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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4화 (74/124)

〈 74화 〉 74화. 첫 방송 출연(2)

* * *

"안녕하세요! 또다시 모인 여자들! 골때리는 여자들!"

잔디위에서 일자로 서서 방송을 진행하기 시작하는 출연진들을 나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개그우먼과 연기자, 그리고 아이돌까지 여러가지 종목에서 활약하는 연예인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 또 느낌이 새롭다.

스텝중 한명이 몰래 출연진들 뒤로 돌아가 놀래켜줄 예정이라고 전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들이 보이지 않는 위치로 이동해서 슬그머니 돌아갔다.

가만히 서있는데 주변에서 날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맨과 스텝들이 나를 흘끗 흘끗 쳐다보는게 느껴졌다. 나도 이제 꽤나 얼굴이 알려졌다는 뜻 아닐까? ...아니면 그냥 예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필드에 서있는 감독님이 미리 알려준 신호를 보내 주었다.

나는 슬금 슬금 조금씩 출연진의 뒤로 걸어갔다. 대부분 나보다 꽤 키가 차이가 날 정도로 작다보니 그녀들의 머리 위쪽에서 씨익 웃었다.

"푸흡"

누군가 눈치없는 스텝이 이 기묘한 모습을 참지못하고 웃어버렸다.

"네~ 오늘은 게스트가 있다고 하네요! 무려 저희를 구원해주실 대단한 분이라고 하시던데요?"

진행을 맡은 개그우먼이 웃참에 실패한 스텝을 적절하게 무시하고 원활하게 진행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나는 뒤에서 한명 한명 뒤통수를 쳐다보는데 한명이 조금 고개를 숙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스트분은 프로 축구선수시라고 하네요!"

"프로요?!"

"와!! 진짜 프로를 모셔오시다니 대단한데.. 어디어디 해외에서 유명하신 분이신가요?"

"저도 들을게 없어요! 아무튼 대단한 분이라고 하시는데.. 누굴까요?"

출연진들은 게스트가 누굴까하며 궁금해하면서 서로 잡담을 나누는데 아까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던 사람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뭐지?'

나는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저런 분위기를 품고있는 사람은 하나같이 속에 문제를 품고 있는 경우가 있었다. 마치 제리의 초창기 모습같다.

"자! 그럼 게스트 분을 모셔 볼게요!"

꽤 오래 수다를 떠는 동안에도 내가 뒤에 서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다들 꽤나 감이 둔감한 듯하다.

메인 MC가 손을 벌렸음에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당연히도 나는 뒤에있었기 때문이다.

"음? 피디님? 방송사고 아닌가요? 게스트님 어디가셨어요!"

"잘 찾아보세요~"

"찾아보라고요?"

그때 고개를 숙이던 여자가 조금 고개를 돌려 뒤를 보더니 나랑 눈이 마주쳤다.

"꺄악!"

"헉! 놀래라."

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여자 때문에 놀라버렸다. 병아리 같이 생긴 외모인데도 꽤나 목청이 크다. 가수인가?

"꺅!"

"와악!"

"누구세요!"

한명이 놀래 소리를 질러버리니 다들 같이 놀래버린다. 오히려 웃긴 장면으로 변해 스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안녕하세요. 이지혜입니다."

나는 뒤를 돌아 나를 보는 여자들을 향해 꾸벅 허리를 굽혀 90도로 인사했다. 자고로 스포츠 선수는 인성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플러스 점수를 받는게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어..."

"오늘 오시는 분이 프로 선수라고 들었는데...?"

"이분은 모델아니신가요?"

"피디님! 이분 진짜 예쁘신데!! 어디 소속 모델아니에요?!"

12명이나 되는 여자들이 나를 보며 수다를 떨어 오디오가 시끄러워 지기 시작했다.

"자자 다들 진정해 주세요! 이쪽으로 오세요 지혜씨. 와!! 진짜 예쁘시다. 자기소개 가능하실까요? 여기있는 분들 다들 모르는 것 같아서요."

"저! 저! 알아요!! 와 씨발! 아! 죄송합니다!"

