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88화 (88/124)

〈 88화 〉 88화. 조별 리그(5)

* * *

브라질. 삼바축구의 종주국.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환호성을 지르게 하는 플레이를 사랑하는 민족들이다.

삼바축구? 나도 상당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축구다. 왜냐고? 진짜로 멋있거든! 그게 현실적으로 실용적인지는 둘째치더라도 각종 영상을 찾아서 보기만 하더라도 상당히 재미있다.

나도 축구계에 발을 담구기 전에 많이 찾아봤고 사랑에 빠질정도였다. 격한 몸동작이 눈을 사로잡고 화려한 발재간이 소름이 끼치도록 멋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나도 브라질리언들 만큼 화려한 드리블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브라질 선수들이 상당히 열심히 훈련한 듯한 드리블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나는 코웃음이 나올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졌다. 확실한건 브라질리언들이라 화려한 발재간의 드리블 스킬을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그들은 가장 중요한걸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거의 반코트 상태로 진행되기 시작한 경기는 언뜻보면 브라질이 상당히 유리해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바로 느껴진다.

미드필더 진영에서 페널티박스까지는 열심히 뚫고 가지만 정작 확실한 공격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는 브라질 선수들의 멘탈이 금이가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흠..'

나는 저 브라질리언이 되다만 브라질리언들에게 진짜 브라질리언 스킬을 보여줄 생각이다.

공을 멀리 처리한 공이 나를 향해 날라오기 시작한다.

나는 간결해 보이지만 한껏 멋을 부리기 시작했다. 이는 팬들에 대한 쇼맨십이기도 하다. 이딴 공놀이로 돈을 벌 수 있는건 오로지 팬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

공을 뒷꿈치로 트래핑 해서 내 앞으로 백스핀이 걸려 굴러온다.

내 앞을 잔뜩 긴장한 미드필더들이 막으러 달려오지만 나는 나를 잘 보라는 듯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부족한건...'

나는 공을 살살 발로 끌며 상대 선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내 주변엔 동료들이 가까이 위치하고 있지 않다. 이미 사전에 내가 원 톱으로 올라가면 혼자 만들어나가는 플레이를 하기로 약속한 상황.

내 발 밑에서 공을 빼낼 타이밍을 보는 선수를 보다가 나는 격한 스텝오버를 위해 왼 다리를 휙 차돌린다.

'반드시 뚫어 버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나는 발을 되돌림과 동시에 몸을 왼쪽으로 강하게 틀어재끼며 흉흉한 기운을 퍼트리기 시작했다.

"...!!!"

내 몸에서 반드시 지나가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는지 내가 왼쪽으로 움직임과 동시에 같이 움직이고 마는 브라질 선수. 이런게 너희들은 부족하다.

왼쪽으로 움직여버린 브라질 선수덕에 휑 뚫려버린 오른쪽 길. 나는 공을 오른쪽으로 차내며 달리기 시작한다.

"porra!! nao!!"

당황한 표정으로 내 팔을 잡아끌려고 손을 뻗지만 이미 나는 지나치고 없다.

식겁한 표정으로 내 앞을 막아보려 달려오는 센터백들은 이미 간격이 멀기에 그들을 피해갈 길이 있었지만 나는 굳이 그들을 상대하려고 잠시 멈췄다.

"nao se apresse!"

여전히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포르투갈어를 계속 사용해서 이해할 수는 없지만 대충 나한테 달려들지 말라는 뜻일 것이다.

나는 한명이 내 앞을 가로막고 다른 한명이 살짝 뒤로 물러선 형태의 수비를 앞두고 공을 슬슬 끌며 다가가기 시작했다. 이미 페널티 박스 라인 코앞이다. 이 둘만 제쳐버린다면 반드시 골이 들어가고 말것이다.

***

"이지혜 선수가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한명을 제치고 달려갑니다!"

"이지혜 선수가 공을 잡고 잠시 상황을 지켜보는군요... 제가 보기엔 그 전에 뚫어 낼 수 있을 것 처럼 보였거든요?"

"공을 살살 끌며 다가갑니다. 무엇을 보여줄까요!!"

이지혜의 드리블 실력은 이미 대다수의 축구팬이라면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브라질리언들의 앞에서 얼마나 대단한 드리블 스킬을 선보일지 너무나 기대되는 해설진들이였다.

이지혜가 슬쩍 웃더니 스텝오버를 하며 왼쪽으로 치고간다. 그에 당연히 빨려들어가는 수비수들

왼쪽으로 완전히 치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순식간에 왼쪽으로 굴러가는 공을 오른발 오른쪽 부위로 공을 멈춰 세우고 다시 오른쪽으로 라 크로게타로 움직인다.

[와 씨... 존나 빨라]

[ㅋㅋㅋㅋㅋ드리블 수준 차이나는거 보소 누가 브라질리언임?]

너무나 자연스럽고 화려한 좌우 변화에 브라질 수비수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고 만다. 하지만 백업 수비수가 한명 더 있는 상황.

이지혜는 백업 수비수가 달려들자마자 백 힐 플릿 사포라는 처음 보는 사람은 무슨 서커스를 보는 듯한 느낌의 드리블을 시도해 제껴버렸다.

"우와아아아!!! 백 힐 플릿 사포입니다! 수비수의 키를 완전히 넘겨버리고 치고 나갑니다!!"

