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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90화 (90/124)

〈 90화 〉 90화. 올림픽을 여행하다(1)

* * *

대한민국은 3경기를 전부 승리를 따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는 전반에만 출전해서 간단하게 헤트트릭을 달성하고 또 교체로 나왔다.

이번에는 딱히 화려한 드리블을 사용하지 않고 네덜란드전과 마찬가지로 패스 감각을 익힌다는 느낌으로 뛰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팬들을 좋아 죽으려고 했지만..

사람들은 내가 풀경기를 뛰는 것을 기대하고들 있었겠지만, 어쨌든 선수기용은 감독의 권한이니 나는 따를 뿐이다. 괜한 소란을 피울 필요는 없으니 수용하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올림픽은 매우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별다른 사건사고 없이 단순히 최고의 경기 실력만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올림픽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나도 훈련이 끝나면 숙소에서 다른 경기를 시청하며 즐기는 나날이 많았다.

보통은 저녁에는 실내 경기가 많이 실시되기에 색다른 경기를 보는 재미도 있다.

남자 축구는 생각보다 별로 재미가 없었기에 대충 대충 하이라이트만 챙겨보는 편이였다. 내가 아는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가 없기도 했고.

월드컵이라면 엄청난 월드클래스들이 출전해서 보는 재미가 많았겠지만 올림픽은 선수들이 조금 기피하는 편이라 명성이 널리 알려진 선수는 그리 많지 않을 정도였다.

"지혜야."

스마트폰으로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을 찾으며 시간을 죽이고 있던 나에게 가은 언니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응?"

"내일 쉬는 날이지? 다른 경기 관전하러 갈래? 그래도 올림픽 개최지까지 왔잖아?"

"좋지! 맨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으려니 몸이 찌푸둥해서 죽을 것만 같네. 훈련이라도 하면 좀 나았을텐데.."

"맨날 훈련을 할 수는 없잖아? 숨도 돌려야지. 그럼 오늘을 일찍 자. 내일 보자... 내일 오전에 농구 경기가 있는데 그거 보러갈까? 다른건 다 경기장이 외부에 있어서 멀리 가야해."

"농구 좋지!"

왕년에 남자였을때는 농구 경기도 많이 보았다. NBA도 가끔 너튜브로 찾아보았으니까. 물론 농구에 대해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 딱 평범한 남자만큼 아는 것 같다.

거의 3일 간격으로 경기를 하기에 하루뿐의 휴일을 즐기기 위해 나는 밖에 돌아다닐 것을 상상하며 편안하게 휴식을 취했다.

***

"오오오..."

매일 훈련장과 호텔. 그리고 축구장만 왔다갔다 하다가 밖에 돌아다니며 각종 스포츠 센터를 보니 진짜 신기한 기분이다. 올림픽을 위해 만들어진 여러 건물들을 보니 돈을 상당히 쓴 것 같아 보인다.

아침인데도 벌써 수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는걸 볼 수 있었다. 날씨가 꽤나 후덥지근하지만 그리 불쾌하다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처럼 습하지 않아서 그런 듯 했다.

"끄으응~"

가은 언니가 내 옆에서 기지개를 쭈욱핀다.

"잘잤어?"

"응.. 하암.. 아침밥부터 먹고 움직여야지.. 가즈아.."

아침에 그리 강한 사람이 아니라 흐느적 흐느적대며 걷는걸 내가 옆에서 부축을 하듯 팔짱을 끼고 걸었다.

"어머. 절 두고 가시다니 좀 섭섭하네요."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마야 공주님이 팔짱을 끼고 날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가은 언니를 노려보는 듯 했지만..

"밥 먹고 다른 경기 구경하면서 놀러 다니려구요. 같이 가실래요?"

"...물론이죠! 하아.. 더 이상 가족들을 안봐도 되겠군요..."

요 며칠 사이 마야 공주님의 가족들이 차례로 방문을 한 듯 했다. 그래서 같이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으니까 조금 외로웠나보다. 귀여운 아가씨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두바이에서 유명하다는 맛집을 찾아 맛있게 먹고 농구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농구.. 지혜씨는 농구를 해볼 생각 한 적 있으셨나요?"

"네? 아뇨.. 전혀요.. 농구는 어렸을 때 부터 그렇게 관심이 없었어요."

사실이다. 물론 모든 남자애들이 그렇듯 학창시절엔 학교 농구 코트에서 친구들이랑 많이 던지고 놀기는 했지만 그건 말 그대로 공을 던지고 노는 정도 였고 진짜로 농구를 한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좀 걷다보니 길거리에 실외 농구장이 잘 만들어져 있었고 다양한 여행객들이 그 농구 코트에서 많이들 놀고 있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공하나 들고 즐기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스포츠 축제라는 기분이 들었다. 두바이에서는 단순히 경기를 구경만하는 축제로 만든게 아니라 다들 여러 어트랙션 같이 만든 곳에서 스포츠를 즐긴 것이다.

"이런게 있네.. 3점 슛을 3번 넣으면 상품 3개? 와.. 재밌겠네.."

나는 길을 걷다가 길에 가까운 펜스에 걸려있는 한 문구를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슬쩍 코트안을 들여다보니 가슴에 명찰을 차고 있는 올림픽 운영위원회 소속으로 보이는 사람이 코트에서 여행객을 상대로 재미있는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후훗. 제 오라버니들에게 들어보니 이 올림픽에 투자를 꽤 많이 한듯 하더라구요. 여기 뿐만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많은 어트랙션을 준비했다고 해요! 시간이 나면 그런 곳에도 들러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마야 공주님이 머리칼을 휘두르며 자랑스런 표정을 지었다. 한국에서 올림픽을 할때는 먹을 걸 위주로 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가본게 아니라 뭐라 말을 못하겠다. 아무튼 가은 언니가 재미있을 것 같다며 한 번 해보자고 코트안으로 들어갔다.

