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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61화 (61/124)

〈 61화 〉 61화. FA컵 결승전(5)

* * *

리버풀 FC의 라커룸.

"젠장!"

쾅!

누노 레오가 자신의 라커룸에 주먹질을 하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만해. 다들 민감한 상태라고."

"민감? 지금 우린 3부리그 팀에게 지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렇다면 너가 골을 더 넣었으면 되는 문제 아니야?"

아이삭이 실실 웃으며 다가와 레오의 신경을 건드리는 말을 걸었다. 하지만 이 둘은 사이가 꽤 좋은 절친 사이라 이 정도의 도발은 친구사이의 농담 정도로 통한다.

"하아.. 도대체 어디서 뭐가 잘못된거야!"

콰앙!

"그만 그만! 그러다 손다치겠다!"

헤리 그레이가 보다못하겠는지 누노 레오를 라커에서 떨어트려 놓았다.

"..."

그래도 헤리 그레이는 나이도 꽤 있는 베테랑이라 대부분의 리버풀 선수들은 그를 존경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웰링 녀석들 보다 이기겠다는 열정이 부족해! 녀석들이 뛰는 꼴을 보라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미친듯이 뛰고 있어!"

헤리 그레이는 팀 동료 선수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놨다.

"우리는 지금 프리미어 리그 최강팀이야. 더이상 꼴불견스런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돼."

"..."

다들 한층 진지한 표정으로 헤리 그레이를 쳐다보았다.

"그 미친 탱크같은년은 머리에서 지워. 물론 중요하게 막아야할 선수이긴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야 할건 이기려는 마음가짐이다!"

"오 좋은 말을 하는 구만."

철컥

마테오 토리노 감독이 라커룸에 들어오면서 헤리 그레이를 향해 말했다.

"전반전 결과는 참으로 참담하군."

"..."

"물론 아주 못했다는건 아니지만 헤리의 말대로 이기겠다는 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더군, 너희들 여기서 웰링한테 지고 싶은건가?"

"아뇨!!"

누노 레오가 시뻘건 눈으로 소리를 질렀다. 다들 같은 마음인지 조금 머리에 열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웰링 유나이티드. 겨의 리그 1이라는 영국의 3부리그의 팀에게 패배라는 글자가 머리에 떠오르도록 당한다는 사실이 창피하고 화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면 다들 집중해. 내가 좋은 소식을 하나 듣고 왔으니까."

다들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마테오 감독을 쳐다보았다.

***

"...큰일이군."

웰링 유나이티드의 라커룸.

알렉스 감독이 한껏 진지한 표정으로 라커룸 안에서 혼잣말을 했다.

"...정말 크게 문제가 될까요?"

"교체도 고려해보고 있는데... 사실 이지혜를 빼버리면 공격력이 참담하군. 도저히 리버풀을 상대로 득점을 해낼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허어.. 이건 우리의 실수군요. 미리 대비해놨어야 했는데...."

"그러게나 말일세. 우리도 사람이라는 것이겠지. 치명적인 실수군."

아주 치명적인 실수가 웰링 유나이티드의 발목을 잡게 생겼다. 바로 나의 수중전 경험의 전무.

"...전 할 수 있어요!!"

내가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 격양된 표정으로 소리를 질렀다. 아직도 가슴속 불꽃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눈빛이 심상치 않다.

"흐음.. 자네 마음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수중전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야. 잔디는 어마어마하게 미끄러워지고 공의 상태도 변해 생각대로 움직이질 않고, 가장 큰 문제인 몸의 상태가 변한다는 점일세."

"..."

내 표정이 조금 참담한 얼굴로 변하길 시작했다.

"수중전이라니..."

비가 자주오는 런던에서 축구하는 이지혜가 여태까지 수중전을 경험하지 못했다는건 조금 운이 좋은 걸까 나쁜 걸까 알 수가 없다.

