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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58화 (58/124)

〈 58화 〉 58화. FA컵 결승전(2)

* * *

웸블리 스타디움. 꿈의 구장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하고도 아름다운 구장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옛날에도 9만명을 수용할 만큼 거대한 구장이였지만, 세월이 흐르고 더 많은 축구팬들이 생긴 현대는 9만명은 너무 적은 인원이라서 그럴까, 더욱 확장해서 15만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증축해버렸다.

웅성 웅성

이미 입구부터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자!! 서로 밀지 말고!!"

그 사람들중 아시아인들로 보이는 한 무리가 있었다. 바로 한국에서 찾아온 마붕이 50명!

다들 지급받은 이지혜의 유니폼을 착용하고 어디서들 구했는지 모를 먹을거리들을 잔뜩 챙기고 상기된 얼굴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와... 나 축구장에 온건 처음인데..."

"진짜? 하긴 한국에서 축구는 그렇게 많이 보는 스포츠가 아니니까..."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녀와 20후반 정도로 보이는 여성이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긴 나도 축구를 보게 된건 마리눈나때문이니까.. 심지어 월드컵도 잘 안봤는데..."

여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맞아요! 학교에서도 맨날 남자애들이 축구한다고 괜히 멋있는 척하면서 나가는거 좀 꼴불견이였는데, 마리눈나 방송 보고 난 후에 학교에서도 남자애들 축구하는거 구경도 하기 시작했어요!"

"그래?"

"네! 물론 재미없지만요.. 마리눈나는 우리랑 나이 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어떻게 그렇게 운동을 잘하는거지...?"

"그러게 그게 마붕이들 사이에서도 미지수잖아? 여러가지 조사를 해봤는데도 과거가 거의 없다시피 안나오니까 좀 신기한 사람이지"

"진짜로요! 보통 사람들을 파고 들어가면 구린구석이 하나 정도 나올 법한데, 이상하게도 깨끗하더라니까요?"

"아무튼 그럼 착하고 조용하게 살아왔다는 거잖아? 그럼 좋은거지뭐."

"그렇죠."

"그런데 날씨가 좀 우중충한데.. 꼭 비가 올 것 만 같아."

"영국은 아무때나 비가 온다면서요? 오늘도 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마붕이들이 하늘을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우리 영국에 오고 나서 비온적이 한번도 없지? 아무래도 이제 비가 올때가 된듯하네."

"그러게요. 아무일 없었으면 좋을텐데..."

"자자 출석 한번만 더 체크할게요! 화장실 다녀오실분 있으신가요? 미리 다녀오지 않으시면 중간에 사람이 많아서 이동하기 어려우실거에요!"

영국에 있는동안 여행 가이드를 해준 인솔자가 마붕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재미있는 점은 세계에서 제일 화장실이 많은 구장이라는 점이라고 해야할까. 옛날 구장은 2600개 정도의 화장실이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증축해서 4천개 가까이 된다고 한다. 어마어마하지 않은가?

"오 저기봐 이쥐해의 팬들인가? 이봐!! 너희 한국에서온거야?"

""?""

왠 대머리 백인 남성이 다른 몇명의 백인 남성들을 이끌고 마붕이들을 향해 걸어와 말을 걸었다.

"오 맞는 것 같은데? 아시아인들은 나라를 구분하긴 힘들지만 이렇게 많은 아시아인들이 이쥐해의 유니폼을 입고 온걸 보면 맞는 것 같은데?"

케리가 잭을 향해 말을 했다.

"우리는 한국을 사랑해! 아니! 이쥐해를 사랑해!"

왠 백인 남성들이 우루루 몰려와 말을 거니 마붕이들은 살짝 겁을 먹긴 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이지혜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 같고 알러뷰라고 하는 걸 보니 이지혜의 팬인가 보다.

"저기... 무슨일 이시요?"

인솔을 해주시는 분이 잭의 무리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우리는 케리의 펍 서포터즈입니다. 웰링의 서포터즈이지만 특히 이쥐해 선수를 응원하는 팬들이죠!"

잭이 당당하게 자켓을 벗고 이지혜의 유니폼을 보여주었다.

"아.. 그렇군요. 우리는 한국에서 온 이지혜 선수의 팬들입니다."

"오오!!! 역시나!! 그렇다면 같이 응원을 해야죠!!"

"그래!! 누가 진짜 레드인지 보여주자고!!"

주변에서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있는 더 콥스들이 찌릿 하며 쳐다보지만 이곳은 악명 높은 안필드가 아닌 웸블리 스타디움. 그들은 명성 높은 이 구장에서 까지 난리칠 정도로 미쳐있지는 않았다.

"여기 이거 가져가서 먹어요."

"이거 이것도."

"이것도 빠지면 섭하지."

케리의 펍 서포터즈들이 여러가지 주전부리와 맥주를 마붕이들에게 건내주며 멋진 웃음이 지어주고 입장을 했다.

"...우와 벌써 팬들이 많나봐요."

"그러게. 영국인들은 축구에 미쳐있다더니 입단한지 얼마 안된 선수에게도 저렇게 금방 빠져드는구나."

마붕이들은 폭풍처럼 지나간 케리의 펍 서포터즈들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구장으로 입장을 했다.

***

헤리 그레이. 리버풀 FC의 센터백이며 수년간 리버풀에 헌신하며 든든한 리버풀의 철벽이라고 불리는 30세의 베테랑 플레이어다.

헤리 그레이는 전날 같은 영국 국가대표 선수 중 가장 뛰어난 수비수라고 평가받는 제이슨에게 연락을 받았다.