키가 조그마한 소녀같아 보이는 여자가 흥분한 얼굴로 나를 보며 손을 번쩍 들고는 펄쩍 펄쩍 뛰며 말을 하다가 흥분한 상태로 욕을 내뱉고 손으로 입을 가린다.

"아하핳!! 욕을 하면 어떡해!!"

"아니 아니 다들 진짜 몰라요? 실망이다.."

혼자 들떠있다 왜 그러는지 모르는 멤버들이 서운해 침울한 얼굴로 입을 삐쭉 내미는 소녀. 귀엽다.

"어떻게 축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이지혜님을 모를수가 있어욧!"

나를 향해 다가오더니 메인MC를 향해 빼액 소리를 지른다.

"아하핳 왜 이렇게 흥분했어? 그럼 이분이 누군지 대신 소개해주실 수 있지? 아람아?"

이 작은 소녀의 이름은 아람인가 보다. 자고로 현재의 나는 연예인들 대부분을 모른다. 이유는 2040년에 와버렸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예인은 처음 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하죠! 여자 최초로 영국 남자 축구 리그에 데뷔한 사람! 그리고 3부리그 클럽을 FA컵 준우승이라는 어마어마한 업적을 만들게 도운 대단한 스트라이커!"

오 나에 대해 꽤 잘 아는 친구인가 보다.

"게다가 인터넷 방송도 하고있는 마리눈나!"

앗... 마붕이였나... 연예인이 마붕이라고?

"영국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고요?"

"와... 그래서 피지컬이 미쳐있었구나... 진짜 멋있다..."

"힝... 전 다들 모른다는게 너무 슬퍼요... 오늘 훈련 끝나고 지혜님 경기 재방 시청 해요 다들! 꼭!"

두손을 꼭 쥐며 멤버들을 압박해 나아가는 아람.

이것 저것 나에 대한 호구 조사를 하고 예능적인 질문 몇가지를 하고는 오늘 일정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예능이라 그런지 토크 타임이 꽤나 길다. 거의 한시간은 떠든 것 같은데?

"그럼 일주일 동안 다들 잘 부탁드릴게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모두를 향해 인사를 하니 다들 박수를 치며 반겨주었다. 단지 한명 시무룩한 친구만이 자그맣게 박수를 쳤다.

훈련을 시작하기전 쉬는 시간. 나는 아람을 향해 다가갔다.

"...? 꺄악! 언니이!"

조그만 다람쥐 같은 소녀가 뒤를 돌아보고 나를 보고는 달려들어 안겨온다.

"아이고오.. 제 팬이셨구나.."

"당연하죠! 축구팬인데 지혜님을 모르는게 이상한거라구요!"

"하하하"

나는 그녀를 살짝 밀어내며 얼굴을 마주쳤다.

"사인이라도 해드려요?"

"정말요? 물론이죠!!"

이것 저것 수다를 떨다보니 아람이 자신은 18살이라는걸 밝혔다. 아역 출신 배우라고. 꽤나 밝고 귀여워 인기가 많을 듯 하다. 배역이 없을 때 연습만 하다가 지쳐 어느날 티비를 보는데 나를 보고는 빠져버렸다고. 꽤나 대단한 우연인 것 같다.

나는 그녀가 가방에서 주섬 주섬 꺼내는 종이와 펜들 받아들고 시그니쳐 사인 [이지혜입니다.]를 적었다. 왠지 아람의 표정이 애매한건 기분탓일 거다.

"언니는 진짜 존예인데 사인을 좀 그렇네요..."

"...연습 많이 한건데..."

나는 조금 가슴에 상처를 받았지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질문을 꺼내기 위해 주변을 조금 둘러보았다.

"저기.."

"네?"

똘망 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아람을 향해 나는 본론을 꺼냈다.

"저기.. 저어기 있는 여성분 있지?"

매니저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조용히 앉아있는 시무룩이.

"아... 조이언니요..."

뭔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는 아람. 뭔가 사정이 있긴 한가보다.

"굉장히 시무룩해 보이는데 무슨일 있는지 알아? 아! 다른 생각이 아니라. 훈련하는데 집중 못하면 다칠 수도 있으니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게 아마 저희 방송을 보시지 않은 것 같은데..."