"톰! 자네 폴이랑 호흡은 잘 맞춰 봤겠지? 교체로 들어간다. 아! 자네도 교체로 들어간다."

감독님이 톰과 다른 후보 선수 한명을 가르키며 지시를 내렸다.

"네!! 열심히 할게요!!"

톰이 평소와 다른 표정으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마 벤치에서 동료들이 의지를 불태우며 뛰는 모습을 직관했을테니 그 의지가 벤치 선수들에게도 전염이 됬을 테다.

"일단 다들 너무 잘하고 있다. 이기려는 의지가 벤치까지 느껴지더군. 난 자네들이 너무나도 자랑스럽네."

알렉스 감독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지는게 보였다.

"...우리가 지더라도 나는 자네들을 질책할 수 없네. 이 모든건 역량 부족인 내탓이네. 더욱 세밀한 작전을 준비 했어야만 했고, 자네들이 체력을 신경쓰지 않고 불타오를때 나는 대비 해야만 했네."

허억 허억 허억

라커룸의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얼음팩을 머리 위에 올리고 다리에도 부착해 몸의 열을 내리며 숨을 돌리고 있지만, 다들 체력이 밑바닥까지 떨어진 듯한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 경기는 끝나지 않았고 자네들은 포기하지 않았지. 자! 리버풀놈들에게 웰링 유나이티드의 지독함을 머릿속에 새겨주는 것이네! 힘들겠지만 조금만 더 해보자고! 녀석들도 많이 지쳤을 거야!"

알렉스 감독이 선수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불편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조치를 했다.

"..."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채로 동료들을 둘러 보았다. 이미 내 다리도 조금씩 후들거리고 있었다.

'...체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야. 나 조차도 이런데 동료들은...'

가장 근처에 있는 제리를 쳐다보니 고개를 숙인채로 헐떡이며 힘겨워 하고 있었다.

캡틴을 보니 가장 힘든 위치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 세명을 견제하며 마크를 하다보니 한계에 다다른듯 다리가 떨리는게 멀리서도 보일 정도 였는데 표정만큼은 흔들림 없이 진지해보였다.

"...절대 질 수 없어."

나는 더욱더 불타 오르기 시작하는 가슴의 불꽃을 소중히 끌어안으며 라커룸의 문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

"이기영 해설위원님 후반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요..."

"허어.. 전반전에 웰링 유나이티드가 걸었던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결과가 나타나는 듯 해 보이는 군요."

이미 웰링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은 상당히 지쳐 보였다. 교체로 들어온 리버풀과 웰링의 선수들만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체력을 급격하게 빼았기고 있는지, 대부분의 선수들이 길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타다다닥!!

그 지쳐보이는 선수들 사이에서 유독 돋보이는 선수는 오직 이지혜뿐.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며 공을 돌리며 숨을 돌리는 리버풀 선수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거 큰일이군요."

"네? 큰일이라고요?"

"네.. 이지혜 선수를 한번 보시죠."

촤악!!

리버풀의 중원을 압박하려 달려가지만 미끄러운 잔디에 그만 넘어지고 만다.

"앗!!"

"혹시 이지혜 선수가 수중전 경험이 없나요?"

"아... 비오는 날 축구를 하는건 본적이 없네요..."

"아..."

이기영의 안색이 조금씩 하얘지는걸 본 가은의 가슴속에 조금씩 불안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비가 오면 상황이 많이 다른가요?"

"그럼요.. 아마 후반전엔 이지혜 선수의 활약을 거의 못 볼 수도 있겠습니다."

­ ???

­ 수중전 경험이 없다고??

­ 근대 왜 교체를 안했지?

­ 아니 이지혜 말고는 골 넣을 놈이 없잖아

­ ㄷㄷㄷㄷㄷㄷ

"아아...."

가은의 안색도 조금씩 하얘지며 걱정되는 얼굴을 하고 경기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

"내 예상 그대로군."