코트 안으로 들어가니 운영 위원회로 보이는 사람이 마야 공주님을 보고는 깜짝 놀랐고 마야 공주님은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며 괜한 소란을 피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저... 그럼 이 게임을 해보실려고 오신거죠?"

공과 여러 포장으로 쌓인 선물들이 담긴 카트를 끌고 내게 다가왔다.

"...어?!"

어디선가 놀라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리니 동양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보였다. 한 손에 태극기를 들고 다른 손에 먹거리를 들고 있는 걸 보니 한국인인듯 보였다.

"저기요! 혹시 이지혜 선수 아니에요?!"

젊은 남자가 나를 바라보고는 소리쳤다. 옆에는 여자 친구인 듯 한데 내가 누군지 잘 모르는 듯 남자에게 슬쩍 다가가 무언가 말을 건낸다.

"우와아아앗!!! 팬이에요!!"

내가 맞다는 표시로 팔을 흔들자 여자 친구를 내팽게치고 내게 다가온다. 아니 이 친구가..

"...저기 여자 친구분 혼자 계신데.. 사인 해드릴테니 같이 오세요.."

"아...앗!! 앗 감사합니다.."

내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다가간다. 뭔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분을 보아하니 나중에 깨나 고생할 것으로 보였다.

"...혹시 저거 해보시려구요? 실례가 안된다면 스마트폰으로 촬영해도 될까요?"

사인을 받아들고는 반짝 반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남자.

"그래요. 뭐. 별로 상관은 없어요. 이거 하는데 돈 필요해요?"

한국말로 말하니 알아듣지 못하는 진행자에게 영어로 다시 말을 거니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올림픽은 축제니까요! 다들 그냥 즐길 수 있도록 모든 어트랙션은 무료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긴 하지만 어쨌든 다들 즐겨주시고 있어요. 자! 기회는 세번! 여기 흰 줄에서 던지시면 된답니다!"

흰 줄이 두 개 있었다. 하나는 3점 라인 보다 조금 먼 지역에 그려저 있었고, 하나는 3점 라인 보다 한 참 안쪽으로 그려저 있었다. 아무래도 성별의 차이때문에 이렇게 그려 놓은 듯 싶다.

"여기요."

나를 3점 라인 안쪽으로 데리고 가는 걸 보니 확실히 알게 되었다.

"하핫"

나는 그걸 무시하고 3점 라인 뒤의 흰 줄에 다가갔다.

"어어... 거기가 아닌데.."

나는 진행자를 무시하고 공을 바닥에 퉁 퉁 드리블을 해보았다. 농구 스킬은 전혀 모르기에 그냥 공을 만지는 감각을 느껴보고 싶었다.

까칠 까칠한 공의 면과 줄이 그어져 있는 부분은 음푹들어가 매끌하다는게 손끝에 느껴졌다. 그보다 공이 상당히 가볍고 손에 쥐기 좋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내가 보통의 여자보다는 힘이 쌔고 손도 큰편이라 공을 잡기에 수월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공을 들고는 대충 3점 슛의 자세를 하고는 휙 하고 던졌다.

"어?!"

"우와아아아!!!"

엄청난 포물선을 그리며 림으로 날아가는 농구공.

그리 많이 해보지 않았다는게 느껴지듯 림을 강하게 때리고 하늘로 치솟았지만 운이 좋았는지 림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어때요? 제가 보기보단 힘이 쌔서요."

나는 팔을 걷고 알통을 보이듯 힘을 주니 내 팔에 근육이 훤하게 드러난다.

"어...어머 엄청나네요.."

"우와... 점프도 안했는데.."

"..."

커플도 입을 떡하니 벌리고 쳐다본다.

나는 두번째 공도 휙하니 던지니 첫번째 보다 감각이 살아났는지 백보드를 맞추고 림으로 빨려들어간다.

"자. 마지막..."

나는 공을 바닥에 퉁퉁 튕기고는 뒤로 조금 더 걸어가 이번에는 점프를 하며 던졌다.

철썩­!

공을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아무런 방해도 없이 림으로 깔끔하게 들어갔다.

"..."

"..."

우와!!!!!!

짝 짝 짝

내 주변의 사람들은 입을 떡 벌리고 말을 잃고는 나를 보았고 멀리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쳤다.

"대...대단하시네요"

"이걸 찍었다니! 난 행운아야!!"

감탄하는 진행자와 팔을 번쩍 들고 행복해하는 남자가 내 주변에서 난리를 쳤다.

[오늘 두바이에서 이지혜가 농구 하는걸 봄.]

(대충 내가 3점 슛을 하는 영상)

­ ?

­ 머야 이게

­ 저 눈나가 왜 저기있어? 또 왜 잘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와... 자세는 별로 안좋은데 힘이 좋아서 그런지 공이 잘 날라가네 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보통 여자가 저 위치에서 넣기 쉽냐? 3점 라인보다 뒤인데? 세번째는 거의 세발자국 물러난 것 같은데? ㅋㅋ

­ 에이 구라치지마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 내가 재미로 참가한 게임이 또 다시 하나의 구경거리가 될 줄 알았지만 이게 또 유명해질지는 몰랐다. 이 후로 다른 종목의 어트랙션들도 내가 방문하기를 기다렸다고..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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