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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87화 (87/124)

〈 87화 〉 87화. 조별 리그(4)

* * *

둥~ 둥~ 둥~

브라질 국민들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북 같이 생긴 악기를 두드리고 있다.

나는 키퍼 장갑을 고쳐 착용하며 앞을 둘러보았다.

일자로 서있는 대한민국 선수들과 브라질 선수들.. 브라질 선수들은 당연히 골을 넣을 거라고 생각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선수들은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브라질 선수들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위해 필사적인 모습이였다.

"흐음..."

나는 페너티키커로 나선 선수를 노려보며 기억을 떠올렷다.

[아틀레이씨. 잘 지내시나요.]

[오호 우리 루키가 왠 일로 전화를 한거지? 오늘 무슨 날인가?]

평소 진중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틀레이가 꽤나 장난스런 목소리로 전화를 받을걸 보니 나도 꽤 팀에 녹아들은 기분이다.

[루키는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았나? 지금 한가해서 전화한거야?]

[아뇨... 하나 궁금한게 있어서 여쭤보려고 전화했죠.]

[하하! 그럼 그렇지. 그래서 뭔데?]

[그... 실례가 안된다면...]

[...]

나는 혹시나 상당히 실례되는 질문이 아닐까 고민하다가 그냥 확 물어보기로 결정했다.

[PK 상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건가요?]

[으음..? 하! 골키퍼라니.. 설마 올림픽에서 골키퍼로 출전할 생각은 아니겠지?]

[아뇨 아뇨! 그냥...]

[하하하 별로 상관없어. 뭘 하든간에 우리 루키는 웰링의 스트라이커인건 변함없을테니까. 어쨌든... 흐음... 그런걸 깊게 생각해본적은 없는데...]

[...]

아틀레이씨가 깊게 고민하는 느낌이 들었다. 나를 위해 이렇게 까지 고민해 주시다니.. 상당히 좋은 인성을 가진 선수임은 확실한 듯 하다.

[난 이렇게 생각해. 어쨌든 페널티킥 상황은 확실히 실점 위기가 압도적인 상황이지... 그래서 나는 상대방을 죽여버릴 생각을 해.]

[...네?]

죽여버린다니 상당히 과격한 표현이 나왔다.

[말이 그렇다는거지 하하!! 그래야만 페널티키커에게 위압감을 낸다고 생각을 하거든.. 뭐 골키퍼 마다 다르겠지만.. 기술이나 위치선정? 이런건 기본적인거라고 생각해.]

[...감사합니다.]

[아니야. 하하 난 루키가 나한테 상담을 요청할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건 좋은 안줏거리겠구만.]

[...소문은 내지 말아주세요.]

[올림픽에서 엉망진창인 실력을 보인다면 바로 소문을 낼거야. 잘하라고! ...다들 지켜보고 있으니까.]

[...네!]

나는 기억을 떠올리고는 내가 가장 위협적으로 보이도록 두팔을 넓게 벌리고 자세를 낮추고는 상대방을 죽여버릴 생각을 강하게 하기 시작했다.

***

흠칫

'뭐...뭐지?'

대한민국팀에서 조심해야할 선수는 바로 이지혜. 한명뿐이란걸 브리핑때 듣긴 했지만 골키퍼로 나올거라곤 상상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필드 플레이어이면서 공격수. 골키퍼를 수준급으로 할리는 없다는걸 잘 알지만 어째서 PK상황에 골키퍼로 나오는 것인가. 나는 필드 플레이어가 PK상황에서 골키퍼로 교체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괜찮아! 별거 아니야! 그냥 자신있게 차!"

"저년은 공격수야! 저 짓거리를 하는 것도 팬서비스 같은거겠지!"

"그래! 자신의 팀 동료 자리를 뺐어 가면서까지!"

내 팀 동료들이 나를 격려해주는 말을 격하게 하다가 주심에게 경고를 받는다.

'그래.. 뭐 별거있어? 공격수가 골키퍼를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어?'

확실히 이지혜는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잘해봤자 같은 여자라고 생각했건만, 그녀의 실력은 상상이상이였다. 하지만 공격수와 골키퍼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

'후우... 별거 없어. 별거 없다고! 저길 봐 골대가 저렇게 넓... 은...?'

쿠우우웅...

무언가 엄청나게 두려운 기분이 등골을 타고 올라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흐...흐윽?"

나는 떨리는 턱을 간신히 고정시키고 고개를 들어 골키퍼를 쳐다보았다.

"....!!!"

맹수. 괴물. 이러한 공포적인 존재가 머리에 떠오를 정도로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건 둘째 치고 뭔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압도감이 느껴졌다.

주심이 일차적인 신호를 주었다. 앞으로 수초 안에 다시 휘슬을 불며 차라는 신호를 보낼 것이다.

나는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고 머리를 휘젓고는 다시 골대에 집중을 해보았건만...

'...골대가... 이렇게 좁았나...?'

심리적으로 압박감을 느끼는 것일까. 평소에는 그렇게 넓고 커보이던 골대가 너무나도 좁고 골을 넣기 어려워 보였다.

삐익!

주심이 차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는 차야만 한다. 이럴 땐 방법이 없다. 내가 자신있는 슈팅을 해야 한다.

투두둑 탁 쾅!!

"하핫"

심리적인 압박감이 느껴진게 거짓말 같이 최고의 슈팅을 찼다는게 공을 차자마자 느껴졌다. 이 정도 슈팅이면 야신도 못 막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

이지혜가 정확한 자세로 다이빙해서 공을 품안에 안았다.

와아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내 귓가를 때린다. 나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이리 저리 시선을 돌리다 팀 동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신차려!!! 돌아가야 해!!"

