리 비장의 카드를 꺼내드는거지."
"...그럼?"
"심슨. 오늘 수고 많았네. 그런데 팀을 위해 한번 제대로 날뛰어 보는건 어때?"
"...네?"
"난 아직도 기억 한다네, 자네가 우리 웰링 유소년에서 부터 뛸때 그 대단한 스프린트를 아직도 기억한단 말이야! 그런데 왜 요새 그렇게 위축되어있는건가!"
"...!"
심슨이 놀란 얼굴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
"팀 동료들이 자네에게 장난을 많이 친다는 걸 알고있네. 그건 자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신뢰하는 동료이기 때문이 아닌가?"
"그래 심슨. 그렇게 기죽을 필요없어 우리는 단지 경기 뛸때마다 굳어있는 너가 좀 걱정되서 그랬던거야."
"...죄송합니다. 제가 프로답지 못했네요."
"심슨. 자네에게 오늘 임무를 내려주지. 아주 중요한거야. 귀를 활짝 열고 들으라고!"
감독님이 심슨에게 다가가 얼굴을 붙잡고 가까이 다가갔다.
"계속 달리고 달려서. 니가 지쳐쓰러지도록 달려서도 골을 만들기 힘들다면 상대가 깊은 태클을 하게 만들어! 한명이라도 퇴장을 시켜버리도록 만들어!"
"...네"
"대답!!!!"
"네!!!!"
확실히 그 동안 심슨은 보기 불쌍할 정도로 위축되어있는 느낌이였다. 캡틴이 말하기를 자신이 직접 면담을 하게 된다면, 자신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을 더욱 견디지 못할 것 같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놀리고 분위기를 띄우려 한거겠지. 역시나 다들 좋은 사람들인가 보다.
"...좋아! 그래도 다치지는 않았으면 하군, 소중한 자원이니까말이야."
감독님은 심슨의 어깨를 한번 두들겨 주고 다시 중앙으로 걸어왔다.
"후반 10분이 지나고 계획대로 된다면 이지혜를 투입한다. 자네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몸을 푸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해. 상대방이 더욱 급하게 만들어야해. 안일함을 이끌어내 보자고."
"수비진들. 고생이 많다. 티키타카 전술은 여기서 멈추고 길게 차기로 간다. 공을 소유하려 들지말도록. 최대한 심슨에게 뿌려주도록 해. 심슨은 공을 받지 못하더라도 괜찮으니 몸을 계속 들이밀어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어."
""네!!""
"좋아. 한번 해보자고."
짝짝!!
우리는 모여 한번씩 핸드 쉐이킹을 나누고 필드로 나가기 시작했다.
"...내 계획대로만 된다면 MK던스에선 한명정도는 퇴장을 당할 거야."
"그럴까요?"
"그래... 경기 조율에 좀 유연한 심판이라도 이리 격해지기 시작하면 후반에 카드를 꺼내는 경향이 많기도 하니까. 만약 한명이 퇴장을 당한다면 바로 투입시킬거다. 그때 수비진을 부숴버려. 심슨은 신경쓰지말고."
"네... 심슨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네요."
"나도 그래"
감독님이 내 어깨를 툭 치고 나가셨다.
"..."
나는 내 라커룸 한 구석에 놓여있는 고양이 귀 머리띠를 바라보고 나갔다.
***
"오."
"드디어 감독이 정신을 차렸나보군!"
잭과 케리는 오늘도 지혜의 경기를 관전하러 경기장을 찾아왔다. 사실 인터뷰에서 감독이 출전시키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지만, 여느 감독이 그렇듯 자신의 말을 뒤집고 출전 시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씨발.. 근데 이게 맞을까? 괜히 경기에 나섰다가 다치는거 아니야?"
잭이 걱정스런 얼굴로 지혜가 몸을 푸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아직도 경기가 거칠어, 심슨녀석이 정신을 차렸는지 열심히 뛰는것 같긴한데..."
뻐엉!!
뻑
삐비비빅!!!
"저...저 새끼들 완전히 사람을 하나 잡으려고 하고있네? 야!!! 축구를 해 시발!! 여기가 UFC인줄 아냐? 왜 테이크 다운을 해!!!"
주심이 드디어 노란 단무지를 하나 더 먹였다. 여태까지 나온 옐로카드는 겨우 3장. 반칙과의 비율이 너무나도 비합리적이다.
