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7화 〉 67화. 공주님은 아무도 못말려!(3)
* * *
뭔가 웃기다.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펜스앞에 몰려 소리를 치는데 그다지 위협적이지가 않다.
어째서 냐고?
그야 화를 내면서 소리를 치긴 하는데 한번씩 내 쪽을 보면서 실실 웃고 있으니까 그러지.
뭐 저건 화내러 온건지 나를 구경하러 온건지 알 수가 없네.
"야야. 감독님이 달래보려 하는데 잘 안되는 모양인데? 얼굴에서 땀이 완전 비오듯 쏟아지고 계셔."
"서포터즈 관리는 확실히 해줘야하니까.. 보니까 저분들 완전 홀리건들이신것 같은데? 자주 보던 얼굴들이야."
"그러게..."
우리는 한손에는 맥주병을 들고는 다른 한손에 플랜카드를 서로 서로 맞들고 있는 모습이 무섭기 보다는 정겨운 기분이든다.
그래도 우리 행보에 하나 하나 관심을 가져주는 팬들이란 뜻 아닌가? 동네 아저씨들 같은 느낌이 있기도 하고...
"그나저나 저러다 눈치 빠른 기자 놈들이 이상한 기사 올리면 골치 아플텐데.. 뭐가 저리들 걱정이 많으신 걸까?"
톰이 알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포터즈들을 바라보며 의문을 표했다.
그때 저 멀리서 마야 공주님이 우아한 걸음 거리고 서포터즈들에게 다가가는 걸 보았고, 당황한 보디가드들이 그녀를 말리는 모습이였다.
"어..."
"저거 괜찮은건가?"
우리는 조금 걱정을 하며 그녀를 지켜 보았다.
"...?"
"누구야?"
"처음 보는 여잔데? 넌 누군지 알아?"
웅성 웅성
사람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온 갈색 미녀가 누군지 몰라 당황을 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어... 네...."
그들은 열을 내며 당일 제작한 미흡한 플랜카드를 들고 맥주를 마시면서 화난 척을 하며 클럽으로 쳐들어 가기는 했는데 사실 앞뒤 상황을 정확히 아는 상황이 아니라 그렇게 화난 상태는 아니라서 오히려 감독에게 미안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었는데, 갑자기 왠 갈색 미녀와 험악해 보이는 남자들이 다가오니 더욱 당황하게 된 것이다.
"저는 이번에 웰링 유나이티드를 인수한마야 빈트 알 세이드라고 합니다."
"어?!"
"오... 뭐지?"
"저기..."
술취한 대머리 남성 한명이 시뻘게진 얼굴로 마야를 향해 걸어가는데 험악한 남성들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 지금 뭐하는 거에요!"
순간 마야가 꽥하고 남성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대머리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네 저에게 말하고 싶으신게 있으셨나요?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어질 어질한 머리 상태로 대충 말을 걸려고 했는데 이렇게 친절한 미소로 다가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감미롭에 말을 하니 미운 마음이 생길 수가 없었다.
"어... 우리 웰링은! 다들 피땀 흘려서 일궈낸 클럽이에요!"
"네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럼! 선수들 막 팔고 그러지 말아주세요! 흑...흐흑..."
대머리 남성은 격해진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꼴 사납게 울고말았는데 마야는 자신의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남성의 눈가를 직접 닦아주며 말을 했다.
"걱정 마세요. 여러분도 들어주세요! 저는 웰링 유나이티드를 사랑하고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절대로 클럽을 함부로 대하지 않을 것이고, 선수 영입에 관해 터치를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단지 저는 선수들이 더욱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훈련하고 성장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게 목표입니다."
"..."
"모두에게 꿈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제 아름다운 가치관을 웰링 유나이티드와 접목시켜 아름다운 클럽이라는 명성이 생기는게 꿈입니다. 여러분도 원하시는게 있으면 편하게 제의를 하세요. 근거와 가치만 있다면 제가 발 벗고 나서서 더욱 좋은 클럽이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
"어...어..."
짝짝짝
마야의 장렬한 연설이 짧게나마 치고 지나가니 서포터즈들의 머릿속은 혼란해지긴 했지만 오히려 깔끔하게 먹구름이 걷혀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누군가 모르는 사람이 다가와서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좋아하고 있다고, 소중히 보다듬고 아껴주겠다고 말하면 누가 싫어 하겠는가.
"젠장... 믿겠어! 만약 허튼 짓만 하기만 해봐! 우린 언제든 다시 찾아올 거야!"
"그래!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네! 우리 웰링을 위해서 많이 챙겨 줘요!"
"물론이죠."
마야는 주변 보디가드들이 안절 부절함에도 신경쓰지 않고 서포터즈 한명 한명에게 다가가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했다.
"아름다우시네요!"
"자주 들어요."
"혹시 우리 이쥐해를 알아요?"
"물론이죠. 저는 그녀를 사랑한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후훗"
"이야..."
"흠..."
"완전 여우 같지 않아?"
내가 그녀를 여우 같다고 하자 다들 날 이상한 얼굴로 쳐다본다.
"키티. 너 지금 저 여자 질투하는거야? 남자 팬심을 뺐어갈까봐?"
"...아니야!!"
"호오.. 너가 질투를 하는 걸 보게 되다니.."
"아니라고!!"
"누가?! 누가 질투를 한다고? 우리 루키가?!"
캡틴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말한다.
"으아아악!!"
