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화 〉 41화. 첫 원정경기(1)
* * *
2월 중순. 위건 애슬래틱 FC와의 원정경기 이틀 전 아침.
"하하하 어이가 없어가지고."
알렉스 감독이 감독실에서 책상을 두들기며 웃고 있었다.
[우린 웰링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다. 웰링은 강등권에 어울리는 팀이며, 우리 위건을 이길 힘이 없다.]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알렉스 감독이 모니터를 수석 코치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흐음... 무슨 생각이 있는 걸까요?"
MK던스와의 경기가 5일이 지났다. 아무래도 저 위건 녀석들이 이지혜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머리를 굴린듯하다.
위건 애슬래틱 FC. 현재 리그1에서 11위를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창단하고 나서는 하위리그만 전전하던 머저리 녀석들이 구단주를 잘만나서 프리미어리그에 한번 입성하고 나서는 기새등등하다. 마치 자신들은 운이없어서 2부와 3부를 전전한다는 듯이 행동한다. 물론 201213 시즌에 FA컵도 우승한 전적이 있는 강력한 팀이긴 하다. 결국 DTD(다운 팀 다운)을 몸소 지키며 3부 리그 까지 내려왔지만 실적이 있는 팀이다. 근거있는 자만이란 것인가.
"...인터뷰에서 이렇게 공격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한다는건 상당히 위험하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니까 말이야. 지난 경기에 어땠지?"
"지난 번 경기에선 30으로 참패 당했습니다. 최근에 전형적인 442 포지션으로 빠른 역습을 주로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수석코치가 경기 분석파일을 알렉스 감독의 책상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흐음... 고민이 되는 구만. 일단 우리 공격루트를 이지혜 선수 한테만 몰아주는걸 눈치챈건가?"
"두 경기만에 알아냈군요. 사실 뻔한거 아니겠습니까? 웰링의 스트라이커 부재는 3부리그의 주요 이슈였으니 말이죠."
"...그래 그렇다면 방법을 구상해야겠지. 일단 451은 그대로 유지하고... 윙어의 움직임을 변화시켜야겠지."
"...그게 말입니다."
수석 코치가 뭔가 주저하며 말을 꺼내기 어려워 하고 있었다.
"뭔데 그러나? 누가 부상이라도 당했나? 오전 보고서엔 따로 없었는데?"
"하아... 왼쪽 윙어 올리버 캄프 선수가 클럽에 다녀온게 SNS에 퍼지고 있습니다... 몇 달 전에도 분명히 경고 했는데도 말이죠."
"...?"
알렉스 감독이 못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수석 코치를 바라보았다.
"이미 웰링 서포터즈는 방출하라는 의사를 표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다지 중요선수가 아니긴 하지만 우리는 왼쪽 미드필더진이 부실하죠."
"...부실한 정도가 아니야. 미드필더진 자체에 인원이 너무 적어. 승격할때마다 계약 해지한 선수가 너무 많았던게 탈이였군."
축구 선수들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리그가 있는 법이다. 리그2에 적합한 선수를 리그1에서 뛰게 할 수는 없는 법이고, 본인도 부담스러워 한다.
"하아... 아 참 U23팀에 쓸만한 미드필더 애송이 한놈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네. 제리 맥과이어 선수를 말씀하시는 듯 하군요. 나이는 20세고 원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지만 현재 오른쪽 윙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흐음... U23팀 감독의 평가 분석 파일이 어딨더라..."
"아 제가 이미 파악 해두고 있었습니다. 사실 U23팀에서 썪고 있기 아까운 인재긴 하더군요."
"왼쪽 윙어를 소화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나?"
"네. U23 감독의 평이 미드필더 지역에선 어느 위치건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다는 군요. 안정적인 피드필더 스타일이랍니다."
"그래, 머리 좀 써봐야겠어. 그 친구가 뛴 경기의 영상을 준비해 주게나."
"네."
수석 코치가 감독실을 나갔고, 알렉스 감독이 자리에 앉아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위건도 이지혜를 막을 만한 힘은 없을 거야. 아마 다른 선수들을 방해할 셈이겠지. 첼시가 보여준 것처럼.'
첼시가 이지혜에게 공을 배급할 미드필더를 압박했던걸 위건이 아마 보았을 테다. 아니 대다수의 클럽이 이미 파악을 했겠지. 그렇다면 우리도 변화를 줘야 할 타이밍인 것이다.
***
원정 경기로 향하는 버스 안.
"...제리 왜이리 죽상이야?"
"오, 키티 나 긴장 되서 죽겠다고."
제리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이미 우리는 올리버 캄프가 저지른 만행을 전해 들었고, 제리가 1군으로 불려왔다는걸 알게됬다.
'애가 너무 위축이 되있어 왜 그러지?'
경기전 브리핑에서 부터 제리는 고개를 제대로 들지도 못하고 다른 선수들의 눈치를 보는 듯 했다.
"그게 있잖아..."
제리가 나를 보며 뭔가를 말할 려고 하는 듯 했다.
"도대체 왜그래? 나한테 다 털어내봐."
"솔직히 감독님이 나한테 뭘 원하는 지 잘 모르겠어. 내 원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인데, 오른쪽 윙어로 뛰라고 하더니 이번엔 왼쪽 윙어로 뛰라고 하시네? 이러다 실수라도 하면 또 방출되는게 아닐까 해서..."
"..."
아! 제리는 자유 계약으로 방출됬던 과거가 발목을 붙잡아 그게 슬럼프가 된 듯하다.
