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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50화 (50/124)

〈 50화 〉 50화. FA컵 8강전(5)

* * *

삐이이이!!!

와아아아아!!!

경기가 시작되고 구장이 울릴 정도로 강력한 맨체스터 시티 서포터즈들의 함성이 들려온다.

"..."

나는 관중들의 목소리에 정신을 뺐기지 않기 위해 공에 집중을 하려고 노력했다.

공을 빠르게 돌리는 맨체스터 시티.

'내 자리를 지켜야 해.'

나는 경기 경험이 많고 깊지 않다보니 내 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강하다고 감독님이 조언 해 주셨다. 이건 전술적인 지식도 부족하다는 뜻 이기도 했다.

단순히 피지컬과 재능만 앞세워서 수비진을 흔들어 버리는 트레콰르티스타식 플레이. 확실히 나는 아직 타켓맨으로는 살짝 부족하다는 느낌이긴 하다.

터엉!!!

오오오오!!!

로사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웰링의 골문을 기습했지만 경기에 상당히 집중하던 아틀레이가 빠르게 다이빙으로 구석으로 굴러오는 공을 끌어앉았다.

"집중해!! 패스가 이어지지 못하도록 막으란 말이야!"

아틀레이가 공을 윙백에게 집어던지며 소리를 쳤다.

"집중해!!"

워낙 큰 경기라 그런것일까, 선수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 보인다. 좀 더 말하자면 과하게 긴장들 하고 있는 모습이다.

"크윽!!"

퍼억!!

제리가 공을 받고 드리블을 치려 시도를 해보지만 강한 숄더 태클에 쉽사리 공을 뺐긴다.

삐익!

'기습이라...'

나는 로사가 보였던 공을 받고 반박자 빠르게 중거리 슈팅을 날린 모습을 생각했다.

기습슈팅은 상당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팀에게도 조금 위협적이기도 하다. 사전 이야기가 된 플레이가 아니라면 동료들도 공격권이 바뀌는 타이밍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리가 공을 들고 미드필더에게 스로잉 한다음 이리저리 움직인다.

"..빠르게!!"

팀 동료들이 미리 이야기가 된 이지혜에게 빠른 볼 배급을 지키려고 공을 오래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크윽!!"

삐익!

아무래도 맨시티 놈들은 강하게 압박하려고 하려나 보다. 공만 잡으려 하면 어깨부터 들이대서 미드필더들을 박살내고 있었으니까.

공을 컷트 해내자마자 미드필더와 공격수의 삼각형 티키타카로 순식간에 웰링의 수비진을 헤집어 놓는다.

터엉!!

또다시 로사가 논스톱 슈팅을 때려버렸다.

"흐아앗!!"

아틀레이가 미친 듯한 점프로 공을 골대 위로 걷어낸다.

오오오우....

웰링 유나이티드 골대 뒤에 앉아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즈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양손으로 머리를 짚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과연 빅 클럽의 공격력이라는 것일까, 시종일관 슈팅을 막아내기 급급해 보이는 아틀레이가 조금 불쌍해지기도 하지만 상당히 대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뭐야 저 골기퍼!! 왜 오늘 따라 이렇게 잘하는데!!"

"씨발!! 좀 넣으라고!!"

아틀레이 골키퍼의 뒤에 위치한 관중들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보지만 아틀레이는 얼굴에 흘러내리는 땀을 팔로 닦아내며 수비진들을 더욱 닦달하기 시작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된지 10분도 지나지 않았건만 거의 원사이드로 진행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냥 걷어내!!!"

폴 조지는 수비진부터 빌드업 해내는게 거의 불가능 하다고 느꼈는지 일단 걷어내라고 팀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감독의 전술과는 다르지만 어차피 어느정도 관용이 있는 감독이니 이해해 줄 것이다.

제리가 세컨볼로 흘러가는 공을 로사를 마크하는 윙백을 대신해서 수비라인까지 내려가 공을 강하게 걷어찼다.

하프라인을 넘기는 롱볼. 뻥축구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나는 전력으로 공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

"마크해! 백업!"

"태클 하지마!"

나는 공을 잡고 라인을 내려버린 미드필더 때문에 직접 만들기 위해 공을 몰기 시작했다.

우우우우우!!!

귓가에 관중들의 야유가 들려온다. 나는 저 소리에 귀를 귀울이지 말아야한다.

퍽! 퍽!

허벅지의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게 자세하게 느껴진다. 아마 매일 같이 운동을 하며 근력을 키워온 헬창들은 모르겠지만, 근육이라고는 전혀 없었던 남자답지 못한 몸을 가졌던 나는 이 압축실전 근육이 움직일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지는게 꽤나 재미있게 느껴진다.

