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85화 (85/124)

〈 85화 〉 85화. 조별 리그(2)

* * *

"흐음..."

웰링 유나이티드의 알렉스 감독이 커다란 티비를 보며 턱을 쓰다듬고 있었다.

상당히 흥미가 깊은 듯한 표정으로 이지혜를 집중하며 관전했다.

"상당히 많은 발전이 보입니다.. 극적인 변화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평가겠네요."

재계약을 새로 작성한 수석코치가 한결 개운한 표정으로 알렉스 감독의 옆에서 말을 이어 나갔다.

"대한민국 팀의 점유율이 60퍼센트가 넘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는 군요."

경기는 전반 20분이 넘어가며 2대0의 상황이다. 이미 네덜란드 선수들의 멘탈은 상당히 좋아보이지 않았다.

"흐음... 패스... 패스라..."

전혀 생각하지 못한 옵션이 떡하니 선물 같이 날라와 안겨주니 기쁘기도 하지만 당황스럽기도 해보이는 알렉스 감독.

[아주 좋은 움직임입니다. 리퍼블릭 오브 코리아. 중원이 활발하게 움직여 전혀 방해가 없습니다.]

영국 스포츠 채널도 이지혜가 나오는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를 흥미롭게 생각하기에 방송을 하고 있다.

[이지혜 선수의 패스가 상당히 돋보이는군요. 강한 각력과 타고난 센스가 잘 어우러져 정확한 위치로 빠르게 공이 날라갑니다. 저걸 보시죠! 예술이지 않습니까?]

계속해서 라인을 내려가 공을 받고는 전방으로 뿌리는 이지혜. 확실히 영국에 있을 때와는 상당히 다른 스타일의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흐음.. 우리도 선택지가 더 넓어지게 되는건가?"

알렉스 감독이 자신의 감상평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게 단언하기엔 여자 경기지 않습니까?"

"내가 보기엔 영국에서 저렇게 플레이 하더라도 결과는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은데만?"

"하긴..."

수석 코치조차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티비를 보았다. 한편으로는 기적같은 재능을 가진 선수가 웰링 유나이티드에 알아서 걸어와준게 너무나 기쁘다.

"아무튼 지금 접촉하고 있는 선수들은 꽤 괜찮은 반응이지?"

"괜찮은 정도가 아닙니다. 얼른 합류하고 싶어 하더군요."

"...그 선수들도 부족한 선수들은 아닌데.. 사실 다운 그레이드 수준으로 오늘 걸텐데도."

"미래를 보는거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보기엔 그 클럽들에서 별로 못나가는 수준도 아니고 주전급들 아닌가."

"그러게 말입니다..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대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을 말리고 있나 봅니다."

"하하하핫. 진짜 웃기는 놈들이네."

2부리그로 승격을 하면서 새로운 빅네임들을 구해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우리 웰링 유나이티드를 맛있는 미끼로 보았는지 대어 몇 마리가 대뜸 물고 놓지를 않고 달려들고 있다.

"...전술도 새롭게 구상 해보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곧 프리시즌도 시작할테니까요."

"그렇지. 그렇고 말고.. 새로운 전술은 조금씩 손을 봐보자고.."

다음 시즌도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경기를 계속해서 관전하는 두명의 남자가 실실 웃는 소리가 웰링 유나이티드의 모니터룸을 조금씩 점령하기 시작했다.

***

[대한민국 여자 축구! 네덜란드를 4대0으로 대파! 이지혜 헤트트릭!]

[엄청나게 순조로운 출발! 남자 축구 대표팀과는 너무나도 다른 행보를 보여.]

[조별리그 조차 경우의 수를 따지기 시작한 남자 축구 대표팀.]

[이지혜 선수에 대해 알아보자!]

올림픽 첫째날의 경기가 모두 종료되면서 각종 기사들이 인터넷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 아무리 그래도 남자 경기랑 여자 경기랑 비교하는건 좀 아니지 않냐?

­ 그래도 이지혜가 남자 경기에 뛰었으면 더 잘했을 듯

­ 그러게 전술은 좋은데 선수들이 대충 뛰는데 너무하네...

­ 군대 가고 싶나보지 뭐 ㅋㅋㅋㅋ

­ 그래도 대표팀인데 응원 해줘라.

ㄴ ㅇㅈ 같은 나라 사람인데 우리라도 응원 해야지!

ㄴ 근데 대충 뛰면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짐

ㄴ ㄹㅇㅋㅋ

­ 와... 근데 이지혜라는 선수 진짜 잘하네. 나 이번에 알았는데 남자랑 축구 한다면서? 경기도 좀 찾아봐야겠다.

ㄴ 진짜 여태껏 뭐하고 살아왔냐...

ㄴ ㅋㅋㅋㅋㅋㅋㅋㅋ한국사람 맞누? 북한에서 넘어온거 아니냐?

ㄴ 그러게.. 일때문에 바쁘게 살았더니 이런 개쩌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도 모르고 살았다니... 진짜 슬프네

ㄴ ...임마 앞으로 잘 챙겨보고 살어. 스트레스 싹 사라진다.

ㄴ 이거 ㄹㅇ이다.

첫째날 경기를 망쳐버린 남자 대표팀과 완전히 대박을 터트려 버린 여자 대표팀이 비교를 당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다. 불만 있으면 더 잘 뛰었으면 될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아름다운 스포츠십.]

