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1화 〉 51화. FA컵 8강전(6)
* * *
서울시에 위치한 한 신혼부부의 집.
[당신이 사람이야? 그 년이 꼬신거야? 선택해! 나야 그년이야?!]
[진정해. 그 아이는 내 핏줄이 이어진 거긴하지만 그 여자를 사랑하는건 아니야. 난 오직 당신만을 사랑하고 있다고.]
짝!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당장 그 아이를 데려다 주고 정리해!]
뚜둥~
커다란 60인치 TV의 화면에서 전형적인 막장드라마가 방영되고 있었다.
"음... 저 남자 진짜 나쁜 놈이지 않아 오빠?"
"그러게..."
박지훈이 아내 김미영의 말을 대충 흘려들으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쳐다 보고 있었다.
"...오빠 아까부터 뭘 그렇게 보고 있는거야?"
"...저기 여보"
"응? 왜그래?"
"내 친구가 지금 축구 재밌는거 방송하고 있다는데 오늘만 보면 안될까....?"
박지훈은 이미 늦은 밤이기도 하고 티비에서 방송하고 있는 저 저질스러운 막장 드라마는 재방송이라 아내는 이미 한번 본거기도 해서 딜을 걸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도대체 뭐길래 친구들이 그렇게 난리를 치며 티비를 보라고 하는 것일까? 자신은 축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면서 자신의 취미에 시간을 그다지 내지 못해 눈물을 머금고 티비 소유권을 아내에게 넘긴 것이다.
"음... 그래! 맨날 오빠가 양보하니까 오늘 정도는 내가 양보해도 되겠지."
"고마워!"
박지훈은 아내의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마음을 졸이며 얼른 리모컨을 찾아 집고는 S사의 스포츠 방송번호를 입력했다.
[맨시티가 압도를 하고 있지만 무슨일이 일어날지는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죠. 이지혜선수의 득점력만 본다면 상당히 위협적이거든요? 게다가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들은 안정적이지 못한 상태입니다.]
티비안에서 남성 두명의 목소리가 집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왠지 그들의 목소리에서는 상당히 기대감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이지혜?"
"오빠 저 이름은 여자이름 아니야?"
"그러게.. 뭐지?"
그때 티비안에서 이지혜가 공간을 만들어 내기위해 수비진들 사이에서 움직이는걸 카메라가 줌인하여 잠깐 비춰주었다.
"어?!"
"뭐야 진짜 여자네?"
[이지혜 선수가 어떻게든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이 보입니다.]
[공의 움직임이 자꾸 중원에서 끊기고 있거든요? 사실 많이 갑갑할 겁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일이지?"
"오빠 저 여자 진짜 예쁘다!"
아내가 박지훈의 팔을 붙잡고 흔들어 댔다.
"그러게 그냥 보기에는 모델 같은데..."
그때 이지혜가 움직이는데 이지혜의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며 움직이는게 보였다.
"..."
"...오빠? 지금 뭘보고 그렇게 넋이 나간거야?"
찌릿
"크흠..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저 여자가 대단해 보여서. 영국에서 축구하는건 남자도 힘든 일인데..."
"그래?"
아내가 꽤 흥미가 생겼는지 보통 스포츠 채널은 거들떠도 안보더니 자리를 지키면서 계속 방송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콰앙!!
그때 이지혜가 수비수를 어깨로 밀면서 드리블을 치고나가다 반박자 빠른 슈팅을 때리며 맨체스터 시티의 골문을 찢어 발기는 장면이 나왔다.
우와아아아아!!!!
우우우우우우우!!!
[골!!!!! 골골골이에요!!!!! 이지혜 선수가 선제골을 맨체스터 시티에게서 뽑아냅니다!!!]
[완벽한 드리블에서 완벽한 슈팅입니다!! 마치 로사가 때린 슈팅과 흡사해 보이는데 파괴력은 몇 단계 위군요!!]
[대단한 볼 간수능력입니다. 저 정도의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드리블을 하다니요! 이지혜 선수는 남자선수들에게서 힘도 밀리질 않는군요!]
[한명을 밀고 한명을 제쳐버린뒤 스프린트를 시작했는데 뒤따라오는 수비수가 따라 붙지를 못했습니다. 지금 저 선수는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겠군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키퍼가 손도 대질 못했습니다! 공의 속도를 측정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여성 축구 선수에게선 볼 수 없던 강력한 슈팅입니다!]
"우와...."
이지혜가 골 셀러브레이션을 하는 장면의 밑에 이지혜의 이름과 18살이라는 나이, 그리고 182cm의 키와 74kg의 몸무게가 나왔다.
"18살?!"
"어머, 키도 엄청크네? 몸무게는 근육때문에 그런가? 많이 나가네"
박지훈은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성인을 한참지나 험한 근력운동을 수년간 단련해서 몸을 만들고 난뒤에 세상에 나왔다고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피지컬을 보이는 저 여자가 18살이라니! 우리나라 나이로 치면 19~20살정도일테니 그래도 말도 안됀다.
