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화 〉 54화. 결전 준비(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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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충격 대패! 웰링 유나이티드에게 36으로 처절한 패배!]
[에티하드 대참사! 말도안돼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도 믿지 못한 드라마 같은 경기! 웰링 유나이티드가 맨체스터 시티의 얼굴에 강펀치를 먹이다!]
[이지혜가 누구인가?!]
[혼자 6골을 때려 넣은 이지혜! 리그 원에 대뷔한지 몇 개월도 지나지 않은 어린 루키!]
[18세. 아시안. 여성. 말도 안돼는 세가지의 단어가 모여 이지혜!]
영국의 아침은 난리가 난 상태이다. 뉴스가 되었든 SNS가 되었든 모두가 하나처럼 한가지 이슈를 가지고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맨체스터 시티는 상당히 명성이 높은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겨우 3부리그 팀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했으니..
이 일로 인해 맨체스터 시티의 서포터즈들 사이에서 마르티네즈 감독의 경질 이야기도 나오긴 했지만, 사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고, 이지혜가 누구인지도 다들 잘 모르는 상태라 이 주제에 관한 불씨는 그다지 크게 번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떡밥으로 다가온건 실제로 맨체스터 시티를 박살낸 이지혜라는 존재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 축구판도 수십년간 반복되듯이 지루하기만 한데, 이를 해소해 주는건 슈퍼 플레이를 펼쳐주는 몇몇의 월드 클래스들이다. 하지만 그들만 바라보고 지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사실 점점 발전해나가는 축구판의 천재들을 보다보면 그다지 특색을 찾지 못하는 느낌도 없지 않아있다.
현대의 월드 클래스 선수들은 한 분야만 잘하는게 아니라 다재다능이 기본으로 탑재 되어 있다보니 생기는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등장한 신예가 누구인가.
남자? 아니다.
유럽? 남아메리카? 아니다.
닳고 닳은 베테랑? 아니다.
여성. 아시안. 어린나이. 이 세 단어가 모여 골수 축구팬들의 뇌를 강타 해 버리니 이들이 정신을 차릴 수가 있겠는가.
"정말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첼시를 꺾었을 때만 해도, 우연의 우연이 겹쳐 발생한 참사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뭐 말할 것도 없군요!"
"맨체스터 시티가 수비진을 보강하지 않았다는 점이 있겠지만 그래도 3부리그 팀에게 질만한 스쿼드는 아닙니다. 말도 안돼는 일이죠."
영국의 유명 스포츠 채널에서 골수 축구 해설위원들이 입술이 불어터지도록 떠들어대고 있다.
"자. 전반전도 대단하긴 했습니다. 사실 맨체스터 시티가 경기를 압도하고 있을 정도 였다고 평가 할 수 있겠습니다."
"네. 선수들끼리도 소통이 잘되는 모습이였구요. 카를로스 로사 선수와 이지혜 선수 두 선수 모두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스크린으로 지난 FA컵 8강전의 모습을 리플레이하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지혜 선수의 문제점이 크게 보이긴 합니다."
"확실히 그렇군요. 동료를 이용하지를 못하네요?"
"경기 경험이 적다는 걸 보여주는 것 입니다. 동료들의 위치와 자신의 위치를 머릿속의 필드에 정확히 그리지 못한다는 뜻일 겁니다."
스크린 안의 이지혜가 열심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이긴 하지만 쓸데없는 움직임이 많다.
"단지 개인 능력이 워낙 뛰어나 혼자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었다는걸 보여주는 경기였다고 평가할 수 있겠네요."
"정말 어메이징한 선수입니다. 후반에 들어 가면서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여주는군요."
"사실 이지혜가 뛰어났다고만 보기는 어려운게 맨체스터 시티의 대응이 너무 한심한 수준이였죠."
"네. 수비진들이 멘탈을 잡지를 못했습니다! 아무리 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통을 해야합니다! 정말 실망스러운 모습이군요."
"이걸로 또 새로운 기록이 세워졌습니다. 영국 대회에서 아시안 선수의 한경기 최다 골 말이죠."
"보통 리그 경기나 좀더 큰 대륙간 대회에서 많이 신경쓰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보통 선수는 아니다 보니 말이죠."
"하하하 게다가 다음 경기는 또 웰링이 대진운이 좋군요! 셰필드 유니이티드라니! 2부리그 팀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웰링이 꺾어온 첼시와 맨시티에 비교하긴 좀 부끄럽군요."
"네 챔피언십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FA컵에서는 꽤나 선전을 하고 있었죠? 대진운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요."
"네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그간 프리미어 리그 팀과는 일절 만나지 않은 대진운이였습니다. 그런데 웰링은 무려 두 팀의 프리미어 리그 팀을 박살내고 올라와 버렸죠!"
"사실 앞이 보이는 결과 같기는 합니다만... 만약 웰링이 이기고 올라간다면..."
