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화 〉 70화. 휴가를 받다.(1)
* * *
드디어 리그1 일정이 종료되었다. FA컵 이후에 물이 잔뜩 오른 웰링은 연승을 이어나가 기적적인 우연과 겹쳐 승격 순위에 발을 걸쳐 챕피언십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되니 당연히 그레이터 런던 웰링 중은 몇 일동안은 축제마냥 매일 불이 꺼지는 가게가 없을 정도 였고 밤에는 윗 옷을 벗으며 행복하게 뛰어다니는 서포터즈들도 출몰할 정도였다.
물론 선수들에게도 많은 보너스가 주어졌다. 애초에 시즌초 약속되어있던(나는 이때 약속을 모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보너스보다 훨씬 많은 보너스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이유는 당연하지 않은가? 마야 공주님이 어마어마한 자본을 풀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선수들의 반응이 어떻겠는가, 매일 매일 인상을 찌푸리는 선수들이 없을 정도로 선수들의 분위기는 최고조로 올랐고 이만한 보너스를 또 받기위에 챕피언십에서 높은 성적을 이루자고 생각할 정도였다.
알렉스 감독님은 이 대단한 성적을 이루어낸 선수들에게 휴가를 주었고 프리시즌 전까지 시간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마지막 라커룸 모임에서 캡틴인 폴 조지가 우리들에게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했다.
"오늘 캡틴의 집에서 자는거야?"
제리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음... 캡틴은 자고 가라고 부탁을 하긴 했는데..."
캡틴은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까지 있다고 들었다. 가끔 다른 동료들에게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자식의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긴 하는데 나는 아직 보지는 못했다. 아직 내가 어색한가?
"일단 초대를 받았으니 우리도 준비해야지! 빈손으로 갈 수는 없잖아?"
톰이 자신의 지갑을 슬쩍 열어보며 말을 했다.
"어어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않아도 돼 키티. 이번에 보너스를 잔뜩 받아서 든든하다고?"
톰이 괜찮다는 듯이 웃기는 하지만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을테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는데 막을 이유가 없기도 하다.
"그럼 우리도 같이 가자. 뭘 사지? 먹을건 이미 사모님이 준비 하셨을테고... 그 따님이 몇 살이라고 했지?"
제리가 고민을 하며 말을 했다.
"어어.. 6살인가? 그랬던것 같은데... 그나저나 오늘 몇명이 가는거야?"
"대부분 다 갈걸? 그래도 주장이 초대를 한거니까.."
"집이 큰가? 도대체 몇명이 가는거야?"
"30명 가까이 될걸? U23팀에 있는 애들도 불렀다고 하더라고?"
"어우... 바글 바글 하겠구만..."
"으음..."
"키티 왜그래? 속이 안좋기라도 한거야?"
내가 고민을 하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있으니 톰이 다가와 묻는다.
"아니.. 그냥 실감이 안나서 그래. 내가 데뷔한 거랑 팀이 2부에 승격하게 된게.."
"하하하!!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거라고? 우리가 무려 2부에 가다니!"
팡팡!!
톰이 내 등을 팡팡 두드리며 호쾌하게 웃었다.
"...넌 이 수준의 리그에서 뛸 만한 선수가 아니지 않아? 솔직히 이런 말 하기는 싫었는데 이적하는게 더 나을지도 몰라. 바로 너의 커리어를 위해서 말이지.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1년이 걸릴텐데..."
또 제리가 이상한 피해망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아냐. 이미 난 결정했어. 이 클럽에 애정이 생긴 것도 있고... 난 따로 드림클럽이란게 없거든..."
"뭐? 진짜로? 그게 말이돼? 만약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팀에서 너한테 관심이 있다고 해도?"
"...이미 그 클럽들은 거절했는데?"
"....어?"
제리가 멍한 표정으로 정지해버렸다.
"이미 지난일이야. 신경쓸 필요 없어. 우리는 단지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위해 집중하면 돼. 1년동안 잘해보자고!"
내가 제리의 어깨를 퍽하고 치고는 톰을 따라 클럽을 나가 쇼핑을 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
띵 동
꽤나 거대한 집이다. 원래 돈이 있는 사람인가? 내가 언젠가 한번 알아보니 런던의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는 상황이라던데... 무슨 대귀족이 사는 저택같이 생겼다.
