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1화 〉 81화. 가자! 올림픽으로!(3)
* * *
인천 국제 공항.
찰칵 찰칵!
인천 공항은 매일 매일 출국을 하는 스포츠 선수들과 올림픽을 구경하려는 여행객들 덕분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기자들 까지 몰리다 보니 얼마나 사람이 많겠는가.
인천공항 입구에서 부터 기자가 포진해 있을 정도였다. 올림픽 특수라는 건가 이게.
"우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그러게..."
수아가 가은 언니의 팔을 잡으며 말을 한다. 확실히 사람이 상당히 많아서 너무나 복잡하다. 대표팀도 다들 올텐데.. 일단 대표팀이랑 만난 후에 같이 이동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두리번 거리며 약속한 장소를 찾는데 신경을 쏟기 시작했다.
"으..으윽..."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경험이 적은지 마야 공주님은 얼굴이 새파래진 상태로 버거워해 했다. 그러게 경호원 데리고 편하게 일등석 타고 이동하라고 했는데도 굳이 나랑 꼭 가야겠다며 떨어지질 않더니.. 나는 그녀를 부축하며 레이첼씨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흐음.. 경호원을 쓰는 것도 나중엔 고민 해야 할 부분이겠네요."
레이첼씨가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으윽.. 두바이에선 내 경호팀에게 좀 부탁할테니까 걱정하지마요..."
마야 공주님이 힘들어하는 표정으로 말을 했다.
'하긴. 일행이 여자밖에 없기도 하고..'
일행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즐겁고 행복하기도 하지만 안전문제에 걱정이 생기기도 한다. 일행 모두가 여자이며 미녀들이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야할 지도 모른다. 세상엔 워낙 미친놈들이 많으니까..
"아아! 오셨군요!"
공항 한쪽 구석에서 여자 대표 선수들이 각자 짐을 잘 모아두고 체크인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벤 하이머 감독이 걸어와 우리를 반겨 주었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군요.. 꽤나 일찍 출발하는건데도 이정도면 늦게 출발 했다면 정말 고생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자신의 콧수염을 슬쩍 만지며 말을 하는 벤 하이머 감독. 그러고 보니 대표팀 선수들과 그다지 인사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제 부터라도 조금씩 친해져야겠다.
"나는 선수들이랑 인사를 좀 할게. 다들 쉬고있어."
"그래 알았어. 우리는 마야 공주님 좀 챙겨야 겠다.."
가은 언니랑 수아는 새파란 마야 공주님을 부축하며 넓직한 휴게실을 찾아 떠났고, 레이첼씨는 벤 하이머 감독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나는 내 짐을 가지고 선수들 사이로 들어가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
사실 처음 선수촌에서 부터 나에 대한 적대적인 시선은 존재 하질 않았다. 마치 보물을 보는 듯한 시선이라고 해야하나? 시선들이 너무나 번쩍 번쩍해서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어.. 반가워요. 이지혜라고 해요. 혹시 절 아시나요?"
나는 어색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20명이 넘는 여자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선수들이 참 많네.
"언니! 언니!"
저쪽 뒤에서 머리를 뒤로 묶은 포니테일 소녀가 방방뛰는 모습이 보였다.
"어...? 너는?"
어디서 본 얼굴인데 갑자기 생각을 하는라 머릿속에서 떠오르질 않는다. 아.. 빨리 생각 못해내면 실망할 텐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민을 하다. 자연스레 번개가 치듯 머릿속에 떠오른 소녀의 이름이 기억났다.
"신유정. 유정이 맞지?"
"네!! 맞아요!! 꺄아악!!"
자신의 뺨을 붙잡고 행복해하는 스포츠 소녀. 바로 얼마전 골때리는그녀들 촬영을 할때 상대했던 신정 여고 선수가 아니던가. 그때 듣기로 청소년 대표로 들어갔다고 들은 것 같은데.. 여기에도 오게 됬구나.
"반가워."
나는 손을 흔들며 씨익 웃었다.
"꺄아아악!!!"
"와.. 진짜 대박.."
"같은 여자인데도 반한다는게 이런 기분일까?"
그래도 거친 운동을 오래한 여자들이라 그런지 뽀송 뽀송한 느낌의 여자들이 아니라 거칠지만 와일드한 느낌의 건강한 여자들이 모여있다는 느낌이다. 대부분 햇빛에 피부가 타서 갈색의 피부를 가지고 있는데 나한텐 오히려 그런 모습이 멋있고 섹시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 피부는 그리 타지 않고 거의 하얗다고 생각이 될 정도로 우윳빛깔인데 왜 이런지는 나도 잘 모른다.
"...피부 좀 봐. 축구 선수 맞아?"
"저기..."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보이는 여성이 내게 다가온다. 조금 카리스마가 느껴지는게 본능적으로 이 대표팀의 주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아! 혹시 주장님이신가요?"
"네! 전 신유라라고 해요."
"어... 저기...."
"...맞아요. 저기 유정이랑은 자매에요."
나는 입을 쩌억 벌리고 말았다. 축구는 사실 경쟁이 심한 동네가 아닌가. 이는 여자 스포츠라고 해도 다를게 없다. 여자 축구 선수도 알고 보면 인구수가 상당히 많을 정도다. 그런데 자매가 나란히 국가 대표라니. 게다가 여자 축구는 남자 축구랑 다르게 올림픽 대표는 나이 제한이 없다. 그러니까 어마어마한 실력을 가진 두 자매라는 이야기이다.
"어어..."
"저도 지혜씨 팬이에요!"