"그렇죠. 반대편 대진도 상당히 흥미롭긴 합니다만 누가 올라갈지는 조금 예상이 가긴하죠 물론 예상일 뿐이긴 합니다만"
""리버풀이죠.""
"만약 웰링 유나이티드가 셰필드 유나이티드를 꺾고 올라가 결승에서 리버풀을 만나게 된다면..."
"아 정말 슬픈 이야기군요 샘. 그건 너무 잔혹한 동화라구요!"
"수년간 프리미어 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팀을 만난다는 것. 정말 재미있을 것 같은 경기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판단했을 땐 미래가 조금 보이는 듯 합니다."
"그렇긴 하죠. 첼시는 이지혜의 존재를 몰라 방심을 했고, 맨체스터 시티는 수비진을 강화하지 않은 만용을 부렸죠, 하지만 리버풀은 방심도 만용도 일절 부리지 않을 겁니다."
"네. 이래서 스포츠가 데이터의 무서움이라는게 존재하는 겁니다. 경기가 지속될수록 상대의 데이터가 세계로 뻗어나가 사람들이 알고 대비하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최강의 스쿼드를 가진 리버풀을 상대하게 된다면 웰링은 이기기 힘들 것 이라는 거죠?"
"...네 사실 스포츠는 기적이 정말 일어나기 힘든 법이기도 하거든요. 게다가 축구는 혼자하는 스포츠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첼시랑 맨체스터 시티는 어떻게 그렇게..."
열띈 경기 리뷰를 하던 캐스터들을 바라보던 여성 패널이 자신의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사실 속단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의외로 하위 리그 팀이 상위 팀을 이겨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니까요."
"그렇죠. 그래서 스포츠가 재미있다는 점이죠."
"아무튼 이번 경기만 다시 말하자면..."
그들은 자신들이 믿을 수도 없었던 경기를 다시 한번 리뷰하기 위해 리플레이를 뒤로 다시 돌렸고 참다 못한 피디가 멈출때까지 열띈 토론은 계속 되었다고 한다.
***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후 여파는 상당히 큰가보다.
"지혜야 준비 끝났어?"
가은 언니가 나갈 채비를 마치고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 오늘 휴가라 집에서 푹 쉬려고 했는데..."
나는 애초에 아웃도어 스타일의 인간이 아니였기 때문에 휴식이라고 하면 집에서 쉬는게 폴트값으로 뇌에 입력되어있었다.
"오랜만에 날씨가 좋잖아! 지혜 너도 팬서비스도 좀 하면서 돌아다녀야지!"
팬서비스라.. 그걸 굳이 밖에 돌아다니면서 해야하나?
"뭐.. 그래도 팬들에게 사인해주고 사진찍은걸 인증하면 사람들이 좋아 하잖아?"
그렇다. 나는 생산성 없는 공놀이로 돈을 버는 사람이다. 그러니 팬들을 위해 뛰어 다녀야 진정한 프로가 아니겠는가?
"그럼 지혜야! 자 드가자~"
가은 언니랑 나는 살짝 긴 코트를 입고 집을 나섰다.
이 미쳐버린 영국이란 동네는 흐린날이 아닌 날을 찾는게 더 빠를 것이다. 매일 같이 힘든 훈련을 하고 하늘을 쳐다 보았을때 먹구름만 끼어있고, 거의 한시간에 한번씩 비가 내리다 그치다 하는 사람 미쳐버리게 하는 동네다.
그런데 오늘은 왠일인지 날씨가 참 좋다. 잠시 하늘을 보고 있으니 맑은 하늘만 쳐다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 한 기분이다.
슬슬 겨울이 끝나가고 있지만 아직 좀 쌀쌀 하면서 햇빛이 기분 좋게 얼굴에 내려 앉으니 이렇게 가만히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시간이 좀 있는데 디저트나 좀 먹고 갈래?"
가은언니가 디저트 이야기를 하니 떠오르는 기억이 있는데, 내가 영국에 와서 한가지 일을 겪은게 하나있었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나를 알아보고 다가온 한 팬이 나에게 푸딩을 선물하고 싶다며 봉투를 건내주는데, 나는 사실 푸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푸딩을 별로 안좋아 하지만 감사하다고 하니 푸딩을 안좋아 하는 여자는 처음본다고 팬이 말했다.
그래서 나는 의아해하며 봉투를 열어보니 여러 달달해보이는 디저트들이 들어있는게 아닌가? 내가 궁금해서 물어보니 영국에서는 디저트를 푸딩이라고 부른단다.
그럼 우리가 생각하는 푸딩은? 이야기를 들어보니 라이스 푸딩이나 트라이플처럼 푸딩 종류들은 이름이 정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그 이후로 팀동료들이 밥을 먹고 디저트를 먹자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 하나 같이 푸딩 먹을래? 같은 소리를 했거든.
아무튼 우리는 팬 서비스를 하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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