경기에서 압도적인 패배를 당해 멘탈이 터져버려 울어버리기 시작한 네덜란드 선수들을 달래며 함께 퇴장을 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사진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크... 인성들 진짜 좋네.. 여자 축구는 인성 문제 터진적이 거의 없지?

ㄴ그치..

­ 이런 좋은 모습만 보여줘라. 응원을 왜 안하겠냐.

[영국에서 먼저 알려진 이지혜의 선행! 두바이 올림픽 자원 봉사자에 대한 선행!]

이지혜가 커다란 봉투를 직접 메고 돌아다니며 자원 봉사자들에게 간식거리를 나눠주는 사진이 갑자기 기사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 기사는 영국에서 먼저 퍼지기 시작한 사진을 그대로 가져와 기사로 올린 것이다.

­ ???

­ 이지혜 선수 맞지요? 이런 선행을 하는 선수라니.. 정말... 주모오오오!!!!!!!!!!!!!!!

ㄴ 주모 이미 쓰러지셨답니다.. 알아서 처 먹으래요...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이렇게 시도때도 없이 국뽕 주사를 놓아주다니.. 넘나 좋은 것...

­ 와.. 훈련하느라 바쁠텐데도 돌아다니면서 봉사자들 챙긴다고...? 대단하네..

­ 이렇게만 살아주라.. 평생 빨아줄게...

[이지혜의 선행을 따라하기 시작한 전세계의 선수들.]

여러 선수들이 지나가는 봉사자들에게 선물 하나씩 쥐어주거나 사인을 해주며 살갑게 굴기 시작한 사진들이 SNS에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언론플레이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선행은 선행. 좋은 일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기에 올림픽은 점점 축제에 걸맞는 분위기를 갖추어 가기 시작했다.

­ 역대급 올림픽인 듯.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음.

­ 그러게.. 항상 올림픽만 하면 문제 하나쯤은 터지기 마련이였는데..

­ 그래도 좋은 소식만 들려왔으면 좋겠다! 메달따자 한국 선수들!!!

***

2주간 여자 대표팀과 훈련을 하면서 강렬하게 느낀게 있다. 남자 축구랑 여자 축구는 룰만 같지 거의 다른 스포츠를 한다는 느낌이들 정도로 다르다.

가장 놀란건 패스의 퀄리티가 웰링 유나이티드의 선수들 보다 뛰어나다는 점인가. 상당히 놀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패스 수준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점이.

여자와 남자의 차이인 걸까. 스타일이 다른 축구에 나는 굉장이 혼란스러움을 느꼈지만 그 혼란은 곧 나에게 다가와 커다란 재능으로 변했다.

나는 그 동안 패스에 재능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느낀건 내가 재능이 없었던게 아니라 참고할 만한 멘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웰링 유나이티드에는 특출나게 패스가 뛰어난 선수가 있지는 않았으니까.

그러니 2주간 매일 같이 받아온 패스가 하나 같이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보니 내 몸도 거기에 적응 했다는 것일까. 내가 생각해도 상당히 뛰어난 패스 실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여자 선수들의 퀄리티있는 패스에 힘이 실리니 미쳐버린 패스로 변질된 듯한 기분이다.

"끼야아아악!!"

"우리가 이겼어!!"

그러니 네덜란드를 압도적으로 이긴건 한편으로는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 조별 리그 경기가 끝나자 대표팀 선수들은 상당히 기뻐하며 호텔에서 자축을 하고 있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긴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이 대표팀은 메달권까지는 수월하게 올라갈 듯 하다. 약점이 딱히 느껴지지 않는 팀이라고 해야 할까? 유일한 단점이라고는 피지컬인데 여자 축구 세계에서 피지컬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느낌은 아니다.

"다들 아주 좋은 플레이였다. 특히 이지혜 선수 최고 였다."

벤 하이머 감독님이 아주 밝은 미소로 나에게 따봉을 날렸다.

"진짜! 클라스가 다르다니까? 연습때도 느끼긴 했지만, 실전은 더해! 공이 살아서 움직이는 기분이였다니까?!"

신유정이 소름끼친다는 듯이 자신의 팔을 쓰다듬었다.

신유정이 말을 하자 네덜란드 전의 기억이 대표팀의 머릿속에 다시 재생되는 듯 했다. 귀신들린 듯이 뻗어오는 공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공이 정확하게 날라온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힘이 실려있기에 이런 스피드의 공을 경험해보지 못했던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을 하는 동안 빠르게 지혜의 공에 적응을 해야만 했고, 다행이 그 결과가 네덜란드 전에서 나타난 것이다.

"진짜... 지혜 없었으면 이렇게 큰 차이로 이기지 못했을 거야.."

주장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슬며시 웃는다.

"다음은.. 브라질이야. 삼바축구를 상대로 얼마나 대활약을 해줄거니?"

주장이 내 어깨를 붙잡고 씨익 웃는다.

"흐음.. 제 상대는 안될거에요."

브라질이든 외계인들이든 여자 축구 대회에선 내가 고전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팀 분위기만 잘 이끌어나간다면...

"다들 휴식을 잘 취하도록."

감독님이 우리가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주었다.

"다들 마사지 꼭 받고 들어가도록 해."

우리는 마야 공주님이 준비한 극진한 대접들... 이라고 하기엔 그냥 대단한 스포츠 마사지사들이나 최신식 기기로 케어를 받으며 최상의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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