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56화 (56/124)

〈 56화 〉 56화. 결전 준비(3)

* * *

"여러분 오랜만이네요 마리입니다."

나는 커다란 촬영용 카메라를 향해 꾸벅였다.

­ 우리 버린줄 알았누.

­ 사실 이제 방송 할 필요 없는거 아님?

­ 우니 눈나 이제 월클이라고!

­ 월클은 에바지

­ ㄹㅇㅋㅋ

"저는 여러분과 끝가지 같이 할 거에요.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던건 여러분이 응원해준 덕분이니까요."

­ 갑자기 왜이리 훈훈하게 굼?

­ 조금 오그라든다 눈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우리 없었어도 잘 했을 것 같은데...

­ 근데 갑자기 왜 킨거임? 우리는 눈나 경기만 봐도 행복하다고!

"여러분 제 경기 방송이 따로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봐도 괜찮아요?"

­ ㅇㅇ

­ 존나 재밌는데

­ 사실 개 지루한 해설 듣는 것 보다 가은눈나 보면서 눈나 경기보는게 훨 재밌지

­ ㄹㅇ 뭔가 다른 맛이 있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요. 아무튼 이번에 중요한 이벤트를 하나 하려고 해서요."

­ 일단 도네나 열어줘

"도네는 오늘 안 열거에요. 아 그리고 경기중에 도네를 열어달란 요청이 많아서 열긴 할건데 그 금액들은 불우한 아이들 중에 축구를 하고 싶은 아이들을 위한 재단에 기부 할 거에요. 알고 계세요!"

나는 검지 손가락을 들고 살짝 진지하게 말했다.

­ ?

­ 좋은 일 하네. 그 금액 모으면 꽤 클텐데

­ 야 이 눈나가 우리 푼돈이 돈으로 보이겠냐?

­ 그래도 기부한다는게 중요한거지!

­ 오오오 내 도네가 좋은일에 쓰인다니

꽤 반응이 좋은 듯 하다. 이 기세를 이용해서...

"이벤트를 말씀드릴건데. 투게더에 공지를 올릴테니 댓글을 남겨주세요. 랜덤 추첨으로 이번 FA컵 결승전 관람권과 비행기 왕복권, 그리고 호텔 투숙권도 드릴거에요. 무려 50명!"

­ ?

­ ???

­ ㄹㅇ?

"바로 오늘 공지를 올릴테니 한국 시간으로 자정에 마감을 할 거에요. 추첨은 공정해야하니 방송으로 보여드릴게요."

­ 와 대박

"다들 또 나중에 뵈요! 그럼 저는 이만..."

­ ?

­ ?

­ 이 눈나 선넘네...

나는 무시하고 방송을 껐다. 사실 방송을 별로 키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FA컵 결승전 때문에 머리속이 점점 복잡해지는 기분이였기 때문이다. 내 감정이 사람들에게 들킬까봐 걱정이 되기도 했고...

'...혹시 내가 골을 넣지 못하면... 아니야..'

나는 머리를 휙휙 저으며 자꾸 드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내었다.

결승전까지 한달도 남지 않았다. 팀 동료들은 매일같이 토를 하며 격한 훈련을 소화해 내고 있으니 나는 이들 보다 더 노력을 해야한다.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다는게 좋은 줄만 알았건만, 나도 모르는 감정이 매일 같이 목위쪽까지 턱턱 막히듯 올라온다.

"지혜야 괜찮아? 안색이 별로 안좋은데..."

가은 언니가 카메라를 정리하고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아니야. 괜찮아. 조금 긴장해서 그래."

저번에 심리 상담을 하러 갔을 때도 의사 선생님이 나의 안색을 걱정하셨다. 생각보다 내 감정이 얼굴에 잘 들어나나 보다.

"...지혜야"

가은 언니가 내 손을 잡으며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

"다들 지혜한테 많이 기대하고 있지만, 실수한다고 해도 손가락질 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나는 괜히 내 마음이 들켜 찔리는 것 같아 가은 언니의 눈을 피하며 말했다.

"여태까지 잘해왔잖아? 그 패기있던 모습은 어디갔어?"

"그러게.."

"다들 경험하는거야. 멋대로 기대를 하고 실망하지 않을까 하고"

"..."

"그럼 더 노력하면 되는거 아닐까?"

가은 언니가 멋있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면 나는 할말이 없어진다. 부담감이 생긴다? 그렇다면 더욱더 노력하고 피를 토하는 노력을 해서 조금더 완벽해지면 되는거다. 나는 이 사실을 모르는게 아니다. 그저 밀려오는 감정을 컨트롤 하지 못하는 애송이 이였을 뿐.

"맞아. 언니말이 맞아. 더 노력해야해."

가은 언니가 나를 살짝 안아주고 등을 토닥여 주고는 일어났다.

"자! 그럼 훈련하러 가야지?"

"아 벌써 가야하네..."

"아니 노력한다매!"

"알았어 알았어!"

가은 언니가 때리려는 듯이 손동작을 하고 나는 얼른 도망치듯이 준비하고 집을 나섰다.

***

똑 똑

"들어오게"

내가 감독실을 두들기니 진중한 목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네... 부르셨어요?"

