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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2화 (72/124)

〈 72화 〉 72화. 휴가를 받다.(3)

* * *

올림픽. 국제올림픽위원회(IOC :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가 주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체육대회. 4년에 한번씩 개최되며 내가 원래 살아왔던 2021년에 한번 개최되고 이제 2040년이 되어 쿨타임이 돈것이다.

이번 올림픽에 여러가지 이슈가 있겠지만, 축덕들의 가장 큰 이슈가 과연 무엇일까?

[이번 올림픽에 이지혜는 여자 축구 종목에 나가겠지?]

올림픽은 여자 종목이랑 남자 종목이랑 정확히 구분하는데.. 아마도 내 생각은 이지혜는 여자 종목에서 뛰게 될 것 같은데... 그럼 생태계 파괴 아니냐?

­ 그렇긴 한데 종목마다 괴물은 어디나 있으니까 여자 종목으로 출전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 아무래도 IOC가 거부할 듯

­ 기사 났는데? 뭔가 꿀잼임 ㅋㅋㅋ

[IOC. 이미 여자 축구 종목이 존재하기 때문에 여자 선수는 여자 종목에 출전하는게 맞다.]

국제올림픽위원회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선빵을 처버렸다.

[저거 뭐하는 거임 ㅋㅋ 이지혜는 올림픽 출전한다고 얘기도 안했고 조별 예선 엔트리에도 안올라갔는데 ㅋㅋ]

아니 저게 뭐하자는 거야 ㅋㅋ 싸우자는 건가?

­ 피파도 기사 올리는데? 얘네는 왜 이래?

[이지혜는 이미 남자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이 좋을 것.]

피파도 갑자기 뇌절을 하며 기사를 올리기 시작했다.

[님들 개꿀잼인데? ㅋㅋ 여자 축구 선수들 이지혜 남자 쪽으로 보내달라고 SNS에 올리는 중]

(이지혜가 여자 축구 종목에 출전? 그건 좀... 물론 같이 한번 뛰어보고 싶기는 한데 이미 그녀는 프리미어 리그까지 박살내는 실력이잖아! 그녀는 남자들이랑 뛰는게 더 편할걸?)

(그녀랑 같이 뛰는 대표팀은 부담이 심할 듯 하다. 아무래도 여자 선수들과 남자 선수들과의 차이는 명백하기 때문에)

(나도 그녀의 팬이다! 하지만 그녀가 여자 종목에만 출전할 수 있다는건 조금 말이 다른 것 같다.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생각은 남자 종목에서 뛰는게 합당하지 않을까? 그녀는 그게 더 자연스럽고 편할 것 같은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나 같이 기피하는 것 같은데? 이지혜도 여자랑 경기 해본적이 없잖아! 여자들이 이지혜랑 뛰다가 다칠 것 같음

­ 무친놈아 같은 여자잖아 ㅋㅋㅋㅋㅋㅋ

­ 나도 이건 잘 모르겠네. 여자 종목에서 뛰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이미 남자 리그에서 뛰고 있으니 남자 종목에서 뛰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 야... 이지혜는 스쿼드에도 안 올라갔다고 ㅋㅋㅋㅋㅋ

­ 그러네? 그럼 감독이 무친놈 아니냐? 얼른 뽑아놓고 시작해야지!!

ㄴ 어? 맞말인데? 남자 종목에서 뛰든 여자 종목에서 뛰든 왜 아무도 안뽑은 거냐?

ㄴ 경력이 짧아서 그런거 아니야?

ㄴ (그녀는 이미 짧은 개월 만에 첼시와 맨시티를 박살내 버렸고 리버풀 마저 저 안드로메다까지 보내버릴 뻔 했다. 그녀를 한 성별에 얽매이게 하는건 실례 아닐까?) 이걸 봐 경력 이슈는 좀 아닌 듯

ㄴ 일단 감독들 머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

IOC와 피파의 뇌절이 결국 올림픽 대표 감독들을 향해 버리고 있었다.

***

우웅~~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많은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는 소음이 귓가를 때리기 시작했다.

수하물 회수 구역에서 가만히 서있다가 수하물 컨테이너 벨트에서 슬그머니 나오는 캐리어를 들고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웅성 웅성

마야 공주님의 지원으로 퍼스트 클래스를 타고와서 제일 먼저 왔는데 수하물을 기다리다보니 사람들이 한두명씩 나오는 걸 보았다.

"어...?"

여행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나를 보고는 멈칫하며 처다보기 시작했다.

'나를 알아보는 건가?'

왠지 뿌듯한 심정으로 그를 쳐다보니 그는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자신의 수하물을 들고는 나가버린다. 아직 내 인지도가 모든 사람들이 알아 볼 정도는 아닌가보다. 확실히 데뷔한지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신인이니 당연한게 아닐까.

"지혜야 벌써 챙겻어?"

가은 언니가 자신의 덩치만한 큰 캐리어를 끌고 내게 걸어왔다.

"언니. 내가 계속 생각 해 봤는데. 무슨 짐을 그리 많이 챙겨온거야? 한국에서 얼마나 살려고?"

"그게 무슨 소리야 지혜야 이정도는 기본으로 챙겨야 할 것 만 챙겨온거야! 오히려 너가 너무 안챙겨온거 같은데? 그냥 필요한거 사서 쓰려구? 그래도 되긴 하지.."

여자란 정말 모를 존재인 것 같다.

