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75화 (75/124)

〈 75화 〉 75화. 첫 방송 출연(3)

* * *

퍼엉!

한명씩 슈팅연습을 하고 있는 필드위. 나는 김대범 코치님과 함께 공을 굴려주며 한명 한명 관찰을 하기 시작했다.

"다음!"

김대범 코치님이 소리를 지르며 공을 천천히 굴려준다.

"하앗!"

열심히 쫄래 쫄래 달려와 공을 차는 아람. 작은 신체에 걸맞은 약한 각력으로 공은 또르르 굴러가기 시작했다. 귀엽네.

물론 나에게 코치 자격은 없겠지만, 그 동안 클럽에서 훈련했던 경험과 기억으로 여러가지 팁을 멤버들에게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것 중 하나가 프로 축구선수들은 그냥 고급 기술만 연마하는 줄 아는데, 이는 사실이 전혀 아니다. 매일 같이 진행되는 훈련의 대부분은 기본기의 반복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만큼 기본이란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을 끝까지 보고!"

생각보다 김대범 코치님은 이 프로그램에 진심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오늘 하루종일 그를 관찰한 결과. 훈련에 대충 대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꽤나 괜찮은 사람을 구한듯 하다. 어디 대학교 코치라고 하던데...

"흐음.. 저기 지혜씨"

"...네?"

생각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김대범 코치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범이 필요할 듯 하네요. 앞으로 훈련은 지혜씨가 시범을 보이고 멤버들이 따라하는 방식으로 가죠."

"그게 좋겠네요. 슈팅 부터 해볼까요?"

나는 공을 잘 모아두고 손을 탁탁 털고는 멤버들을 향해 걸어갔다.

지이이이이이긋

내가 다가가니 12명의 멤버들이 지긋이 나를 보는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리프팅을 할때부터 내가 뭔가를 하려고만 한다면 흥미로운 얼굴로 보기 시작한다.

"크흠.. 제가 먼저 시범을 보일게요. 힘은 따라할 수 없지만, 자세만이라도 집중해서 봐주세요. 천천히. 천천히 할게요."

""네!!""

꽤나 기합이 들어간 목소리로 대답하는 멤버들. 왠지 병아리들 같아 귀엽다.

"그럼 코치님?"

나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풀었다. 길쭉한 다리를 쭉쭉 피며 스트레칭을 하고 있으니 감탄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다리 진짜 길다 그렇치 언니?"

"그러게. 진짜 모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야."

"자자. 다들 집중!"

김대범 코치님이 잡담을 하는 멤버들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나에게 손짓을 하며 준비를 시켰다.

"흐음.. 저한테는 너무 가까워요."

멤버들은 평범한 여자들과 다름이 없기에 거의 페널티 스폿에서 공을 찼지만, 나는 조금 더 슈팅을 잘 볼 수 있도록 멀리 떨어지게 25m 이상 멀어졌다.

"자 그럼 시작할게요."

나는 몸을 가볍게 털어내고 자세를 살짝 잡고는 공이 굴러오는 걸 쳐다본다. 나는 속력이 꽤 빠르기 때문에 천천히 하기 위해서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공이 굴러온다. 천천히 공을 향에 달리는 모션을 했다. 거의 원래 속도의 3분의 1정도로.

공을 차기 직전 자세를 더욱 천천히 하면서 시선 처리와 다리의 움직임을 더욱 크고 확실하게 했다.

그리고 다리를 휘두른다.

콰앙!!!

천천히 했음에도 다리에는 굉장한 힘이 실려있어 공은 그대로 골대로 날아가 골망을 찢어발기듯이 빨려들어간다.

"와!!"

"우와..."

"...이제까지 나온 멘토들보다 훨씬 잘차는데?"

"쉿!"

감탄사를 흘리는 멤버들. 자세를 확실히 보기는 했을까? 걱정을 하며 돌아보았더니 다들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럼 다시 한번 해보죠! 자세 잘 봤어요?"

""네!!""

멤버들은 다시 공을 차기위해 줄을 서며 이동하기 시작했다.

나는 계속해서 진행되는 훈련을 보다보니 몇가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나는 예능 프로그램인데도 불구하고 훈련은 꽤나 잘 짜여저있고, 설렁 설렁하지 않는다. 가끔 지쳐서 투정부리는 멤버가 있기는 하지만 다들 진심으로 그러지는 않는 듯 하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의욕만 앞서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있다. 확실히 방송은 자극적이고 재미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시청자가 재밌어할 훈련들을 주로 하는 듯 한데 핀트가 잘 안맞는다는 느낌이다.

조금만 뛰어도 힘들어 하는 멤버들. 확실히 아이돌이나 가수쪽 멤버들은 기본적인 체력들이 있다보니 꽤 버티는 듯 한데 다른 예능인이나 배우쪽 멤버들은 상당히 힘들어 하는 느낌이다.

"저기 코치님."

"음? 네 지혜씨."

"체력 훈련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나는 지쳐서 필드위에 주저 앉아 쉬고 있는 멤버들을 손가락질 하며 말했더니 김대범 코치님은 씁슬한 표정으로 웃으며 답해주었다.

"다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 사정상 시간이 걸리는 훈련은 조금 어려워요. 물론 간단한 체력훈련도 하고있기는 하지만 진짜 스포츠인들처럼 체력훈련을 병합해서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죠. 다들 개인 훈련으로 알아서 맡긴다는 느낌이에요."

