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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44화 (44/124)

〈 44화 〉 44화. 첫 원정경기(4)

* * *

제리가 거의 미쳐있는 상태다.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벌게진 상태로도 흥분해 있는 모습이 여기까지 보인다.

첫 골을 어시스트한 이 후에 뭔가 느낌이 왔는지 미친듯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 진형 왼쪽에서 폭팔적인 드리블로 난장판을 만들고 있으니, 위건 녀석들도 상당히 정신이 나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가 보다.

저게 바로 긁히는 날이란 것인가.

터엉!

왼쪽 코너킥 위치에서 공을 오래 지키다가 넛 메그로 수비를 제끼고 낮은 크로스를 올려 주지만 촘촘한 센터백 라인 때문에 헤딩으로 간단히 걷어 내고 만다.

오오오오오!!

우리 웰링 서포터즈들이 뉴 페이스인 제리 맥과이어에게 감탄을 하기 시작했다.

센터백이 엄청난 스피드로 수비라인을 박살내버리고 골을 넣은 내가 무서운지 라인을 올리지 않기 시작했다.

확실히 라인을 올리지 않으니 내 패스 루트를 다 틀어막고 있어 기회가 좀처럼 생기지 않고 있었다.

"...이번엔 절대 놓치면 안돼."

"그래 만회골 까지만 틀어막아보자고"

"7번 마크 확실히 해. 시발 몸으로 밀어서라도 막으라고!"

나는 잡담을 하는 센터백들의 말을 한귀로 흘려 들으며 이리저리 움직여 보았다.

***

"흐음..."

"볼 배급이 많이 곤란하긴 하군요. 우리 미드필더진이 강력했더라면 이런일이 발생하지는 않았겠지만요."

"이제 와서 그딴걸 고민해봤자 소용 없겠지. 한 골을 넣었으니 만족하는 것도 괜찮겠지만... 제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긴 하군."

"...네 U­23에서 보여줬던 움직임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습니다. 골게터가 한명 더 있으면 부담이 적을 텐데요..."

알렉스 감독이 위건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긋이 바라보며 고민을 했다.

"...하프타임 까지만 버텨줬으면 하는 군. 점유율이 올라가고 있긴 하지만 압도적으로 위건이 공을 오래 소유하고 있네."

"제리는 괜찮아 보이지만 디에고의 체력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듯 합니다."

"제리도 언제 방전이 될지몰라. 템포를 조금 낮추라고 지시하게 우리는 후반을 노려야겠어. 쐐기골을 만들어내 위건의 주둥아리를 닥치게 만들어 줘야지."

수석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캡틴과 제일 가까운 터치라인에서 소리를 꽥꽥 질렀다.

'흐음....'

@#$!#$!!$@#%@#%!!

알렉스 감독이 위건의 벤치에서 소리를 질러대는 위건의 감독을 쳐다 보았다.

그는 상당히 화가 나있는 상태인지 선수 한명 한명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피드백을 하고 있었다.

강한 방언 때문에 뭐라는지는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지만, 지시대로 움직이라는 듯 하다.

확실히 제리의 움직임이 살아나는 덕에 위건의 수빈이 우왕좌왕하는 느낌이 나기 시작하긴 했다.

이걸 기회로 만들 수도 있지만, 선수들의 체력을 제물로 삼아야만 하는 극단적인 기회일 테다.

겨우 위건을 상대로 여기서 선수들의 체력을 심하게 낭비 시킬 수도 없는 법이고..

"폴!! 공을 더 돌려!!"

아직도 수석 코치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린다.

***

전반이 종료되고 하프타임.

웰링 유나이티드의 라커룸에 제리가 차갑게 식힌 얼음 팩을 머리위에 올리고 헥헥 대며 쉬고 있었다.

"오오..."

"이야... 저 친구 물건이였는데?"

"하하하!! 이번에 주전 자리를 꿰찰 수도 있겠는데? 더 열심히 해봐!"

팀 동료들이 한명씩 들어오며 제리의 어깨를 토닥여 준다.

베테랑들의 시선으로도 꽤 괜찮은 움직임이였나보다.

"..."

나는 제리에게 슬며시 다가갔다. 현재 미친듯한 활약을 벌이고 있는 제리의 휴식을 그다지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늘 어때"

제리가 날 보지 않은 상태로 말을 걸었다.