나는 나란히 서있는 톰과 제리에게 레리어트를 날렸다.
***
"잘 해결 된 듯 합니다."
수석 코치가 알렉스 감독을 바라보며 말을 했다.
"그녀는 꽤나 꼬인 성격이 아닐까 싶네만, 저렇게 침착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던데..."
"하하하! 축구 감독님들과 다른 사람이 다 같겠습니까?"
"하아... 매일 같이 축구 감독들을 상대하다보니 사람을 판단할때 기준이 그 쪽에 치우칠때가 많아. 사실 우리가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 같아. 서포터즈들이 그리 화난 상태가 아니였던 것 같거든."
"아마 찌라시를 듣고 급하게 찾아온 것 이겠죠. 다른 서포터즈들도 소식만 듣고 헐레벌떡 달려 온 것일 뿐일 테고요."
"우리도 극성 홀리건을 겪은게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민감하게 반응 한것 같은데? 하하"
"그렇네요... 그나저나 저 소녀도 꽤 담이 크군요. 보통 여자들은 남자들이 저렇게 모여서 소리지르고 있으면 무서워서 벌벌 떨고만 있을텐데... 대단하군요."
"하하! 우린 더 대단한 소녀가 있지 않은가? 미쳐버린 재능의 남자 선수들을 압도하면서 가지고 노는 더욱 미쳐버린 여자가."
"...그렇네요!"
"그나저나 이 보고서가 사실인가?"
"흐음... 우리도 회계팀은 있긴 하지만... 실력이 어디 회사에서 회계를 하던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문제가 상당하긴 한가보군."
단 일주일 사이에 우리 클럽의 회계 자료를 전부 뒤지 듯 확인한 마야. 물론 혼자한게 아니라 본인의 회계팀이 전부 나섰긴 했지만 어쨌든 굉장히 빠른 속도로 구단 재정 상황을 파악한 것이리라.
"그녀가 어마어마 한 돈을 쏟아 붇고 있는 듯 합니다. 우리 클럽은 주급이 별로 안나가는데요... 생각보다 수입이 많이 적은 것 같습니다."
"흐음... 그렇긴 하지.. 관객도 다른 클럽보다 적은 편이고. 유니폼 판매도 몇 몇을 제외하면 너무나 부진하니.."
"디자이너라고 했던가요? 사업적인 수완도 뛰어나길 바래야겠네요..."
"즐겁게 지켜보자고."
"이게 그녀가 건네준 보고서인가요?"
"으음... 그건 상상도 같은 거라더군."
수석 코치가 알렉스 감독의 책상에 올려진 매우 두꺼운 A4 용지 모음을 손으로 집으며 한장 씩 넘겨 보기 시작했다.
"흐음..."
"상당히 돌진적인 성향이 강한 아가씨야. 뭐 무조건 하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한테 어떠냐고 보고서를 들이미는데 이걸 하라고 주장하는 거지 뭔가"
"하하하 그렇긴 하죠. 물론 어차피 그녀의 돈이니... 우리로써도 나쁜 곳에 쓰는 돗이 아니니까 전혀 기분 나쁠리가 없죠."
"이걸 좀 보게. 이런 아이디어 얼마나 좋은가? 구장안에 어린 아이들을 위한 테마파크를 추가 하는게 어떻냐니... 우리 구장이 좀 칙칙하긴 했지?"
"그렇죠.. 가족끼리 놀러 올 만한 장소라고 생각이 되지는 않죠?"
"우리한테 이런게 부족했지! 빅클럽이 되고 싶다면 이런 아이디어가 필요한거야! 축구만 잘하게 된다면 뭔가! 팬들을 위한 무언가가 있어야지!"
"미래가 점점 기대 될 것 같은데요?"
하하하하
감독실에 행복한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진다.
***
"아가씨 여기 연락이 왔습니다."
"흠?"
띠리리링~
[어! 우리 딸 벌써 움직이고 있는거야?]
[아빠. 왜 전화했어? 여긴 아빠가 신경쓸만한건 없을텐데?]
[없긴 왜 없어? 우리 귀여운 딸내미가 있는데?]
[에휴... 겨우 그런걸로 전화한거면 그냥 끊어. 나 조금 바뻐.]
[바쁘다고? 바쁠게 뭐가 있어? 그냥 돈만 지원해주는거 아니었니?]
[지원만 해주다니.. 여기 부족한게 너무 많다고... 조금만 둘러 본다면 할게 산더미야! 그래서 조금 재미있긴 하지만...]
[오오.. 우리 딸이 재미있어하면 아무 문제 없지! 필요한건 없니? 돈이 부족하지는 않고?]
[아냐 괜찮아. 아! 사람을 몇 명 더 보내주면 좋겠네. 오래 안데리고 있을거야. 한... 반년 정도?]
[그 정도는 쉬운일이지. 용돈도 조금 보내주마. 저번에 보내 준건 벌써 다썼을거 아니야?]
[그래 그래 알았어요~]
[그래 사랑한다 마야.]
[나도 사랑해요]
"흐음...."
바로 스마트폰에 1억 달러가 계좌이체 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항상 이정도 용돈을 받아왔기에 별로 다른 감상이 들지는 않는다. 오로지 머릿속엔 앞으로 해나갈 행복한 일들 뿐.
"후훗"
구장에 새로 급하게 만든 마야의 사무실에서 마야는 보고서를 만들어 가면서 음흉한 웃음을 이어나갔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