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65화. 공주님은 아무도 못말려!(1)
* * *
프린세스 마야 빈트 알 세이드
아랍 에미리트의 지도자인 세이드의 딸 마야.
그녀는 어렸을 때 부터 지구의 모든 것이 자신만을 위해 존재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왕족들의 사랑을 받고 살아 왔다.
"빠빠. 나 저거 조!"
"하하 물론이지!"
"오 우리 사랑스러운 마야.. 저 이쁜 옷이 가지고 싶어요?"
"꺄르륵"
어딜가든 다수의 호위를 끌고 다니며 안전을 지켜왔고 몸에 좋은 것만 먹이며 아픈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이는 14명이나 되는 형제중에 유일한 딸이여서 그런것일 수도 있지만 아마도 인형같이 귀엽게 생긴 탓도 있으리라.
"빠빠"
"응? 왜 그러니 마이 스윗 하트?"
세이드는 어린 마야를 들고 뽀뽀를 하며 물어보면
"해줘"
"또?"
"해줘"
딸내미가 해달라면 무엇이든 해주고 말았다. 그는 열렬한 딸바보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사랑스러운 딸이 원하는 무엇이들 이룰 힘과 돈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녀의 아버지만 이랬을까?
"오빠아"
아장 아장 걸으며 지나가는 자신의 형제를 부르니 헤벌쭉 웃으며 다가오는 형제들.
"아이고 널 보면 맨날 심장이 아파서 미치겠다. 커서 남자 여럿 울릴 것 같은데?"
왕족들끼리 나이차가 심한 경우가 많다보니 동생으로 보기 보다는 딸처럼 보는 형제가 많았다.
"뭐? 남자? 절대로 그딴 새끼가 생기면 안돼. 우리 마야는 소중하니까."
"야 말 조심해. 마야 앞이야."
"...미안"
"오빠아"
"응?"
"응? 왜그러니?"
"해줘"
자신이 원하는 걸 말만 한다면 누구든 이뤄준다. 이는 마야가 20살이 될 때까지 변함이 없었다.
"나 디자이너 할거야."
"디자이너? 가지고 싶은 옷이라도 있는거니? 말을 하지 그랬니."
마야의 어머니인 도나가 갑자기 디자이너가 하고 싶다는 마야를 쳐다보고는 말을 했다.
자신의 딸이지만 모델마냥 길쭉한 기럭지와 마치 먹물을 뿌린듯한 아름다웃 묵빛의 머릿결 그리고 눈을 마주치면 그대로 빨려들어가 그녀의 일부가 되어버릴것만 같은 우주의 별이 담긴 듯한 몽환 적인 눈동자.
"차라리 모델을 해보는건 어떠니? 넌 엄마를 닮아서 모델이 딱이야."
"하핫. 난 모델에는 관심 없어. 그냥 내가 옷을 만들어 입는게 재밌을거 같아서."
"그래? 그럼 그렇게 하려무나. 필요한건 내가 다 준비해줄테니."
"알았어."
이렇듯 그녀는 고생이란걸 해본적이 없을 정도로 금수저. 아니 다이아수저도 아까울 정도의 인생을 살아왔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뒤집어 엎을 정도로 엄청난 보석을 발견하고 말았다.
자신의 친한 친구인 코나의 연락을 받고 평소 관심이 전혀 없던 스포츠 방송을 틀었는데...
"..."
넋을 잃고 보고 말았다. 자신이 일생가지지 못한 것 중 하나는 바로 운동 능력.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평범한 여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리고 저 엄창난 투지와 열정. 일생 고생이라고는 해보지 못했기에 처절한 감정을 가져보지 못했기에 생소한 감정과 분위기가 TV에서 흘러나오니 그녀는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자가... 어떻게..."
상식적인 이야기다. 남자는 여자보다 대부분 힘이 쌔고 강하다. 이는 스포츠 계열에서는 더욱 차이가 나는게 당연한 이야기.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아니 방송을 보다보니 18살이란다. 눈앞의 소녀는 자신의 상식을 박살 내버리며 대단한 스포츠 선수들과 대등히 결투를 벌이고 있었다.
