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5화 〉 95화. 저물어가는 올림픽(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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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는 나름 긍지있는 팀이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우승도 자주하고 축구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차있는 나리이기도 하다. 물론 리그는 한물갔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아직 강함을 잃지는 않았고, 명성또한 이탈리아는 유럽 리그 중에서도 다섯손가락안에 꼽힐 정도로 유명한 리그다.
역사적으로도 인기가 높았던 시절이 상당히 긴편이라 과거의 영광을 아직까지도 질질끌고다닌다는게 조금 추해보이긴하지만 어쨌든 이탈리아 사람들에게는 과거 찬란하게 빛났던 시절은 현실이였고, 언젠가 다시 한번 빛나는 날이 돌아오지 않을까 기대를 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여자 축구라고 그다지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남자 리그만큼 커다란 기대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같은 이탈리아의 피가 흐르는 팀이라서 그럴까 언제나 팬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십상이였다. 사실 유명하고 잘하는 팀이라고 해서 우승을 쉽사 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너희가 그러고도 이탈리아 대표팀들이냐!!"
"한심한 놈들!!"
그렇다고 해서 저런말을 지껄이는 것이 당연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내가 봐도 지금 이탈리아 대표팀은 아주 잘하고 있다. 내가 뚫어 내기 버거운 수비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단지 국가대표 경기라서 더욱 그런 것일지도 모르는데, 과몰입을 해서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내 뱉는 것을 용납하면 안될 것이다.
물론 선수 입장에서도 팬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물론 속이 약간 뒤틀려 있는 이해 못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긴한데 어쨌든 경기의 분위기가 이쪽으로 많이 넘어오고 있었다.
욕을 하는 놈들에게 조용히 다가가 퇴장을 요구하는 진행위원들이 있는 건 당연한 일일테니 딱히 신경쓸필요는 없을 것이다. 리그전도 아니고 국가대항전에서 저런 격한 행동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분위기는 넘어왔지만 경기가 넘어온 느낌은 아니다. 1대0으로 우리가 이기고는 있지만 이탈리아 선수들의 표정은 아직 죽지 않았다. 만약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이 조금만 빈틈을 보이고 실수한다면 어떻게든 그 실수를 후벼파서 역전을 노릴려고 하는게 보인다.
"이탈리아 선수들의 진형이 조금 달리지는 듯 보입니다. 전까지는 계속 극단적 수비형 전술을 선보였는데.. 이제 조금씩 라인을 올리는게 보입니다. 공격적으로 움직일 생각인걸까요? 점유율은 아직 8대2로 대한민국이 크게 앞서고 있습니다."
대~ 한 민국!! 대~ 한 민국!!
쿵 쿵쿵쿵쿵
수십년 전 부터 대한민국 응원 구호로 사용된 그 멜로디가 아직도 이어져서 경기장을 크게 메운다. 역시 준결승은 다르가는 걸까. 경기장에 대한민국 국기가 그려진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되었든 의욕이 더욱 솟아날것이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대충 뛰는 생각을 할 수 있는거지? 진짜 개쩌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을 하지 못할 망정...'
쓸데없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머리를 휘휘 젓고 다시금 공격을 위해 빌드업 해 나가려고 했다.
'라인을 점점 올리는 것 같은데.. 이거 패스 실수 한번만 잘 못하면 그대로 동점골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 양쪽 윙어들이 심상치 않게 튀어나오고 있어.'
계속해서 수비적 전술을 고집하다가 툭툭 튀어나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이탈리아. 확실히 명성이 높은 팀과의 경기를 해보면 전술이 남다름을 몸소 느끼곤 한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대책이 존재하다보니 이긴다고 해도 쉽게 이기는 법이 없다.
***
"와아.. 사람 진짜 많다 오빠."
"그러게"
신혼여행 이후에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떠나본 부부. 두바이라는 곳은 멀고도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다른 대도시의 모습에 두 부부는 꽤나 재밌고 행복한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아무래도 돈이 몰리는 나라이다 보니 수도인 두바이가 엄청나게 발전해버려서 발전도와 치안을 지키기 위해 두바이는 주변 중동 국가와 비교하더라도 치안이 어마어마 하게 좋아졌다.
물론 이는 왕족과 여러 국민들의 노력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이로운 효과였지만 이를 여행객들이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오빠. 오늘은 축구 보러 가기로 했지?"
"응. 남자 축구는... 더 이상 보기도 싫고, 여자 축구가 지금 엄청 잘한다던데... 다른 종목들 구경하느라 여자 축구는 보지도 못했네."
"그러게. 나도 축구는 별로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준결승이면 엄청 잘하는거 아냐?"
"엄청 잘하는거지! 여태껏 올림픽 본선에 진출한적도 없는데 처음 진출한 올림픽에서 준결승이라니! 솔직히 오늘 지더라도 욕하는 사람 하나 없을 걸?"