"심슨녀석 다치지만 않으면 좋으련만..."
"크윽..."
프리킥이 또 무용으로 돌아갔다. 웰링 선수들이 급히 자리를 잡고 궁뎅이를 내리고 있었다.
"야!!! 골을 넣을 생각을 해야지!!!"
"흐음... 꽤나 주저앉는걸? 무슨 생각이지?"
주변의 서포터즈들도 술렁술렁 댄다. 평소의 티키타카 전술은 어디가고 길게 차고만 있으니...
"오....오오!!!"
심슨이 엄청난 주력을 뽐내며 길게 걷어찬 공을 따라 달려간다.
"달려 시발 심슨!!!!"
퍽!!!
이야아아아아아!!!
심슨이 웰링 지역에서 길게 날아오는 공을 잘 못 트레핑을 했는데 이게 운이 좋게도 마크하는 센터백이 역동작에 걸려버려 그대로 치고 달릴 만한 루트를 만들어 주고 말았고.
정신없이 달려간 심슨이 키퍼가 튀어나오는 지도 모르고 드리블해가다 키퍼와 거칠게 부딫혔는데 공이 키퍼사이로 빠져 스르륵 공이 들어가고 말았다.
"이야야야!!! 심슨 이 새끼 좋았어!!! 그래도 열심히 뛰니까 뭐라도 되잖아!!!"
"이야아아아!!!"
잭과 케리가 얼사안고 소리를 질렀다.
심슨이 쌍코피를 흘리며 골 셀리브레이션하러 달려가는 모습이 꽤나 웃기지만 멋졌다. 그래도 열심히 뛰는 프로다운 모습이다.
"못하지만 골만 넣으면 괜찮아!! 잘했어!!!"
"그래!! 그래도 우리 웰링에서 자란 선수 잖아!! 이쁠 수 밖에 없지!!!"
심슨이 환하게 웃으며 벤치로 치료 하러 들어갔다.
***
"흐음... 이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인걸?"
"하하하 그래도 좋지 않으십니까? 아픈 손가락이였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기분 좋은 오산이라고 해야 하려나..."
감독님이 웃으며 턱을 쓸고 있었다. 예상하진 못하긴.. 골들어가자마자 미친듯이 뛰어 다니시드만, 엄청 빠르던데? 윙어로 뛰시는건 어떨까?
"자자 준비됬나? 예상과는 달라졌지만 심슨은 치료를 하러 교체를 해야만해. 아직 거친상태고 더 거칠어 질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 이겨내야만 하네 그 또한 프로의 자세고."
"걱정마세요. 제가 박살 내버리고 올테니까."
"하하 좋아"
와아아아아!!!
내가 교체 안내 LED 판을 들고 있는 부심에게 다가가니 서포터즈들이 소리를 지르는게 들린다.
심슨이 내가 내민 손을 웃으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경기장을 나섰다.
짝짝짝짝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헌신적인 플레이를 보여준 심슨에게 기립박수를 건네주었다.
'저 녀석 우는것 같은데...? 또 놀려줘야지'
나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필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미드필더 여러분들~ 공 오래 소지하지 마시고 다이렉트하게 돌리랍니다."
"...지금 보다 더? 그럼 너가 더 오래 소유 할텐데"
확실히 심슨의 포지션을 그대로 물려 받은 기분이다.
"어이 쌔끈한 언니"
고개를 돌리니 누렇게 변한 이를 들어내며 웃는 못생긴 녀석이 나를 쳐다 보고 있었다.
"오늘 나랑 화끈하게 놀아보려고 온거야? 경기중엔 좀 만져봐도 되지?"
"...하긴 니 얼굴에 나 같이 예쁜 여자를 만나볼 수 나 있겠어? 영광인줄 알아"
"...이런 씨발년이"
"하하하"
확 일그러지는 못생긴 얼굴을 보니 또 기분 좋아지네.
삐익!
경기가 다시 재게 되고 난 최종 수비수 지역으로 달려 들어 갔다.
터엉~!
나는 공을 바라보며 뛰기 시작했다.
쿵! 털썩
삐빅!
"...?"
이 못생긴 녀석이 지가 달려와서 어깨를 부딫히고는 자빠져 나를 쳐다본다.
"뭘 봐 존나 물렁한 새끼였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