"최곤데? 입단 테스트때 보다도 더 날렵해 보이는데? 다 털어낸거야?"

"...잘 모르겠어. 첫 골을 넣고 나니 몸에서 자신감이 넘쳐나는 기분이야. 이런 적은 나도 처음이라고."

"호오..."

나는 내 자리에 앉으며 제리를 계속 쳐다보았다.

"아직도 더 뛰고 싶은 마음이야! 가슴속에서 빨리 필드로 나가 공을 몰고 달리라고 소리치고 있다고!"

"..."

제리는 많이 흥분해 있는 상태인가 보다. 이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 나는 알 수 없다.

"후반에도 잘 부탁할게 제리."

"하핫 나만 믿으라고. 키티 너도 대단한 스프린트였어! 훈련때도 느낀거지만 정말 빠르네! 아무도 따라가지 못했다고?"

제리가 이제서야 웃으며 말을 한다.

"하하.. 아니.. 겨우 패스 루트를 틀어막혔다고 골을 못만들어 내는 것도 조금 쪽팔리네. 후반엔 더 열심히 뛰어서 뭔가 보여줄게."

여긴 3부리그이다. 나는 목표인 상위리그까지 미친듯이 달려야 하는 입장인데 여기서 벅차다고 징징대기는 조금 그렇지.

제리가 흥분을 하니 동료인 나도 흥분을 하는 듯한 기분이다. 아마 팀 동료들도 조금씩 이런 기분이 들겠지?

철컥

"오오 우리 루키 듀오가 정말 잘 해내주었네."

알렉스 감독님이 웃으면서 라커룸의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자자 다들 집중 해봐. 제리가 위건의 수비를 잘 흔들어주고 있는 덕에 공간이 많이 생기고 있네."

감독님이 전술판의 위건 선수들의 마크들을 이리 저리 움직였다.

"수비들이 왼쪽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생기기 시작했네. 아마 위건 감독녀석도 이걸 알고 피드백을 하긴 하겠지만, 쉽게 진정되지는 않을 거야."

내 마크와 디에고의 마크를 바꾸셨다.

"디에고와 이지혜의 위치를 스위치(위치를 바꾸는 전술*) 하도록 해. 이 것 만으로도 수비들이 꽤내 곤란해 할거야. 자리를 계속 유지하지 않아도 좋아. 꾸준히 스위치 해서 혼란을 야기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감독님이 디에고와 나를 지목하며 말씀하셨다.

"공을 제리가 계속 드리블 하고 수비가 왼쪽으로 치우쳤을때 중앙 미드필더를 통해 반대편 사이드로 바꾸는 전술을 기억하도록."

수석 코치님이 감독님의 말 뒤에 더 첨언을 하였다.

"한 골만 더 넣으면 수비진은 박살이 날거야. 그때 다시 디에고랑 이지혜는 스위치를 하고. 수비들도 잘 버티고 있어. 아틀레이 라인 유지를 잘 하도록 폴에게 계속 말을 하도록 하고."

팀이 이기고 있으니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 팀 동료들이 자신의 생각을 동료들과 두런두런 나누는 모습을 보니 나도 해내고 말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자! 가서 위건을 다시 박살내 주자고!"

""오우!!!""

"개새끼들 입을 털어?! 다시는 입을 열지도 못하게 만들어주지!"

디에고가 손을 번쩍 들며 위건을 욕하기 시작했다.

***

"크윽... 수비들이 너무 흥분한 상태군."

위건 애슬래틱 FC의 감독인 카를로스가 후반이 시작된 경기를 지켜보며 한쪽 머리를 감싸고 있었다.

"흐음.. 이쥐해가 오른쪽 윙어와 스위치를 할 생각인 모양입니다. 오른쪽으로 자꾸 움직이는 스탠스를 취하는군요.."

"맞아. 저쪽도 생각이란게 있나보지. 제리 맥과이어? 얘도 이제 데뷔한 애송이잖아! 웰링의 스트라이커가 갓 데뷔한 애송이라고 생각해서 언론 플레이로 경기 마인드를 흔들어 보려고 했는데, 엄한 루키 새끼의 경기력이 터져버리다니..."