"정보가 확실한 듯 합니다. 확실히 축구 경력이 짧다는 이야기는 사실이였네요."

마테오 감독과 수석 코치가 리버풀의 벤치에서 비가오는 필드를 지켜보고있었다.

촤악!!

촤아아악!!!

계속해서 미끄러지든 말든 필드를 뛰어다니며 발악하듯 압박을 하는 이지혜. 조금 처절해 보이기까지 하다.

"저 스피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해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엄청 뛰어다니고 있어서 공을 돌리는데 거슬립니다. 조치를 취해야 하긴 할텐데요."

"...방법이 없어. 필드 내에서 성실한 축구 선수를 상대할 방법은 없네."

상당히 골치가 아프다. 공이 전진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움직이는 탱크가 하나 존재하다 보니 선수들이 그녀를 피하기 급급했다. 이런 미끄러운 잔디에서 그녀의 힘을 상대하다가는 뼈도 못추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엄청난 투지가 보이는군. 내 선수였다면 좋았을 텐데..."

"대단하군요.. 저 나이에 저런 성실함과 체력이라니.. 미래엔 도대체 얼마나 더 대단해질지.."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냐. 선수들을 조금 침착시켜야해."

마테오 감독이 터치라인에 다가가며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누노 레오 삼인방이 사인을 확인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

침묵에 휩싸이기 시작한 웸블리 스타디움. 어느새 두골을 때려 박은 누노 레오 때문에 이러는 것일까? 아니 전혀 아니다.

경기는 3 대 5로 리버풀이 다시 압도하기 시작했건만, 웰링은 더욱 더 페이스를 올리기 시작했다.

시작점은 3 대 4가 되었을 때.

누노 레오의 드리블을 막기 위해 폴 조지가 마크를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 미끄러져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진 후. 웰링의 분위기는 처참해졌다.

마치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온 조문객들 마냥 말도 하나도 하지 않았는데.

정말로 힘들어 하는 육체를 끌며 공을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누군가는 아직 포기 하지 않고 있었다.

이지혜의 가슴속의 불꽃은 비가와도 꺼지지 않고 활활 불타고 있었고, 처참한 표정의 동료들을 보고 나서 자신의 몸을 뒤덮을 만큼 더욱더 불길이 거세졌다.

"크윽!!!"

이를 악물고 몸싸움을 하다가 넘어지는 지혜.

퍼억! 털썩!

"커헙!!"

높게 뜬 공을 열심히 따라가 붙어 보지만 양쪽에서 부딫히며 숄더 태클을 거는 리버풀 선수들 때문에 잔디위를 구르는 지혜.

"허억 허억 허억"

열심히 공을 몰며 드리블을 쳐보지만 동료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걸 확인하고 혼자 만들려 해보지만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지혜.

"..."

"..."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보다 더 뛰고 있는 지혜의 모습에 압도되어 가고 있는 리버풀.

"..."

"..."

관중석에서 처절한 모습으로 뛰고 있는 지혜의 모습을 보고 있는 관중들.

"..."

"..."

잔디로 얼굴과 유니폼이 너무나도 더러워지고 비로 인해 온몸이 젖어 상당히 처절한 모습으로 뛰고 있는 지혜의 등을 보고 있는 웰링의 선수들

"크읏... 씨바알...."

누구의 목소리일까. 제리? 폴? 톰?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웰링의 모두가 낸 소리일지도 모른다.

지혜의 가슴속에 일어난 불꽃이 점차 동료들의 가슴에 번지기 시작한다.

***

[웰링의 움직임이 점차 변하기 시작합니다! 경기는 3 대 5로 리버풀의 승리가 거의 확실 해 보이지만 웰링은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리 맥과이어!! 열심히 달려보지만 미끄러운 잔디 때문에 구르고 맙니다!!]

[리버풀 선수들 당황한 표정이지만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까요?]

""이지혜 화이팅!! 웰링 화이팅!!""

