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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변해서 챔스까지!-98화 (98/124)

〈 98화 〉 98화. 저물어가는 올림픽(4)

* * *

"으으으...."

"긴장된다..."

"청심환이.. 어디있더라.."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몇일 동안 선수들이 긴장한 모습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는데 감독님이나 코치님들도 상당히 긴장을 해버려서 이 긴장감을 해소해줄만한 사람이 없었다.

"...감독님 괜찮으세요?"

주장 언니 마저 얼굴이 새하얘져있는데 도대체 누굴 다독이는건지 모르겠다.

"언니는 괜찮아?"

신유정이 나에게 다가와 가만히 앉아서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던 내 손을 살며시 잡아온다. 그런데 그 손마저 상당히 차갑게 느껴져 유정이가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고 자연스럽게 느껴져 왔다.

나는 스마트폰을 내 라커룸에 잘 넣어 놓고는 다시 유정이의 손을 잡아주었다.

"많이 긴장 돼?"

"..."

사실 긴장이 잘 되지 않고 있는 내가 이상한게 아닐까 하며 생각을 해본다. 눈앞의 소녀와 주변의 팀 동료들은 말 수가 상당히 적어지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다리는 후들거리고 얼굴엔 조금씩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자신의 입으로 긴장이 된다고 말하는 것은 상당히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팀 동료고 거의 한달이 넘는 기간동안 동거동락하던 사이가 아니던가, 이럴때 조금 털어 놓으면서 의지해주면 정말 좋을텐데.. 라고 생각해본다.

"드디어 결승전이네."

나는 할말이 생각나지 않아 그냥 떠오르는대로 입밖으로 꺼내었다. 자꾸 말을 걸면 조금 긴장이 풀린다는 걸 웰링에서의 경험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게요. 진짜 올림픽 본선에 나간 것만해도 꿈만 같은데... 결승전에 나갈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다구요..."

조금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쳐다본다.

"이게 다 언니 덕이라는걸 모르는 사람은 우리 팀에 한명도 없을 거에요."

"..."

나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내 실력이 팀에 도움이 된것은 사실이겠지만, 한달이 넘는 시간동안 이들이 열정을 불태우며 연습을 해왔기 때문에 결승전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자자 집중!"

계속해서 얼을 타며 정신을 못차리고 계시던 감독님이 반전된 기색으로 라커룸 중앙으로 나오셨다. 드디어 마음을 제대로 먹으신듯 보였다. 그래도 이름을 날리던 감독님이라고 하셨나. 멘탈 수복에 별다른 지장은 없어보였다.

"일본은 상당히 조직적인 팀이다. 우리가 이 조직력을 깨부수려면 파괴력이 필요하겠지. 오늘은 공격적으로 간다."

원래 원톱자리에있던 내 위치에 두명의 공격수가 더 올라오게되었다. 바로 유정 유라 자매.

"명심해. 골이 들어가지 않더라도 슈팅을 때리는게 최우선이야. 상대의 기를 죽여놓으라고!"

쾅!

꽤나 감정이 격양되었는지 감독님은 화이트보드를 오른손으로 때리며 열정을 불사지르고 있었다.

"자자!! 다들 모여!"

코치님이 선수들을 다 모으기 시작했다.

"후우..."

누군가 내시는 한숨소리는 누군지 알수가 없다.

"...다들 고생 많았어."

주장이 조금 가라않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마지막을 잘 장식해야 제대로 끝을 냈다고 할 수있겠지. 다들 다치지 말고 마무리 잘하자!"

"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를 지켜 보고있을 거다."

감독님도 어깨동무를 한 우리들에게 다가와 말을 꺼냈다.

"한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군, 다들 알고 있었겠지만 다시 한번 명심했으면 한다. 우리는 국가대표다. 국민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라!"

언뜻 들으면 오그라들수도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필수적으로 해야만 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

와아아아아아!!!

이야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경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건만, 관중들은 벌써부터 들떠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국민 여러분! 대부분의 시청자 여러분들은 집안 안방에서 응원을 하고 계시겠지만 현장은 지금 많은 사람들이 관중석을 채우고 있습니다. 그 중엔 한국인과 일본인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많은 국민 여러분들이 두바이를 찾아와주시고, 현지에 거주하시는 분들도 많이 찾아와 주신듯 합니다!"

여태껏 여자 축구 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경기장이 만석이 된적이 없었는데, 이번 결승전은 올림픽 역사 최초로 5만석이 넘는데도 만석을 채운 것이다.

이야아아아아아!!!

양쪽 국기를 펄럭이며 응원을 하는 관중들이 가득차있으니 분위기가 마치 월드컵을 방불케하는 수준이였다. 이는 분명 선전한 여자 축구 대표팀의 덕도 있겠지만 방송사들이 미친듯이 언론플레이를 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린 것도 크게 작용을 했을 것이다.

"관중들이 열광을 하고 있는게 중계석까지 느껴집니다! 여자 축구가 이렇게 까지 관심을 받게된건 처음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단하군요!"