나랑 톰과 제리가 문앞에 서서 열리길 기다리고 있으니 누군가 이 커다란 대문에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끼 익
"어머! 안녕하세요!"
꽤나 푸근하게 생긴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오셨다.
"안녕하세요... 이지혜라고 합니다.."
"당연히 알고있죠! 그 쪽은 미스터 톰과 미스터 제리?"
"어... 네 안녕하세요"
"하하하! 저를 어떻게 아시는거죠? 아무튼 반갑습니다!"
캡틴의 사모님이 우리를 알아보자 나와 제리를 당황하며 어색해 했지만 톰은 밝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 덩치큰 근육몬은 굉장한 인싸같다.
"아! 너무 오래 세워둔 듯 하네요! 얼른 들어오세요! 다들 이미 왔다구요?"
우리는 사모님의 뒤를 따라 넓은 마당을 걸어갔고 좀 걷고 나니 거대한 저택을 마주하게 되었다. 저택 앞에 있는 넓은 풋살장 같은 시설에 우리 클럽 선수들이 모여 바베큐 파티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오!!! 드디어 오셨구만!!"
"크으... 야!! 루키들이 이렇게 늦게 온 이유가 뭐냐!!"
"하하하!! 어디서 놀다 왔나 보지 뭘!"
선수들이 이미 맥주를 거나하게 마셨는지 얼굴이 시뻘게진 채로 파티 준비를 하고 있었다.
"...다들 술 먹어도 괜찮아요?"
내가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거니 오히려 나를 희한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이런 좋은날에 한잔 정도는 괜찮지!!"
갑자기 선수들 사이에서 감독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독님?"
"그래 감독님이다 이 녀석아. 빨리 와서 마시지 않고 뭐해? 야!! 여기 주인공이 오셨는데 맥주 안드리고 뭐하냐!!"
"우효오오!! 여기있습니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누군가 맥주를 손에 가득 들고 다가왔다.
"....믹?"
"미키라고 프리티 키티? 오늘은 평소보다 더 예쁜걸? 나를 만나는 날이라 화장까지 한거야? 난 너무 기쁜데?"
"아 씹 제발... 그리고 화장 안했어..."
"오! 화장을 안한게 그 정도라니! 나랑 저기 가서 화장 한번 해보지 않을래?"
"안해... 오늘 왜이리 텐션이 높은거야?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있지! 나도 드디어 1군 스쿼드에 들어간다고! 아직 후보이지만? 이제 우린 같은 필드 위에서 데이트하게 될거라고?"
"꺼져!"
또다시 이 느끼한 녀석의 병이 재발한 듯 하다. 내가 머리를 짚으며 곤란해 하자 제리가 미키의 뒷목을 잡고 끌고 멀리 떨어져 나갔다. 나중에 제리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하하..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저번에 얘기를 들어보니 네 반응이 재밌어서 자꾸 장난치게 된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렇게 화나는 건 아니야 조금 귀찮아서 그렇지."
사실 귀찮기도 하지만 김병지 컷을 하고 저딴 느끼한 소리를 하는게 웃기기만 하다. 애가 잘생기긴 했는데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 하다.
남자가 찝쩍대는건 하루 이틀일이 아니다. 저 미친 미키녀석 뿐만 아니라 길거리를 뛰거나 쇼핑을 나갈때도 나한테 찝쩍 대는 녀석이 자꾸 나오니까... 하지만 길거리나 어디 쇼핑몰에서 그런 놈이 나온다면 어디선가 남자들이 나타나 그 사람을 끌고 가기 마련이였다. 그 사람들은 누구지?
"어이 루키!! 왔어?!"
커다란 저택안에서 캡틴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 저 왔어요."
내가 저택과 마당이랑 연결되어있는 낮은 테라스를 열고 들어가자 캡틴이 자신의 딸과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오.. 따님인가요?"
"그렇지. 올리비아. 인사해야지? 너가 좋아하는 언니가 왔네?"