머릿속이 강하게 때려 맞은듯한 기분이 들면서 저 더렵혀졌으면서도 아름답기 빛이나는 보석을 가지고 말겠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며 또 다시 투정을 부리고 말았지만.
사실 저 정도의 클럽은 자신의 돈으로도 구매하고도 남는 싼 값의 물건이다.
가슴속의 열망을 조금 진정시키며 고민을 해보았다. 저 보석을 강제로 소유하고 관람을 한다면 분명 행복하겠지만 저 보석이 상하고 부서질 가능성도 생각을 했다.
그래서는 안된다. 절대로 안된다.
엄지 손톱을 이로 잘근 잘근 깨물며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보석에 생채기 하나 내지않고 소중히 보다듬을 수 있을지...
내가 저 아름다운 보석에 관심이 생겼다는걸 형제들이 눈치 챘는지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마야. 이지혜에게 관심이 생긴거냐? 웰링을 인수하고 싶어한다는 걸 들었어.]
[아니 어떻게 다들 벌써 아는거야? 아빠야? 아빠 짓이야?]
[하하 우리 마야가 원하는게 생기면 우리들이 모두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지 않겠어? 다들 놀라워 하고 있는 중이야.]
[놀랍긴 뭐가 놀라워. 내가 이런적이 한두번도 아닌데.]
[음... 사람에게 관심이 생긴건 처음이지 않아? 그 대단한 외모에 남자친구 한번 만든적도 없으면서]
[난 그딴데 아직 관심이 없어. 남자들은 하나같이 멍청이들 같단말야.]
[하하! 물론 그렇긴하지! 남자들은 멍청이들이니까 관심가질 필요없단다.]
[칫... 하여튼 남자하고 연관 될거 같으면 이악물고 막으려고 한다니깐들...]
[오... 당연히 우리 귀여운 마야인데 아껴줘야지]
[우웩... 됬고 왜 전화 한거야? 오빠가 제일 한가해서 그런가?]
나에게 연락한 사람은 내 위로 5번째인 클로드. 나보다 8살이나 많은 오라버니지만 아무튼 나를 귀여워하며 키워준건 똑같은 사람이다.
[그야 내가 축덕이라서 그렇지.]
이 오래비는 일을 안한다. 대부분의 형제들은 그래도 자신의 취미에 맞춰서 일을 하는데 이 한심한 오래비는 노는게 제일 좋다며 여행이나 다니면서 놀고 산다. 그래도 축구에 관심을 가지고 사는줄은 몰랐는데.
[그래서? 내가 뭐 지금 문제있어?]
[아니 아니 왜이리 까칠해? 우리가 마야가 원하는것에 문제있다고 한적은 단 한번도 없잖아?]
[그렇지... 그래서?]
[웰링 인수라.. 사실 좋은 생각이긴 한데 이지혜한테 관심이 있는거면 조금 그럴 수도 있어. 지금 그녀는 많은 클럽의 관심을 받고 있거든? 클럽을 떠나 다른 클럽으로 이동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야]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웰링은 인수하기 간단하고 저렴한 클럽이지만 다른 커다란 클럽으로 간다면 더욱 커다란 돈과 명분이 있어야만 한다. 물론 돈은 충분하긴 하지만 존재하는 구단주를 밀어내고 인수하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난 어떻게 해야...]
[우리 이쁜 마야. 기죽지 마렴. 언제나 돌파구는 있는 법이잖아? 그렇다면 이지혜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게 만들면 돼.]
[...!]
[너 디자이너 일 하면서 벌은 돈이나 용돈으로 받은 돈. 어쨌든 남는게 돈일거 아냐? 클럽에 전부 때려박아서 웰링 자체를 빅클럽으로 만들어 버리면 되지! 내가 들은 정보통에서도 이지혜가 클럽에 애정이 있는 듯 하다고도 하고.]
[으음... 내가 스포츠 구단에 대한건 잘 모르는데...]