[대단한 득점력이 FA컵 8강전에서도 나타나는군요! 정말 대단한 소녀입니다!]
[우리나라에 이정도의 골잡이가 그동안 있었나요? 몇명 있긴 했었지만 전부 남성이였고 여성은 세계에도 없을 겁니다. 애초에 성별이 다른 리그에서 뛰고들 있을테니 말이죠.]
박지훈은 그렇게 해설위원들의 극찬을 들으며 넋을 잃고 티비를 보다 로사가 골을 넣는걸 보았지만 첫 골을 넣은 이지혜만큼 머리를 강타하는 느낌은 없었다.
또다시 시작된 맨체스터 시티의 강한 압박과 웰링의 돌파구를 찾기위한 싸움이 지속됬다.
"와..."
"오빠 축구가 이렇게 재밌는거 였으면 말을 해줬어야지!!"
"아니야 옛날에도 재미있긴 했지만, 이정도는 아니였어. 저 여자가 대단한거야..."
"하긴... 저 언니 멋있다 진짜... 반할것 같아..."
"언니? 여보, 저 선수 겨우 18살인데?"
"멋있고 예쁘면 다 언니지!"
아내는 이지혜에게 한눈에 반했나 보다. 양손을 가슴앞에 꼭 모으고 티비를 보고있는게 무슨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방송을 시청하는 여고생 같은 모습이다.
"...하긴 그렇긴 하네."
또다시 이지혜가 드리블을 치며 페널티 박스안으로 밀고 들어가며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수가 과격한 태클로 이지혜를 나자빠지게 만들었다.
"야!! 저건 아니지!!"
"꺄악!! 언니!!"
[아... 정말 위험한 태클이였습니다. 다시보기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양발을 들고 밀고 들어가는데 이지혜 선수의 발이 수비수의 무릎에 걸리며 넘어지는군요. 어린 선수에게 이런 위험한 태클을 하다니요. 정말 프로답지 않은 모습입니다.]
[네... 주심이 VAR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여지없는 페널티킥감이긴 하지만.. 정말 위험한 태클이군요. 반성해야 할 겁니다. 징계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겠군요.]
해설위원들마저 태클을 건 수비수를 강하게 비판했다.
[찍습니다!! 주심이 페널티킥을 인정했습니다!!]
우와아아아!!!
"좋아!! 누가 차는거지?!"
박지훈이 무언가 벅찬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반쯤 일어나 티비를 시청하기 시작했다.
[오오 이지혜 선수가 페널티킥을 준비합니다.]
[당연한 수순이긴 할 겁니다. 득점력이 증명되기도 했고, 프리킥으로 멈춰있는 공의 컨트롤에 대한 증명도 이미 되었지요.]
이지혜가 공을 양손으로 돌리며 조심히 페널티킥 스폿에 조심히 놓는다.
[이지혜 선수는 상당히 긴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경력상 이번이 최초의 페널티킥이거든요?]
[애초에 축구 경력이 길지도 않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죠.]
"그렇구나.. 어떻게 저렇게 잘하는거지?"
"그게 재능이란거 아닐까?"
박지훈과 김미영은 괜히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이지혜가 차기를 기다렸다.
[...찹니다!]
이지혜가 도움닫기를 몇번 하고 공 앞에 잠시 멈칫하며 키퍼를 보더니 공에 다리를 휘두른다.
콰앙!!!!
움찔
키퍼가 한쪽을 생각하고 움직이려다 반대쪽으로 강하게 빨려들어가는 공 때문에 몸의 중심이 무너진 채로 쓰러지며 공을 바라보았다.
[들어갔습니다!! 정말 대단한 킥력과 자신감입니다!!]
[아마 키퍼가 맞는 방향으로 뛰었다고 했어도 못막을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정말 킥력이 대단하네요.]
[벌써 멀티골을 기록하고있는 이지혜 선수입니다!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홈구장인 에티하드 스타디움이 마치 도서관이 된 듯 조용해집니다!]
와아아아!!
오로지 웰링 유나이티드의 서포터즈들만이 미친듯이 점프를 하며 발광하고 있었다.
이지혜는 달려와서 둘러싸 껴안는 팀동료들을 피하지 못하고 골셀러브레이션을 하지도 못하고 쓰다듬어지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에겐 치욕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려 홈구장에서 3부리그 팀에게 두골을 내어준 역사가 전혀 없죠?]
[그렇죠. 그리고 동시에 이지혜 선수는 많은 클럽들의 관심을 끌게 될것 같습니다.]
카메라가 관중석 곳곳을 비춰주는데 세계적인 클럽의 감독들이 몇몇 보이기 시작했다.
파리생제르망, 토트넘 핫스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바이에른 뮌헨, 스포르팅, 비야레알등 각종 대회에서 마주칠 수도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를 염탐하기 위해 온 것 일 수도 있겠지만, 우연히도 이지혜는 여러 빅클럽들에게 자신의 얼굴을 알리게 된 셈이기도 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