"그래 왔나? 자리에 잠깐 앉게나"

내가 홀로 덩그러니 놓여있는 의자에 다가가 앉자 감독님이 김이 모락모락나는 얼그레이 차를 내 앞에 놓아주었다. 아무튼 영국인들은 차가 없이 살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 내가 자네를 왜 불렀는지 아나?"

"음... 아뇨 죄송해요. 잘 모르겠네요."

"하하 미안할건 없지. FA컵 결승전 때문에 불렀네."

"FA컵 결승전이요?"

지난 몇 주간 감독님은 결승전에 관해 주절주절 많은 이야기를 하셨다. 더 결속력이 좋아야 한다는 둥. 더 의지를 보이라는 둥. 모든 이야기가 FA컵 결승전과 직결되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랬기 때문인지 나를 따로 불러 무슨 이야기를 하실지 잘 모르겠다.

"흠... 주장과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우리 루키가 조금 마음이 뒤숭숭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들어서 말이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는 많은 어린 선수를 보아왔지. 그들이 언제 긴장하고 힘겨워 하는지 잘알지. 이번 결승전은 자네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버거워 할거야. 난 다 알고있어. 베테랑 선수들은 티를 내지 않고 있을 뿐이겠지."

감독님이 턱을 쓸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경기를 이기기 위해 열심히 전략을 짜고 있다네. 자네들을 믿고있고 해낼 수 있는 기적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감독님이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신다.

"사실 많이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지."

"..!"

감독님은 패배할 확률이 높다고 말씀하신거다. 선수에게 이런 말씀을 하실 정도라니...

"나는 패배한다고 자네들을 탓할 생각이 없네. 전부 내 역량 부족이겠지. 좋은 명장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확률이 더 높아질 수 도 있겠지."

"...아니 그건!"

"하지만 나는 그걸 가지고 내 탓으로 생각할 생각도 없네. 최선을 다하고도 진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감독님은 슬쩍 웃고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들기신다.

"..."

"최선을 다해 주길 바라네."

"물론이죠."

감독님은 이 말이 하고 싶었던 것일 거다. 지더라도 괜찮으니까 긴장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경기해 달라고.

나는 왠지 마음 속에 있던 무언가가 살짝 풀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더욱 열심히 연습해야겠어요."

"그래 열심히 연습하게나."

내가 방문을 닫고 나가니 앞에 있던 제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리. 너도 불려온거야?"

"...응"

제리의 얼굴이 또다시 하얘져 있었다.

"괜찮아 혼내려고 부른건 아니신것 같으니까"

"그랬으면 좋겠네"

제리는 한숨을 푹 쉬고는 감독실의 문을 두들겼다.

***

"네?"

필드에서 연습하는데 톰이 나와있었다.

톰은 수석코치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상당히 놀란 얼굴로 물어보고 있었다.

"교체 출전할 가능성이 크니 앞으로 1군 스쿼드랑 함께 훈련을 진행할거라고 했네."

"정말요?!"

톰은 마치 어린애 마냥 펄쩍 펄쩍 뛰며 기뻐했다.

"너의 그 피지컬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수석코치님이 톰의 몸을 눈으로 훑으며 말했다. 확실히 톰의 피지컬은 다른 선수들에게 본적이 거의 없다. 저 덩치로 겁없이 들이대니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긴 하지만... 아직 우리 1군 스쿼드 수비진들 보다 수비 실력이 좋지는 않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우 저 친구 목청이 대단한걸?"

캡틴이 나에게 슬며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슨 처음보는 애처럼 말하세요? 자주 같이 훈련했잖아요?"

"하하!! 그냥 그렇다는거지. 저 친구 너랑 입단 테스트 부터 같이 온 애였지?"

"네. 골키퍼도 한명있는데 그 친구는 보기가 어렵네요. 별로 보고싶지도 않긴 하지만."

"어허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 그래도 동료잖아?"

캡틴이 내 머리를 살짝 두들기고 말했다.

"그렇긴 한데 조금 미친놈이라서요."

"하하!! 2군쪽 친구들에게서 그런 이야기가 자주 들리긴 하더군. 그래도 엄청 성실하고 노력한다고 하던데. 아틀레이 자리가 위험할 수도 있겠어?"

"아직 멀었지."

아틀레이가 내 뒤에서 스트레칭을 하며 말을 했다.

"하아.. 톰 저녀석이 1군에 정착하면 제리랑 케미는 잘 맞을 것 같은데..."

"흠.. 하긴 저 듀오는 죽이 잘맞더군. 팀 케미도 중요한 요소긴 하지."

캡틴은 톰녀석이 은근 마음에 들긴 하나보다. 하긴 우리 캡틴도 긍정적인 인간인데 톰과 만난다면 어떤 시너지를 보여주게 될까?

"오늘도 팀 수비 훈련인가요?"

나는 다리를 길게 뻗으며 스트레칭을 하면서 캡틴에게 물어보았다.

"전술 훈련일 것 같은데? 오늘 감독님이 오신다고 하셨으니 지금은 모르지?"

"..."

나는 톰이 다가오는 걸 보며 스트레칭을 이어갔다.

"오오 퀸 오브 키티! 영광입니다."

"제발 닥쳐..."

톰 녀석이 또 이상한 별명을 만들려고 시도하는걸 차단해 버리고 나는 우리를 부르는 수석코치님에게 다가갔다.

"하여간 까탈스럽기는"

"..."

"키티가 까탈스럽긴 하지."

톰과 제리가 뭉쳐버리니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