그런 사정이 있다니.. 확실히 주변을 둘러보니 필드는 커다랗지만 많은 카메라와 방송 스텝들이 들고다니는 방송 장비때문에 상당히 복잡하고 좁게 느껴진다. 확실히 이런 상황에서 체력 훈련을 병합하기는 무리가 따르기는 할 것 같다.

"그리고 개인 개인마다 일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또 문제가 있기도 하죠.. 아지만 결국 사회인 스포츠잖아요? 다들 노력하기는 하지만 프로 선수들 처럼 승부에 집착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이 멤버들이 다치지 않고 그저 스포츠를 축구를 즐겨주기만 했으면 좋겠네요."

오 꽤나 괜찮은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코치님이신 듯 하다.

"그렇군요. 저도 일주일뿐이지만 멤버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요. 코칭 경력이 없으니까 잘 부탁드릴게요."

"하하하! 이 것 또 굉장히 겸손한분이시네요. 영국에서 굉장한 활약을 하고 계신걸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멤버분들도 팬이라고 생각하고 잘 대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왠지 이 후덕한 체형의 코치님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이 코치님은 이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좋은 의미의 멘토가 되주실 것 같다.

***

"역시 사회인 체육의 꽃은 회식이죠!"

첫날 촬영이 끝나고 멤버들과 나는 한 음식점에 왔다. 확실히 사회인 체육의 목적은 건강증진과 인맥형성이 아닌가. 이런걸 싫어하지는 않는다.

"근데 근데 지혜씨. 진짜 운동을 어떻게 하시길래 그 정도에요?"

모델 출신 연예인인 한 멤버가 나를 향해 질문 공세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하... 그냥 열심히 했어요..."

몸을 들이대며 질문을 하니 나는 몸을 살짝 뒤로 빼며 당황해 했다.

"이 몸 좀 봐요! 이게 그냥 운동해서 나오는 몸이에요? 그치 언니들?"

"그니까 말이야. 혹시 복근도 있으신거아냐?"

"아까 저 스트레칭 할때 다리 한번 만져봤을때 돌덩이인 줄 알았다니까요? 와... 여자가 그 정도로 몸을 단련하려면 보통 노력으로는 안될텐데..."

"하하.. 감사합니다.."

"뭘요.. 저희 이 프로그램 하면서 한번도 이겨본적이 없는데.. 지혜씨 덕에 한번이라도 이겨 봤으면 좋겠어요!"

"맞아 맞아. 한번만이라도 이겨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으음.. 제가 방송을 안봐서 그런데 상대가 어떤 사람들이였어요?"

"대부분 일반인들이랑 대학선수들? 근데 다들 엄청 잘하더라구요.. 상대가 안되요. 골을 넣어도 더 많은 골을 먹혀서 맨날 진다구요."

"그래요? 그럼 골을 안먹히면 안 지겠네요?"

"그게 쉽지가 않아요..."

"흐음..."

나는 한가지 아이디어가 머리에 떠올라 멤버들 몰래 내 스마트폰으로 피디님에게 문자하나를 보내기 시작했다.

우웅...

금새 돌아온 회신에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눈치를 보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좋은 아이디어네요 지혜씨. 우리 프로그램에 흥미가 생기신 것 같아 저희도 기쁘네요! 자세한건 회의를 나눠봐야 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나는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는 피디님 때문에 흐뭇하게 웃으며 다시 앞접시에 누군가 놓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수다를 떨며 밥을 먹으니 금새 시간이 흘러 지나갔다.

호텔로 돌아갈 채비를 하며 짐을 챙기는데 조이가 나에게 슬금 슬금 다가온다.

"저기..."

"어? 조이씨 무슨 일 있으신가요?"

카디건의 앞섬을 두 손으로 꼬옥 쥐며 나를 올려다 보는데 너무나 귀엽다. 역시 아이돌이구나.

"그게... 오늘 저를 많이 봐주신거죠?"

"아아..."

오늘 확실히 조이를 집중적으로 봐준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자세를 코칭할때도 그녀를 따라가 많이 봐주기도 했고... 그래도 공평하게 해야하기 때문에 다른 멤버들도 많이 봐줬는데 이걸 눈치를 챈듯하다.

"...감사해요. 아람이가 말해줬는데 지혜씨가 저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계시고 있다고..."

"아람이가 입이 싸네요... 신경쓰지 마세요. 그냥 노력하시는게 보기 좋아서 도와드리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나는 손을 절래 절래 흔들며 신경쓰미 말라고 했다. 그래도 조이는 감사하다며 더 노력하겠다고 귀엽게 양손을 꼬옥 쥐며 파이팅 하고는 자신의 매너저의 차로 돌아갔다.

"으음... 지혜 바람피는 거야?"

갑자기 뒤에서 가은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와 깜짝 놀라 돌아보니 나를 보며 실실 웃고 있었다.

"아.. 언니 밥 먹고 왔어? 빨리 왔네?"

"응.. 호텔 밥은 이제 좀 질리는 것 같아서 국밥 먹고왔지!"

"오 국밥 좋지.. 다들 잘 먹어?"

"마야 공주님은 한국 음식에는 다 관심을 가지는 것 같아. 다 지혜 너 때문인거 같은데? 완전 바람둥이야."

"아하하하 그게 무슨소리야!"

나랑 가은 언니는 잡담을 하며 모두가 기다리는 호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