카메라에 마붕이들이 하나같이 울면서 이지혜를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의 처절한 기분이 관중들에게 전염이 되었기 때문일까. 아마 이 기분은 티비나 모니터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모를 것이다.

"흑...흑 지혜야아..."

넘어지고 또 넘어져 완전 거지꼴이 되었건만, 근처에 공만 있다면 처절하게 달려가 몸을 부닥히는 모습을 보는 가은은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울고 있었다.

"대단합니다 이지혜 선수. 프로 선수의 자질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선수들이 이지혜 선수의 모습을 보고 배웠으면 하는 군요. 저게 바로 프로페셔널입니다."

이기영도 눈가가 조금 빨개진 채로 조금 침착하게 해설을 이어 나갔다.

­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 나 스포츠 채널로 보는데 마리눈나 칭찬 일색이다.

­ 와.... 진짜 열심히 뛰네 누나.

­ 멋있다...

경기는 이미 많이 기울었고 경기는 10분도 남지 않은 상황. 양쪽의 체력은 거의 바닥이 난 상태지만 도대체 힘이 어디서 나는 것일까, 이를 악물며 뛰는 선수들은 아마 이지혜를 보고 힘을 끌어올린 것일 테다.

터엉!!!

아아아아...

이제 웰링의 서포터즈이든 리버풀의 서포터즈이든 상관이 없다. 필드 위의 선수들은 모두 최선을 다해 뛰고 있고 이를 향해 야유를 하고나 손가락질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비가 오는데도 뜨겁게 느껴지는 필드 안의 열정이 관중석의 관중들에게 까지 다가와 그들의 감정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다.

[이지혜 슈팅!! 아! 키퍼가 막고 맙니다. 제리 맥과이어. 코너킥을 준비하는군요.]

퍼엉!!!

공이 높게 뜨지만 초점을 잘 못 맞췄는지 파 포스트 조금 먼쪽으로 날아간다.

"크윽!!"

"마크!!"

위치엔 운이 좋게도 폴 조지가 있었고, 골문을 노려보다 강하게 헤더를 시도 하지만 리버풀의 선수가 한발 빨라 공을 걷어내고 만다.

"으아아아아!!!"

그때 톰이 세컨볼에 달려가 공을 후려 갈긴다.

콰앙!!!

"나와! 안보여! 크흡!!"

강력한 슈팅이 골대 구석을 향해 날아가지만 키퍼가 다이빙을 하며 걷어낸다.

"바로 차!! 걷어내!!"

"크흡!!"

쏴아아아!!

비가 더욱 거새지고 있고, 공에 다가간 수비수가 얼른 걷어 차려고 했지만 코너킥을 찬 제리가 온 몸을 날려 다가오는 수비수를 막고 공을 다시 컷백 하듯이 띄우며 박스 안쪽으로 올렸다.

쏴아아아아!!!

두근 두근

허억 허억

빗소리와 사람들의 헐떡이는 숨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한다.

거샌 빗줄기 사이로 공이 날라오는게 보인다. 그때 주변의 선수들의 모습이 살짝 보이며 내 주변에 아무도 존재 하질 않는 다는 걸 느꼈다.

마지막 기회. 내게 신이 준 마지막 기회가 날아오고 있었다.

두근

화악!

몸 전체로 번져나간 불꽃이 몸 밖으로 뛰쳐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까드드드득

이를 힘껏 악 물고 공을 노려 보았다.

마치 슬로우 모션마냥 날아오는 공을 노려보고 몸을 날린다.

"...안돼애애애애!!!!"

느린 목소리로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게 들려온다.

콰아아아앙!!!

누군가는 이 장면을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바이시클 킥이라고 평했다.

철썩!!

"..."

"..."

"..."

나는 공을 강하게 때리고 잔디에 떨어져 드러누워 헐떡이고 있었다. 왠지 조용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하는 순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경기장이 폭발하는 듯한 함성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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