"이제 경기 시작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 축구 결승전! 오늘 바로 금메달의 행방이 결정이 됩니다!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이 필요할 때군요!"

그렇게 치고박고 싸우던 3사 방송국들이 결국 합의를 하여 하나로 통합하는 방송을 하기로 결정이 나고 중계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경기 준비를 하는 동안 여태 한국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3사 방송국에서 서로 합심하여 제작을 해서 만드니 오히려 퀄리티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서로 물어뜯고 그러던 사이인에 오히려 한일전이 걸려있으니 이럴때는 싸우지 않는 모습인 듯 하다.

사이사이 한국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원이나 올림픽 경기장등의 행사장의 모습을 드론으로 촬영해서 보여주니 국뽕은 더욱 차오를 것이다.

매번 3사간의 경쟁 사이에서 고생하는건 해설진들.. 오히려 이런 상황에 해설진들은 더욱 힘이날 수 밖에 없다. 중계 퀄리티가 올라가고 사람들의 주목도가 올라가니 해설하는 맛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정말 신이 나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축구 국제대회에서 결승전에 출전한 경험이 없는데요. 이걸 여자 축구 국가대표가 해내는 군요."

이기영 해설위원이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는지 눈썹을 찌푸리고는 조금 감성적으로 변한듯한 모습이였다.

"이 모든건 물론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와 스텝진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한 선수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겠군요."

그 동안 방송사들은 나에대한 과도한 찬양화가 생기지 않도록 많이 배려를 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한 점들 중 하나가 언론의 과도한 관심으로 어린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국가대표팀에게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여 많은 사람들이 시청자 게시판이나 각종 언론사들에게 협박아닌 협박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여론에 등떠밀리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결국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은 선수들에게 악의적인 행동을 띄는 사람은 매우 적었다.

어쨌든 방송은 돌고 돌아 이지혜 한명에게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는 있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 시작한건 상당히 최근이고, 결국 모든 국민들에게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지혜 선수. 정말 대단한 친구가 아닐 수 없지 않겠습니까? 이번 결승전 승패와 관련이 없이 대회 MVP는 이미 따놓은 당상이고요, 결국 이지혜 본인에게 여자 축구 대표팀은 오히려 족쇄와 비슷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 결코 여자 축구 대표팀을 비하하는 건 아닙니다."

"...크흠!"

"죄송합니다. 아무튼 이지혜 선수의 기록만 보자면 이미 대회를 휩쓴 태풍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정도 입니다. 조별리그까지 해서 6경기. 그것도 풀경기를 뛰지도 않았음에도 15골이 넘어가고 있지요. 이 기록은 수십년 아니면 백년이 넘도록 깨지지 않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기영 해설위원이 국뽕 주입을 계속 해서 넣을 수록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치사량에 근접하다고 느낄정도로 격한 두근거림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이번 라인업이 조금 특이하군요! 대한민국 팀은 그동한 4­5­1의 점유율을 중시하는 스탠스를 꾸준하게 취해 왔는데요, 이번엔 4­3­3 입니다?"

"그렇군요... 이번 일본팀이 상당히 강팀이라고 평가되는데, 중원보다 수비진이 튼튼하다고 평가를 하고 있거든요? 그걸 파훼하겠다는 생각으로 보입니다. 윙어 스탠스의 선수 둘인 신유라, 신유정 자매가 위로 올라왔습니다."

"흐음.. 좋은 선택인지는 지켜봐야겠습니다만, 이지혜 선수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는 보입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키카드는 이지혜 선수가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압도적인 피지컬과 확실한 골 결정력을 가진 선수는 언제나 위협적이니까요."

"올림픽 역사상 최초로 금메달에 도전하게 됩니다! 이지혜 선수 뿐만 아니라 신유라, 신유정 자매등 많은 재능이 출중한 선수들이 있거든요? 아마 이번 올림픽이 끝나고 나서 러브콜을 많이 받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이런저런 해설진들이 수다를 떠는 동안 선수들이 필드로 나오기 시작했다.

태극기를든 사람들이 빨간색 유니폼을 입은 여자 축구 대표팀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지른다.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대표팀이 나왔을때도 똑같은 함성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보면 한국인이나 일본인의 비율은 비슷 비슷한 듯 했다.

애국가가 울려퍼지고.. 선수들 명단을 장내 캐스터가 순서대로 불러준뒤 몸을 푸는 시간.. 오히려 경기장은 조용해지기 시작했다.

수근 수근거리는 소리가 모여 조금 크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한국이나 일본이나 선수들의 표정이 상당히 비장해 보이는 것으로 보아선 경기가 쉽게 결판이 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삑!

주심이 선수들을 모으기 시작했고, 나는 선수들과 함께 자리로 이동을 시작했다. 나는 나보다 확연하게도 체격이 작아보이는 일본 선수들을 둘러보며 씨익 웃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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