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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93화 (93/124)

〈 93화 〉 93화. 웰링의 새 가족들!(2)

* * *

나는 축구를 너무나 사랑했다. 어느 축구선수건 그다지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나는 조금 더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에서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나는 운이 나빴다면 어렸을때부터 공장에서 일을 하는 상황까지 떨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내 부모님이 나와 여동생을 키우기 위해 뼈빠지게 노력해서 초등학교랑 중학교까지 다닐 수 있었던 것이고 두각을 나타낸 축구를 조금이라도 오래 할 수 있었던 것 일테다.

항상 부모님에게 감사하며 살고 있지만 언제나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다. 그래서 이젠 어떠냐고? 어떻긴!

내가 벌어들인 돈이 얼마인데 세계 일주를 하면서 얼마나 잘 사는지! 저번엔 중국 어디에 놀러가서 사진도 잔뜩 찍어 보내신다.

이렇게 즐거워 하시는 걸 지켜보면 조금 흐뭇하기도 했다. 이젠 부모님이 고생하신게 다시 그들에게 행복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이젠 내 나이가 24이 넘어가고 있고 나는 슬슬 전성기에 올라서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내 축구 평생을 독일에서 살고 있지만, 떠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함부르크 SV... 아직 유소년인 나를 데려가는 조건으로 가족들의 편의를 전부 챙겨준 고마운 클럽.

서포터즈들 마저 어렸던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못할때는 욕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관심으로 나를 배척하지 않았다는 사실조차 너무 감사했다.

그래서 더욱 빅클럽에서 나를 데려가고 싶어할때 나는 거절의 뜻을 계속해서 비춰왔었다. 클럽에서 돈이 필요할때조차 나의 의지를 이해해줘서 클럽에 잔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야말로 서로 상생을 해오며 동거동락했다고 보면 될 듯 하다.

내 이름은 오를란도. 일명 롤랑으로도 불리는 젊은 월드 클래스 공격수다.

내 인생은 이 걸로 막을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였나보다. 때는 언제였나..

독일에는 가장 뛰어난 공격수가 두명이 있다고들 많이 평가한다.

나 롤랑과 르노. 르노 드 몽튀방. 귀족 집안의 그녀석이랑 나를 최고의 라이벌 사이로 소개가 된다.

이 녀석은 나쁜 녀석이 아니다. 단지 나랑 다른 인생을 살아왔기에 그런가 사고방식 자체가 많이 다르다.

이녀석은 바이에른 뮌헨에서 뛰고 있지만 수시로 나를 만나러 오고 놀러온다.

경기장에서는 매번 치열하게 부딫히며 서로에게 쌍욕을 박으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는데, 밖에만 나오면 절친과도 같다.

아무래도 국적도 같고 나이도 같다보니 서로에게 관심이 생긴 걸 수도 있겠다.

서로 최고의 유망주라고 불렸던 공격수들이기도 하고, 같은 리그에서 계속 뛰니까 친해진 것 같은 느낌이기도 하다.

"야 맥주는?"

"맥주는 무슨 맥주야 시즌 중이잖아 병신아."

르노가 내 소파에 누워 팡팡 두드려 댄다. 저 자식이.. 내가 공들여 골라 산 귀한 소파인데..

나는 두통이 느껴지지만 원래 저런 놈이라는 걸 알기에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시즌엔 연락온 클럽이 몇 곳이야?"

르노가 어디서 가져왔는지 맥주를 혼자 들이키며 말을 걸었다.

"...후우. 이제 몇년 동안 거절을 하고 있으니깐.. 몇 개 클럽 안들어오는 것 같아. 그래도 돈 있는 놈들은 자꾸 말을 걸어오긴하지만..."

"...10년 넘게 함부르크에 있었잖아? 옮기고 싶은 생각은 한적이 없어?"

"없지. 난 여기서 아직 행복해."

하지만 내 머릿속을 한가지가 스쳐지나가기는 한다. 사람이 너무 고여있다면 축 처져가기 시작한다. 물론 팀을 위해 열심히 하기는 하지만 뭔가.. 삶이 일자로 직진하며 흘러간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한다.

새로운 도전을 할때도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커다란 돈을 클럽에 안겨주고 떠난다면 도움도 많이 될테고.. 은퇴는 다시 돌아와서 하는 것이지. 보통 이런 루트를 선수들은 많이들 선호하는 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어떤 클럽을 선택을 해야만하는데 또 그렇게 생각하면 딱히 이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적을 한다면 또 다시 적응을 하는 기간이 필요할테고.. 생각해보면 또 골치아픈일이 많을 것 같다.

"요즘 영국이 떠들썩 한 것 같은데? 알아?"

"영국이?"

나는 소파에 다가가며 자리에 놓인 맥주를 하나 따서 입안에 부어 넣었다.

"하핫 안 먹는다며!"

"안 먹는다고는 안했어."

"아무튼, 이 기사를 좀 봐"

[웰링 유나이티드! FA컵에서 자이언트 킬링을 해내다!]

"으음... 웰링 유나이티드..?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무려 3부리그야! 3부리그 클럽이 첼시랑 아스날은 이겼다고!"

"응...? 그게 무슨 헛소리야."

스포츠. 그것도 축구에서는 자이언트 킬링 같은 멋진 일이 꽤 자주 일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이런식으로 차이가 나는 클럽끼리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미스터 롤랑씨가 흥미를 가질 만한 이야기가 하나 있지."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거? 흐음... 쉽지 않을텐데."