캡틴이 금빛 머리의 귀여운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하니 올리비아라는 이름을 가진 귀여운 소녀가 나를 올려다보며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안... 안녕하세요..."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더니 부끄럽다는 듯 캡틴의 등 뒤로 훌쩍 돌아가 버렸다.
"귀..귀여워..."
"하하핫! 나를 닮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확실히 푸짐하셨던 사모님을 닮긴 했지만 이렇게 귀엽다니.. 사모님이 만약 말랐다면 굉장한 미인이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일 뿐 말은 다르게 해야지.
"그러게요. 사모님이 미인이시니 따님도 미인이네요."
"하하하하! 그렇지?"
캡틴은 기분이 매우 좋아졌는지 자신의 옆에 있는 소파를 두드리며 앉으라고 손짓 했다.
"다들 밖에서 준비하고 있던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한데 우리 딸이 너를 너무 좋아해서 말이지 잠깐만 놀아달라고?"
"...아빠!"
눈치 없는 소리를 하는 캡틴의 허리춤을 귀여운 손으로 폭하고 때리고는 볼을 부풀리며 째려 봤다. 정말 인형같이 귀여운 아이다.
"내 딸도 축구를 좋아해. 정확히는 축구 경기 보는 거랑 축구 게임을 하는 거."
캡틴이 게임기의 패드를 잡으며 나를 쳐다 보았다.
"이 게임 해본 적 있어?"
"아뇨..."
"호오.. 이거 유명한 게임인데? 여기에 우리도 나온다고?"
캡틴이 피파2040을 켜고는 버튼을 이리저리 누르니 우리 웰링 유나이티드의 웸블럼이 나온다.
"오? 캡틴 이게임 해요?"
"크으.. 요즘 축덕들 중에 이 게임 안하는 사람 있냐?"
"오오!!"
파티 준비를 마쳤는지 하나 둘 저택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다들 캡틴이 켠 게임을 관심있게 보는 걸 보니 다들 이 게임을 알거나 좋아하는 듯 하다.
"재미있는 거 알아? 여기 능력치 좀 봐."
캡틴이 선수 목록을 쫙 펼쳐보이더니 한명 한명 읊기 시작했다.
"제리 맥과이어. 72. 오 꽤 높네?"
"...높은거야 저게? 하아..."
"톰 브라운. 64. 너는 경기에 나온적이 별로 없으니까 이정도 일걸?"
"하하하하!! 금방 올라갈 겁니다!!"
그렇게 한명 한명 보여주다가 내 사진이 걸려있는 선수 카드가 화면에 크게 나왔다. 다른 선수들은 갈색과 은색인데 나는 금색이네?
"크으 이것 봐 96이라고? 미친 것 같지 않아? 이만한 카드가 별로 없어! 시너지가 구리긴 하지만."
"와..."
내가 봐도 높은 점수다. 저거 밸붕아닌가? 아니 사실 이 게임은 시너지로 하는 게임이라 개인 한명 능력은 별로 상관없지 않나?
"더 중요한게 있다고? 사실 이 능력치는 별거아냐. 잠깐만 있어봐."
"내가 할래! 내가 할래!"
올리비아가 아빠의 패드를 뺐어 직접 조작하기 시작했다. 컴퓨터와의 대전이 시작되고 선수들 한명 한명 나오기 시작했다.
"오오..."
"와..."
세월이 지나다 보니 그래픽이 굉장해진 게임인데 실사 같기도 하다. 그러다 내가 나오니 거의 내가 보는 거울의 나와 흡사할 정도로 비슷했다.
"씨..아니 미안. 이걸 봐! 비주얼 최강이라고! 시너지가 없어도 이거 때문에 쓰는 사람이 엄청 많다고!!"
욕이 나오려던 캡틴이 자신의 딸의 눈치를 보고는 말을 했다.
"와 똑같네. 어떻게 만든거지?"
"저번에 프로필 촬영 요청하러 왔을 때 찍은 걸로 만든건가? 대단한데?"
"뭐야 너희 아직 안해본거야?"
확실히 이 게임을 해본 사람과 안 해본사람이 나뉜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올리비아가 즐겁게 나를 조작하며 노는 걸 흐뭇하게 지켜보다 파티를 하러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