"저기 말씀 편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나보다 뻔히 나이가 많아 보이는 선수가 나에게 존대를 하니 조금 불편하다.
"그래도 될까? 그리고 우리 대표팀은 서로 친하기 때문에 그리 존대를 하지 않아도 괜찮아! 여자 축구 쪽은 인맥이 좁다보니 다들 꽤 얼굴을 아는 사이기도 하고... 물론 지혜는 우리를 마주치기는 거의 불가능 하니까 모르겠지만..."
"하하하.. 그래도 저는 선배님들 존경합니다!"
나는 괜히 불편해 할까봐 막내의 자세로 다가가기로 마음 먹었다.
나는 주장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준 대표팀 저지를 건내받았다. 언제 준비한건지 태극무늬가 그려진 저지에 등뒤에는 내 이름이 영문으로 적혀있었다.
나는 이미 저지를 입고 있었기에 겉옷만 바꿔입었다.
"오! 역시 잘어울리네.. 스포츠 용품 모델해도 딱이겠다."
유라 주장이 나에게 엄지를 척 내민다.
주장과의 인사를 나누고 나는 짐을 같은 대표팀 선수들의 짐과 같이 놓고 자리에 앉아 선수들과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저기.. 지혜야. 이거 먹을래?"
"와아.. 근육봐.. 보충제라도 먹는거야? 평소에 어떤 운동해?"
"진짜 예쁘다.. 나랑 번호 주고 받으면 안될까? 나 지혜 팬이야!"
내 주변을 둘러 앉아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여자 선수들. 사실 걱정이 많았다. 왜 그런이야기 많지 않은가. 우리나라 대표팀은 선후배 각 잡는게 심해서 얼차려도 많이 하고 안좋은 대우도 많이 받는다고.. 그런데 40년이 되는동안 꽤나 많은 변화가 있었나 보다. 아니면 원래 여자 축구는 그런게 없었던지..
나는 그렇게 대표팀 선수들에게 공주님 취급을 받다가 비행기에 탑승하러 이동하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우리 축구 대표팀은 인원이 다른 종목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기 때문에 항상 이동에 주의해야했다. 괜히 우리가 잘 못들어가면 인원이 적은 종목 선수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기에 벤 하이머 감독님이 앞장서서 소수 인원 종목 선수가 있다면 먼저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흐음~"
레베카씨가 그 장면을 보더니 꽤나 마음에 들어하는 듯 했다. 레베카씨를 보다보면 이 사람은 인성에 상당히 민감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한게 커서 그런가보다.
우리가 탑승할 차례가 되어 슬슬 걸어가니 기자들이 몰려와 사진을 찍어대며 인터뷰를 요청해댄다.
"이지혜씨!! 이번에 목표 성적은 어느 정도입니까?!"
"이지혜씨!! 어째서 남자 대표에 들어가지 않으신겁니까?!"
"굳이 쉬운 여자 대표팀에 들어간 이유가 있습니까?!"
듣다보니 꽤 빡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기레기 기레기 하는건가? 왜 굳이 사람을 빡치게 할만한 워딩을 하는거지?
내 표정이 점점 안좋아지는 걸 눈치챈 레베카씨가 다가와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하고 싶은말 그냥 해도 되요. 뒷감당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셔 될 듯 합니다. 오히려 여기서 어그로를 끌어주는게 여자 대표팀에게 이득이 될 것 같네요."
그런 레베카씨의 말이 귓속에 들어오니 내 눈빛이 조금 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주장에게 손짓을 하고는 기자에게 다가갔다. 레베카씨는 감독님과 주장에게 다가가 내 의사를 전해주는 듯 했다.
"이봐요."
"...네?"
내 키가 180이 넘는데에 깔창이 꽤나 두꺼운 운동화를 신어서 거의 190 보일정도로 커보인다. 그러니 내가 위압갑을 보이며 헛소리를 해대는 기자들을 향해 내려보며 째려보니 압도당한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난 대충 하려고 여자 대표팀에 들어온게 아니에요. 말 그대로 국가를 대표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려고 대표팀의 요청에 응답한겁니다. 그리고 여자 대표팀은 쉽지 않습니다. 그걸 보여주도록 하죠. 다시는 그 허튼소리를 하는 입을 뻥끗 거리지 못하도록."
나는 손가락으로 기자를 정확히 가르키며 말을 쏘아 붙이고는 몸을 돌려 대표팀에게 돌아갔다.
찰칵 찰칵!!
"그래!! 왜 그딴 소리를 하고 그럽니까?! 다 같은 대단한 대표 선수들인데!"
"대표 선수들을 응원하지는 못할 망정!"
저들도 조용히 있더니 자신있게 이야기하는 나를 보고는 입을 여는 듯 보인다.
비행기에 탑승 준비를 하고 있으니 여행객들이 지나다니며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하는 걸 보았다.
"으음.."
"왜 그래 지혜야?"
어느새 가은 언니가 돌아왔는지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 마야 공주님이 상태가 괜찮아 졌는지 자신의 짐을 들고 저기서 쫄래 쫄래 수아랑 걸어오는게 보인다.
"...나 진짜 사인 어디서 배워야 하나? 재능이 없는 것 같아."
나는 혼자 또 끄적거린 사인 [이지혜입니다.].ver3를 가은 언니에게 보여주었다.
"...너는 참 신기하단 말이야. 어쨌든 그건 네 아이덴티티니까 혼자 고민해봐~"
가은 언니가 내 등을 툭툭 두들겨 주며 응원해줬지만 이것만큼은 도저히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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