매번 팬들로부터 난 재미가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를 받을 때가 많다. 아마도 나는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하고 살아와서 그런지 조금 축구에 대해 재미로 한다기 보다 먹고 살려고 한다는 느낌으로 했던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거 봐... 이거 보여? 여기 웰링 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짜잔! 여자라고!"

"...? 뭐야 이게"

너튜브에서 지난 FA경기 하이라이트를 틀어주는 르노.

그 영상에선 한 여성이 상대 선수들을 박살내며 드리블을 한다.

"오...오오..."

무참히 적을 박살 내버리는 듯 한 용맹한 전사의 모습. 그간 축구판에서 오래 굴렀지만 이런 느낌의 선수를 겪어 보지 못했기에 신선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이걸 봐... 난 이런 드리블을 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그게 여자라고!"

과거에는 드리블에 엄청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있었다지만 현대 축구에서 드리블이 뛰어난 선수들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는 현실인 것 같다. 아무래도 축구도 과학적인 시스템이 도입이 되면서 드리블 보다는 전술에 초점을 두는 영향때문인것 같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드리블을 못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피지컬이 약한 것도 아니야. 아니... 뛰어나다고 해야겠네... 이 선수들 예전에 만났을때 이렇게 물렁하게 느껴졌었나?"

르노도 세계 클럽 대회에 몇 번 참가한 경력이 있다보니 지금 보는 몇몇 선수들은 알고 있을 정도였다.

물론 나도 아는 선수들이 많지만..

"허어..."

왠지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뜨거워 지는 듯한 기분이였다.

"몇번을 봐도 굉장하네... 드리블에서 힘이 느껴져! 난 왠지 이 여자한테 반한거 같은 기분이야..."

함부르크. 상당히 좋은 클럽이고 즐겁게 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이런 두근 거림을 느껴보지는 못했다. 뛰어난 월드 클래스도 있었지만 그들과 합을 맞추며 좋았지만 두근거림을 느껴보니는 못했다.

"...만약"

"응?"

만약 저 여자랑 합을 맞추며 필드를 뛴다는 상상을 해본다. 나는 공격수이긴 하지만 내가 앞장서서 골을 만들어내는 것 보다는 누군가를 앞세워 뒤를 보조해주는 걸 더 선호한다.

저 여자가 수비진을 박살내며 전진하는 사이 내가 뒤에서 선수들을 흔들며 절묘한 패스를 이끌어낸다.

"..좋아 나 저 클럽으로 이적하고 싶어"

"...? 뭐?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다운 그레이드도 이런 다운 그레이드도 없지! 네 커리어에 도움이 안될거야. 1년 넘게 바닥에 버리는 수준이라고!"

"상관없어. 저 클럽이 나를 받아줄 돈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흥미가 생겼어."

"허 참.. 네가 말이지... 흠..."

나를 보며 고민을 하기 시작하는 르노. 녀석은 내게 상당히 관심을 많이 나타낸다. 옛날부터. 그래 처음 봤을때부터 나를 찾아다녔고 친구가 되자고 손을 내민것도 저녀석이다.

"흐음.. 나도 지금 뮌헨에 조금 불만이 많은 상태라서 말이지..."

"아.. 너희 주급때문에 말이 많지."

축구판은 점점 주급과 몸값이 올라가며 월드 클래스 선수들에게 들어가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렇다 보니 리그 상위권과 세계 클럽 대항전에서 좋은 성과를 가져가지 위해서는 빅네임의 선수를 영입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영입하고서 높은 주급을 주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은 기존 선수들에게 반감을 사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건 어짜피 나랑 상관없는 일이긴 한데 클럽 분위기가 말이아니야. 난 이런 분위기의 클럽에서 축구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웰링 유나이티드는 승승장구중이고 여러 인터뷰를 보아하니 분위기도 상당히 좋아보이네"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너는"

"네가 간다면... 나도 가야지! 우린 떨어질 수 없는 불알친구가 아니냐고!"

"...무슨 소리야 그건 또"

"하하하!! 우리가 이적을 한다면 또 난리가 나겠네!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 1,2위가 동시에 이적을 한다고? 거기에 영국 3부리그 클럽에? 사람들이 믿지 않을거야"

생각해보니 말도 안되는 일이긴 했다.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다.

"우리가 이적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그래서 나는 받는 주급을 대폭 내려서 수준을 맞출거야. 여태껏 돈만 보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재미를 위해 달려보려고."

"...그래 어차피 나한테 돈은 별로 상관 없는 일이지."

나와 르노는 영상 속에서 아직도 상대 수비진을 개박살 내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진짜 멋있네. 내 상상속에나 있던 스트라이커야."

"너는 그런 녀석이였지. 난 네 플레이에 반해서 나도 플레이 메이커 스타일이 몸에 베였는데... 흠 그렇게 보니 최고의 선수긴 하네."

우리는 상상을 하며 수개월간 이지혜에 대해 조사하고 지켜보았는데 보면 볼 수록 나는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실력과 인성이 고루 갖춰진 인물로 보이는데 투지도 상당히 있어보였다. 결승전에서 보였던 그 투지는 나를 더욱 황홀하게 만들었고, 나는 전장을 달리는 영웅을 지키는 기사가 되기로 다짐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웰링 유나이티드에 몰래 연락을 넣어 접선을 몇번 진행했고 드디어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 있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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