앗. 걸려버렸다. 확실히 나는 예능을 볼 시간이 거의 존재 하지 않았으니 할말이 없다.

"조이 언니는 참 착하고 순해요. 이번 예능에 처음 나오는 언니인데.. 걸그룹인건 아시죠?"

"...으응 아니 몰라 나 티비 볼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무튼 조이 언니는 걸그룹에서 막내인데 인지도가 별로 없다고 해요. 그래서 첫 예능에 목숨을 걸고 있는 상황인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질 않고 있어서 그래요. 다들 조이 언니가 열심히 하고 있다는건 잘 알고있지만 예능은 거의 앞가림만 해도 벅차서.. 다들 도우려긴하는데 이게 스포츠 예능이라 다들 자기 챙기기 바쁘다고 생각해요."

노력이 모두 결과로 나오는 법은 아니긴 하지만... 아무래도 저 조이란 친구는 상당히 급한 상황인가 보다. 아람의 말로는 시청자들 반응도 악플보다는 응원이 많긴 한가본데 아무래도 주목도가 그리 크지는 않다고 한다. 안타깝네.

"조이 언니가 최근까지는 제일 열심히 노력했어요. 촬영이 끝나고도 연습을 많이했다고 들었어요."

"본업이 아이돌인데?"

"그만큼 여기에 목숨을 걸고 있다는 뜻이겠죠. 그룹이 최근 성적이 좋지 못해요."

"으음..."

난 연예계는 잘모르기에 뭐가 더 중요한지는 모른다. 남의 사정에 끼어드는건 현명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내가 도울 수 있다면 돕는게 좋은거 아닐까? 게다가 미인이지 않은가! 자고로 미인이 곤경에 쳐해있다면 신사로써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 난 여자긴 하지만...

흐음... 안타까운 친구다. 노력하는데 결과를 받지 못하다니. 나와 정 반대가 아닌가? 나는 노력하지 않았는데 결과를 받고 스타트를 했다. 그러니 내가 해야할 건 단한가지가 아니겠는가?

나는 저 친구가 결과가 나오도록 도와야만 한다.

***

"자! 오늘 훈련은 김대범 코치님이 도와주시긴 하겠지만! 오늘은 스페셜 게스트인 지혜님의 주도 하에 움직이도록 할거에요!"

메인 MC님이 내 옆에 서서 진행을 했다. 내 저지 상의에 마이크가 달린 느낌이 꽤나 어색하다.

"오늘은 기본기를 확인 해 보도록 하죠. 모든 스포츠는 기본이 시작이고 끝인 법이니까요."

"에에~"

"우리 지금까지 기본기만 해왔는데!"

나는 슬쩍 웃고는 앞에 노인 공을 가지고 리프팅을 시작했다.

발 등으로 툭툭 차올리는데 자세에 흐트러짐이 존재하지 않는다. 길쭉한 다리를 쭉 뻗고 공을 올리다가 허벅지로 옮긴다. 양 다리를 번가라가면서 차고 다리를 빙글 돌려 회전시키며 발등으로도 옮기는데도 불안함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러다 머리와 어깨 그리고 등을 거쳐 심지어 뒷꿈치로도 리프팅을 한다.

멋있고 깔끔하게 공을 발앞에 놓고 모두를 둘러 보자 휘둥그래진 눈으로 멍하게 쳐다본다.

"뭐야 저게?"

"여태 게스트들 보다 훨씬 잘하는데...?"

"공이 몸에 붙어 있는 것 같아..."

"예쁘다..."

"와...와아!!!"

아람이가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하자 다들 따라서 박수를 치는데 표정은 멍함 그 자체다. 하긴 내 리프팅은 미친 피지컬과 미친 재능이 만난 미친 리프팅이라 웰링 유나이티드 동료들도 경악할 수준이였으니까 일반인들에게는 더욱 놀랄만한 수준이겠지.

나는 시묵룩이 조이를 향해 씨익 웃으니 그녀도 멍한 얼굴을 하다가 조금 눈빛이 달라지는게 느껴졌다.

'아이돌도 몸을 쓰는 직업이야. 한다면 못할게 없겠지. 나는 최고의 교보재가 되는거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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