눈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세명 정도가 나를 둘러 싸듯이 따라오는게 느껴졌다.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이럴때 생각을 하면 안된다는걸 안다. 왜냐하면 나는 축구 경력이 길지 않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해버리면 오히려 안하느니만 못한 수준이 되버리기 때문이다.

왼쪽에 붙어 따라오는 선수를 어깨로 강하게 민다. 스트로폼 벽을 밀듯 자연스럽게 밀리는 사람.

"크윽.. 씨발... 뭔 힘이...!"

나는 툭 밀어 버리고 플릿플랩으로 왼쪽으로 빠져나간다.

"...!"

순식간에 몸을 흔들어 버리고 왼쪽으로 빠져 버리니 오른쪽에 있던 수비수가 역동작에 걸려버려 넘어진다.

"안돼!! 키퍼 나와!! 너무 빠르다고!!"

뒤에 있던 수비수가 소리를 지르는게 귓가에 들려온다. 그는 계속 따라왔지만 내 스피드를 따라오기는 벅찼는지 목소리가 조금씩 멀어지는게 느껴졌다.

'반박자 빠르게?'

나는 뒤에서 본거긴 하지만 로사가 한 반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해보았다.

콰앙!!!

로사가 찬 슈팅보다 훨씬 커다란 소리가 공이 터지듯 들려온다.

"!!!"

철­썩!!

"..."

와아아아!!

맨시티의 키퍼가 앞으로 튀어나오려다가 반박자 빠른 슈팅으로 인해 오른쪽으로 빠져 굴러가는 공을 막기위해 몸을 눕히며 막아보지만 공의 스피드가 훨씬 빨랐기에 손을 무심하게 지나가 골대 오른쪽 네트를 찢듯이 들어가버린다.

나는 허망하게 앉아있는 맨시티의 키퍼를 지나쳐 골대 뒤로 돌아가 우리 사랑스런 웰링 서포터즈들을 향해 다이빙을 하듯 점프를 뛰었다.

"우와아아아아!!!"

"여왕님!!!!"

"사랑해요!!! 이쥐해!!!"

"씨발 맨시티도 상대가 안돼!!!!"

"으아아아아!!! 날 가져!!!"

앞쪽에 앉아있던 여자 서포터즈에게 안겼더니 내 볼에 키스를 마구 날려준다. 기분 너무 좋은데? 앞으로 여자만 찾아 다니면서 셀러브레이션을 해야겠다.

오 너흰 너무 EASY해~

여긴 너희의 무덤이 될거야!

작은 여왕님이 오셨다!

괜히 힘빼지 말고 성문을 열어!

세금을 걷으러 왔다!

세금은 퍼킹 골이다!

"...?"

뭔가 이상한 노래가 들려온다. 나는 내 뒤에 쫓아온 팀 동료들이 소리지르는 걸 무시하고 위로 올려보니 내 유니폼을 가지고 소리를 질러대는 사람들이 보인다.

"크하하하하 쩔어 너 진짜!!"

캡틴이 내 머리를 마구 휘저으며 말을 한다.

"와... 니 응원가도 생겼나보네 벌써? 미친거아냐?"

"가사가 좀 유치한데..."

제리와 디에고가 수다를 떠는게 들려왔다.

"가자!! 집중해!! 더 골을 넣어야 할거야!! 저 새끼 완전히 돌아버린 눈이라고"

다시 필드로 이동하려 하니 로사가 살짝 맛이간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오... 너 뭐야?"

내가 로사를 지나쳐 갈 때 나에게 말을 거는게 들려왔다.

"뭐긴 뭐야 너흰 박살내러온 여왕님이시지"

"...하하하!! 씨발 존나 재밌는데? 누가 박살나는지 보자고"

왠지 이 새끼 침도 질질 흘리는 것 같은데?

***

와아아아아!!!

"..."

'분위기가 좋은지 얼마나 지났다고...'

로사가 기어코 돌아버린 것인지 공을 잡자마자 슛을 때리기 시작한지 몇 번째 만에 아틀레이의 역동작이 걸린 슈팅을 때려 골을 넣고 말았다.

로사가 간단하게 골 셀러브레이션을 하고 내 쪽을 지나가며 혀를 내밀며 웃었다.

"..."

"꺼져!!"

내 옆에 있던 디에고가 미친 턱수염맨한테 소리를 쳤다.

"어이 괜한 소란 피우지말고 경기 준비해."

주심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경고를 날렸다.

"후우..."

