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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96화 (96/124)

〈 96화 〉 96화. 저물어가는 올림픽(2)

* * *

점점 다리의 컨디션이 올라오는 느낌이든다. 그 동안 경기 수준이 낮았기에 몸의 컨디션이 영국에서 뛸때 만큼 올라오는 느낌이 아니였는데 드디어 어느정도 감각이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와아아아아!!!

준결승을 승리한다면 결승전. 올림픽에서 축구라는 거대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기에 관중들은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의 환호성은 언제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경기의 수준이 낮든 높든 상관이 없다. 언제나 이런 상황의 경기는 나를 더욱 높은 경지로 올려 놓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툭 툭

공을 몰며 움직여 보니 확실히 가벼운 몸상태가 다리부터 느껴진다. 발을 움직여도 지난 경기들 처럼 잔디에 박혀있는 기분이 아니라 잔디 위를 사뿐히 걸어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여태껏 경기를 잘만 해오지 않았냐고? 잘해오긴 했다. 단지 낮은 경기력을 가진 상태로도 좋은 경기 결과를 가져올만큼 수준이 낮았던 것 뿐이니까.

공을 몰고 드리블을 시작했다. 공을 몰고 움직이는게 이런 느낌이였다는게 다시금 실감이 난다. 마치 웰링에서 뛰던 감각이 돌아 왔다는걸까.

나는 촘촘한 수비를 유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수비수들을 바라보며 전진을 시작했다.

"막아! 돌파 시도한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나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던 것인지 바로 눈치를 채고 수비라인을 재정비 하기 시작했다. 마치 드리블 돌파를 하려면 해보라는 듯 더욱더 촘촘하고 세밀하게 올기종기 모여서 내가 지나가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드디어 이지혜 선수의 움직임이 변했습니다. 드리블 돌파를 시도 하려는 모습입니다."

"사실 이지혜 선수의 드리블 돌파 시도 회수가 상당히 높거든요? 웰링 유나이티드에서의 드리블 돌파 시도 횟수도 평균 30회가 넘어갑니다. 그리고 성공률도 50퍼센트를 넘어가는 압도적인 수준이죠."

"여태 드리블 돌파 시도를 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경기 감각이 전과 같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드는 군요."

"아무래도 머나먼 두바이까지 비행해서 왔고, 오랜 기간동안 훈련을 하지 않은 상태라 몸상태가 올라오지 않았을 수도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아마 시청자분들께서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드리자면... 공부를 열심히 하던 학생이 방학을 맞이해서 한 한달.. 두달 정도 열심히 놀다가 갑자기 공부를 하려면 그 루틴을 따라가지 못해 해메는 경우가 존재하지 않습니까? 그런겁니다. 이지혜 선수에게 조금 기나긴 휴식시간이 주어졌었던게 조금 페널티가 부여됬다는 뜻이죠."

이기영 해설위원이 입에서 침을 튀기며 설명을 해내나간다.

"...그렇다고 하기엔 이지혜 선수의 성적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지 않습니까? 이게 어딜봐서 페널티가 부여된 선수라고 볼 수 있습니까?"

그렇게 해설위원들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나는 공을 몰고 이탈리아 선수들 사이로 빠르게 돌파를 시도했다.

"오오오오!! 이지혜!! 빨라요!!"

라 크로게타로 빠르게 공의 위치를 바꾸니 이탈리아 수비진들은 공을 발로 빼내려고 시도를 해보아도 헛발질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엔 돌파당하겠다고 예상하고 몸을 들이민다.

"크윽!"

"밀어! 밀어야해!"

이탈리아 선수들의 머릿속에는 반칙을 해서라도 이 미친 탱크를 막아야했지만 도통 생각처럼 되지는 않았다.

"끄... 끄읏! 무슨 돌덩이를 미는 것 같아..!"

결국 어깨 싸움을 하며 돌진하는 나를 막지 못하고 옆으로 자빠지는 한 수비수. 밀고 있던 동작 그대로 속도를 따라 붙지를 못해서 넘어지게 된 것이다.