[가족을 뒀다가 어따 쓰냐? 나 뿐만 아니라 가족들이 다 도와줄거야! 우리 마야가 원하는게 생겼는데! 그리고 한가지 조언 하자면 잘 모르면 나서지 않는게 좋아. 돈은 주되 운영에 손을 대지는 않는거지.]
[그럼 돈을 이상하게 쓰는거 아냐?]
[목적을 정해주고 주면 되지. 이 돈은 구장 증축에 써라. 이 돈은 좋은 선수를 영입하는데 써라. 이정도로? 요새 트랜드가 구단 운영에 많이 터치 하지 않는게 인식이 좋더라구]
[흐음... 난 이지혜만 있으면 돼. 그녀가 구단에 있으면서 상처받지 않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그럼 더 쉬운일이네! 너가 가진돈들은 그것을 이루기에 차고 넘치니까! 부족하면 말해. 나도 도와줄거지만 다른 형제들도 지금 못 도와줘서 안달나있는 상태거든]
[하아... 다들 자식들도 있고 그런데 언제까지 나한테 신경쓰고 사는거야?]
[그거야 우리 마야가 결혼하고 늙을때까지? 물론 결혼하는 일이 일어나기는 정말 어려울것 같긴 하지만]
[됐어. 끊어. 그리고 고마워 오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안돼?]
[그래 그래 사랑해]
[끼얏호우!]
"하아..."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손보기 위해 작업실로 이동하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
"...?"
"어..."
"..."
알렉스 감독님과 내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 중동 미인을 바라보며 말을 잃었다.
럭셔리한 베이지색 정장을 입고 여러가지 비싸보이는 장신구를 착용한 미인. 높은 하이힐을 신었는지 키가 거의 나와 비슷할 정도다.
매일같이 보던 백인이나 흑인들과는 다르게 조금 태닝한 듯한 빛이 조금나는 갈색 피부.
하지만 나와는 다르게 너무나 갸날퍼 보이면서도 날카로워 보인다. 전형적인 모델 상이라고 해야하나? 여우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아...아아...."
미인이 신음소리를 내며 천천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내... 내 보석...."
"...?"
알수 없는 소리를 하며 손을 나에게 뻗어온다.
"너무... 너무 아름다워..."
손을 내 얼굴에 댔다가 어깨쪽으로 내려오며 몸쪽을 쓸어내려간다.
"저기..."
"크흠!"
내가 당황해서 말을 하려다가 알렉스 감독님이 눈치를 주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쉿! 가만히 있어봐요!"
갈색 미녀가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감독님에게 전하고 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눈... 눈이 조금 맛이 간것 같은데?'
"츄릅!"
"저...저리가요!"
갑자기 소름이 돋는 듣한 느낌이 들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나에게서 떨어트렸다.
"...죄송해요. 너무 아름다운걸 보면 만져보는 버릇이 있어서요."
그녀는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복장을 한번 확인 하듯 손으로 매무새를 가다듬고는 나에게 악수를 청했다.
'...진짜 그냥 그랬던건가?'
나는 의심 없이 내게 건낸 손을 마주 잡았는데 그녀의 반댓손이 내 손을 덥석 붙잡고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잇!"
"꺄악! 왜 그래요!"
내가 거칠게 손을 빼내자 그녀가 오히려 성난 모습으로 화를 냈다.
"아니 왜 이렇게 만져요..."
"제가 디자이너라서 그래요. 몸이 좋은 사람을 보면 만지는 버릇이 있다구요. 게다가 여자끼리 잖아요?"
"그렇긴 한데... 알겠어요. 어쨌든 반가워요. 그런데 누구..."
나는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녀는 아직도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조금 위험인물 같은 느낌이 내 등골을 쓸고 내려간다.
"...그녀가 우리 클럽을 인수 할 분이시다."
"...?"
나는 갑자기 치고 훅 하고 치고 들어온 감독님의 말에 뇌정지가 왔다.
"만나서 반가워요. 저를 구단주라고 부를 필요없어요. 구단주는 그대로 마크씨가 이어갈테니까요. 전 그냥 마야라고 불러주세요."
그녀는 나를 보며 씨익 웃으며 말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