로사를 대인마트하던 폴 조지가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는게 보였다. 확실히 캡틴은 엄청 열정을 불태우며 뛰고 있긴하다. 단지 자신의 실력이 저 월드클래스 선수에게 닿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괜찮아 캡틴, 백업을 못한 우리 잘못이지."

"아니 슈팅 타이밍이 괴상해. 그런데도 킥력이 강해 위험한 코스로 날아가."

캡틴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혀를 내둘렀다.

"흐음... 감독님이 싸인을... 마크를 두명이서 하라는 군"

아틀레이가 캡틴에게 다가가 말을 건냈다.

"괜찮아! 이제 동점이니 다시 시작해 보자고!"

캡틴이 양팔을 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래 자고로 스포츠 선수란 열정이 있어야 한다.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 주어야만이 프로라고 말 할 수 있을 테다.

"...어이 키티"

제리가 슬며시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또 왜"

"저 윙백새끼 내가 공만 가지려 하면 존나 밀어버리거든?"

"그건 여기 있는 관중 모두 다 알걸?"

"하아.. 아무튼 그때마다 저새끼 볼컨트롤이 별로 안좋은 것 같아. 내게 패스가 올때 내 근처에 있어봐."

"...알았어"

왠일이지. 제리가 필드에서 머리를 써서 말을 해주는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삐익!!!

경기가 다시 재개 되고 웰링은 공을 사이드로 돌리는걸 최소화 하기 시작했다. 패스가 길어지기만 하면 어깨싸움을 걸어대고 밀어버리니까.

그러다 우리 윙백이 전진 압박에 밀려 공을 제리에게 내줄때 나는 슬그머니 따라가기 시작했다.

"...?"

나를 주시하던 맨시티 수비수가 뭔가 이상함을 느낀 것 같다. 표정이 저렇게 잘보이다니 확실히 주전선수가 아니라더니 이런 면도 차이가 나는 것 같네, 제이슨은 그래도 표정을 읽기 힘들었었는데.

"크윽!!"

제리가 또 바닥을 굴러대기 시작했다.

"...뒤!! 씨발!!!"

나는 윙백이 공을 컷트하고 컨트롤 하려고 했지만 발 뒤꿈치 트래핑에 자신이 없는지 굳이 발을 길게 끄는걸 내가 눈치채고 뒤로 빠르게 다가갔다.

"...?! 씨발!!"

나는 다리 사이에 발을 넣어 공을 밀어내고 어깨로 다시 이 멍청한 윙백 녀석을 밀어내니 마치 물컹한 슬라임마냥 밀려나기 시작했다.

"안돼!!!"

옆의 맨시티의 벤치에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나는 라인을 따라 일직선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따라가지마!!"

"라인 빨리 내려!!"

우우우우!!!

왜 사람들이 내가 공을 잡기만 하면 야유를 하는 것인가. 나는 알 수가 없다.

나는 공을 몰고가며 맨시티의 페널티 박스 안을 슬쩍 쳐다보았다. 디에고가 빠르게 달려가 보지만 아직 멀다.

'또 내가 해야하나...'

나에게 따라 붙으며 깊게 붙지는 않고 진로만 막으려 노력하는 수비수놈들과 같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삼바축구를 하는 브라질 사람들의 영상을 머리에 떠오르며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

페널티 박스안으로 조금씩 들어가며 얄밉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몸동작. 다리는 빠르게 공 앞뒤를 왔다갔다 거리며 어디 한번 뺐어보라는 듯 장난 치듯이 보였다.

"...씨발!"

훼이크 드리블에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 나를 주시하던 두 수비수중 한명이 꼭지가 돌아버렸는지 내가 빠져나가기 위해 오른쪽으로 트는 순간 슬라이딩 태클을 걸어버렸다.

삐비비비빅!!

우우우우우우!!

와아아아!!!

"...안돼 씨발"

맨시티의 골키퍼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한탄을 하는게 시야에 보였다. 태클을 걸었던 녀석이 주심에게 달려가 뭐라고 씨부리는지 모르겠는데 양손을 자신 입 앞에가져가 떠들고 있었다.

주심이 VAR을 확인하겠다고 손동작을 하고는 자신의 손목에 차인 기어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세상이 좋아졌는지 저런걸로 확인을 다 할 수 있나보다.

삐익!!

주심이 양손을 페널티 박스 안에 손을 집어넣듯 손 동작을 하였다.

우와아아아아!!!!

우우우우!!

웰링 서포터즈들이 축제가 난 것 마냥 자리에서 일어나 점프를 하기 시작한다. 그렇다. 페널티킥이 인정된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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