"와... 그럼 이제 우리나라 축구도 유명해지는거 아냐?"
"여자 축구는 애초에 인지도가 그렇게 높지가 않아서..."
"그렇구나..."
부부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두바이 국제 경기장에 도착을 했다. 각종 국제 대회를 치루는 경기장이라 워낙 크고 무엇이든 최신식인 장소였다.
돈이 많은 두바이가 이 축구장에 돈을 엄청나게 쓴 이유도 다름이 아니라 마야 공주의 입김도 분명 존재했을 것이다. 아마 이지혜가 이 경기장에서 축구를 할 것을 예상이라도 한 것일 테다.
벽면 곳곳에 금칠이라도 한것일까, 금으로 도배가 된듯한 곳이 줄줄히 보이고, 영어와 한글로 안내가 적혀진 곳이 많이 존재했다.
그러다 아내가 한 안내 책자를 들고 남편에게 다가와 건낸다.
"오빠 이거 봐. 한글인데?"
"어?! 그러네... 뭐지?"
한글은 세계적인 언어가 아니다. 대부분 세계적인 언어로는 영어나 스페인어, 그리고 중국어랑 잘해봐야 일본어 정도인데 이렇게 한글이 적힌 안내 표지판을 보는건 정말 이질적인 기분이 들게했다.
"진짜 넓고 복잡해서 힘들었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곳곳에서 아시아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한글로 된 안내 책자를 들고 다니는게 보인다. 아무래도 한국 사람처럼 보일 수 밖에 없는 장면이다.
그렇게 안내 책자를 들고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자신이 예매한 자리를 찾아가 앉으려고 하니 주변에 왠 서양 남성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인종차별 같은 기분나쁜 짓일 지도 모른다고 남편은 생각했지만 저렇게 덩치 큰 남자들이 우글 우글 모여있으니 무언가 무서운 기분이 들어 자신의 아내를 등 뒤로 숨겨 슬금 슬금 자리로 걸어갔다.
"오...오빠... 저 사람들 조금 무서운데..."
"...착한 사람들일 거야..."
"푸하하하하하!!!!"
"예에에아아아아!!!"
맥주를 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대며 떠드는 서양 남자들 때문에 주변에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조금 두려움에 빠진 듯 보였다.
그렇게 겨우 겨우 자리를 찾아 앉으니 주변에 한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이보여 안심하는 부부였다.
"예에에아아아아!!!"
"하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나쁜 사람들이 아니니까요."
그래도 들려오는 서양맨들의 목소리 때문에 조금 겁이나서 몸을 웅크리는 부부들에게 옆에 앉아있던 한국인으로 남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래도..."
그래도 아내는 조금 무서운지 웅크린 자세를 도대체 피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저 사람들이 입고 있는 옷 보여요?"
턱짓으로 그들을 가르키는 남성을 쫓아 그들을 바라보니 왠 축구 유니폼으로 보이는 옷을 입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유니폼? 그러고 보니 이탈리아 관중석은 여기가 아닐텐데..."
"저 유니폼은 웰링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이에요. 저 사람들은 이지혜 선수가 뛰고 있는 클럽의 팬이라는 거죠! 그것도 광팬들이요."
"...네에?"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그들을 자세하게 보니 그들은 얼굴이 벌게진채로 맥주를 마시며 행복해 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게 영락없이 좋은 사람들처럼 보였다.
"아..."
아내는 자신이 얼마나 차별적인 생각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하하하! 미안해 하지도 마세요. 저 사람들. 신경도 쓰지 않아요. 오로지 이지혜 선수만 보려고 온거라서요. 그냥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세요. 나중에 제가 한 말을 이해할거에요."
남성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실 별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여자 축구를 관람하러 왔다. 이지혜 선수 자체도 가끔 뉴스에 나온 사실만 알았지 선수 자체의 자세함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콰아아앙!!!!
먼 관중석에서 조차 들려오는 강력한 슈팅과 마치 상대방의 심장을 노리는 듯이 일자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날라가는 초장거리 슈팅에 현혹이 되듯이 멍하게 보게 되는 순간.
"으아아아아아아아!!!!!"
"여왕니이이이이이이임!!!!"
"씨이이이이이바아아알!!!!"
이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 자체가 마치 지진이 난 듯이 울리듯 관중들의 함호성이 들려왔는데 그 사이를 뚫고 서양 남성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남편도 엄청난 슈팅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아내와 껴안으며 팔짝 팔짝 뛰는데 뒤의 서양 남성들도 자기들 끼리 껴안고 난리가 난 것을 보고 빵 터질 수 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오빠 저 사람들 서로 뽀뽀하는데?"
거하게 취했는지 시뻘게진 얼굴로 서로들 껴안고 뽀뽀하고 난리가 난 웰링 서포터즈들. 한국인들 뿐만아니라 웰링 팬들에게도 올림픽의 여자 축구는 상당히 재미있는 경기들로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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