"빠릅니다!! 몸싸움이 전혀 상대가 되지 않는 군요! 이지혜!!"

해설진들도 도통 여자 축구에서 보기 힘든 강력한 힘싸움에 흥분한 듯 보였다.

와아아아아!!!!!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점점 커져 해설진들이 위치한 중계석까지 들려오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더욱 늘어나 경기장의 3분의 2정도나 찰 정도였다. 사실 그렇게 인기가 있는 종목인가? 하면 그렇다고 대답하기는 힘들겠지만.. 어쨌든 단기간 동안 이지혜에 대한 SNS나 너튜브 같은 플랫폼에 계속 올라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으니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미래의 프리미어리거라면 그냥저냥 보통의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겠지만, 미래의 여성 프리미어리거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겠는가, 물론 대부분의 관중들은 한국인이지만..

"이지혜!! 아무런 방해없이 돌파해 나갑니다!!"

나는 화려한 개인기를 최대한 사용했다. 굳이 사용해도 되지 않을 드리블 마저 사용해가며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침입해 나아갔다. 벌써 몇 미터를 드리블을 한건지 알 수 가 없다.

"크윽...! 우리를 뭐라고 생각하는거야!"

이탈리아 선수들은 굉장히 화가난 표정으로 내 앞을 슬라이딩 태클로 끊어 보려 했지만, 너무나 느린 동작으로 내 눈에 훤하게 사전 동작이 보여서 간단히 점프로 피할 수 있었다.

"씨발!"

이탈리아어로 뭐라고 하니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굉장히 화가났다는 것만큼은 잘 알 수 있었다. 사실 선수들은 화려한 발재간을 자신의 앞에서 시도한다면 상당히 거북해한다. 우리 웰링 유나이티드 팀동료들도 그러할진데 생판 모르는 남이 얄밉게 앞에서 왔다갔다 다리를 움직이면 기분이 좋을까?

나는 너무 과하면 심한 태클을 당해 부상을 당할 수도 있다는 직감이 강하게 들어 빠르게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주변의 우리 대표팀 선수는 주장과 유정이. 나는 빠르게 백패스로 주장에게 공을 전달 했고 내 주변에만 4명이나 몰린 상황에서 주장은 공을 소중히 간수하기 보다는 공격적으로 움직이기로 정한듯 하다.

마치 자로 잰듯 한 쓰루 패스를 이미 눈치를 채고 달리고 있는 유정이에게 뿌린다. 나는 유정이가 스타트를 끊은 것을 확인을 하고 또다시 방황을 하는 센터백들 사이로 그냥 마구잡이로 밀고 들어갔다.

"신유라, 신유정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건냅니다! 찬스에요!"

"신유정! 신유정!! 수비 사이를 뚫고 나온 이지혜를 바라봅니다!!!"

유정이는 빠르고 바닥에 깔리는 패스를 하려고 한 듯 보였지만, 달리는 와중에 퀄리티 있는 패스를 하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다. 공은 살짝 떠버려서 바운드가 생겨버렸다. 불규칙한 바운드로 내 내가 달리는 방향으로 퉁 퉁 튕겨오는 공. 굉장히 집중해서 봐야한다.

나는 달리면서 슬쩍 키퍼를 바라보았다.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위치한 상황이라 튀어나오는 자세로 팔을 벌리고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눈알을 굴려 빠르게 빈 공간을 확인하고 다시 공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불규칙적인 바운드 볼이라 눈이 아파온다.

'이걸 헛방치면 상당히 쪽팔릴거야.'

나는 이제 나에게 거의 도달한 공을 끝까지 주시하며 절대로 놓치지 않기위해 집중을 했다.

