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83화 (83/124)

〈 83화 〉 83화. 개막식(2)

* * *

아마추어리즘.

참으로 심오하고 어려워보이는 단어가 아닌가? 하지만 이 아마추어리즘은 올림픽을 관통하는 신념이기도 하다. 옛날엔 그래서 아예 프로 선수들은 참가도 불가능 했다는데.. 뭐. 이제는 상관 없는일이 아닌가.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꺼냈냐고? 그게 올림픽의 아마추어리즘은 봉사활동가들과도 상당히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이라함은 자신들의 노동력을 어떠한 금전의 대가를 받지않고 무료로 행하는 사람들인데.. 이게 올림픽의 아마추어리즘 때문에 돈을 써서 인부들을 쓰는 것보다 봉사자들을 부리기 수월한 변명이 되기도 한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물론 좋은 마음가짐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댓가를 받지 않기에 그들에게 어떠한 보상을 해주면 어떨까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들이 얼마나 힘든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여러 체험 후기를 보았을 때 그리 편한 일은 아닌듯 했다. 대우도 그리 좋지만은 않은 듯 해보이고.

봉사자에는 두가지 부류가 있다는데 현지에서 참여하는 현지 봉사자들이랑 각 나라에서 따라오는 각국 봉사자들이 있다고 한다. 물론 따라오는 각국 봉사자들이 훨씬 적을 뿐이다.

물론 나는 엄청난 거부가 아니기에 많은 사람들을 챙겨 줄수는 없겠지만 여자 축구랑 남자 축구 경기를 담당하는 봉사자들을 조금이라도 챙길만한 여유가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여자 축구 대표팀은 2주나 먼저 두바이에 도착했기에 많은 선수들과 봉사자들은 아직 선수촌에 도착하지도 않았다. 개막식을 준비하는 쪽에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데.. 오늘은 거기에 잠시 들러볼까한다.

"그래 가보자! 두바이까지 왔는데 맨날 훈련하고 호텔에만 박혀있는 것 보다는 나가서 관광도 조금 하는게 좋지!"

가은 언니가 내 생각을 듣고는 좋은 생각이라며 반겨준다.

수아는 할일이 많다고 하기에 시무룩해져 한번 안아서 토닥거려주고 일을 하러 떠났다.

레베카씨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처리할 일이 많기에 따라나서지는 못한다며 여러 당부를 하기 시작했다.

"절대. 절~~대로 선수촌 근처로 가지 마세요. 물론 저와 함께라면 상관없지만요.."

"어... 왜요?"

그래도 세계적인 선수들은 많기에 궁금해서 한번 방문하는 것도 생각했는데..

"...후우. 지혜씨도 이제 성인이니 이러한 문제에 관여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나쁜 영향에 물드느니 안가는니만 못하겠죠."

아 무슨 말을 할지 눈치 챘다. 선수촌이 아니라 섹스촌이라 했나. 물론 혈기왕성한 나이의 선수들이 만난다면 할게 하나밖에 떠오르지 않기는 하지만.. 뭐 난 그거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누구든 나를 힘으로 제압할 일도 없고.

"걱정하지 마세요. 그 근처에 갈일을 없으니까요. 아무튼 제가 봉사자들 한테 선물을 조금 주고 싶은데.. 좋은 방법 있을까요?"

"호.. 또 좋은 생각을 하시네요. 언론 플레이적으로도 상당히 좋은 생각입니다. 물론 그런건 별로 신경쓸 필요는 없겠지만요.. 봉사자들도 좋고 지혜씨도 좋다는 것이겠죠. 금액은 처리는.."

레베카씨가 중얼 중얼 거리며 필요한 예산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어머! 지혜씨. 섭섭하네요.. 절 빼고 그런 좋은 일을 하시려구요?"

내 어깨에 손이 올라와 고개를 돌리니 마야 공주님이 서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건 그냥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

"지혜씨가 할 일은 제가 할 일이기도 해요. 무슨말인지는 저도 잘모르겠지만요 후훗. 아무튼 그럼 저도 돈을 보태드릴테니 봉사자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자구요."

꽤나 좋은 인성의 공주님인듯 하다.

"이야.. 지혜가 좋은 일을 하니 좋은 사람이 모이는 거 아닐까?"

가은 언니가 실없는 소리를 하며 내 옆구리를 팔꿈치로 팍팍 찌른다.

"간식이랑.. 음료랑.. 이것저것 준비하면 그리 큰 금액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네요. 그럼 다 같이 장을 보러 갈까요? 이런건 직접 해보는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직접 발로 돌아다니며 챙겨준다라.. 그런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꽤 재미있을 것 같다.

그렇게 우리 넷은 간단하게 나갈 준비를 하고 장을 보러 나갔다.

"오셨습니까. 공주님."

평소에는 훈련장으로 향하는 버스를 타고 다녔기에 보디가드가 없었는데... 확실히 마야 공주님의 나라라서 그런가. 엄청난 떡대의 남자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차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으음..."

나는 이런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오히려 불편하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는 마야 공주님의 걱정어린 조언에 어쩔 수 없이 같이 다녔다. 오히려 같이 다니니 무거운 짐도 들어주는 착한 아저씨들이란 걸 알게되었지만...

"그나저나 공주님. 두바이까지 왔는데 가족들은 안봐도 괜찮아요?"

나는 두바이에서도 나와 함께 있는 공주님을 향해 걱정어린 질문을 던졌다.

"후훗. 괜찮아요. 그동안 저를 하도 싸고 돌아서 답답했는데... 가족들도 바쁜 사람들이라 제가 찾아가도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에요. 물론 나중에 인사는 하러 가봐야겠죠."