나는 딱히 경력이 많은 베테랑이 아니라서 이런 고민을 해결해줄 방법은 모른다. 하지만 동료를 도와줄 수는 있잖아?
"하하하 야! 이제 데뷔하는 꼬맹이 한테 커다란걸 바라실까? 그냥 자신있게 해봐!"
"...재수없는 새끼, 넌 데뷔부터 헤트트릭을 했잖아."
"일단 부딫혀 보자고! 해보지도 않고 걱정하는건 좀 찌질해 보인다고? 아마 니가 이런 꼬라지를 톰이 본다면 분명히 놀릴걸? 걔는 아직도 2군에 박혀있잖아."
"...씨발 그래. 이제야 톰이 날 부러워 하는 꼬라지가 기억나네. 고마워."
"아니 뭐... 우린 동료잖아."
나는 괜히 숙쓰러워서 볼을 긁적이며 정면을 바라봤는데 다른 선수들이 고개를 돌려 우리를 보는걸 보았다.
"하하하!! 애송이 주제에 그딴 걱정을 하다니! 어린 놈이 패기가 없어서 되겠냐?"
맨 앞 좌석에서 우리 얘기를 들었는지 캡틴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야야 너희들 너무 열심히 뛰지마라 우리 루키 듀오가 열정을 불태우려나 보니까."
"하긴... 근데 클럽이나 다니는 개자식 보다는 이리저리 얼타는 애송이는 귀엽기라도 하지."
"...그 씨발 새끼 때문에 내 SNS에도 팬들이 몰려와 욕을 한다고"
"하하하하!!!"
"이봐 이봐 너희는 클럽엔 발도 들이밀지 말아라. 팬들이 어디에서나 카메라를 들고 있다고 생각하라고."
아틀레이가 우리를 보며 조언을 해주었다.
'클럽이라...'
남자였을 때도 나와 별로 연관이 없는 장소였다. 그래도 한때 남자였다고 관심은 있었다.
"어어? 이 새끼 이거 지금 고민하는거야?"
"야!! 니가 클럽 문 근처에만 있어도 바로 토픽이야!!"
"아니 아니 관심없어요. 그런데."
"..."
선수들이 나를 노려보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
***
[여보세요?]
[오 가은양. 왠일로 전화를 다 주시고...]
[하하하 전 전화하면 안되나요?]
[당연히 아니죠. 그래요. 지혜양이 매우 잘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어요. 뭔가 필요한게 있어서 연락을 주신걸까요?]
가은이 이기영과 위건 애슬래틱 구장으로 이동하며 황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제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서요. 혹시 지혜가 지난 경기에서 최우수 선수 인터뷰를 한걸 보셨나요?]
[물론 봤지요. 지혜양이 어찌나 귀여워 보이던지요. 허허]
[그게 사실 팀 동료들이랑 내기를 하고 져서 그걸 한거래요.]
[하하하 그렇군요. 하긴 지혜양이 그런걸 본인의 의지로 했을리가 없겠지요.]
[그래서 말인데요....]
가은이 운전중인 철만 아저씨를 힐끔 보더니 말을 이었다.
[....어떨까요?]
[허허허허허 이것 참... 전혀 예상도 못한 일이군요. 저는 찬성이긴 합니다만... 지혜양이 매우 싫어 할 것 같은데요?]
[지혜는 제가 설득해 볼게요! 좋은 일이 잖아요!]
[그렇죠. 잘만 통한다면 매우 좋은 일이죠. 그래요.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제가 한번 영국을 들를테니 만나서 계획을 짜 봅시다.]
[네! 감사합니다!]
[허허 지혜양을 잘 부탁드릴게요.]
[물론이죠. 다음에 뵐게요.]
뚝
"후우..."
"...정말 괜찮겠니?"
이미 이기영은 가은과 꽤나 친해졌다. 가은이 축구에 관해 이리저리 질문을 하다보니 친해지지 않을리 있을까. 아버지뻘이기도 하고.
"잘 되야죠 물론. 이건 지혜가 유명해질 기회이기도 하구요."
"지혜양은 그런걸 하지 않아도 알아서 유명해질 텐데?"
"에이~ 그래도 슈퍼 스타는 특별한게 있어야죠! 나중에 사람들이 특별한 사람으로 기억할거에요!"
"...가은이는 지혜양을 정말 좋아하는 구나"
"헤헤.. 제가 이렇게 친해진 동생은 처음이라 그런 것 같기도 해요."
가은은 창밖을 처다보며 지혜를 떠올렸다.
처음엔 단지 예쁘고 운동좀 잘하는 애로 생각 했는데, 같이 지내면서 뭐랄까... 여자답지않고 조금 사내다운 쿨한 모습이 멋지다. 살짝 억지로 쿨해지려는게 보이기도 해서 웃기긴 하지만.
"...아무튼 이건 무조건 해내야만 하는 작전이에요! 웰링도 좋아할 거구요!"
"웰링은 엄청 좋아하겠지..."
"지혜를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
"...굳이 설득 할 필요가 있을까요?"
"...네?"
조용히 운전하시던 철만 아저씨가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고 말을 하셨다.
"왜... 그 내기도 속은거라고 했지 않나요? 원래 한번 속으면 두번 속고 그런 겁니다."
"...그러다 지혜가 화내기라도 하면"
"그럴 사람으로는 안보이는데요? 아마 싫어 하면서도 할 겁니다."
"...알겠어요.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할게요! 오늘 경기 준비 하러 가죠!"
차는 위건에 도착하고 구장에 거의 다 도착했다. 가은은 앞으로 생길 즐거운 미래를 생각하며 실실 웃으며 차에서 짐을 챙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