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3화 (73/124)

〈 73화 〉 73화. 첫 방송 출연(1)

* * *

예능 방송이라. 다들 그런 상상 한번 쯤 해본적이 있지 않을까?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직업에서 크나큰 성공을 이룬 후에 방송계에 뛰어들어 사람들이 칭송을 하는 장면을.

물론 나도 예전에 그런 상상을 많이 하긴 했었다.

이젠 나도 축구 선수 나부랭이이기도 하고, 현재 승승장구 해나아가고 있는 유망주인데 벌써 이런 상황이 생길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당연히도 나는 방송계에 관심이 없는 인종이 아니기에 솔직히 벌써 두근두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되기도 하고 걱정이 되기도 한다. 자고로 네티즌이란 어떤 트집을 잡아서 흠을 낼지 모르는 일 이니까..

달리는 차속에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지니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든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네티즌들이 셀럽들에게 험한 말을 하는게 한 두번 본게 아니니까..

"지혜야 안색이 왜 이리 안좋아? 물 줄까?"

가은 언니가 옆자리에서 페트병의 뚜껑을 손수따서 내게 건내준다.

"고마워.. 그냥 긴장해서 그래.. 내가 방송에 출연하다니.. 상상도 못했는걸?"

"개인방송도 경험 해봤잖아? 그냥 좀 커다란 개인방송에 출연한다고 생각하면 되지~"

"그렇구나! 으음.. 조금만 진정하면 될거야.."

"...빅클럽과의 대결에서도 긴장하는걸 못 느꼈는데요. 참 신기하네요."

레베카씨가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를 보고는 희한해하며 웃는다.

"정말 귀엽지 않아요? 저 커다란 덩치에 부들부들대며 긴장을 하는게 꼬옥 껴안아주고 싶지 않나요?"

"...네"

"정말이지.. 레베카씨는 재미가 없다구요? 조금 편하게 대해달라구요?"

앞 좌석에 앉은 마야 공주님과 레베카씨가 이야기를 나눈다.

"그나저나 계약과 동시에 촬영이라니.. 어지간히도 애가 타긴 했나보네요?"

"방송 아이디어는 좋긴한데.. 괜한 구설수도 나오는 모양이고 말이 좀 많나봐. 내가 보기엔 사회인 스포츠에선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인데.. 어차피 지혜는 단발성 출연이라 별 상관은 없을거야."

가은 언니가 내 허벅지를 양손으로 주무르며 괜히 긴장하지 않도록 풀어주는데 기분이 너무나 좋다.

"알았어. 거의 도착한 것 같은데? 여기인가?"

우리는 한 체육센터에 차를 대놓고 내렸다.

"오!! 이지혜씨 오셨나요? 여기에요!"

센터 앞 입구에서 한 여자가 소리를 치며 손을 휘젓고 있었다. 우리는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골 때리는 여자들의 계약 문제를 담당하게된 피디입니다. 반갑습니다."

그녀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가니 중년 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를 맞이 했다.

"안녕하세요. 이지혜입니다."

내가 그녀를 향해 인사를 하고 내 일행도 한명씩 피디와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다 마야 공주님 차례에서 꽤나 당황한 모양이긴 하지만 대충 넘어갔다. 그녀는 악수를 나누지 않고 말로만 인사를 나누었기 때문이다.

"방송은 일주일 정도 촬영할 예정인데 지혜씨의 사정에 맞추어 방송을 진행할려고 해요. 만약 다른 약속이나 일정이 있으시다면 줄이거나 빼버려도 상관없습니다."

"일주일이요?"

생각보다 길게 촬영을 하는데?

"네. 6일간 훈련 코칭을 하고 하루는 같이 경기도 뛰는 거죠. 컨셉은 범접할 수 없는 위대한 선수 포지션? 같은 느낌으로요."

"...예?"

범접할 수 없는? 물론 그 예능인들과 나는 비교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내가 원하는 컨셉은 아니다.

"저기... 저는 사회인 축구니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은데.."

"흐음.. 그것도 좋긴 하죠? 그럼 원하시는데로 촬영을 진행해보죠. 자극적인건 별로 안좋은 반응을 이끌 수도 있긴 하니까요."

의외로 피디님은 흔쾌히 네 제안을 수락하며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저게 방송 관련된 서류인가?

"그럼.. 일단 멤버들과 먼저 만나지는 않을 거에요. 깜짝! 하며 나타나는 거죠. 그래도 뭐.. 제 생각에는 못알아 볼 것 같긴해요.. 워낙 여자들은 축구에 별 관심이 없다보니까요.. 지혜씨를 무시하는게 아닙니다."

확실히 여자들은 나를 못 알아본다. 영국에서는 그나마 축구에 미쳐있기 때문에 종종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긴한데 한국에서 이리 저리 돌아다닐때 대부분 알아보는 사람들은 남자들이지 여자들은 별로 알아보질 못했다. 아마 더 유명해져야 알아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방송에 종종 출연해서 인지도를 올리는것도 나쁘지 않은가?

"그럼 가보실까요?"

이것 저것 서류를 작성하고 레베카씨가 확인하는 작업까지 마친 후에 방을 나서는 피디님을 우리는 따라 나섰다.

"와.. 나도 언젠간 방송쪽 일을 해보고 싶기는 했었지만 일이 이렇게 연결될지는 몰랐네~ 역시 지혜를 따라다닌게 정답이였다니까?"