공이 한번 절묘하게 튀어 내 무릎 위치까지 떠오를 것 같다. 하지만 이대로 다이빙 헤더를 한다면 내가 원하는 빈 구석으로 꽃아 넣기는 힘들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나는 빠르게 살짝 점프를 해서 발 옆면으로 공을 트래핑을 해버렸다. 공은 골키퍼 옆으로 정확히 떨어져 내가 발로 다시 캐치하기 편했다. 코앞에 까지 도달한 골키퍼는 내가 바로 슈팅을 때릴 것이라고 예상했는지 당황하며 길을 잃은 손을 휘적거리며 뒤로 자빠지기 시작했다.

"으윽!!!"

툭!

와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악!!!"

자신의 패스 미스를 아름다운 트래핑으로 공을 간수해서 간결한 골을 만들어낸반짝이는 눈으로나에게 다가왔다.

"언니 진짜 미쳤어어어어!!!!"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게 흘러가 뒤에 위치해 있던 대표팀 선수들은 정확히 볼 수 없었지만 바로 조금 떨어진 옆에 있던 유정이는 정확하게 내 플레이를 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유정이에게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법!

나는 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많이 위치 해 있는 이탈리아 골대 뒤로 달려갔다.

"대단합니다!!! 장면을 만들어 가는 상황이 너무나 인상이 깊군요!"

­ 와... 진짜 혼자 다하네..

­ 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결승전! 한일전!

­ 도배 좀 쳐내!

­ 와... 아무리 여자 축구지만 내 생에 올림픽에서 축구 종목으로 우리나라가 결승전에 나가는 걸 보게 될 줄이야...

­ 아!!! 두바이 가고싶다!!!

­ 진짜 돈만있었어도...

­ 눈나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다시 한번 보시죠. 드리블이 조금 거칠었지만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공이 거의 발에 붙어 있군요."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이지혜 선수의 볼에 대한 감각이 정말로 남다르다고 느껴지는 군요. 오히려 한층 발전한 느낌이기도 합니다만... 점점 성장이 기대가 됩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이 결승전에 한발 다가가는군요!"

와아아아아!!!!!!!!!!!!!!

쿵 쿵 쿵 쿵

관중들은 아직도 환상적인 플레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런 골잡이가 거의 없었거든요... 드디어 세계적인 선수가 제대로 탄생해 나가는 기분입니다! 이제 전반전은 종료가 되었고, 후반전에는 아마 교체가 될 듯합니다만.."

"그렇죠. 안타깝지만 이지혜 선수에 대한 컨디션 조절 문제 이슈가 조금 있다보니 아마 교체가 될 겁니다."

"결승전에선 풀타임 출전을 기대해 볼만 하겠죠!"

"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이탈리아 선수들에게서 투지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선수들은 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건지 어떠한 감정이 생긴건지 모르겠지만 추욱 처진채로 힘이 빠진 느낌이였다. 내가 겪어본 웰링 초창기 느낌인데, 이건 금방 바뀔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결국 이날 경기는 그대로 끝이 났지만 나는 이탈리아 선수들에 대한 악감정이 전혀 없기에 필드에 주저 앉은 선수에게 다가가 한명씩 손악수를 하며 인사를 건냈다.

다행이도 나에게 그렇게 화가난건 아닌지 오히려 나에 대한 관심이 생긴건지 하나 같이 뭐라고 떠들어 대며 웃는다.

"대단하네요! 말로만 잘한다고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을 꿈에도 몰랐어요!"

"하아... 이게 남자 축구 리그에서 뛰는 선수의 수준인가... 장난 아니긴 하네요!"

결국 하나도 알아먹지 못하고 한명 한명 행복한 포옹을 하고는 떠나갔다.

"대한민국! 결승전에 진출해 역대 최강 라인업이라고 불리는 일본 여자 축구 대표팀과 맞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일본도 이지혜를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만! 아무튼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겠죠. 저희는 3일 뒤!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여자 축구 결승전에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크으으으으 결승전 한일전이라니... 치킨각이다아!!!!!!!!!!!!

­ 와... 3일 뒤면... 주말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치킨... 뒤졌다....

점점 올림픽에서 여자 축구에 대한 이슈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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