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4화 〉 64화. 관심을 받다(2)
* * *
요새 운동할 맛이 나는 것 같다.
내 몸의 피지컬은 한단계 발전한 것인지 무거운 근력 운동을 할 때도 원판 하나를 더 추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오우 쒜엣...."
톰이 양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내 옆에서 경악하고 있었다.
"도대체 그 힘이 어디서 나오는거야 키티? 정말 돌아버리겠군."
아틀레이도 지나가다 눈을 휘둥그레 커지며 나를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후우..."
쿠웅!!
어마어마한 원판이 달려있는 쇠봉을 내려 놓으며 나는 둘을 찌릿 쳐다보았다.
"어이쿠. 한대 맞기 전에 내 운동 하러 가야겠구만."
아틀레이가 먼저 눈치를 채고 떠났건만 톰 녀석은 아직도 경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저리가.."
힘든 운동을 하다보면 텐션 높은 녀석들을 상대하기는 조금 짜증난다.
"아하하하! 알았어 알았다고, 저번보다 더 무겁게 드는 것 같은데?"
"...힘이 더 늘은 것 같은 것 뿐이야."
"허어... 어느정도 몸이 잡히고 나서는 발전하기가 정말 힘든데.. 대단한데?"
톰 녀석도 한 근육 하는 몸을 가진 사람이라 그런지 이런 헬창스런 주제에는 달려드는 습성이 있다.
"너도 이정도는 들수 있을거 아냐?"
"...못 할거 같은데?"
"에이 구라 치지마"
나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당황하는 톰을 바라보니 녀석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다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진찌로?"
"...아마? 해볼까?"
녀석은 내가 들던 봉에 다가가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끄응..."
쿠웅!
"아...안되겠다..."
"...너 근육 물렁해진거 아냐?"
"아니야! 내 근육은 언제나 살아 숨쉬고 있다고! 너가 이상한거야! 이 근육녀!"
"..."
나는 한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톰을 무시 하고 내 운동을 하러 떠나기 시작했다.
철컥!
"어이 루키! 감독님이 부르신다! 마무리하고 준비해서 감독실로 올라가봐!"
체력 코치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시며 나를 찾고는 큰 목소리로 말을 하셨다. 저리 급한 모습을 잘 안보이시는데 꽤나 중요한 일인가 보다.
나는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하고 간단하게 샤워를 한다음 감독실로 이동했다.
똑똑
"누구지?"
"감독님 접니다."
"오 그래 어서 들어와!"
나는 감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서류더미에 파묻힌 상태로 평소에는 착용하시지도 않던 안경을 낀채로 낑낑 거리며 사무를 처리하고 계셨다.
"..바쁘신 것 같으신데 저를 찾으셨다고요?"
"그럼 그럼! 자리에 잠깐 앉아있도록 해. 미안하구만 정신없이 일하느라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네. 잠깐 정리 좀 할테니."
알렉스 감독님은 너저분하게 어지럽혀진 기다란 책상을 손을 휘휘 저으며 서류들을 모은 다음 커다란 PP박스에 우겨 넣듯 넣어 놓고 깨끗해진 책상에 펄펄 끓는 차를 올려 놓고 숨을 돌리셨다.
"..."
나를 보고 씨익 웃던 감독님이 책상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시는 듯 했다.
툭
촤라라락
왠 명함들이 쭈루룩 놓이는데 내가 궁금해서 하나를 들어 쳐다보니 영어로 에이전트 스미스라고 적혀있었다.
"...에이젼트?"
"너에게 에이전트 소속을 원하는 사람들의 명함인데... 자네의 연락처를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보니 다 클럽으로 굴러들어 오더군, 대부분 작은 놈들 뿐이지만 몇 몇 거물이 있기는 해."
감독님은 어지럽게 놓여있는 명함들 중에 좀 고급스럽게 치장된 명함을 주섬주섬 찾아내 골라내었다.
"...전 이 사람들을 잘 몰라요. 그리고 아직 에이전트를 구할 생각이..."
"아. 미스터 황에게 연락이 왔었다고 마크 구단장님이 말씀하셨는데, 뭐든간에 자네에게 맞춰주라고 하더군. 만약 원하는 에이전트가 있다면 법적인 절차는 당신이 해결할테니 편하게 생각하라고."
"그리고 내가 전할건 이 뿐만이 아니야."
어지럽게 놓여진 명함들을 팔을 휘둘러 한쪽으로 모은다음 다시 다른 서랍을 열고는 또 다시 명함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어 이건 또 뭐에요?!"
나는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명함의 폭풍에 휘말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이건 자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클럽들이라네. 프리미어 리그, 라 리가, 리그 앙... 뭐 이런 1부 리그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2부리그 클럽 들도 명함을 보내 오더군."
"하...하핫"
이런 관심을 받게 된게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산더미 마냥 쌓여 있는 명함을 보니 확실히 내가 관심을 받는 다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흐음... 일단 자네의 의사에 따라 줄지어 거절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워낙 고집 센 양반들이 많아야 말이지. 자네가 인터뷰 한번 해주는게 효과가 있을 것 같네만."
확실히 내가 선을 긋지 않는 다면 끊임 없이 컨택을 해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다음 이적시장에 바로 합류 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속셈들이겠지. 녀석들 처음엔 여자라고 콧대 높으신 양반들이라 거들떠도 안보더니 말이야, 딱 하니 성과를 내버리니 침을 질질 흘리며 입맛을 다시는 구만 하하핫"
가진자의 여유라는 것일까. 감독님은 개구리마냥 튀어나온 배를 두들기며 웃으셨다.