아직 레베카씨와 마야 공주님이 도착하지 않았기에 나는 근처에 앉을 만한 곳을 찾고 앉아서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기..."

고개를 들고 보니 왠 태닝한 금발로 염색한 껄렁해 보이는 양아치가 내 앞에 서있었다.

"..."

나는 본능적으로 이런 양아치들을 혐오하기 때문에 극도의 불안감과 혐오감이 같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매번 까먹는데 내 몸은 여자. 언제나 남자들을 조심해야하는 입장인 것이다.

"번호 좀 주실래요? 그 쪽이 제 취향이라서.."

대뜸 내 얼굴 앞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들이민다. 너무 구닥다리같은 멘트에 오히려 헛웃음이 나온다.

"아뇨 필요없어요."

내가 대뜸 거절의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자보다 내 눈높이가 높았다. 꽤 키가 작은 사람인데?

타다다닥!!

그때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옆을 쳐다보니 마야 공주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이봐요! 괜히 찝쩍 거리지말고 가세요!"

악센트가 강한 영어로 소리를 치니 남자는 오히려 당황을 하며 그냥 자리를 떠나버렸다.

"괜찮아요?"

마야 공주님이 나를 보며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다.

"괜찮아요. 그냥 제가 워낙 이쁘다보니 자주 일어나는 일이에요. 신경쓰지 마세요."

사실이다. 이런 일은 영국에서도 자주일어나다 보니 일상같은 기분이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잘 거절하면 그냥 물러나니 별로 신경쓸일이 아니다. 만약 힘을 쓰려고 한다면? 내가 힘이 더쎈데 어쩔텐가. 그리고 왠지 내 근처에는 친위대 같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휴... 무슨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 했네요... 보디가드를 쓰는 건 어때요?"

"경호원은 아직... 나중엔 생각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제가 조금 더 유명해지면?"

"후훗. 그렇네요."

그렇게 마야 공주님이랑 수다를 떨고 있으니 가은 언니와 레베카씨가 같이 캐리어를 끌며 나타났다. 이제 눈치 챈건데 내 캐리어만 자그마하다. 다들 사람 한명은 넣을만한 크기의 캐리어다. 그렇다. 내가 이상한것이다.

"자! 그럼 한국 여행을 시작하죠!"

"저희는 고향이 한국인데요..."

"후훗! 상관없어요!"

왠지 마야 공주님의 텐션이 높은 듯 하다. 그래 기왕 돌아왔는데 재밌게 지내다 가면 얼마나 좋겠는가?

***

"지혜씨"

열심히 서울을 돌아다니며 구경을 다니다 밤이 되어 호텔에 들어왔다. 우리는 4명이 함께 쓸 수 있는 디럭스 럭셔리 클래스라는 듣도못한 어마어마한 가격의 방을 빌려 지내게 되었는데 비용은 전부 마야 공주님이 카드로 일시불로 결제를 했다. 플렉스가 이렇게 멋져 보이는 거라니.. 나도 빨리 돈을 많이 벌어 이 아름다운 눈나들 앞에서 멋있게 플렉스하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튼 일정을 모두 끝내고 샤워까지 돌아가면서 하다가 레베카씨가 맥주를 마시며 나를 부르기 시작했다.

샤워 가운을 입고있는데 왜 저리 섹시해 보이는 건가. 아 같은 여자들 끼리라 그냥 개방적으로 편하게 있는 건가? 이건 좋은일이라고 생각해야 할까. 나는 모르겠다.

"네. 무슨 일이시죠? 안 피곤하세요?"

오늘은 꽤나 열심히 걸어다녔다. 사실 차를 타면서 돌아다닐까 하다가 마야 공주님이 직접 발로 걸어다니고 싶다는 요청에 우리도 나들이 삼아 걸어다녔는데 생각보다 이 공주님. 아웃도어파인가보다. 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지칠줄 모르는 체력. 확실히 운동도 꾸준히 하는 모양이다.

"저번에 거절했던 예능 방송중에 한국 방송국도 있었는데.. 꽤나 집요하게 요청하는 방송이 하나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꽤나 재미있는 방송이라고 생각이 들어서요."

"으음.. 방송이요...? 아직 이른 결정이라고 생각은 드는데... 그래도 이야기는 들어봐야겠죠? 어떤 방송이에요?"

"여자 연예인들끼리 사회인 축구에 도전한다는 내용인데. 지혜씨가 직접 플레이도 해주고 코칭도 해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오!! 재밌겠다!! 그건 제가 나가도 딱히 불편하게 보는 사람들이 없겠네요! 오히려 여자들도 할 수 있다는 이미지도 심어주고 좋은 것 같은데요?"

"맞아요. 역시 지혜씨는 공익적인 행동을 선호하시는 군요. 좋은 현상입니다.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는데 한번 미팅을 하면 일이주내로 촬영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페이도 그렇고 꽤 괜찮을 것 같아요."

"돈은 상관 없어요. 사람들이 즐거워하고 행복해 한다면 전 좋아요."

"..."

레베카씨가 장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니 괜히 머쓱해진다.

"프로의 덕목을 잘 기억해주세요. 지혜씨가 그러지는 않겠지만 사회인 축구는 프로 선수들이 아니에요. 다들 건강을 위해 하는 거고 거기에 즐거움이 추가되면 더 좋은 거니까요. 치열한 프로의 세계인 리그1에서의 경험을 살릴필요는 없을거에요."

"네... 즐겁게..."

나는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앞에 놓인 맥주를 조금씩 홀짝였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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