아랍 왕가의 공주님이 마야 공주님 혼자라고 했나. 확실히 그렇다면 엄청나게 이쁨을 받으며 싸고 돌긴 했을 것 같다.

"자!! 그럼 살 것도 다 샀고!"

가은 언니가 기지개를 쭈욱 피며 끼잉댔다. 커다란 리무진 3대를 꽉채우고도 짐을 실을 8톤 트럭을 불러 짐을 실어달라고 말하곤 8톤 트럭은 따로 마야 공주님이 붙여둔 비서 한명에게 임무를 던져주고 비서는 8톤 트럭과 함께 소중한 공주님이 내려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봉사자를 향해 핸들이 고장난 것 마냥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리도 그럼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는 곳에 가볼까? 축구쪽 봉사자들은 어차피 나중에 볼 수 있을 것 같고.."

"그래야지. 생각보다 돈도 별로 안들어갔네.."

확실히 축구 선수들은 주급이 어마어마하다는걸 이번에 체감을 하게 됬다. 예전의 나는 매번 축구 선수들의 주급은 엄청나다고 말만 들었지 실제로 받을 때도 체감이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간식이나 음료를 대량으로 구매를 해보니 확실하게 느껴진다. 내가 몇 개월간 지급받은 주급이 거의 사라지지도 않은 느낌이다.

"공주님이 도와주지 않아도 될 정도인데요?"

"후훗. 저는 물론 다른 걸 준비할거랍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 나라에서 진행하는 올림픽이니까요.. 봉사자분들이 깜짝 놀랄만큼 좋은 걸 준비해야겠죠!"

우리 마야 공주님은 다른 생각이 있으신가보다.

***

"어?!"

"와!!"

"...이거 저기저 부자들만 가는 백화점에서 파는건데.."

10대 청소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내가 짐을 들고 나누어주는 간식거리를 받고는 놀라한다.

"감사합니다!"

"와.. 진행 위원회에서는 이상한 빵하나 던져주고 끝이던데.."

"...난 그런거 못 받았는데?"

내가 나누어 준건 저렴한 간식거리가 아니라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고급 디져트들과 음료들이다. 급이 다르다고 해야할까. 내가 대량 주문을 원하자 곤란해 하던 직원의 얼굴이 떠오른다. 무슨 진상을 바라보는 직원 같았는데.. 마야 공주님이 나타나자마자 얼굴이 새하얘지며 태도가 변하긴 했지만.. 확실히 왕권이 존재하는 나라라는걸 실감하게 되었다.

"저기.."

서양인으로 보이는 성인 여성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 네."

나는 개막식을 준비하는 장소를 구경하며 돌아다녀야 하기에 바쁜데 왜 말을 거냐는 듯 퉁명하게 대답했다.

"아 저는 BBC 기자입니다. 개막식 준비를 촬영하고 있는데 뭐하시나 해서.. 제가 잘못본게 아니라면 웰링 유나이티드의 이지혜 선수가 아니신지.."

"오. 절 알아보시네요?"

"?!"

진짜일거라고는 생각 못했는지 깜짝 놀래는 기자 눈나.

"여기서 뭐하고 계신건가요? 훈련을 해야할 때가 아니신가요?"

"아니.. 이 더운 날씨에 고생하는 봉사자분들한테 간식이라도 드릴려고... 잠깐 짬내서 나온거에요."

내가 말을 마치자 마자 눈빛이 뒤바뀌는 기자 눈나. 갑자기 주변에 카메라가 들이닥친다.

"...그만! 방해하지 마세요. 저희는 그냥 좋은 의미로 나눠주고 사라질거니까 찍으실려면 조용히 찍고 계셔요."

가은 언니가 기자 눈나의 앞을 가로막고는 빠르게 말을 하고는 나를 이끌고 다른 봉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세상에.. 저렇게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라니.."

"...올림픽에서 봉사자들을 이렇게 챙긴 선수가 있었나?"

"토픽감이야!"

"노린걸까..? 아니야.. 이지혜 선수는 웰링주에서도 팬들 아끼기로 유명한 선수였지.."

기자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를 무시하고 아직 산더미 같이 남은 간식을 다시 들고는 개막식 장소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물론 우리를 막는 관계자가 있었지만 우리의 의향을 밝히니 오히려 기뻐하며 길을 내주더라 사고만 치지 말라는 경고한마디만 하고...

"끄응...! 역시 사람은 좋은 일을 하면 뿌듯해진다니까? 이래서 봉사자분들이 올림픽에 몰리는 걸까?"

"그렇겠죠? 후훗. 그래도 아직 못 만난 봉사자분들이 엄청나게 많다구요? 우리 목표는 앞으로 올림픽이 끝날때까지 모든 봉사자분들을 챙겨주는거에요!"

마야 공주님과 가은 언니가 팔을 크로스하며 결의를 다진다. 어째서 이 일에 이렇게 매진하게 된건가.. 어쨌든 좋은 일이 아닌가?

"그나저나 개막식에 돈을 엄청 쏟아붓긴 했나보네. 역시 돈 많은 나라라는건가?"

"후훗. 그래도 올림픽이 가지는 상징을 왕가가 무시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이럴때 묵혀 놓은 돈을 써야죠?"

한쪽에서 오로지 홀로그램으로만 칠해진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둥들이 눈에 보인다. 저 위에 오륜기를 홀로그램으로 띄울거라는데.. 진짜 굉장하다.

"더이상 보면 괜히 개막식이 재미없어질 듯 하니 이만가죠."

우리는 우리가 한 행동들이 어떠한 여파를 일으킬지 모른채 호텔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바로 며칠후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에 의한 두바이 올림픽의 봉사자에 대한 따듯한 선물의 폭풍이 불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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