"인터뷰는 한번 할게요. 그런다고 이 사람들이 관심을 끊을 것 같지는 않지만요."
"그렇지. 워낙 돈 많은 클럽들도 껴있다보니 말일세... 하지만 언론 플레이를 해줘야 자네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이 듣고 판단 할 수 있는 법이니."
"그럼 이제 끝난건가요?"
나는 요새 훈련에 목이 매여있는 상황이다. 리버풀에게 패배한 이 후 어떻게든 복수를 해내기 위해 거의 필드위나 체력 단련 시설에서 살고 있는 수준이다. 가은 언니가 밖에 좀 나가서 숨좀 돌리자고 말해도 내 마음은 아직도 불타고 있는 상황이라 몸을 단련하지 않고서는 잠에 들지도 못하고 있다.
"아니 한가지 더 있다네. 사실 이게 제일 중요한 건데 말이지..."
"중요한거요?"
아니 에이전트나 이적 요청보다 중요한게 따로 있다니 도대체 뭐지? 경기에 관한 이야기인가?
"이건 자네나 우리에게도 중요한 일이지. 운명이 바뀔 수도 있어. 우리가 더 커질 수도 있고, 폭삭 망해버릴 수도 있네."
나는 꽤 극단적인 이야기를 하는 알렉스 감독님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흐음.. 사실 구단이 인수되기 직전이라네. 아니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지."
"...?"
나는 이런 이야기에 조금 약하다. 재정적인 부분이나 구단 내부 사정같은데 신경 쓸만한 머리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잘 이해하지 못했군. 돈 많은 거부가 우리 클럽을 구매하고 싶어한다는 거야. 그게 누군지 아나? 아니 모르는게 당연하지. 바로 두바이 왕족이네.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가지고 왔다더군. 아마 지금쯤 운영진들과 만나고 있을텐데..."
"두바이?"
나는 갑자기 분위기 두바이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고 말았다.
"이건 마크 구단주님의 비밀스런 정보망으로 보내주신 정보인데..."
감독님이 주변을 둘러보는 듯 고개를 휙휙 돌리다 귓속말을 하듯 손을 모으고 내게 말을 하시기 시작한다. 하여튼 좀 이상한 구석이 있으신 분이다.
"글쎄 그 왕족이 공주님이시라더군."
"공주...?"
현대에 공주가 있던가? 아 있었지.. 아무래도 한국에서 사는 사람으로서 잘 듣지 못하는 계급인 왕족이나 공주를 들으니 조금 판타지스런 이야기 같아 재미있기도 하다.
"그 공주님이 우리 클럽을 왜...?"
"그 공주님이 우리 FA컵 결승전을 우연치 않게 시청하셨다는군 자신의 친구가 보라고 그렇게 성화를 부려 억지로 틀어서 보는 순간 반해버렸다는데?"
감독님이 개구장이마냥 웃으며 차를 홀짝이며 마셨다.
"반했다구요? 하긴... 평범한 여자애들한테 남자들이 열심히 뛰는 모습은 좀 멋있을만 하죠"
"아니 아니야 그게"
감독님이 고개를 휙 휙 저으며 내 말을 부정하셨다.
"네?"
"그게... 반한 상대가 우리 클럽이 아니라 자네라더군."
"...?"
"자네가 경기를 뛰는 모습이 멋진 야생마 같았다고 말했다더군. 아무튼 자네를 가까이서 보고 싶어서 우리 클럽을 인수하려는 거네."
"..."
갑부의 말도 안돼는 돈지랄을 내 얼굴 앞에서 맞게 되니 얼떨떨해진다.
"이건 우리 클럽으로서도 거부를 할 이유가 없기도 해. 일단 운영진 교체가 없고 자네가 클럽에 남아주기만을 원하니.... 게다가 자금도 어마어마해서 우리가 더욱 높은 리그에 올라갈 수록 좋은 선수를 데려올 자금이 생기니..."
아... 이건 완벽하게 체크메이트 상황이구나. 클럽 입장에서도 돈과 나를 유지할 좋은 기회이기도 할테니.
"만약 자네가 떠나고 싶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재계약을 해서라도 더 좋은 조건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더군 게다가 구장 증축과 여러 시설 강화에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겠다니..."
감독님이 손을 양 눈썹 위에 대고 고개를 절래 절래 저으셨다.
"그건 참... 대단한 공주님이시네요. 돈이 넘처나시나 보죠?"
"그거야 우린 모를 일이지."
감독님은 하하 웃으며 차를 계속 홀짝이셨다.
'아... 서류더미에 파묻혀 계셔도 안색이 좋으신게 이것 때문이려나?'
많은 감독이 고민하는건 여러가지일테지만 내가 한가지 생각해본건 클럽이 하위 리그에서 상위 리그로 올라간다면 상대하는 선수들의 질이 올라가니 자신의 클럽의 선수들의 질도 올라가야만 할테다.
그렇다면 영입도 망설이지 않고 해야만 할텐데, 돈이 땅파서 나오나? 한정된 돈으로 머리를 쥐어짜서 적당한 선수를 찾는게 또 힘든 일 일테다.
그럼 이 대담한 공주님의 인수 사태는 감독님의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일거란 이야기겠지.
"아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훈련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하고 훈련을 하러 이동하려 했는데
쾅!
"미스터 알렉스! 안녕하세요. 저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공주인 마야입니다."
꽤나 강렬한 엑센트의 영어가 들려와 나는 고개를 돌렸고 나는 한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