[절대로 드리블에 현혹되지마요]

[그런데 굳이 나한테 연락까지 할 이유가 있는거야?]

[...당신은 그녀와 경기를 해보지 않았잖아요? 그냥 같은 국가대표 팀 동료의 조언이라고만 생각 해주세요.]

[흠... 제이슨 너가 치욕스런 패배를 당한건 알고있어. 나도 이번 경기를 설렁 설렁 뛸 생각은 없다고.]

[그냥 열심히 뛴다고 될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역대 최고의 선수를 상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지셔야 해요.]

[그 정도야?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아직 18살 짜리 애송이인데?]

[확실히 부족한 부분이 많긴하지만.. 우리든 맨시티든 부족한 부분을 제외한 장점에 압도적으로 당해버렸으니까요.]

[그래 잘 알겠어.]

헤리 그레이는 지난 제이슨과의 연락을 머리에 상기하며 생각을 했다.

'녀석의 문제점은 명확해. 주변 동료를 잘 보지 못하는 것. 확연하게 경험 부족이 들어나는 거지.'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 웰링 유나이티드의 열정이 필드 위에 강하게 느껴진다.

겨우 3부리그의 언더독이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클럽에게 앙앙 거리며 대들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웃긴 일이긴하지만.. 방심하면 그 멍청한 녀석들의 행동을 담습하는 것 뿐이겠지.'

웰링 놈들의 기량은 우리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열심히 압박을 하러 뛰어다니며 공을 컷트하려 노력을 하긴 하지만, 단단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는 리버풀에게는 이 정도 압박은 항상 당하던 수준의 압박에 미치지 못해 공을 돌리기에는 쉬운일이였다.

"크윽!!"

"마크 마크!!"

"백업 해!! 돌아가!!"

전반전이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녀석들이 벌써 땀을 흘리며 부딫힌다. 중원은 현재 전쟁터와 다를 것이 없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을 하고 있다.

'...잠깐만 치열하다고?'

뭔가 이상하다. 중원의 힘은 리버풀이 압도하고 있는 상황. 어째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일 수가 있는건지 알 수 없었기에 빠르게 필드의 상황을 확인하려 눈알을 굴렸다.

"...뒤!! 뒤 조심해!!"

헤리 그레이는 중원에서 공을 돌리려는 수비형 미드필더에게 급하게 소리를 쳤다. 우리가 뒤쪽 부터 빌드업 하려는 걸 막으려는 건지 이지혜가 라인을 내려 중원을 압박하고 있었다.

"크윽!!!"

다행히 공을 돌려 뺐기지는 않았지만, 한번의 충돌 만으로도 강한 충격을 느꼈는지 수비형 미드필더 선수가 크게 휘청거린다.

"...쳇"

저 어린 애송이가 나를 힐끗 보고는 혀를 찬다.

"..."

꿀꺽

단 몇 초를 놓쳤다. 스피드가 빠르다는 건 알았지만, 필드에서 느끼는 스피드는 또 다르다. 도대체 어느새 저기까지 내려간 것인가.

"..마크 확인해!!"

괜히 수비진들을 향해 소리를 쳐보며 둘러보지만 녀석들도 당황한 표정으로 이지혜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지혜 선수가 꽤 활발하게 움직여 주고 있군요. 중원이 많이 힘든 상황인데 큰 도움이 되주는 모습입니다.]

[네. 현대 축구에서는 공격수가 공격만 해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아주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는 웰링의 이지혜 선수입니다.]

"라인 확인하고 시선을 저 녀석에게서 절대로 떼지마.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빠른 것 같으니까."

"네!!"

리버풀 수비진들은 이지혜를 더 집중해서 마크하기 시작했다.

***

"음..."

경기가 꽤 답답하게 흘러가고 있다. 리버풀은 초반에 그다지 체력을 쓰고 싶은 생각은 없는지 확실한 공격찬스가 나오지 않는다면 단호하게 공을 뒤로 돌리고 있다.

아까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공이 흘러내려왔을때 기습을 시도했지만 나를 주시하던 센터백이 소리치는 바람에 기회가 무산으로 돌아갔다.

사람들이 나에게 부족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들 뿐만 아니라 감독님이나 팀 동료들도 지적해준 문제기 때문에 신경을 쓰고는 있는데... 아직 눈에 띄게 발전한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

공을 천천히 돌리던 리버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확실히 이런 큰 클럽들은 정해둔 패턴이 있다는데 자신이 있는 것일까, 미드필더들이 공을 돌리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어 보였다.

공이 중앙에서 공간을 확보한 누노 레오에게 까지 이어지자 단 한번의 로빙 패스로 폴 조지의 키를 넘겨 라인을 부수며 뛰어 들어가는 공격수의 발에 편하게 안착했다.

철썩!!

와아아아아!!!!!

둥둥둥둥

경기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더 콥스들이 미친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

단 한번의 패스로 만들어진 키퍼와의 일대일 찬스를 차분하게 넣어버린 아이삭 페레이라. 아이삭이 유니폼 상의를 얼굴에 뒤집어 쓰며 양팔을 들고 필드를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집중해!! 뒤에 공간이 쉽게 열리고 있어!! 고개 숙이지마!! 고개 들어!!"

아틀레이가 키퍼용 장갑을 낀 채로 박수를 치며 동료들을 격려 하고 있었다.

"젠장! 내 실수야! 집중할게!"

캡틴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결의에 휩싸이는 표정을 짓는다.

골을 먹혔지만 웰링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지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포기 하지 않았다는걸 보여주려 더욱 뛰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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