나는 그때 정신이 번쩍들며 고개를 뒤로 돌리니 빨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달리고 있고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그 뒤를 쫓고 있었다.

****

"막....막았습니다!! 이지혜 선수우우우!!!"

"엄청난 슈퍼세이브!! 상당히 좋은 슈팅이였는데요!!"

[우와아아악!!!]

[와 씨발 막았어]

[개쩐다 진짜. 공 존나 잘찼는데 그걸 막네]

[ㅋㅋㅋㅋㅋㅋ이게 우리 마리눈나 클라스다 브라질놈들아]

[대한민국을 모른다고? 그럼 이제 알겠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정의구현...?]

해설진들도 난리가 났다. 그만큼 페널티킥은 막기가 정말 어렵다. 누구는 야바위놀이라고 폄하할 정도지만 그렇지 않다. 페널티킥은 골키퍼와 키커의 여러가지 신경전이 펼처지는 하나의 전쟁이다.

"잘막았습니다. 하지만 필드에 이지혜 선수가 다시 들어가려면 한번 경기가 중단 될 필요가 있거든요? 그래서 대한민국 진형에서 교체 선수를 준비하는 모습입니다."

"음...? 선수들 뜁니다?!"

대단한 슈팅을 막았다는 여운을 느낀지 얼마나 지났다고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은 이지혜가 공을 막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기 시작했다.

센터박스에는 센터백 두명만이 있었고 그들을 둘러싸고 달리기 시작한 5명의 선수들.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이다.

콰아아앙!!!!

"키퍼가 찹니다!!!"

이지혜가 공을 들고 재빨리 차니 무슨 대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서 여자 선수들과 이지혜의 차이점이 극명하게 보였다. 여자 골키퍼가 골킥을 들고 차야 그리 멀리가지 않는데 이지혜가 찬 공은 센터 서클을 지나서 쭉쭉 뻗기 시작했다.

"멀어요!! 잘 찼습니다!!!"

신유정. 신유라 등등의 선수들이 공을 눈으로 한번 슬쩍 보고는 좌우로 펼처지며 센터백들을 교란시켰다. 공을 소유하게 된건 신유정.

"이건 넣어야죠!! 페널티 박스에 우리 선수들이 훨씬 많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이 아무리 쫓아와봤자 한참 전에 출발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먼저 도착하는건 당연한 일. 브라질의 골키퍼는 멘탈이 나간 표정으로 누구를 막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신유정이 센터백을 간단히 제쳐버리고 키퍼 앞을 지나가는 빠른 패스를 시도 했고 뒤 쫓아 달려오던 신유라가 발만 가져다 대서 골을 만들어 냈다.

이야아아아아!!!!

신유라가 골을 넣고 필드를 가로질러 이지혜에게 달려와 안겼다.

빨간색 물결이 이지혜에게 몰려 달려와 그녀에게 달려들어 안기는 모습이였다.

"완벽한 카운터 어택입니다!! 브라질은 센컨드 볼이나 다른 공격 찬스를 생각했겠지만 이미 우리 자랑스런 대한민국 선수들은 그걸 예상 했었군요! 이건 완벽하게 작전되있는 상황이였다는 겁니다!!"

이기영 해설위원이 상당히 흥분한 모습으로 크게 소리를 쳤다.

"신유라. 신유정 자매가 골을 나란히 기록하는군요. 자랑스러운 자매입니다!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바이에 거주하던 대한민국 관중들은 여자축구 팬이 아니지만 그래도 응원하러 왔건만,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에 의해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정신이 나간듯한 모습으로 태극기를 이리저리 휘두르며 소리를 꽥 꽥 질렀다.

"하하하. 누구는 저 자매가 인맥으로 대표팀에 들어간거 아니냐 라고 폄하를 했지만 오늘로 그런 말은 쏙 들어가겠군요! 대한민국 대표팀이 그 브라질을 상대로 2대0으로 리드해 나갑니다!"

"골을 넣은 장면도 상당히 인상이 깊었지만 이지혜 선수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죠? 하하하 두 경기간에 모든 골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죠.. 이게 젊은 친구들 말로 하드캐리가 아니겠습니까?"

경기를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으니 해설진들도 분위기가 좋아져 편하게 해설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지혜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팀을 능가하는 선수는 없다는 격언이있는 스포츠다 보니 브라질이 상대라 조금 걱정을 하긴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로 보여주는 이지혜가 참으로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이기영 해설위원이였다.

"리플레이가 나옵니다. 페널티킥 상황이군요."

"...경력이 일천한데 기본기가 탄탄한 모습입니다. 상대의 킥 방향을 정확히 읽었고, 공을 안정적으로 캐치합니다. 이게 쉬워보여도 전혀 쉬운게 아니거든요?"

"그렇습니다. 이 한골의 의미가 중요한 상황이였습니다. 이걸 먹히면 대한민국 팀은 또다시 한골을 추가하기 위해 무리를 해야했겠지만... 브라질은 이 골을 넣지 못한 댓가가 더 크게 다가와 버렸습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다시 멘탈을 붙잡지 않으면 경기는 어려워질 것입니다."

브라질 선수들은 상당히 멘탈이 터져버린 모습이였다. 이지혜가 압도적인 패스로 골을 만들어 내더니 압도적인 세이브로 골을 막아버린다. 이렇게 경기에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를 본적이 없다. 도저히 어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이였다.

경기가 잠시 중단된 사이에 이지혜가 다시 천막으로 들어가 유니폼을 갈아입고 필드로 유유히 걸어나왔다. 그런데 복귀하는 위치가 내려 앉은 세컨드 스트라이커의 위치가 아니라 원 톱. 신유정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까지 내려왔다.

그렇다. 아직 브라질의 지옥은 시작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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