위건이 제리 맥과이어를 확실하게 써먹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침착하게 라인을 유지하며 지역마크를 하라는 지시를 내렸지만, 수비진들은 이미 전반전 제리 맥과이어의 움직임이 머릿속에 박혀 버린것이다.

"따라가지마!! 자리 지켜!!"

카를로스가 열심히 소리를 쳐 보지만 짜증나는 발재간을 부리는 제리를 보고 눈이 돌아간 수비들을 침착시키긴 역부족이였다.

"...씨발! 또 스위치를 했군!"

우우우우우!!

제리가 수비를 제치고 크로스를 팡 팡 올려댄다.

다행히도 이지혜의 키가 그리 크지않아서 190이 넘는 장신 센터백의 컷트를 넘길 수는 없었다.

"젠장! 빨리 만회골을 만들어 내야해! 점유율을 더 올리고 라인도 올리라고 지시하게!"

"..."

수석 코치는 뭔가 위험함을 느끼면서도 감독의 지시를 수행하러 터치라인으로 이동했다.

***

리그1을 중계하는 한 지역 스포츠 방송국.

"웰링의 움직임이 많이 살아났군요."

"전반전에는 조금 답답한 느낌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중원의 볼배급 능력이 뛰어 나지 않다보니 생기는 문제긴 한데, 이건 리그 1 클럽의 대부분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죠."

"...좋습니다. 웰링의 공격진이 활발하게 위치를 스위치하며 움직이는 모습이군요."

"7번 이지혜의 득점력은 이미 위험한 수준입니다. 3경기 6골이죠 벌써. 공격포인트가 경기당 2점이라니 말도 안돼는 수준입니다.

"수비진들의 머릿속이 복잡해 보이는 모습입니다. 공간이 자꾸 생기고 있어요."

하위 리그의 중계는 상당히 지루하다. 선수들의 능력이 낮기도 하고 경기력이 낮으니 거친 모습만 자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상당히 슈퍼스타 기질을 보이는 이지혜는 중계진들에게도 상당히 좋은 먹잇감이란 것이다.

"...제리 맥과이어 다시 돌파를 시도합니다!"

"좋아요. 계속 시도를 해줘야 합니다."

"크로스! 디에고 살럿 발을 가져다 대 보지만 어림도 없는 슛이 되었군요."

우우우우우!!!!

분위기가 점점 좋지 않아지고 있다는 걸 관중들도 느끼는지 위건 서포터즈의 야유가 중계석 까지 들려온다.

"...!"

위건 수비수가 제리에게 끌려나가고 다시 빈 공간에 이지혜가 침투해 간다.

"제리 맥과이어 스루패스! 7번 드디어 후반에 공을 제대로 잡는군요."

중앙에서 센터백 두명을 앞두고 있는 이지혜.

이지혜가 오른쪽으로 빠르게 오버스텝을 사용하며 치고 들어가려고 시도한다.

"디에고!"

디에고가 중앙으로 침투하고 제리도 빈 왼쪽으로 침투해간다.

"이지혜! 빠르게 패스 해야합니다!"

수비수 셋 중 하나만 이지혜에게 붙기 시작하고 나머지는 제리와 디에고를 따라 살짝 움직였다.

"...!!"

우우우우우!!!!

이지혜가 빠르게 오른쪽으로 움직이다 화려한 마르세유 턴으로 수비수를 제껴버린다.

"...찹니다!!"

퍼엉!!!!

와아아!!!

우우우우우우!!!!

"들어갑니다!!! 완벽하게 공간을 만들어낸 두 윙어와 대단한 스피드의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바보로 만들어 버린 이지혜가 페널티 라인 바깥에서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정확하고 강하게 그물을 찢어버리도록 때려넣습니다!!!"

"대단하군요!! 리그1에서 이 정도 골결정력을 가진 선수는 정말 오랜만에 보는군요!!"

"시청자 여러분 여자라고 무시할게 아닙니다! 위건은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강한 수비를 보여준적이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였습니다!"

중계진들은 자리에서 벌떡일어나 원더골을 만들어낸 대단한 소녀를 칭송했다.

리그 1을 시청하고 있던 여러 펍의 많은 축구팬들에게 이지혜의 얼굴을 가슴속에 새겨 넣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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