이지혜는 공중에 떠있는 공을 앙증맞게 엉덩이 아랫부분으로 오른쪽으로 굴러가게 트래핑을 하고는 바로 강한 슈팅을 때렸다.

콰앙!!!

나에게서 눈을 때지 않고 있던 골키퍼가 최대한 공을 끝까지 쫓으며 막아보려 했지만 워낙 슈팅이 강력해 손끝에도 스치지 못하고 골망을 찢어 발기듣 들어가버렸다.

"들어갑니다!!! 수비수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버립니다!! 3대0!! 경기는 브라질에게 절망적으로 흘러갑니다!!"

이야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경기장의 4분의 1정도를 채운 관중들이 경기장이 무너질것 마냥 크게 환호성을 지른다. 이에는 대한민국 사람 뿐만 아니라 브라질 사람들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브라질 선수들은 주저 앉은 채 관중석으로 달려가는 이지혜의 등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는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누구는 경외심을 가진 표정으로... 누구는 황홀한 표정으로...

"대단합니다!! 여태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다양한 드리블을 보았지만 백 힐 플릿 사포를 실전에서 사용하는 선수는 처음 보는군요!!"

보통 사람들을 사포라고 하면 네이마르를 많이 떠올리고 기본적인 공을 끌고와 중심발로 차올려 키를 넘기는 기술로 많이 생각한다.

하지만 이지혜가 사용한 사포는 상당히 화려해 보일 정도 였다.

"리플레이.. 리플레이가 빨리 나왔으면 하는군요!!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입니다!!"

화면에는 이지혜가 대한민국 관중들 앞에서 삼바 춤을 추고 있었다. 누가 보면 상당히 무례한 행동일 수도 있으나 브라질 사람들을 오히려 좋아하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리플레이가 나옵니다. 잘 보시죠. 오른발로 공을 툭 차서 중심을 잡던 왼발로 공을 뒤로 띄우는군요. 그 상태에서 다시 오른발 뒤꿈치로 키를 넘길만큼 차올립니다. 이야...."

이기영 해설위원이 리플레이를 보면서 박수를 짝짝 친다. 굉장히 감탄이 나올만큼 대단한 광경이다.

[나.. 지린 것 같아...]

[시발 저 사포가 문제가 아닌데? 그전에 메커니즘이 미쳤음 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탭오버. 라 크로게타. 백 힐 플릿 사포? 무슨 게임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눈나 나 죽어... 진짜 심장 뛰다가 터져서 죽을 것 같아...]

[이번 올림픽으로 처음 본 선수인데 진짜 잘하네요... 웰링 유나이티드라는 팀은 어디 여자 축구에 소속 되어 있나요?]

[??? 뭔 소리야 ㅋㅋㅋㅋㅋㅋㅋ]

[참고 : 웰링 유나이티드는 영국 리그 2부인 챔피언십 리그 소속 클럽이다]

[남자랑 축구를 뛰던 선수라고?? 헐랭]

[아직도 모르는 사람 많았구나...]

채팅창에는 이지혜 소속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정말 엄청난 골이였습니다. 잘 하면 올림픽 최고의 골로 선정될 가능성이 있겠네요."

"그렇습니다. 아 시청자분들께서 이지혜 선수의 소속팀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 것 같군요. 이지혜 선수는 영국 남자 축구리그의 2부인 EFL 챔피언십에 소속된 웰링 유나이티드라는 클럽에 소속되어있습니다. 저번에도 설명 드리긴 했지만 이미 실력은 영국에서 많이 입증되어있는 선수죠."

[ㄹㅇㅋㅋ 일반인들은 아직 많이 모른다는 거지.. 슬프다.]

"이번 시즌에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노린다고 하는데.. 그렇게 된다면 인지도가 급상승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죠. 아무래도 이미 빅 클럽들을 상대로 실력을 입증한 전력이 있는 선수거든요? 팬 분들은 1부 리그 클럽으로 이적을 원했지만 원 소속 클럽에 대한 애정이 많이 컸는지 잔류를 희망했죠."

"상당히 프로페셔널한 마인드를 확인 할 수 있는 부분이였습니다."

전반전에 이미 3대0 상황을 만들어 버린 대한민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후반전을 준비 하기위해 라커룸으로 돌아갔고 브라질 대표팀은 꽤나 절망스런 표정으로 라커룸으로 돌아갔다.

***

"이지혜는 교체하도록 하지."

"으음.. 그러죠."

사실 교체 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실제로 나는 이제 막 몸이 풀린 기분이였고. 하지만 감독님의 생각이 뭔지는 잘 알겠다. 앞으로 남아 있는 경기가 워낙 많으니.. 우리 대한민국은 조별 리그 1위가 거의 확실시된 상황. 물론 다음 경기를 치뤄봐야겠지만 이미 골득실이 앞도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이다보니 살인적인 올림픽 일정을 대비해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 싶으실거다.

"....그래"

꽤나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벤 하이머 감독님.

"감독말을 잘 듣는 선수는 언제나 최고지. 확실하게 휴식을 취해주게나. 자네는 우리 대표팀의 보물 같은 존재니까. 아 물론 다른 선수들도 보물이지 오해하지말도록"

하하하

감독님의 농담이 선수들을 웃게 만든다. 승리하는 팀의 분위기가 생기고 있었다.

'금메달... 그리 어려울 것 같지는 않아."

나는 그리 생각하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외국에서 나의 실력에 대한 극찬이 터지고 있는 줄은 이때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