가은언니가 내 옆에서 양 손을 뒤로 돌리고 헤헷하고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귀여워 죽겠네.

"으음. 나도 아직 실감이 안나. 피디님 말대로 출연진들은 나를 못알아볼걸?"

"정말 그럴까? 그래도 국내에서도 몇번 경기가 나가긴 했는데.. 뉴스에도 몇번 나왔고?"

뉴스에서도 나에 관한 이야기가 몇번 나오긴 했다. 뻔하지 않은가? 영국에서 나타단 여자 축구 선수! 이러면서 호들갑 떠는게 전부였다.

"저랑 가은씨와 마야 공주님은 스텝들과 함께 지켜볼게요. 마음 편하게 먹고 진행하세요. 만약 불미스러운일이 발생한다면 대응하지 말고 그냥 저희를 향해 나오세요. 언제나 당신이 최고로 중요하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레베카씨가 메이크업을 하러 이동하려는 나를 붙잡고는 진지한 표정으로 조언을 해준다. 확실히 경력이 긴 에이전트라 그런지 이런일을 많이 겪어본 짬이 느껴진다. 방송 스텝들과 만날때나 계약을 진행할때나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점에서 티가 났다.

"네. 명심할게요."

나는 편안한 표정으로 슬쩍 웃고는 메이크업을 하러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나는 메이크업을 그렇게 해본적이 없다. 개인 방송을 할때 가은언니가 조금 손봐준 것 빼고는 내가 직접 한 적은 없다. 원래도 화장을 하던 성격도 아니고.

메이크업을 하러 들어가니 몇명의 여자들이 나에게 붙어 화장을 해주며 수선을 떨기 시작했다.

"와아.. 피부봐.. 운동하는 사람 맞아요? 부럽다.."

"화장 진짜 잘먹는다.. 언니! 저 라인 교환해주세요!"

"언니라니.. 너 곧 30대잖아?"

"이쁘면 다 언니지!"

"그렇긴 하지~"

깔깔 거리며 나를 화장하는 눈나들.. 내가 볼땐 이 눈나들도 꽤나 이쁜데..

"자! 완성!"

"이야! 진짜 예술이다 언니! 그냥 연예인 해도 될 것 같은데?"

"오오..."

나는 화장이 끝난 내 얼굴을 거울을 통해 보니 놀라고 말았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뭐지.. 눈 앞에 최고의 미녀가 있는데 만질 수가 없어.. 왜냐고? 그게 나니까!

왠지 시무룩해져있었는데 메이크업룸에 내 일행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끝났어 지혜야? 갈아입을 옷 가지고 왔..."

"가은씨 왜 안들어 가시고... 앗"

"아이참! 빨리 좀 들어가라구요! 왜 막고 서있는... 꺄아아악!!!"

나를 보고는 정지해버린 가은 언니와 레베카씨. 그리고 마야 공주님은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한걸음에 달려온다.

"끼야악!! 어떡해! 어떡해! 아름다워..."

내 주위를 빙글 빙글 돌며 얼굴을 샅샅히 쳐다보기 시작한다.

"저기... 저 옷 갈아입어야..."

꿀꺽

이건 누가 침을 넘기는 소리일까? 나는 알 수가 없다.

"그.. 그럼 빨리 갈아입으세요!"

마야 공주님이 가은 언니에게 스포츠 웨어를 받고는 내게 들이밀었다.

"으음..."

나는 괜히 사람이 많아 이리저리 눈치를 보는데 왜이리 다들 나를 쳐다보는걸까?

"괜찮아. 여기 여자밖에 없어. 빨리 갈아입어! 그나저나 진짜 예뻐졌다... 원래도 이쁜 얼굴인데 메이크업까지 하니가 장난 아닌데? 오늘 출연자들 전부 놀래겠다."

"하하하 설마 그러겠어?"

나는 시간이 얼마 없다는 이야기에 그냥 옷을 빠르게 갈아입기 시작했다.

"오오.."

"어머.."

"와아 몸매가.."

"근육 좀 봐.. 운동을 얼마나 했으면..."

"아아..."

마야 공주님이 자신의 머리를 손등을 대고는 스르륵 쓰러진다. 레베카씨가 얼른 달려가 붙잡아 다행이다.

옷을 전부 갈아입고 보니 왠지 사람들이 동경의 눈빛으로 나를 보는게 느껴졌다. 열심히 운동을 하긴 했는데 애초에 내가 만든 몸이 아니라 괜히 머쓱해진다.

"자! 준비 다 되셨나요?"

문을 열고 피디님이 들어오신다.

"이야! 인물이 다르시네! 제 맘 같아서는 그냥 고정으로 꽃아버리고 싶은 기분이네요!"

피디님 마저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꽤나 스타일리쉬한 디자인의 저지 상하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섹시하다고 느낄정도로 육감적인 몸매가 부각되니 단발 머리에서 조금 길어진 머리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듯 했다.

"으음.. 지혜야 머리 묶어볼까?"

"그럴까?"

왠지 길어진 머리가 거추장스럽다고 느끼던 중인데 역시 꽤 오래 같이 지낸 가은 언니가 눈치채고는 얼른 내 뒤로 돌아와 포니테일로 묶어 주었다.

"꺄악! 진짜 잘어울린다 지혜야! 목선이 그냥..."

"고마워 언니."

"그럼 이제 가보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어요!"

눈을 반짝이던 피디님이 조금 보채는 목소리로 우리를 불렀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